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문구점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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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작가의 『신상문구점』은 추억의 문구점 풍경 속에서 소년 동하의 성장과 마을 사람들의 사연을 엮어낸 작품이다. 일상 속 따뜻함과 상처가 교차하며, 사랑과 삶의 의미를 묻는 감동적인 성장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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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문구점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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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문구점에서 문구류를 고르며 마음이 설레던 시절이 있었다. 작은 진열대 앞에 서서 고작 몇백 원짜리 연필을 고르는데도,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듯 벅찼다.

김선영 작가의 신작 『신상문구점』은 그때의 공기와 설렘을 다시 꺼내온다. 낡은 간판, 좁은 골목, 그리고 그 안에서 자라나는 소년 동하의 이야기는 오래된 기억을 건드리는 듯하다.

책장을 넘기자, 나는 이미 그 문구점 안에 들어가 있었다. 표지 속 낯익은 동네 문구점 풍경, 골목마다 얽혀 있는 사연들, 그리고 어쩐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듯한 동하의 성장기가 겹쳐지며 읽는 이를 서서히 끌어당긴다.

소설의 주인공 동하는 마을의 여러 인물들과 얽히며 성장한다. 천체과학관에서 본 태양계 모형은 그에게 처음으로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을 안겨준다. 그 물음은 소년이 어른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내적 충격 같은 것이다.

동하는 신상문구점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조금씩 배워 나간다. 흰 바위산이 있어 한뫼라 불리던, 지금은 백석리가 된 마을의 풍경처럼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가까이서 보면 상처와 결핍이 교차한다.

그 속에서 동하는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그리고 결국 사랑은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읽는 내내 가장 마음에 남은 장면은 월단 할매의 꿈과 신상문구의 황영감 이야기가 교차하는 대목이었다. 월단 할매가 돌아가신 후, 그 빈자리는 단순한 상실을 넘어 공동체 전체의 균열을 드러낸다.

황영감은 문구점을 지키는 사람으로 남아있지만, 그 역시 나이 든 세대의 고독과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간다.

동하는 그 틈에서 어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성장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관계란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지를 몸소 깨달아간다.

또 다른 인물 택이 아저씨의 목소리도 특별하다. "오늘 하루 잘 살면 된다"는 그의 말은 소설 전체를 꿰뚫는 통찰처럼 다가왔다.

매일을 버티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안에서도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희망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 말은 동하뿐 아니라 나에게도 깊게 남았다. 어쩌면 김선영 작가가 택이 아저씨의 입을 빌려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내 어린 시절도 함께 떠올려보았다. 문구점은 문방구라 불리던 시절, 단순히 학용품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아이들의 작은 놀이터이자 비밀스러운 만남의 장소였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 관문 같은 곳이었다.

『신상문구점』 속 공간은 그런 경험의 총합으로 존재한다. 작가는 이 문구점을 통해 소년의 내면 풍경과 마을 사람들의 삶을 교차시킨다. 그래서 장면이 바뀔 때마다 기대감이 생기고, 또 다른 사연이 나올 것 같아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고투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랑받고 싶어서, 사랑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는 청소년의 심정을 잘 표현해낸 부분이었다.

동하의 이야기는 소설 속 허구인 동시에, 우리의 실제 경험과 닮아 있다. 그래서 읽을수록 애틋하고 안쓰럽고, 때로는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김선영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아이들의 언어를 빌려 어른의 마음까지 깊이 흔들어 놓았다.

『신상문구점』은 성장소설이면서 동시에 마을 공동체의 초상화다. 멀리서 보면 아늑하고 아름다운 풍경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고단한 현실과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그러나 바로 그 결핍과 균열이 인물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고, 동하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이야기를 다 읽고 난 후에도 머릿속에는 여전히 그 문구점 앞 풍경이 남아 있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던 소리, 할머니의 목소리, 황영감의 무뚝뚝한 뒷모습까지.

이 책은 성장의 기록이자 기억의 복원이다. 문구점이라는 장소에 깃든 향수와 현실, 사랑과 상실의 감각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과거와 마주한다. 내가 어떤 아이였는지, 어떤 사랑을 원했는지, 어떤 상처를 품고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되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신상문구점』은 소년 동하의 이야기이면서도 곧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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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팔아버리는 카피 키워드 사전 - 빅히트 상품을 만든 베스트 카피 4000
호리타 히로카즈 지음, 신찬 옮김 / 보누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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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다 팔아버리는 카피 키워드 사전》이라는 제목은 도발적이면서도 직설적이다.

한 권의 책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팔리는 언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덕분에 첫 장을 넘기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나는 어떤 언어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왔던가?"라는 질문이 되살아났다.

이 책은 글을 쓰는 사람, 상품을 기획하는 사람, 심지어는 콘텐츠를 만드는 모든 이들에게 날카로운 거울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이 책은 4,000개가 넘는 카피 키워드를 사례와 함께 보여준다.

단순히 단어의 나열이 아니다. '역설적인 표현 활용하기', '임팩트를 주거나 강조하고 싶을 때', '제3자의 의견·고객의 평가 활용하기' 등 상황별·용도별로 분류해, 지금 내 글에 어떤 표현을 써야 효과적인지를 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돕는다.

마치 실제 카피라이터의 노트를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읽다 보면 '이런 표현은 왜 떠올리지 못했을까'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받으면 누구나 좋아하는 ○○", "아직 늦지 않은 ○○", "○○하지 마세요" 같은 문장들은 일상적으로 접했지만, 막상 내가 글을 쓸 때는 놓치기 일쑤였다.

이런 단어가 히트 상품의 배경에 숨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책장을 넘길수록 한 가지 분명해지는 점이 있다.

'팔리는 말'은 화려한 수사나 감각적 포장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마음속 갈증, 욕망, 불안을 정확히 건드리는 말만이 힘을 갖는다.

그래서 이 책은 표현을 무분별하게 차용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는 데에만 사용하라고 강조한다.

거짓이 개입된 카피는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신뢰를 잃는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짚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유용했던 부분은 행동 유도하기 챕터였다. "○○하라!", "○○하지 마세요" 같은 단순 명령형이지만,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행동은 확연히 달라진다.

이를테면 "놓치지 말고 경험하라"라는 말은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심리를 자극하고, "망설이지 말고 지금 클릭하라"는 표현은 지체 없는 결정을 이끌어낸다.

이처럼 직접적인 지시어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이 책은 그 미묘한 균형을 설명하며 실제 예문까지 제시해준다.

또한 '타깃을 좁혀서 특장점을 강조하기' 챕터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고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지를 다룬다.

예를 들어 "○○가 사랑한 ○○" 같은 표현은 특정 집단의 신뢰를 그대로 끌어와 설득력 있는 메시지로 변환한다.

이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 중 하나인 '누구에게 말을 건네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책의 강점은 압도적인 양의 키워드와 용례에도 있다. 4,000개가 넘는 표현을 상황별로 정리해 두었기에, 글을 쓰다 막히는 순간 사전처럼 펼쳐볼 수 있다.

카피라이팅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이 책을 단순한 참고서가 아니라 실전 무기처럼 활용하게 될 것이다.

물론 모든 표현이 만능은 아니다. 같은 키워드라도 맥락에 따라 설득력이 달라진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책은 가치가 있다. 단어 자체가 아니라, 그 단어가 가진 힘과 한계를 이해하도록 안내하기 때문이다.

《다 팔아버리는 카피 키워드 사전》은 글을 쓰는 이들에게 두 가지를 동시에 선물한다.

하나는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방대한 언어의 도구함이고, 다른 하나는 언어를 책임 있게 다루라는 윤리적 경계다.

좋은 상품과 서비스에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말은 이 책의 페이지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글은 운명을 바꾸는 무기다.

같은 상품도 어떤 말을 붙이느냐에 따라 팔릴 수도, 잊힐 수도 있다.

《다 팔아버리는 카피 키워드 사전》은 그 갈림길에서 우리에게 확실한 무기를 쥐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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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 - 한 줄 필사로 단정해지는 마음
조미정 지음 / 해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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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라는 행위를 통해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책이다. 인문학의 핵심 문장을 옮겨 쓰는 동안 삶의 균형과 고요를 되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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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 - 한 줄 필사로 단정해지는 마음
조미정 지음 / 해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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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소란스러운 하루 끝, 마음이 흔들릴 때 우리는 본능처럼 고요를 찾는다. 그러나 고요는 쉽게 오지 않는다. 텅 빈 방에서도,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은 순간에도 마음속 소음은 계속 울린다.

그럴 때 펜을 드는 일은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글자를 옮겨 적는 단순한 행위가 내면을 다잡아 주고, 불안을 잠재운다. 『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는 바로 그 경험을 책으로 건네준다.



조미정 작가는 시골의 작은 독서 모임에서 수년간 읽어 온 책들 가운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문장들을 가려 담았다.

그 결과물은 화려하지 않더라도 마음에 스며드는 힘이 있다. 철학, 문학, 인문학의 고전에서 길어 올린 구절들이 한 권에 모여 있으니,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인문학의 진수를 압축해서 만나는 느낌이다.

읽어 본 책에서 다시 마주하는 문장은 낯설게 다가오고, 읽지 않은 책의 구절은 앞으로 읽어야 할 이유가 된다. 이 책이 갖는 힘은 바로 그 낯섦과 친숙함의 교차다.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필사라는 형식이다. 책의 왼쪽 면에는 문장이, 오른쪽 면에는 여백이 있다. 그 여백은 단순한 빈 칸이 아니라, 독자에게 건네는 대화의 창이다.

필사는 단순히 글자를 옮겨 쓰는 기술이 아니다. 몸으로 문장을 통과시키며, 그 안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실제로 써보니 손끝에 힘을 주는 동안 내 안에서 조용히 균형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글자가 마음을 다스린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책 속에는 도스토옙스키, 버지니아 울프, 에리히 프롬, 알베르 카뮈, 헤르만 헤세, 에크하르트 톨레 같은 이름만 들어도 묵직한 저자들의 문장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 문장들은 교양의 장식품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삶의 문제와 곧바로 연결되는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예컨대 "무언가가 된다는 것은 하나의 과정이고"라는 문장은 막막한 시간을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과정 자체가 의미임을 일깨워 준다.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은 존재의 독립성을, 에리히 프롬의 문장은 사랑의 태도를, 알베르 카뮈의 문장은 삶의 충만함을 다시 묻는다. 이렇게 각 문장은 고전 속에 머물지 않고 지금의 우리 삶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는 글을 잘 쓰기 위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잃었을 때, 어떤 문장을 붙잡으면 좋을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가 골라낸 문장들은 하나하나가 등불 같아서, 잠시 길을 잃은 이의 발걸음을 비춰 준다. 필사를 통해 얻는 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면의 균형을 회복하는 힘이다.


고요는 멀리 있지 않다. 그저 펜을 들어 한 줄을 쓰는 순간, 이미 고요는 우리 곁에 와 있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일깨워주는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한다.

『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는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글쓰기를 통한 회복의 가능성을 따뜻하게 건네는 책이다.

이 책이 건네는 문장을 따라 쓰다 보면, 내 안에 나를 만나볼 수 있는 고요한 순간의 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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