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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박물관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3년 3월
평점 :
평소 호흡이 짧은 단편이나 초단편 소설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기에 내게 ‘김동식’은 평소 외면해오던 작가였다. 더군다나 찝찝한 여운보다는 행복한 분위기의 소설을 좋아하는 나의 대쪽같은 취향으로 인하여 그 유명한 <회색 인간>이 아닌 <백명 버튼>으로 입문했던 것이다. 기왕 찝찝한 분위기를 이겨내야 한다면 여러 소설이 실려있는 작품집 보다는 하나의 작품으로만 맛보고 싶었기에.
그러나 <백 명 버튼>은 내게 기대 이상의 재미와 여운을 선사하였고, 그리하여 김동식 작가의 작품들을 검색하다가 <인생 박물관>을 발견한 것이다. 다른 김동식의 작품들과는 달리 <인생 박물관>에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인간의 선하고 따뜻한 본성을 다루며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완벽하게 나의 취향에 부합한다. 읽는 동안 눈물이 날 뻔할 만큼 감동적인 작품들도 여럿 있었고, 그저 흐뭇하게 미소를 짓게 되는 작품들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며 몇 개의 감명 깊었던 소설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벌금 만 원]
읽고 나서 아주 많이 놀랐다. <백 명 버튼>에서 읽었던 김동식이 아닌데?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분량이 짧은 만큼 내용 또한 간단하다. 가난에 허덕이는 삶을 살고 있던 한 남자가 돈을 빌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동창회에 참석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근데 이 동창회에서는 외국어를 쓰면 벌금 만 원을 내야 하는 일종의 게임(?)이 있었던 것이다. 이 남성은 돌아갈 차비 만으로 겨우 만원만을 들고 왔는데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정도만 소개해도 대충 결말이 예상될 것이다. 나 또한 읽으면서 ‘이렇게 되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는 감동이 소설의 결말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 다시 생각해도 뭉클하다.
[인생의 조언]
가방끈이 짧은 어느 한 가장이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 옆에 있던 친구들은 술맛 떨어지게 무슨 고민이 있어서 한숨을 쉬냐고 물으니, 대학생인 아들이 과제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인생의 조언’을 한마디씩 구하고 있다는데 배운 게 없는 본인이 무슨 말을 하든 고학력의 아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다는 내용의 걱정인 것이었다. 이에 친구들은 물론 그 식당에 있었던 주변 사람들까지 합세하여 인생은 어떻더라 내지는 이렇게 살아야 하더라 등의 조언을 퍼부으며 분위기는 과열된다. 결국 아버지는 한 문장을 정하여 아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문자를 확인한 아들은 울면서 아버지에게 전화할 정도로 감동을 받는데, 과연 그 ‘인생의 조언’은 무엇이었을까? 꼭 그 내용을 책에서 확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