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잘하는 초등학생들의 77가지 비법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77가지 비법 시리즈
최승필 글, 박승원 그림 / 소담주니어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시절, 수학은 어렵고, 역사는 지겹고, 영어는 하기 싫었다. 지겹지만 해야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 알면 흥미롭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런 자세로 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그런 상황은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는 듯 하다. 왜 하는지 모른채 끌려다니며 주입식 교육을 하지만, 아이들은 흥미를 잃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 재미가 없으니 마음에 남지도 않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아이들에게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호기심을 불어넣어준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에게도 흥미롭게 다가오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한국사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타임머신을 탄 듯 과거로 돌아가 옛 사람들의 마음을, 그들이 한 일을 들여다보는 공부야. 우리들이 언제 어떻게 이 땅에 들어왔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 이곳에 살게 되었나를 알려 주는 신기한 공부지.' 그렇게 생각해보니 이 땅을 살아간 옛 사람들이 궁금해진다. 역사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들의 마음과 그들이 한 일을 살펴보는 것이 역사다. 학창시절 누군가가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다면, 나에게 역사는 좀더 흥미로운 과목으로 남아있었을 텐데, 조금은 안타깝다. 주변에서 모두, 선생님조차, 지루한 과목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주었던 과거를 떠올린다. 그 당시에는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으니 당연한 일이었을테지만, 고정관념을 깨야할 필요가 있었다.

 

이 책은 '한국사 잘하는 초등학생들의 77가지 비법'이라는 제목으로 77가지 주제에 따라 눈에 쏙 들어오게 전개된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분명 흥미로울 것이다. 역사를 지겹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제목은 아이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눈에 쏙 들도록 정해졌다는 느낌이다. 어쨌든 일단 들춰보면 다들 알 것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서 서로 읽겠다고 할 만한 책이다. 희망 사항이 있다면 다음 쇄에는 제목 크기를 줄이고, '스토리텔링 한국사로 개념 쏙쏙'이라는 글자를 좀더 눈에 띄게 하며, 표지도 재미있게 바꾸었으면 좋겠다. 내용이 알차기에 겉모습도 조금은 더 화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책이 겉모습때문에 손해볼까 걱정이 된다.

 

단순히 나열된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궁금증이 생기도록 하고, 어떤 식으로 역사를 바라보아야할지 전체적인 틀을 마련해주기에 바람직하다. 아이들을 위한 '역사 공부 방법론' 으로 큰 틀에서 생각하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은 초등학생들을 위한 책이지만, 좀더 폭을 넓혀서 중고등학생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된다. 역사 공부는 탐정 놀이를 하듯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기초적인 역사적 사실들을 놓고 추리를 해보는 것, 그것이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역사 공부의 재미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공부의 시작은 그에 대한 호기심과 필요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한참 전에 이 땅에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과 생각에 대해 궁금해야 공부할 계기가 된다. 궁금해지면 저절로 외우게 될 것이다. 그 호기심을 극대화시키며 공부하고 싶은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이다. 역사는 지루한 암기과목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추리해보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이 될지, 이 책을 보며 깨닫게 되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역사 공부에 뛰어들기 전에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딴, 짓 - 일상 여행자의 소심한 반란
앙덕리 강 작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계란 무엇인가. 경계는 한계다. 테두리를 만들어 '나'라 지칭한다. 경계와 딴짓은 상충한다. 경계는 딴짓을 거부한다. 따라서 익숙함을 거부하는 행위로부터 딴짓은 탄생한다. 딴짓은 경계에 서서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6쪽)

이 책의 제목에 있는 '딴짓'이라는 단어를 곱씹어본다. 일상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때, 무언가 탈출구가 필요할 때, 우리는 여행을 꿈꾸게 된다. 늘 하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환경에 나를 내던져놓고 그동안과는 다른 나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어디론가 새로운 곳으로 가야만 갈증이 해소되었다. 이제는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내 눈이, 세상 일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 모든 것을 달라지게 한다. 내 마음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 어디에 가든 흥미를 잃게 된다. 내 마음에 따라서 그곳은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조금은 늦게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앙덕리 강 작가. 『딴,짓』은 평생 화려한 조명과 네온사인이 없는 곳에서는 단 하루도 살아본 적 없던 작가가 경기도 양평에 있는 앙덕리로 이주하여 소소한 일탈을 저지르며 작성한 일상 여행기다. 어찌보면 시시콜콜한 일상을 담은 자잘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 나와 다른 듯 비슷한 생각이 책 속에 담겨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인 듯하다가도 나와는 다른 성향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향이라고 해봐야 병원은 아닐 것이고, 빈틈없이 가득 채워진 사각의 높다란 빌딩도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는 않은 광경이다. 고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마음을 줄 수 있는 곳, 가고 싶은 곳, 생각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하는 곳을 만들어야겠다는 글을 보며 예전의 나를 떠올리게 된다. 만약 앙덕리에 집을 구하지 않았더라면 제주도로 갔을 거라는 글을 보며, 살짝 미소 짓는다. 5년 넘는 시간 동안 줄기차게 제주도로의 이주 계획을 밝혀왔다는데, 긴 시간을 고민하다보면 실행에 옮기는 것은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후다닥 결정을 하고 제주도에 오게되었는데, 살면 살수록 좋은 곳이 이곳이다. 앙덕리에서 어느 정도 살고 나면 제주도에서도 살아보기를 권한다. 짐을 옮기기 부담스럽다면 그냥 봄이나 가을, 날씨 좋을 때에 한두 달만이라도. 저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일 듯하여 권하고 싶다. 이곳은 정말 살고 싶은 곳이니까.

 

이 책을 들고 봄산책을 떠났다. 딴짓이라는 제목에 맞게. 왠지 방 안에서 읽으면 안될 것 같았다. 때마침 봄바람도 살랑살랑 부는 그런 날, 카메라와 책을 들고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이 책을 읽으니 '잠시 익숙한 공간과 시간에서 사라질 수 있는 여행'이 된다. 버스를 기다리며 한라산을 배경으로 책 사진을 찍어본다. 멀리 뒤에 눈이 쌓인 채 솟아 있는 것이 한라산이다.

 

 

 

높다란 기암절벽 마디마디가 눈에 선하다. 하늘은 파랗다 못해 눈부시다. 알 수 없는 이끌림은 언제나 한라산을 향한다. (책 속에서)

 

일상에서 작은 일탈을 꿈꾸게 되는 책이다. 바쁘게 다니면서 미처 보지 못했던 작은 것들, 잊고 지내던 옛 시절이 문득 떠오르게 된다. '난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또는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라는 반응을 하며 이 책을 읽는다. 가끔은 이렇게 딴 짓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받는다. 봄 기운이 일어나는 이 계절에 마음에 살랑바람을 일으키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은 겁이 많다 - 손씨의 지방시, 상처받지 않으려 애써 본심을 감추는
손씨 지음 / MY(흐름출판)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적 나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때도 지금도 똑같은 '나'인데 겉모습도 생각도 많이 달라지긴 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시간들이 지나고, 좀더 신중해지고 머뭇거리는 시간이 많아진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가보다. '그렇게 점점 어른이 되어 가니 멀리 볼 수 있게 되었고, 멀리 보게 되니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겪어야 할 아픔과 상처가 보이기 시작하니 나아가기가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어른은 겁이 많은 것 같습니다.' (4쪽_프롤로그)

그 당시에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다. 다른 사람은 겁이 없는데 나만 예민하고 겁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나보다. 실패하기 싫고, 상처받기는 정말 싫어서 속마음을 숨기고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점, 인정한다. 사람에게 진솔하게 대해야하지만, 본심이라며 직설적으로 얘기했다가는 그것이 화살이 되어 나에게 상처로 남는다는 것도 살다보니 잘 알게 되었다.

 

사실 본심을 숨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무언가 공허하다. 속터놓고 시원스레 이야기해보고 싶다. 그저 책 속의 글을 읽으며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맞장구치면서 공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정도의 시간으로도 속시원한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시간을 보내본다.

이 글을 보면서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으면 합니다.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후회한 일이 있는지, 또는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이도 아니면 상처가 깊어 누구와도 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책을 빌려 당신이 당신의 마음에 솔직해지길 바랍니다. (5쪽)

 

이 책의 지은이는 손씨(손동현). 평범한 일상에서 불쑥 생각난 것들을 메모한 글을 카카오스토리 채널 <좋은글봇>에 올렸는데, 솔직한 그의 글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65만 독

자에게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 카카오스토리 채널을 이용하지 않는 나같은 독자에게는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어야 읽어볼 기회가 된다. 다소 거칠고 직설적이지만 일상다반사를 기반으로 쓰여져 누구나 쉽게 공감하게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드는 책이다.

 

 

출근하면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하는데 사실 좋은 아침은 없다. 좋은 아침이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 뿐이지.

아마 세상을 나에게 맞춰 산 게 아니라, 나를 세상에 맞춰 살았나보다. 그래서 나를 잃어버렸나.

10대엔 싸웠고 20대엔 참았고 30대엔 피했다. 그랬더니 혼자다.

 

그냥 쓰윽 읽어나가다가 문득 어느 문장 앞에서 숨이 턱 막히고 멈칫한다. '아, 내가 그랬나?' 내 마음을 들켜버린 느낌에 뜨끔, 당혹스럽다. 어른이 된다고 모든 것이 완벽해지지는 않는다. 인간이라는 것 자체가 완벽하게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그저 우왕좌왕 흔들리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꼭꼭 숨겨둔 내 마음을 바라본다. 내 안의 민낯을 바라보는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 -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아우름 4
주철환 지음 / 샘터사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한 가지는 무엇입니까?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 제 4권을 읽게 되었다. 이번 책은 『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라는 제목으로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이 인간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늘 어설프다. 누군가에게 얼마나 다가가야할지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다. 너무 가깝거나 멀기에 상처를 주고 받게 된다. 노력으로 잘 안된다는 생각도 했다. 이리저리 계산하다보면 더 힘들다. 만만치 않은 것이 인간관계.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다. 일단 내가 좋은 친구가 되어야지. 그저 저자의 이야기를 바라보며 내가 어떻게 실행해야할지 생각하게 된다. 상대방의 행동은 어쩌면 나의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다.

 

주철환 PD. 그가 벌써 환갑이라니. 여는 글을 보며 한 번 놀라고, 본문 속의 글을 보고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인가? 통통 튀는 저자의 매력이 글 속에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느낌이다. 글을 읽다보면 나도 좋은 친구가 되고 싶고, 사람들에게 한 발 다가가고 싶어진다. 생각하게 되고 의욕이 생긴다.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있으니 사람들과의 관계에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고, 부단히 생각하고 행동해야함을 깨닫게 된다.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기지개를 켜고 활동하고 싶은 의욕이 새록새록 생겨난다. 그저 저자의 삶을 들으며 독자로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미래를 꿈꿀 것인가.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마음'만은 늙어버리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늙는 건 '단순미래'의 결과지만 귀엽게 늙는 건 '의지미래'의 산물이라고요. '젊다'와 '늙다'의 품사를 아시나요? '젊다'는 형용사, '늙다'는 동사입니다. 늙는 건 진행형이므로 외형의 노화를 막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젊음은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동안은 영원할 수 없지만 동심은 무덤까지 가지고 갈 수 있습니다. (51쪽)

 

이 책을 읽다가 '후회 없이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법은?'이 지금의 나에게 크게 와닿았다. 충실한 삶을 위한 일곱 가지 습관을 꼭 기억해두고 늘 떠올리도록 해야겠다. 관찰, 경청, 기억, 기록, 관리, 결합, 극기 이렇게 일곱 가지를 습관으로 들이면, 순간을 살아가는 데에 지침이 될 것이다. 또한 나만의 독서법도 인상적이었다. 읽기 반, 사색 반을 권하면서 '스스로 생각의 여백을 갖지 않고 마구 책을 읽어 대기만 하는 건 영혼의 비만을 가져온다는 생각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읽은 책을 삶에 골고루 적용시키고자 사색의 시간을 좀더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흥미롭게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마지막으로 치닫는다. 닫는 글을 보면 재미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주철환이란 사람이 생각하는 삶일 뿐입니다. 남의 말을 너무 듣지는 마세요. 여러분의 소신대로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신껏 내 생각을 정리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이 책은 샘터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 제 4권이다. 아우름은 다음 세대에 말을 거는 샘터의 인문교양 시리즈로서 부담없이 인문교양지식을 쌓는 데에 도움이 될 책이다. 인문교양 시리즈의 책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무겁게 생각하고 천천히 읽을 계획을 세웠는데, 어렵거나 지루한 책이 절대 아니라서 읽는 속도가 빠르다. 일반인에게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고,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소재로 풍성하게 채워나가고 있다. 아우름 시리즈를 한 권씩 읽어나가고 있는데, 이 책 역시 마음에 울림을 주는 글이다. 눈에 쏙쏙 들어오고 마음에 거름이 된다. 얇은 책이고 분량도 적지만 속은 알찬 책이다. 읽으며 생각에 잠기게 되고 여러 방면에서 인생을 짚어보는 시간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너리티 리포트
황숙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간이 멈춘 듯한 곳, 한국인 듯 하면서도 한국이 아닌 곳이다.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지만 다른 공간에 있는 그들이 낯설었다. LA에 갔을 때의 느낌이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제각각 한 권의 소설책을 담은 듯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그곳에 가서 삶을 꾸려가면서 어찌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없었겠는가! 짧은 일정으로 방문했던 그곳은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그만큼 쉽게 나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희미해진 그곳을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이 책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통해서였다. 그곳 사람들은 여전히 일상 속에서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었을 텐데, 잊고 있던 상자의 뚜껑을 열어보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의 표지나 제목에서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아니었다. 어떤 내용을 담은 소설인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면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올해에는 소설을 좀더 읽어보겠다는 나의 생각이 이 책을 읽어볼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맨 앞에 나와있는 작가의 말에서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고, 본격적으로 아홉 편의 단편소설이 이어지면서 내 시선을 끌어들이는 힘을 느끼게 되었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허구의 살을 덧붙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소설 속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소설을 읽고나서 남는 점이다. 사금을 채취할 때 모래가 흩어져버리고 결국에는 금이 남듯, 소설 속 이야기를 보면서 허구는 흩어지더라도 현재 살아가는 삶의 소리가 남는다. 

 

여기에 실린 단편들은 문학이 아니라 기록이다. 하지만 논픽션은 아니다. 허구이다. 나처럼 조국을 떠나 부평초처럼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이야기 중 불확실한 부분을 상상력으로 살짝 보충한 허구이다. (작가의 말 中_5쪽)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은 모두 아홉 가지이다.

'미국인 거지, 산타모니카의 기러기, 내가 달리기 시작한 이유, 모네타, 어느 장거리 운전자의 외로움, 죽음에 이르는 경기, 호세 산체스의 운수 좋은 날, 거칠어진 손, 오래된 기억'

소설을 읽으며 뭉클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버거운 것이었나. 이런 모습의 삶도 있구나.'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맨처음에 실린 「미국인 거지」에서 나의 시선을 잡아끌었기에 끝까지 읽게 되었다. 전쟁의 기억과 현실에 상처투성이인 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또한 그의 대학시절과 청춘, 그리고 미국생활 초기의 체험이 제 7회 경희해외동포문학상 소설 부문 최우수작인 「오래된 기억」과「거칠어진 손」에서 섬세하게 형상화되어 있다는 권성우 문학평론가의 발문을 보고 나서 그 작품들을 다시 읽어보게 된다. 소설가들은 자신의 체험과 상상을 기반으로 소설을 쓰는 것이기에 소설을 읽으며 작가의 지난 시간을 유추해보는 것도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책은 내가 LA를 생각하던 그만큼의 느낌이다. 나에게 동떨어진 이야기를 담았음에도 직접 그곳에 갔을 때의 강렬한 느낌 그대로 나를 강타한다. 그곳에 갔을 때 만났던, 지금은 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어떤 분들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낯선 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려주던 그들은 그저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욕구가 강렬했으리라. 살아가는 이야기를 어디에라도 쏟아부어야 그 무게가 덜어지는 기분이기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과거에 자신이 이런 사람이었다는 것을 자랑삼아 이야기해야 현재를 버텨갈 힘이 생겼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책의 작가 또한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보고 들은 이야기를 쏟아붓는 창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렇게 아홉 편의 소설로 묶여 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아마 이 책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소설이 나오리라 생각된다. 소재는 무궁무진하고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힘이 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