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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ㅣ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어렸을 때 하늘로 떠나보냈던 형의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주인공이 겪는 일을 그린 이 소설은, 특별히 이렇다할 커다란 사건 하나 없이 그저 인물들의 일상을 나지막히 그리고 있는 청소년 소설이다. ‘메타버스’가 상용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며 그를 주요한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이 다른 청소년 소설들과 차별화된 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소설은 어쩐지 호불호가 조금 갈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이야기를 끝까지 이끌어가는 부분은 주인공의 형이 운영하던 메타버스 게임 속 세계를 누군가가 지금도 계속 보살펴왔다는 사실을 주인공이 알게 되며, 그 형의 세계를 꾸준히 관리해준 사람이 누구일지 궁금해하며 진행되는 것이다. 음… 작가가 나름의 ‘반전’이라 할법한 결말을 바랐던 걸까? 글쎄, 읽으면서 너무도 예상이 가능했고, 그래서 내 예상이 틀리기를 바라기도 했건만 어김없이 그 예상이 들어맞으며 이야기는 맥없이 끝났다. 이전의 <페인트>나 <테스터>의 결말에서 느꼈던 충격의 전율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아쉬움을 피할 길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나쁘기만 했던 것은 분명 아니다. 이 작품을 통괄하고 있는 잔잔한 분위기에서 비롯하는 평화로운 마음은 나름의 적적한 여운을 독자에게 선사하기도 한다. 인상적인 장면 또한 있다. 주인공의 친구가 같은반 이성 친구로 인해 곤혹을 겪게 되자 주인공이 그 여학생에게 일침을 가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이 부분은 직접 읽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세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글을 줄이도록 하겠다. 기존의 이희영 작가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결이어서 실망하기도 했지만, 이 작품만의 매력이 분명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