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이 알고 있다
모리 바지루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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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이 알고 있다》는 기묘하면서도 감각적인 소설이다. 시체 등장부터 강렬하게 시작하는 추리소설, 청춘소설의 풋풋함, SF의 상상력, 판타지의 몽환, 연애소설의 감정선까지… 전혀 다른 색을 띤 다섯 편의 이야기들이 각자의 세계를 완성하다가 마지막에서 하나의 연결고리로 맞물리는 순간이 온다. 나는 그 장면에서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다섯 갈래의 강이 모여 하나의 강줄기를 이루는 듯한 인상을 준다. 겉보기엔 아무 접점도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 물밑에서 얽히고 흐르며 거대한 수렴점으로 향한다. 내가 이 책에 몰입하게 된 건 바로 그 흐름의 지점이었다. 눈앞에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짜 맞춰지는 듯한 짜릿함. 무릎을 치는 순간이 온다.

책의 구성은 다섯 편의 짧은 영화로 이뤄진 옴니버스처럼 보인다. 첫 장에서는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탐정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두 번째 장을 넘기면 전혀 다른 등장인물과 다른 분위기,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스토리가 이어진다.

하지만 읽을수록 마음속 어딘가에서 '이건 분명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피어오른다. 작가 모리 바지루는 바로 그 긴장감의 끈을 교묘하게 당겼다 놓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줄 위를 걷는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하게 이야기를 밀고 나가며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를 끌고간다.

이 작품은 제30회 마츠모토 세이초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모리 바지루의 첫 장편이다. 신인의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탄탄하고, 동시에 신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파격과 실험이 담겨 있다.

작가의 시도는 신인답지 않게 대담하다. 마츠모토 세이초상의 명성에 기대어 출간된 데뷔작이라면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신인만이 시도할 수 있는 복합장르 실험, 그리고 신인답지 않게 정교한 이야기 구성. 전혀 연결되지 않을 것 같던 이야기들이 마지막에서 만나 하나의 진실을 향해 달려갈 때, 한 권의 소설이 줄 수 있는 감각적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아는 건 오직 당신뿐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 오직 당신만이 모든 진실을 꿰뚫게 된다!

(책 뒤표지 중에서)

왜 하필 당신인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선언은 누구에게 던지는 것인가.

일본 소설 《당신만이 알고 있다》는 평면적인 서사를 거부한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점을 한데 모아 하나의 별자리를 그려낸다.

멀리서 보면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모든 장을 지나온 후 뒤돌아보면 그것이 하나의 커다란 궤도 안에서 움직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진실을 알게 된 자만이 감당할 수 있는 이야기의 완성.

추리하고 의심하고, 예상하고 무너지고, 결국 받아들이게 되는 진실 앞에 섰을 때의 그 정적.

이것이야말로 이야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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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살아 내는 게 엉망이어도 괜찮아 - 다시금 행복을 애쓰고 있는 당신에게
윤글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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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사는 게 뒤죽박죽 정신없다고 생각될 즈음, 이 책의 제목을 보니 묘하게 위안이 된다.

"가끔 살아 내는 게 엉망이어도 괜찮아"

정말이지 이 말 한마디에 끄덕이게 되는 날들이 있다. 나만 유독 뒤처진 것 같고, 모든 걸 그만두고 싶을 때, 이 책은 등을 다독이며 말한다. "너 잘하고 있어. 무너지는 날도, 못 버티는 날도 괜찮다"라고.

표지 속 수영장에 몸을 맡긴 인물처럼,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긴장을 내려놓아도 된다. 물에 뜨듯 가볍게 책장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가끔 살아 내는 게 엉망이어도 괜찮아』는 스스로를 자책하기 바쁜 이들에게 건네는 가장 현실적인 위로이자, 다정한 생존 매뉴얼이 되어줄 수 있는 에세이다.



에세이스트 윤글의 글은 조용하게 다가온다. 누군가의 격렬한 응원이나 화려한 위로가 아니라, 오래된 친구가 건네는 담백한 한 마디 말 같다.

가벼운 글처럼 시작되지만, 읽을수록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린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아, 나도 이런 생각 해봤어', '그래서 힘들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특히 「할 만큼 했으면 된 거다」라는 글은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관계에서 최선을 다해봤고, 상처도 받았고, 이제는 마음을 거두기로 했다는 문장은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해줘야 할 말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지나간 인연을 붙잡지 않기를, 이제는 나를 위한 선택을 하기를 권유한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노력은 했고, 이제는 나를 살필 차례야'라는 생각이 조용히 자리 잡는다.

「정리해야 할 사람의 열 가지 목록」에서는 꼭 기억해둘 만한 충언을 만날 수 있다. 대놓고 해를 끼치진 않지만, 묘하게 나를 지치게 만들거나 나의 존재감을 흐리게 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과의 관계를 무조건 끊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경계해야 할 관계의 실마리를 보여준다. 어떤 관계는 정리가 아니라 정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인간관계에 대한 챕터도 날카롭다. 「관계의 유효 기간」, 「시절인연」, 그리고 「나르시시스트의 특징」 등은 마치 내가 겪어온 관계들의 해석서 같다.

내가 힘들어했던 그 사람, 나를 헷갈리게 만들었던 행동들에 이름을 붙여주고 정리해준다. 무언가 설명되지 않았던 감정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고, 나만 예민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그리고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는 결국 나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이다. 누구를 원망하기 전에 나를 위한 균형을 찾고 싶게 만든다.

더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덜 상처받기 위해서. 타인보다 나를 먼저 챙겨야 한다는 메시지는 진부하지 않고, 오히려 오늘의 나를 다독이는 현실적인 조언처럼 느껴진다.


윤글의 문장은 크지 않지만, 울림이 깊고 짧지만 곱씹게 만든다. 이 책은 거창한 삶의 기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버틴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지금도 애쓰고 있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이 건네는 위로는 '괜찮아'라는 말에 머물지 않는다. 무작정 토닥이는 대신, 왜 괜찮은지, 어떻게 살아낼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느새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너도 많이 애썼구나, 엉망이어도 괜찮아." 그것은 결국 자신에게 보내는 말이기도 하다.

삶이 늘 정돈된 모양새로 굴러가지 않아도, 그 안에서 나름의 질서를 찾아가며 버티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소란스러운 하루 끝, 마음 한구석을 살며시 정리해주는 묵직한 쉼표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

위로의 손길처럼 다가와 마음을 감싸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건네주는 에세이다. 바닥에 주저앉고 싶을 때, 이 책은 조용히 곁에 앉아 "그렇게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 한 권의 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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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지 않은 생각 - 아이디어 번아웃에 필요한 24가지 생각 습관
로히트 바르가바.벤 듀폰 지음, 김동규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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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아이디어가 메마를 때가 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엇비슷한 발상만 떠오르고, 그조차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 때, 그럴 때 필요한 건 억지로 짜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생각의 틀을 통째로 뒤집는 법이다.

『뻔하지 않은 생각』은 바로 그런 전환점을 만들어주는 책이다. 미국 상원의원부터 노벨상 수상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자, 창의성 연구자들까지, 치열한 문제 해결의 최전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실제로 써온 24가지 생각습관을 소개한다.



아무 데나 펼쳐들어서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부터 읽어도 좋겠다. 책을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건 "진짜 문제를 찾는 법"이었다. 문제 해결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왜?'를 다섯 번 반복하며 본질을 묻는 일이다. 도요타의 사고 방식에서 비롯된 5 Why 기법이 창의력의 토대가 된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는 그것을 설득력 있게 정리해놓아서 시선을 집중할 수 있었다.

또한 '눈치 연습법'이나 '직접 실천하는 법' 같이 말 그대로 뇌를 움직이는 생활 훈련이 펼쳐진다. 가령 동영상을 볼 때 소리를 끄고 자막 없이 관찰해보라는 조언은 주의를 끄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진짜 중요한 단서와 신호를 포착하는 훈련이 된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제스처나 표정 속에, 창의력의 실마리가 숨어 있다는 메시지다. 생각은 결국 훈련이고, 다르게 보기는 곧 새롭게 만들기의 시작임을 이 책은 반복해서 상기시켜준다.

AI와 창의성의 관계에 대한 챕터도 인상 깊었다. AI로 창의성 강화하기라는 주제에서 저자는 AI가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을 보완하고 확장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예측 가능한 정보를 AI가 정리하는 동안, 인간은 더 비예측적이고 비틀어진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즉, AI 시대의 창의성은 더욱 본질적이고 인간적인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기발한 방법론을 자랑하는 책이라기보다, 삶의 태도 자체를 재조정하게 만든다. 가령 "규칙을 뒤집어 상식에 도전하라"라는 조언은 행동 이전에 사고방식의 전복을 요구한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급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고착화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자극이기도 하다.

『뻔하지 않은 생각』은 창의성을 장식품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책은 생각을 바꾸는 근육을 기르고, 진부함이라는 벽을 무너뜨리려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일종의 훈련서다.

손에 들었을 땐 부담 없이 읽히지만, 덮고 나면 생각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창의력 부족으로 고민이라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생각 전환법 24가지가 꽤 유용한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다.

억지로 새로움을 짜내기보다, 이미 익숙한 사고의 틀을 조금씩 비틀어보는 것. 그 시작을 도와주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이 책 곳곳에 스며 있다.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어떻게 관찰할 것인가, 어떻게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에 대한 실제적인 조언은 막막함 속에서 다시 한 번 가능성을 발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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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기본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이정미 옮김 / 로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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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핵심만 간결하게 짚어줘서 생각의 뼈대를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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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기본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이정미 옮김 / 로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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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철학의 기본이라고 해서 부담 없이 읽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인간, 지식, 자연, 도덕, 행복, 종교 등 테마별로 철학의 주요 개념과 흐름을 정리해주기 때문에, 막상 펼쳐보면 생각보다 깊고 밀도 있는 사유가 담겨 있다.

얕게 스치는 교양서가 아니라, 철학자들이 던진 질문을 따라가며 그 질문의 배경과 시대적 의미를 함께 짚어주는 구성이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무엇보다도 각 장이 독립적으로 읽히기 때문에 어느 부분부터 시작해도 부담이 없고, 핵심만 간결하게 짚어주어 철학에 대한 두려움을 낮춰준다.

말하자면 이 책은 사유의 문턱을 낮추면서도 깊이 있는 사고를 유도하는, 균형 잡힌 교양철학서다.



이 책의 저자는 오카모토 유이치로.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전문분야는 서양 근현대 철학이지만 관심의 폭이 넓어서 철학과 기술의 영역을 넘나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어도 철학의 기본을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한 번에 하나씩 총 100가지 항목을 담아내어 철학의 핵심 테마를 빠짐없이 다루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철학의 역사는 2500년을 넘었지만, 그 방대한 지혜의 바다 속에서 핵심만을 간추려내고자 노력했습니다. (8쪽)



『철학의 기본』은 제목만 보면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철학의 핵심 개념들을 깊이 있고도 정제된 방식으로 짚어내는 책이다.

인간, 지식, 자연, 도덕, 행복, 종교 등 삶을 둘러싼 거대한 주제들을 열 가지 테마로 나눠 서술한 구성 덕분에, 각 개념이 어떤 역사적 맥락 속에서 등장했고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지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물론, 철학의 기본기를 다시 단단히 다지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사회'라는 장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욕망하는지가 아니라, 왜 그것을 욕망하게 되었는지를 묻는다. '타자의 욕망을 모방하는 것'이라는 설명은 마치 내 일상과도 직결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브랜드를 선택하는 심리, 소셜미디어에서의 비교, 혹은 이상적인 삶에 대한 갈망이 사실은 모방의 연쇄 안에 있다는 점에서, 철학은 더 이상 관념이 아니라 감각의 언어처럼 다가왔다.

이 책은 철학이 먼 지식이 아니라, 삶을 구성하는 질문의 기술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각 장의 끝마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자연스럽게 되묻게 된다.

읽고 나면, 철학은 특정 학문이 아니라 삶의 해석법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서술적 과잉 없이, 핵심을 간추린 문장으로 사유의 기초 체력을 길러주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철학의 입문서라기보다는, 생각을 정돈하는 훈련서에 더 가깝다고 느껴졌다. 철학을 처음 접하는 이에게도, 철학을 다시 만나고 싶은 이에게도 모두 유익한 길잡이가 되어줄 철학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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