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꼬불 한자 쉽게 끝내기 - 개정증보판
이래현 지음 / 키출판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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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를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지 손에서 놓으니 자꾸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 학창시절 열심히 외웠던 글자는 눈에서 멀어지면서 마음까지 저 멀리 가고 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초고속으로 한자지식을 풍부하게 쌓으려고 계획하였다. '꼬불꼬불 한자'의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직접 이 책을 읽고 보니 명성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그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한자 공부를 하는 데에 있어서 가치있는 교재이다.

 

이 책은 65만부 돌파 기념 최신 개정증보판이다. 개정증보판 1쇄 발행일이 2009년 9월 5일인데, 내가 읽은 개정증보판 8쇄 발행일이 2014년 12월 30일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보아왔고, 그만큼 검증된 한자학습방법인 것이다. '매일 30분씩 2개월이면 당신도 한자 도사! 초고속 암기 비법 실용신안특허 49356호' 등 이 책의 표지에서 볼 수 있는 문구는 그저 말 뿐인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 책을 직접 보게되면 그럴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한자(漢字) 한 자 한 자에 깃들어있는 뜻을 알아가며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머리에 쏙 들어온다는 것이다. 눈에 쏙쏙 들어와서 어느덧 머리에서 자리잡고 있다.

 

이 책은 초등학생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시각적, 감각적 흥미유발로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연상법을 활용하였다. 한자는 부수자(214자)가 중요한 만큼 그에 대한 공부를 하고 뒤에 나오는 한자 2,000字를 암기하고 나면 한자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머리말 中 /연구실에서 저자 이래현)
한자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앞부분은 가볍게 읽고 넘어가도 된다. 그래도 한자가 만들어진 원리라든지 한자의 변천과정, 부수에 대한 것과 필순의 원칙에 대해서는 기본기를 다지는 마음으로 읽으면 된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한 페이지에 7자씩 같은 모양이 들어 있는 한자를 배열하여 연상 암기가 가능한 '한자 2000'이다. 먼저 한 페이지에 있는 한자를 쭉 훑어본다. 아는 글자도 있고 잘 모르는 글자도 있다. 한자가 흥미로운 것은 글자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뜻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더 흥미로운 것은 그림과 설명으로 머릿속에서 연상작용을 일으켜 모르는 글자를 단숨에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다. 처음 보는 글자도 어설프게 알고 있던 글자도 머리에 쏙쏙 들어와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냥 한자 공부만을 위해서라면 틈틈이 '한자 2000'을 읽어보면 된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보면 한자능력검정시험을 보고 싶어질 것이다. 그런 사람을 위해 이 책의 부록에는 한자능력검정시험 기출문제 분석 정리를 수록했고, 빈도순 '한눈에 보기'로 정리할 수 있으며, 부수 214 연상이미지 브로마이드까지 제공하고 있다. 한자 공부를 하려고 한다면 익히 그 명성이 널리 퍼진 이 책『꼬불꼬불 한자 쉽게 끝내기』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새 책이지만 늘상 함께하다보면 너덜너덜해질 날이 오게 될 것이다. 한자 공부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번 곁에 두면 꾸준히 손이 가게 되는 책이 될 것이다. 한자능력검정시험을 보려고 하는 사람, 논문이나 각종 자료를 보기 위해 한자 습득이 필수인 사람, 전공서적에서 한자가 많은데 대입을 앞두고 있는 학생 및 초중고교생 등 이 책이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적은 노력으로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과 함께 공부하면 한자 공부의 체계가 잡혀 든든한 기본기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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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충돌하는가 - 21세기 최고의 문화심리학자가 밝히는 갈등과 공존의 해법
헤이즐 로즈 마커스 외 지음, 박세연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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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다보면 갈등이 없는 곳이 없고, 사람들끼리 티격태격하지 않는 곳이 없다. 어떤 집단이든 외부 집단과의 갈등 혹은 그런 문제가 없다면 내부적으로라도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이 책의 제목처럼 질문을 던지게 된다.'우리는 왜 충돌하는가?' 이 책에서는 그 원인을 이렇게 말한다. 각 개인을 나타내는 다양한 양상의 자아를 '독립적인 자아'와 '상호의존적인 자아'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각기 다른 특성의 자아가 서로 다른 문화적 상황 속에서 갈등을 야기하고 문화적 충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화'란 특정 집단 내 모든 사람이 가진 특정 방식의 사고와 행동을 나타내는 관념이나 제도, 상호작용을 의미한다.(8쪽_추천의 글/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우리 내면에는 다양한 종류의 자아가 살고 있는데, 이들을 크게 두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독립적 자아와 상호의존적 자아다. 먼저 독립적 자아는 자기 자신을 개별적이고, 고유하고, 다른 자아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자유롭고 평등한(그러면서도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독립적 자아는 미국의 주류 문화가 지배적으로 양산한 자아의 형태다. 반면 상호의존적인 자아는 스스로를 관계 지향적이고, 다른 자아들과 비슷하고,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전통과 의무에 따르며,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본다. (19쪽)
주로 동양에서 상호의존적인 자아, 서양에서 독립적인 자아에 치중되어 있다. 또한 사람들 개개인 안에 역시 상호의존적인 자아와 독립적인 자아가 공존한다. 이 책의 핵심은 서로 다른 자아를 언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잘 이해하고 있을 때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충돌을 더 잘 이해하고, 충돌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인간의 심리를 바라볼 때, 그 책을 쓴 사람이 어느 문화권의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읽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생활 환경과 그에 따른 문화 속에서 인간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동안 그 다양성을 간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인류 전반적인 자아 양상을 두 가지로 분류하고, 그에 따라 충돌 원인을 짐작해보며, 풀리지 않는 실타래같은 충돌 상황을 짚어보는 데에 의미가 있다. 전체적으로 큰 틀에서 충돌 원인을 살펴본 후, 세세한 부분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큰 그림을 그리며 읽어나갈 수 있고,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이 책에서는 성별, 인종, 빈부 계층, 지역, 종교, 조직 유형(정부,기업,비영리 단체) 등 우리가 볼 수 있는 문화적인 갈등을 다루고 있다. 갈등이 일어나는 양쪽 모두의 입장에서 글이 전개되기 때문에 '성별, 인종, 빈부 계층, 종교' 등의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보다 넓은 시야로 이해해볼 수 있었다. 그동안 갈등 양상을 보이는 부분에서 주로 한쪽 편에 섰고, 그렇기에 다른 편의 의견은 불편한 느낌이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 책을 읽는 시간, 내 편견을 다시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사람들 사이의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접근해야 한다. 그 점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된다.
 
거기에 더해 이 책에서는 '또 다른 자아를 불러내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갈등의 원인이 독립적인 자아와 상호의존적인 자아의 충돌이니,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자아를 상황에 맞게 불러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립적인 자아를 소환하기 위하여
·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힌다.
·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 주목한다.
·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것과 이기적인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 모든 행동을 선택의 차원에서 바라본다.
·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동등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상호의존적인 자아를 소환하기 위하여
· 귀를 기울인다.
·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비슷한지 주목한다.
·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는 것과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한다.
·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과 동등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408~409쪽, 나의 세상과 당신의 세상,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세계적인 문화심리학자 헤이즐 로즈 마커스와 앨래나 코너가 집필한 이 책을 통해 문화심리학이라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던 분야가 좀더 친근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책을 통해 8가지 문화적 충돌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세상에는 상상치 못했던 다양한 갈등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었고, 문제와 해법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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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달리다 - 꿈을 향해 떠난 지훈아울의 첫 번째 로드 트립 이야기
양지훈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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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넓다. 그러니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미국의 모든 것은 아닐 것이다. 아주 작은 부분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이야기한다.

이 책엔 많은 미국 이야기들이 나오는데요. 한국 사회에서 '미국'이란 단어만큼, 다양한 편견을 갖도록 하는 대상도 드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실 때만큼은 한 번 그런 편견들을 모두 내려놓아 봤으면 합니다. 이건 심각한 내용이 아닌, 그냥 '로드 트립' 이야기니까요. (프롤로그 中)

 

이 책의 저자는 양지훈. 지훈아울JihoonOwl은 뮤직 프로듀서, 싱어 송 라이터, 작가이다. 나이 마흔에 직장을 그만두고 팝의 본고장인 미국 할리우드로 건너가 음악을 만들고, 밴드 활동도 하면서 뮤지션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에 그의 이름도 어떤 활동을 했는지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많다. 새로운 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여행을 가고 싶은 곳이나 여행을 다녀온 곳 위주로 책을 읽어왔는데, 이렇게 전혀 생각지 못했던 곳에 대한 여행 이야기를 보는 것도 나를 설레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때로는 뜬금없이 사소한 계기로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우리의 삶은 무언가 거창한 것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아주 사소한 것으로 평생 다시는 쳐다도 안 볼만큼 거리가 멀어지기도 하며, 사소한 계기로 인생을 바꿀 만한 결심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은 그림 하나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충동 구매한 책 『캘리포니아』에서 책갈피가 갈라낸 페이지에 LA 서쪽 산타모니카라는 곳에서 말리부로 향하는 해안도로가 펼쳐졌고, 작가는 그 위를 자동차로 달리며 '아메리카'라는 70년 대 포크록 밴드의 '벤투라 하이웨이'를 듣고 있었다. 그 장면이 그의 삶을 바꾸어놓고 말았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마음을 강하게 울린 부분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 대한 이야기에서였다. 이 영화가 말하는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44세.

44세라. 중년의 위기. 수많은 책임감에 눌려 찌든 채 살아가는, 도통 '재미'나 '열정'이란 단어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울리지 않는 바로 그 나이 44세.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요트를 타고 불같은 사랑을 나누며 드넓은 바다로 함께 여행을 떠나는, 삶의 욕망과 꿈이 마구 터져 나오는 인생의 정점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19쪽)

두둥. 잊고 있었다. 그 영화를 보며 눈물 흘리고 인생의 여정을 바라보던 그 순간, 어설픈 20대가 인생의 정점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면서도 잊고 있었는데, 이 부분에서 내 뒤통수도 가격한다. '새 삶을 시작해도 돼. 새 삶을 시작해도 돼.' 그것은 나에게도 들려오는 목소리이다. 어차피 오늘만 살 수 있는 인간에게 나이가 무엇을 방해하고, 상황이 무슨 발목을 잡겠는가.

 

그렇게 미국 대륙 횡단을 꿈꾸는 지훈아울의 마음에 공감을 하며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되었다. 막상 결심을 하고 나서 회사를 그만 두는 이야기, 실행에 옮기기 만만치 않은 장애물로 인한 두려움, 그런 것들을 극복해내고 결국은 미국 횡단을 감행한 추진력을 보게 된다. 결심 이후에 미국 횡단을 계획하고 고민하는 내용을 보며, 그의 솔직한 심정을 볼 수 있었다. 큰 소리 치며 떠나겠다고 결심해도 사실 비행기 뜰 때까지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나중에는 두려워서 가슴이 뛰는 것인지,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판단할 수 없고,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면 '이렇게 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 그것이 여행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음악 이야기 위주의 책일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미국 대륙 로드 트립을 하며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 소홀함이 없는 책이다. 렌터카를 빌리기 전에 꼭 알아둘 사항, 미국에서 운전할 때 조심할 사항 및 미국에서 유의해야 할 교통 법규 등 본인의 여행만을 에세이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미국 대륙을 운전해서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준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 이야기에 팝송이 더해져 저자의 분위기를 한껏 개성있게 연출해주는 책이다. 중간 중간에 영화나 팝송 중에서 한 구절씩 건지는 맛도 쏠쏠하다. 또한 여행 준비부터 여행담이 솔직담백하게 펼쳐지기에 점점 그의 글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미화하거나 너무 불만투성이일 때 여행기는 그 맛을 잃게 되는데, 적절한 양념으로 깔끔한 맛을 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껏 직접 미국 대륙을 여행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지만, 이렇게 이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톡톡히 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렌터카를 이용해 여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 지훈아울의 로드 트립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그저 여행 에세이를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로드 트립에 행운을 빈다'는 마지막 한 마디에 괜시리 여행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들썩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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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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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류시화가 엮은 하이쿠 모음집 『한줄도 너무 길다』를 읽어보았다. 바쇼, 이싸 등의 시인들이 짧게 표현한 하이쿠를 읽으며, 하이쿠의 매력에 푹 빠져보았다. 두꺼운 책을 읽다보니 글이 너무 많아 답답했고 좀 쉬어가자는 생각으로 찾아 읽게 되었다. 하이쿠를 읽어보고 싶어서 검색했는데, 아쉽게도 품절이었고,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어서 빌려보았다. 절제된 문자로 표현된 강한 임팩트, 가끔은 웃으며 가끔은 공감하며 책을 읽었고, 소장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새책은 품절이고, 중고서점에는 원래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올라가 있었으니, 그저 다시 발간된다면 꼭 구매하겠다고 점찍어둘 뿐이었다. 아쉬운 마음만 가득한 채 다음 기회로 넘기게 되었다.

 

다행이다. 좋은 책은 그냥 그렇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탄탄히 내실을 다지며 보강되고 있었다. 드디어 류시화 시인의 해설로 하이쿠를 읽어볼 수 있는 책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가 출간되었다. 소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소유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결국 내 곁에 두었다. 두고두고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니 말이다. 하얀 표지에 때가 타는 것이 아까우면서도 자꾸 손이 가서 조금씩 세월의 흔적이 묻어가고 있다.

 

이 책은 예전보다 두꺼운데다가 캘리그라피 작품도 함께 볼 수 있다. 이 시대에 맞게 눈으로 보며 하이쿠를 감상하기에 좋은 책이다. 시와 그림이 잘 어우러져서 더욱 마음에 와닿는 작품이 된다. 게다가 류시화 시인의 시인 감성으로 해설을 읽을 수 있으니, 글자 하나하나 꼭꼭 눌러가며 읽게 된다. 일본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어 원문도 함께 있으니, 공부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교재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하이쿠는 설명이 더해졌기 때문에 그 의미가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때로는 너무 짧아서 그에 얽힌 이야기를 알지 못하면 그저 단숨에 읽고 넘어가며 잊어버리기에 충분한 것도 있기 때문이다.

 

하이쿠 시를 찬찬히 다 살펴보고 나면, '언어의 정원에서 읽는 열일곱 자의 시'라는 '하이쿠의 이해'를 넓힐 수 있는 해설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로 일컬어지는 하이쿠는 본래 5.7.5의 열일곱 자로 된 정형시이다. 450백 년 전쯤 일본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으나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애송되고 있고, 현재도 많은 시인들이 자국의 언어로 하이쿠를 짓고 있다. (590쪽)

열일곱 자에 인생의 생로병사와 삶의 진리까지 모두 담아낼 수 있다고 하는데, 하이쿠를 읽다보면 우리네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긴 글을 쓰는 것보다 짧은 글에 모든 것을 담는 것이 얼마나 강렬하게 마음에 흔적을 남길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하이쿠에 대한 설명을 읽음으로 당시 시대상과 하이쿠의 역사, 규칙 등을 살펴보게 된다. 그러고 나서 다시 하이쿠를 읽으면 또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곁에 두고 틈틈이 꺼내들어 펼쳐보게 되는 책이다. 마음에 와닿는 하이쿠를 읽게 되면 가슴이 뛰는 그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생각해보니 이런 책을 가까이 두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펼쳐들었을 때 내 가슴이 뛰는 그런 책 말이다. 머리에 지식을 채우는 것 이상으로 마음에 감성을 눌러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읽다가 설레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내 곁에 둘 필요가 있는 책이다. 그저 갖고 싶은 책이 아니라, 간직해야만 하는 책이다. 주기적으로 내가 손을 뻗어야할 책이고, 나에게 소중한 의미가 되는 것이다. 하이쿠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건네주고 싶은 한 권의 책이다. 하이쿠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하이쿠를 소개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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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2-15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어의 정원을 보다..하이쿠가 나오는데
그게 그리.인상적일수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 속 형사는 나이들어 슬슬 재미 붙인게 하이쿠 짓는것으로..도.나와요. 그 애니 속에서..보면 하이쿠는 독특한 억양이 있어서 그 걸 듣는 맛도 있는.것 같아요.
우리.가락듣는것과 좀 달라도.목소리가 울려서
주는 여운은 같으니까..

카일라스 2015-02-15 19:47   좋아요 1 | URL
소설 속 형사가 하이쿠 짓는 모습. 인상적이겠어요. 듣는 맛은 지금껏 알 수 없었는데 궁금하네요~

[그장소] 2015-02-16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쿠를 얘기하는 애니는 좀 있어요.게임의.형식이지만.주최하는.사람이..분명. 우리는 시조라고 생각하고 단조인가 했는데 음절이랑 계절 사랑 그런걸 말하는 게..겐지이야기로도.유명하니까..하이쿠 가맞을거 같아요.치하야후루 ㅡ라는 애니 보고는 형식이 있는 시라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검색하면 보시수도 있을거예요...하이쿠 아니면 챙피한데..ㅎㅎㅎ

[그장소] 2015-02-16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쓰모토 세이초의 모래그릇 에 그런 형사가 나와요..^^서민적이랄까 ..소박하기도 하고.멋져요.그런사람~
아..카루타 게임의 시는 하이쿠보다 와카 라고 하네요.들오보시면 상당히 분위기 비슷하구나..아실것.
 
관계 수업 - 사람 때문에 매일 괴로운 당신을 위한
데이비드 D. 번즈 지음, 차익종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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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인간 관계가 가장 어렵게 느껴진다. '저 사람이 나에게 왜 그러지?'라는 생각이 들며, 그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 삐그덕거리며 서로에게 균열이 생긴다. 그저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애써 외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명확히 알게 되었다. 세상 일은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라 양쪽 모두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는 사실을. 그동안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인간관계를 그저 방치하기만 했었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그동안 수많은 수업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지만 인간 관계에 대해서는 연구하고 고민할 기회가 사실상 거의 없었다. 이제라도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괜찮다. 이 책을 읽으며 제대로 된 관계 수업을 받아본다. 무릎을 탁 치며 깨닫게 되는 것이 많다.

 

이 책의 저자는 데이비드 번즈. 인지행동치료의 최고 권위자이자, 심리치료 전문가들이 가장 존경하는 정신의학자다. 인간의 심리와 기분에 따른 변화를 40년 넘게 탐구한 그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인간관계 연구로 확장되었다고 한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읽어온 책과 다르게 눈에 쏙 들어오는 명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관계에 대한 책 중 단연 으뜸이라고 생각된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서서 지금껏 왜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보게 되고, 어떤 방식으로 나의 태도를 바꾸어야 해결이 될 지 파악하게 된다. 생각을 바꾸고 그에 따라 행동이 변화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이다.

 

인간관계 문제는 '서로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서'라기보다는 사실 '서로 사랑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상대와 친밀해지기보다는 그 사람과 다투는 편이 더 낫고 바람직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갈등과 적대의 길을 선택하는지도 모른다. (30쪽)

이 문장이 의아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이 책을 꼭 읽어보아야 한다. 나또한 그랬으니까. 그동안에는 방법을 잘 몰라서 사람들 사이에 관계가 틀어진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 일러주는 구체적인 사례를 보며 이 문장을 다시 곱씹어보게 된다. 사랑 대신 증오를 선택하는 12가지 동기를 살펴보며, 관계가 불편한 상대가 있을 때, 그저 그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지 않을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유일하게 의미가 있는 질문은 이것이다. "두 사람 사이의 문제가 상대방 탓이라고 생각합니까?" (62쪽)

우리는 누군가와 다투거나 의견이 맞지 않을 때에 보통은 갈등의 원인이 상대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라면 당황스럽고 수치스럽게 마련이다. 이 책을 읽으며 현재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해본다. 인간관계의 원인도 해결책도 나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게 된다.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면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는 데 집중하고 스스로 변화하는 데에만 전적으로 힘써야 한다. (80쪽)

 

이 책의 핵심은 3장이다. 불편한 관계를 친밀한 관계로 만드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비결' 다섯 가지가 이 책에서 건져낸 보물이다. 소통을 중시하면서도 소통이 잘 되지 않는 현실에 나부터 변화할 수 있고 실행할 수 있는 장점이 된다. '1.무장해제, 2.생각 공감과 감정 공감, 3.확인 질문하기, 4.내 기분 말하기, 5.달래기' 이 다섯 가지를 잘 기억하고 생활 속에서 활용하면 인간관계에 있어서 소통의 문제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기에 지속적인 수업이 필요하고, 관계 개선을 위해 꾸준히 복습하며 익혀야할 것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 비결 다섯 가지는 능숙하게 구사할 경우 거의 실패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물론 다만 처음에는 몇 번 실수를 범할 수도 있으니, 익숙해질 때까지 염두에 두고 연습을 해야할 것이다.

 

그저 한 권의 책을 읽는 독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뼛속까지 공감하게 되고 생활 속에 녹여내어 활용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것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잊지 않고 꾸준히 활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효과는 탁월하다. 지금껏 읽어 온 인간관계에 대한 책 중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책을 읽으면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인간관계가 고민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스스로 변하고, 자신이 변하면 세상도 변화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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