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의 글쓰기 - SNS 글쓰기는 문학이 아니라 심리학이다!
스펜서 지음, 임보미 옮김 / 그린페이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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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신경을 쓰고 보니 글쓰기가 더 어렵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을까 고심하다 보면 신경 쓰이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의 한 마디 말이 마음에 훅 들어온다. 'SNS 글쓰기는 문학이 아니라 심리학이다!'라는 말 말이다. 글쓰기 중에서도 인플루언서의 글쓰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인플루언서의 글쓰기』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스펜서. 위챗 백만 팔로워 계정 Spenser의 운영자. 홍콩 최초로 1인 미디어를 시작했다. SNS를 시작하고 3년 동안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얻었으며 놀라운 경제적 수익을 창출했다. 주로 경제, 경영 분야 포스팅으로 인기를 끌었다. 확산력 있는 좋은 글쓰기와 자기만의 브랜드 만들기가 자신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믿으며, 독자들에게 그 비법을 공개하고자 한다. (책날개 발췌)

당신의 머릿속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시작되는 순간, 사물을 보는 눈은 더욱 예리해지고 다른 시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당신이 보는 세상은 글쓰기의 중심이기 때문에 점의 형태에서 선의 형태가 되고 다시 그물이 되면서 마음속에 더욱 완전한 세계가 펼쳐진다. 그렇게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이색적인 하늘과 땅을 보게 되는 것이다. (10쪽)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머리말 '글을 쓰지 않았다면 10년은 더 고생했을 것이다'를 시작으로, 1장 '말할 줄 아는 사람은 넘쳐도 쓸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2장 '앉아서 글을 써보자', 3장 '글쓰기, 시선 강탈 전쟁', 4장 '매력적인 글쓰기', 5장 '좋은 스토리 쓰기', 6장 '논리적 사고를 위한 훈련', 7장 '직장 내 업무 관련 글쓰기', 8장 '당신이 이해한 뉴미디어 글쓰기, 어쩌면 모두 틀렸다', 9장 '누구나 인기글을 쓸 수 있다'로 이어지며, 맺음말 '시간을 벌어야 세상을 얻을 수 있다'로 마무리된다.

먼저 이 말에 흐흐 웃으며 격하게 공감했다. 글쓰기를 하려면 영감이 번쩍 떠올라서 일필휘지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든지 노트를 펼치는 행동을 하기 위해서 '바지를 의자에 붙이는 예술'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표현이 참신해서 마음에 담아본다.

글쓰기란 바지를 의자에 붙이는 예술이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

(출처) 『인플루언서의 글쓰기』 40쪽

인터넷에 글을 쓰든 기존의 방식으로 글을 쓰든 '글쓰기 자체가 글쓴이에 대한 최고의 피드백'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열의를 갖고 글을 쓴다면 자신과 심도 있는 대화를 하는 기분일 것이다. 그러고 나면 결코 멈출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가성비 최고의 시간 투자법이다. (47쪽)

그래 이거다. 요즘 들어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나는 나 자신과 심도 있는 대화를 하고 있다는 기분을 놓치고 있었다. 때로는 그런 의미로 쓴 글이 아닌데 엉뚱한 반응을 듣기도 하고, 때로는 문득 툭 던지듯 한 이야기이지만 의외로 반응이 좋기도 하다. 그동안 글에 대해 타인의 반응만을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으며 글쓰기가 가성비 최고의 시간 투자법이며, 나 자신과 최고의 피드백을 나누고 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글쓰기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하도록 이끌어주며 풍부한 자극을 주는 책이다. 마음에 들어와 움직이게 한다. 지금껏 놓치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고 자극을 준다. 또한 글쓰기에 대해 두려워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만드는 점도 인상적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너무 잘하려고만 했던 것이다. 힘을 좀 빼고 쓸 필요도 있다. 나 스스로에게 좀 더 자유를 줘야겠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다양하게 무언가 해볼 수 있는 실험 정신을 키워준다.

작가 펑탕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두르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뻔뻔해져라." 글을 쓸 때는 영감에 대한 기대, 글의 수준, 결과에 대한 예상 따윈 모두 잊어버리고 '세상에서 가장 썩은 쓰레기 같은 글을 쓴다'라는 생각으로 스스로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 의자에 앉을 때마다 최고의 명작을 쓰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어마어마한 실망만 남을 것이고 실망에 대한 두려움은 펜을 들 용기까지 없애고 만다. 유치하지 않았다면 성숙해질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작가일지라도 깨지고 부서지는 고통을 모르지 않는다. 많이 쓸수록 생각은 점점 더 단단해지고 손끝에서 나온 글은 깊이를 더할 것이다. (64쪽)



물론 글쓰기의 필요성과 시작 등에 대한 앞부분도 필요한 내용이지만, 특히 이 책에서 본격적으로 도움을 주는 부분은 4장부터였다. '그래, 나 진득이 앉아서 글쓰기 하는데,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구체적인 기술이야.'라고 생각한다면, 4장부터 들려주는 내용을 놓치지 말자. 특히 나는 글을 쓰면서 제목 설정이 막막하고 고민이 많았는데 이 책에서 짚어주는 내용이 도움이 되었다.



인터넷 발달, 특히 무선인터넷 혁명은 개개인에게 능력과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줬고 개인 브랜드가 각광받는 시대를 도래시켰다. 당신에게 탁월한 관점과 전문적인 콘텐츠만 있다면 세상은 당신의 재능을 알아볼 것이다. 글쓰기는 당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다. (11쪽)

인플루언서의 글쓰기는 다르다. 달라야 한다. 물론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시선을 집중하는 글을 쓰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줘서 도움이 된다. 제목 설정부터 포스팅 시간 정하기까지, 이왕 쓰는 글이라면 어떻게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풀어내니, SNS 글쓰기 방법을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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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지음, 곽수진 그림, 이지은 옮김 / 언제나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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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야자와 겐지의 시 <비에도 지지 않고>를 그림작가 곽수진이 그림을 그려 출간한 국내 첫 출간 기념 특별판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시인 미야자와 겐지와 유럽이 주목한 그림 작가 곽수진의 시대를 초월한 만남,

그들이 지친 당신의 마음에 전하는 강인하면서도 따뜻한 메시지! (책 띠지 중에서)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시그림책, 시화… 또 뭐가 있을까?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을 펼쳐들면 느끼게 될 것이다. 시 한 편을 이렇게 읽는 것도 참 좋구나,라고 말이다. 미야자와 겐지의 시를 그림과 담은 이 책 《비에도 지지 않고》를 비 오는 날 펼쳐들어본다.



*일러두기

이해를 돕기 위해 원문 일부는 다르게 표현했습니다.

<비에도 지지 않고>는 미야자와 겐지가 1931년 11월 3일에 작성한 미발표 유작 시로,

처음 발견된 수첩에 적혀있던 제목은 <11월 3일>입니다.

지은이 미야자와 겐지는 1896년 일본 이와테현에서 태어났다.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인 《은하철도의 밤》을 비롯해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의 마타사부로》 《첼로 켜는 고슈》 등 많은 유작을 남겼으며 현재까지도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린이 곽수진은 이탈리아 볼로냐 사일런트 북 콘테스트에서 1등을 수상한,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신예 동화작가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미야자와 겐지의 시 <비에도 지지 않고>를 신예 그림 작가 곽수진이 그림을 입혀 독자에게 보여주는 책이다. 먼저 이 시의 발견부터 언급해야겠다.

겐지가 살았던 당시 일본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전체주의와 제국주의가 팽배하던 때였습니다. 그랬기에 소박한 삶, 타인을 위한 삶을 노래했던 겐지의 작품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살아생전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렸고 결국 1933년 서른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급성 폐렴으로 생을 마치게 됩니다. 그 뒤 겐지의 동생이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수첩에 그가 생전에 썼던 100여 편의 동화와 400여 편 시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중 <비에도 지지 않고>는 그가 죽기 2년 전 수첩에 담담하게 적어둔 것이었지요. (42쪽)

미야자와 겐지가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 《은하철도의 밤》의 작가라는 점 외에는 잘 알지 못했는데, 그의 미발표 유작 시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에 담긴 그림을 보면 '따뜻하다'라는 느낌을 준다. 지금 나에게 있는 근심 걱정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다 흩날려버리는 듯한 느낌이다. 아니, 그런 걱정 따위는 원래 없었던 듯 마냥 마음이 맑아진다. 이 책을 펼쳐들면 그렇게 된다.

한국보다 유럽에서 먼저 그 진가를 인정받고 데뷔하게 된 그녀가 이제 자신의 나라 한국에서 세 번째 책을 선보입니다. 바로 미야자와 겐지의 시인 <비에도 지지 않고>에 그녀의 다채로운 그림들을 입힌 그림 에세이입니다. 이번 그림에세이는 동양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모두 공부한 그녀에게 더없이 시너지가 되는 작품입니다. 잔잔한 서사에 그녀 특유의 다채로운 색감과 선의 표현으로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많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45쪽)



겐지의 정신은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러 언어로 번역돼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그의 글이 지닌 보편적인 힘은 시공간을 초월해 현대 사회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43쪽)

이 책을 보면 그림과 글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마음에 울림을 준다. 오도 가도 못하는 팬데믹 시대에 마음마저 움츠러들고 나만 손해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열패감에 더욱 황폐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이런 책이 힘을 발휘하리라 생각된다. 이 책에서는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그림과 글을 선택했다. 자연 속으로 들어간 느낌의 그림이다. 초록의 세상에서 우주를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다양한 색깔로 표현한 세상이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포근하기도 하며 다채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린 시절 종이비행기를 날렸을 때의 느낌이랄까. 그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며 숲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미야자와 겐지의 시와 곽수진의 그림이 상상 속으로 훅 들어가게 해주는 느낌이어서 끌림이 있는 그림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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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마리 공룡 : 거대 강아지산으로 가다 13마리 공룡 1
김현태 지음, 젤리이모 그림 / 소담주니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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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공룡이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자그마치 13마리!' 아이들에게 '공룡'은 그냥 '공룡'이 아니라 탐구대상이기도 하고, 장래희망이기도 하다. "공룡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순진무구하고 귀여운지. (아, 물론 다 커서도 그런 말을 하면 안되겠지만.)

표지 그림을 보면 종류도 다양한 13마리 공룡이 거대 강아지산으로 간다는 전체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13마리 귀여운 공룡이 저 험난한 강아지산으로 가면서 무슨일이 벌어질지 신나는 모험을 함께 떠나보는 마음으로 이 책 『13마리 공룡 : 거대 강아지산으로 가다』를 읽어본다.



저자들의 소개에 이어 13마리 공룡의 이름을 하나씩 짚어준다.

13마리 귀여운 공룡이 있습니다. 순서대로 자기 이름을 말합니다.

모두 13마리 맞나요?

코리, 지오, 라스, 로사, 아우라, 람스, 루리, 스테라, 앙고, 마이아, 로포, 링크…. 이상하다. 착한 사람한테만 보이는 걸까? 다시 세어봐도 나에게는 13마리가 다 보이지는 않는다. 일단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고 책장을 넘긴다.



그럼 그렇지. 한 마리 부족하다. 막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의 외침! "앗! 여기 강아지 발자국이 있어!" 공룡들이 강아지를 무서워한다는 설정이 은근 귀엽다. 어쨌든 이들 열두 마리 공룡은 막내 우루를 구하기 위해 거대 강아지산으로 출발한다. 공룡들의 대모험에 동참하는 느낌으로 읽어나가면 된다.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펼쳐들면 공룡들과 함께 거대 강아지산으로 우루를 찾아 떠나는 듯 모험심을 키울 것이다. 귀여운 공룡들은 덤.

거대 강아지가 물리쳐야 할 악당인 것만이 아니라 열두 마리 공룡이 힘을 합해 구해주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뻔한 스토리가 아니라 나름 반전이어서 아이들에게 읽어보라고 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실 어렸을 때 악당 무찌르고 그러는 거 보면 가끔은 악당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마무리가 훈훈해서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다.




 

게다가 '13마리 공룡… 어떤 공룡일까요?'를 보면, 처음 듣는 이름의 공룡들이 눈에 띈다. 다들 아는 그 공룡 이름이 아니라, 인생에서 공룡에 대해 제일 잘 안다는 5세 아이와 5세 아이의 엄마들은 아는 이름의 공룡일지는 모르겠으나, 새로이 알게 되는 공룡 이름들이 신기해서 하나씩 알아나간다. 그 또한 이 책을 읽는 재미일 것이다.



13마리 귀여운 공룡들이 모험을 떠나요!

그런데 이게 웬걸?

그곳엔 엄~청나게 큰 강아지가 있었어요.

과연 우리 공룡 친구들은 어떻게 될까요?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을 보면서 13마리 귀여운 공룡들과 모험을 떠나본다. 생김새도 다양하고, 거대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공룡들이지만 힘을 합해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낼 수 있는 기지를 발휘한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동화책이니, 이 책을 읽으며 공룡 친구들과 모험을 떠나도록 슬쩍 건네주면 어떨까. 공룡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더욱 신나서 몇 번이고 읽으며 모험을 떠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펼쳐들고 함께 모험을 떠나며 상상력을 쑥쑥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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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 - 홀로 먼 길을 가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
함민복 지음 / 시공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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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시인의 글은 그냥 읽게 된다. 문득 툭 던져지는 월척 같은 문장을 낚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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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 - 홀로 먼 길을 가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
함민복 지음 / 시공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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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는 시인 함민복의 에세이다. 띠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고독과 가난이 길어 올려준 향기로운 삶의 언어'라고 말이다. 함민복의 글은 그렇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지긋지긋한 가난과 우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그의 글은 수더분하고 텁텁한 막걸리 맛이 난다. 그가 들려주는 삶의 민낯이 짐덩이처럼 느껴지다가도, 문득 툭툭 던지는 표현을 건져내는 느낌이 좋아서 '함민복'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그의 책에 기웃거리게 된다. '김포평야에 아파트들이 잘 자라고 있다'라든가 '식물은 살아온 몸뚱이가 가본 길이다' 같은 표현 말이다.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하며 함민복의 글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의 저자는 함민복. 자본주의와 물질로부터 소외된 인간 존재의 문제를 소박한 문체와 감성적인 시어로 고발하고 환기시켜왔다. 현대인의 삶에 침잠한 욕망과 부조리에 날선 비판을 가하기보다는 낡은 것들을 가까이하는 투박한 일상과 자연의 내밀한 가르침을 보여줌으로써 응수한다. 느리고 가난하게 살며 시로 세상을 그려낸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된다. 저자의 말 '내 마음을 떠난 마음들 그, 그리운 섬들'을 시작으로, 하나 '바람을 만나니 파도가 더 높아진다', 둘 '추억을 데리고 눈이 내렸다', 셋 '통증도 희망이다', 넷 '읽던 책을 접고 집을 나선다', 다섯 '물컹물컹한 말씀'으로 이어진다. 흔들린다, 텃밭, 늦가을 바닷가 마을의 하루, 달이 쓴 '물때 달력' 벽에 걸고, 섬에서 보내는 편지, 그 샘물줄기는 지금도 솟고 싶을까?, 추억 속의 라디오, 긍정적인 밥, 사람들이 내게 준 희망, 벚꽃이 피면 마음도 따라 핀다, 봄비, 술자리에서의 충고, 폭력 냄새나는 말들, 고욤나무 아래서, 내가 만난 마을 혹은 도시에 관한 기록들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 먹고사는 게 무엇일까. 우리는 어느 정도의 재산을 소유해야 적당한 것일까. 너무 많이 풀소유하는 분들도 비난받지만, 너무 가난을 강조하는 부분도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면서도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이 책에 실린 이런 말들은 꾸밈이 없어서 오히려 와닿지만 아, 삶이란 무엇인지, 뭔가 생각이 많아진다.

1998년 문화관광부에서 주는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고 문학 담당 기자와 술을 먹었다. IMF 시대라 상금이 없어졌고 하여 동으로 된 조각품을 부상으로 주었는데, "쌀로 한 서 말 주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내가 중얼거린 말이 기사화되었다. 그 기사를 보고 쌀 세 가마니 살 수 있는 돈을 보내주셨던 신농백초 한의원 님들 덕분에 보일러에 기름 두 드럼 넣고 한겨울을 따뜻하게 보냈던 일이 떠오른다. (101쪽)

솔직히 말하면 함민복 시인의 글은 에세이보다는 시가 좋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런 느낌이 있다. 이 안에 담겨 있는 글 속에서 발굴해내는 느낌이랄까. 시 속의 문장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접하는 느낌이다. 그냥 이 문장 하나만, 또는 이 시 한 편만 툭 내미는 것보다는 이 안에서 건져내는 것이 낚시하는 손맛처럼 느껴진다.



뱀은 내가 수없이 제 집 위를 밟고 지나도 나를 물지 않았었는데 나는 뱀을 보자마자 공격했으니……. 올여름 내가 죽인 뱀이 내게 시 한 편 써주었습니다. (117쪽)

소스라치다

함민복

뱀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랐을

뱀, 바위, 나무, 하늘

지상 모든

생명들

지난 여름, 뱀을 보고 엄청 놀라서 소리를 있는 대로 지르며 소스라치게 놀랐는데, 생각해 보니 뱀도 엄청 놀랐을 것이다. 조용히 혼자 햇볕이나 쬐며 놀려고 했는데 나에게 딱 걸려서 급하게 도망가느라 애썼겠다. 문득 그때 그 뱀이 생각난다. 그래도 나는 그 뱀을 죽이지는 않았고, 도망가도록 묵인해주었다. 뭐 자랑이라고 쓰는 글은 아니지만, 하여간 그랬다.



전원마을, 푸른마을, 강변마을…… 아파트 단지 이름들은 대부분 예쁘다. 그런데 그 이름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이름들이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알 수 있다. 전원마을은 전원을, 푸른마을은 푸름을, 강변마을은 강변의 풍경을 해치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해안도로를 지나며 만나는 간판들도 폭력적이기는 매한가지다. 노을횟집은 노을을, 갯벌펜션은 갯벌을, 등대편의점은 등대를 대개 가리고 있다. 풍경에 폭력을 가하면서 그 폭력성을 당당히 내세우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191쪽)

섬과 바다, 거기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은 풍경에 폭력을 가하면서 살아가기도 한다는 말에 문득 생각이 많아진다. 이런 말들을 건져내는 시간이 있어서 함민복의 책은 읽을 수밖에 없다. 그냥 읽게 된다. 억지로 세상은 아름답다며 밝은 면만 보여주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약간 구질구질하고 외면하고 싶더라도 불편함마저도 삶이라는 생각을 하는 편이 때로는 더 와닿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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