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겁이 많다 - 손씨의 지방시, 상처받지 않으려 애써 본심을 감추는
손씨 지음 / MY(흐름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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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때도 지금도 똑같은 '나'인데 겉모습도 생각도 많이 달라지긴 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시간들이 지나고, 좀더 신중해지고 머뭇거리는 시간이 많아진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가보다. '그렇게 점점 어른이 되어 가니 멀리 볼 수 있게 되었고, 멀리 보게 되니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겪어야 할 아픔과 상처가 보이기 시작하니 나아가기가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어른은 겁이 많은 것 같습니다.' (4쪽_프롤로그)

그 당시에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다. 다른 사람은 겁이 없는데 나만 예민하고 겁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나보다. 실패하기 싫고, 상처받기는 정말 싫어서 속마음을 숨기고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점, 인정한다. 사람에게 진솔하게 대해야하지만, 본심이라며 직설적으로 얘기했다가는 그것이 화살이 되어 나에게 상처로 남는다는 것도 살다보니 잘 알게 되었다.

 

사실 본심을 숨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무언가 공허하다. 속터놓고 시원스레 이야기해보고 싶다. 그저 책 속의 글을 읽으며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맞장구치면서 공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정도의 시간으로도 속시원한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시간을 보내본다.

이 글을 보면서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으면 합니다.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후회한 일이 있는지, 또는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이도 아니면 상처가 깊어 누구와도 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책을 빌려 당신이 당신의 마음에 솔직해지길 바랍니다. (5쪽)

 

이 책의 지은이는 손씨(손동현). 평범한 일상에서 불쑥 생각난 것들을 메모한 글을 카카오스토리 채널 <좋은글봇>에 올렸는데, 솔직한 그의 글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65만 독

자에게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 카카오스토리 채널을 이용하지 않는 나같은 독자에게는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어야 읽어볼 기회가 된다. 다소 거칠고 직설적이지만 일상다반사를 기반으로 쓰여져 누구나 쉽게 공감하게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드는 책이다.

 

 

출근하면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하는데 사실 좋은 아침은 없다. 좋은 아침이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 뿐이지.

아마 세상을 나에게 맞춰 산 게 아니라, 나를 세상에 맞춰 살았나보다. 그래서 나를 잃어버렸나.

10대엔 싸웠고 20대엔 참았고 30대엔 피했다. 그랬더니 혼자다.

 

그냥 쓰윽 읽어나가다가 문득 어느 문장 앞에서 숨이 턱 막히고 멈칫한다. '아, 내가 그랬나?' 내 마음을 들켜버린 느낌에 뜨끔, 당혹스럽다. 어른이 된다고 모든 것이 완벽해지지는 않는다. 인간이라는 것 자체가 완벽하게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그저 우왕좌왕 흔들리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꼭꼭 숨겨둔 내 마음을 바라본다. 내 안의 민낯을 바라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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