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옮김 / 필로소픽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때는 작년이었던가.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에서 인지심리학자 김경일의 언급으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당장 읽겠다고 구매해놓고,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릴 줄은 그때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생각보다 얇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책인데, 제목만은 강렬한 '개소리에 대하여'이며, 영어로는 'ON BULLSHIT'이다.

심지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책이니, 더욱 이 책이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참을 책장에 두고 펼쳐볼 새가 없었지만, 이번에 읽어보게 되었다.

그래도 막상 펼쳐 드니 '그래, 나 이 책 무척 읽어보고 싶었어'라는 생각이 들면서 독서의 시간을 가져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해리 G. 프랭크퍼트.

프린스턴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저명한 도덕철학자이며, 저서로는 《진리에 대하여》, 《불평등에 대하여》, 《사랑의 이유》, 《필연성, 의지, 그리고 사랑》, 《우리가 신경 쓰는 것의 중요성》 등이 있다. (책 속 저자 소개 전문)



이 책의 느낌이 어떤지는 맨 처음 문장을 한번 살펴보자.

처음 시작은 이렇게 된다.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이가 이것을 알고 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개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그런데 우리는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개소리를 알아 차리고 거기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의 지각은 갖추고 있다고 꽤 자만하고 있다. 그래서 개소리와 관련된 현상은 진지한 검토의 대상으로 부각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탐구의 주제가 되지도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개소리란 도대체 무엇인지, 왜 그토록 개소리가 많은지, 또는 개소리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등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개소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진지하게 밝혀낸 올바른 인식을 결여하고 있다. 달리 말해서 우리에게는 개소리에 관한 이론이 없다. (7~8쪽)



그러고 보니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은 2005년이고,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처음 출판된 것이 2016년이니, 어쨌든 그 이후 내가 어느 순간에 이 책을 읽든 공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알겠다.

점점 더 개소리가 많아지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개소리에 관한 진지한 이론이 없으니, 저자가 몇 가지 가설적이고 예비적인 철학적 분석을 제공함으로써 개소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론을 발전시켜보고자 한다는 말에 궁금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저자는 개소리의 개념 구조를 개략적으로 규명하는 목적으로 이 책을 집필한 것이고, 그러는 데에는 이 정도의 부담 없는 두께와 글이 적합한 것이다.

너무 두껍거나 부담스러운 겉모습으로는 '개소리'를 담아내는 데에 적합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특히 프린스턴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이며 저명한 도덕철학자가 이야기하는 '개소리'는 더욱 신선한 느낌이 들어서 이 책을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어쩌면 이 책은 저자와 상반되는 이미지의 단어이기 때문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집중은 했지만 미세한 의미 차이를 이해하기 힘든 것은 언어 차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개소리와 협잡, 허튼소리, 쓸데없는 말, 말도 안 되는 얘기, 실없는 소리, 헛소리, 사기, 엉터리 등의 동의어 목록부터 설명에 집중하며 머리를 쓰며 읽어나가도 도통 느낌이 와닿지 않았고, 개소리와 불 세션의 차이를 말할 때에 한참을 단어에 집착하며 머리를 굴려도 결국은 언어의 차이 때문에 와닿지 않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역시 도덕철학자가 들려주는 개소리에 대한 이야기는 개소리까지도 철학적으로 사색하게 만드는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우연히도 더운 공기와 대변 사이에는 유사성이 있다. 그것은 더운 공기를 특히 소똥 bullshit에 어울리는 동의어처럼 보이게 만든다. 더운 공기가 모든 정보성 알맹이가 빠진 말인 것처럼, 대변은 영양가 있는 모든 게 제거된 물질이다. 대변은 영양분의 시체, 즉 음식에서 필수 요소가 다 빠져나가고 남은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대변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내는 죽음의 재현이다. 우리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대변을 어쩔 수 없이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아마도 우리가 대변을 그토록 혐오스러워하는 건 죽음을 너무도 친숙하게 만들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어쨌든 대변은 자양분이라는 목적에 기여할 수 없다. 마치 더운 공기가 의사소통이라는 목적에 기여할 수 없는 것처럼. (46쪽)

또한 이 책을 읽으며 개소리쟁이와 거짓말쟁이에 대한 사색도 인상적이었다.

정직한 사람이 말할 때, 그는 오직 자신이 참이라고 믿는 바를 말한다. 거짓말쟁이는, 이에 상응하게 자신의 발언이 거짓이라고 여기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렇지만 개소리쟁이에게는 이 모든 것이 무효다. 그는 진리의 편도 아니고 거짓의 편도 아니다. 정직한 사람의 눈과 거짓말쟁이의 눈은 사실을 향해 있지만, 개소리쟁이는 사실에 전혀 눈길을 주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개소리를 들키지 않고 잘 헤쳐 나가는 데 있어 사실들이 그의 이익과 관계되지 않는 한, 그는 자신이 말하는 내용들이 현실을 올바르게 묘사하든 그렇지 않든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그저 자기 목적에 맞도록 그 소재들을 선택하거나 가공해낼 뿐이다. (58~59쪽)

그러고 보면 우리는 개소리에 대해 관대했나 보다. 거짓말보다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왔다면 이 책을 계기로 개소리에 대한 고찰을 해볼 필요가 있겠다.

거짓말을 하려면 진리를 모르면 할 수 없지만, 개소리는 굳이 공들여 만들 필요 없이 약간의 뻔뻔함만 있으면 된다니까.



이 책은 이 시대에 만연한 언어의 타락 현상을 다룬다. 프린스턴 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영미철학 특유의 분석적 기법으로 개소리라 불리는 친숙한 개념을 파고든다. 개소리를 협잡, 거짓말 등의 개념과 비교해가면서 그 특유의 본성을 탐색하고, 개소리 현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것이 왜 중요한 사회 문제인지를 밝혀낸다. (71쪽, 옮긴이의 글 중에서)

다 읽고 보니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초판 1쇄 발행이 2016년 10월 31일에 되었고, 나는 2020년 9월 13일 초판 4쇄 발행본을 읽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개소리에 대해 사색했다고 생각하니, 놀랍기도 하고 이 책이 다시 보였다.

지금껏 개소리에 대해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지 못했으니, 이 책을 계기로 한번 인문학적으로 생각에 잠겨보아도 좋겠다. 꽤나 독특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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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2-11-09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카일라스님~^^

thkang1001 2022-11-09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일라스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