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가장 마음에 남은 장면은 월단 할매의 꿈과 신상문구의 황영감 이야기가 교차하는 대목이었다. 월단 할매가 돌아가신 후, 그 빈자리는 단순한 상실을 넘어 공동체 전체의 균열을 드러낸다.
황영감은 문구점을 지키는 사람으로 남아있지만, 그 역시 나이 든 세대의 고독과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간다.
동하는 그 틈에서 어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성장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관계란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지를 몸소 깨달아간다.
또 다른 인물 택이 아저씨의 목소리도 특별하다. "오늘 하루 잘 살면 된다"는 그의 말은 소설 전체를 꿰뚫는 통찰처럼 다가왔다.
매일을 버티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안에서도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희망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 말은 동하뿐 아니라 나에게도 깊게 남았다. 어쩌면 김선영 작가가 택이 아저씨의 입을 빌려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내 어린 시절도 함께 떠올려보았다. 문구점은 문방구라 불리던 시절, 단순히 학용품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아이들의 작은 놀이터이자 비밀스러운 만남의 장소였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 관문 같은 곳이었다.
『신상문구점』 속 공간은 그런 경험의 총합으로 존재한다. 작가는 이 문구점을 통해 소년의 내면 풍경과 마을 사람들의 삶을 교차시킨다. 그래서 장면이 바뀔 때마다 기대감이 생기고, 또 다른 사연이 나올 것 같아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