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짓 - 일상 여행자의 소심한 반란
앙덕리 강 작가 지음 / 소담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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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란 무엇인가. 경계는 한계다. 테두리를 만들어 '나'라 지칭한다. 경계와 딴짓은 상충한다. 경계는 딴짓을 거부한다. 따라서 익숙함을 거부하는 행위로부터 딴짓은 탄생한다. 딴짓은 경계에 서서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6쪽)

이 책의 제목에 있는 '딴짓'이라는 단어를 곱씹어본다. 일상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때, 무언가 탈출구가 필요할 때, 우리는 여행을 꿈꾸게 된다. 늘 하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환경에 나를 내던져놓고 그동안과는 다른 나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어디론가 새로운 곳으로 가야만 갈증이 해소되었다. 이제는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내 눈이, 세상 일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 모든 것을 달라지게 한다. 내 마음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 어디에 가든 흥미를 잃게 된다. 내 마음에 따라서 그곳은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조금은 늦게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앙덕리 강 작가. 『딴,짓』은 평생 화려한 조명과 네온사인이 없는 곳에서는 단 하루도 살아본 적 없던 작가가 경기도 양평에 있는 앙덕리로 이주하여 소소한 일탈을 저지르며 작성한 일상 여행기다. 어찌보면 시시콜콜한 일상을 담은 자잘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 나와 다른 듯 비슷한 생각이 책 속에 담겨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인 듯하다가도 나와는 다른 성향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향이라고 해봐야 병원은 아닐 것이고, 빈틈없이 가득 채워진 사각의 높다란 빌딩도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는 않은 광경이다. 고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마음을 줄 수 있는 곳, 가고 싶은 곳, 생각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하는 곳을 만들어야겠다는 글을 보며 예전의 나를 떠올리게 된다. 만약 앙덕리에 집을 구하지 않았더라면 제주도로 갔을 거라는 글을 보며, 살짝 미소 짓는다. 5년 넘는 시간 동안 줄기차게 제주도로의 이주 계획을 밝혀왔다는데, 긴 시간을 고민하다보면 실행에 옮기는 것은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후다닥 결정을 하고 제주도에 오게되었는데, 살면 살수록 좋은 곳이 이곳이다. 앙덕리에서 어느 정도 살고 나면 제주도에서도 살아보기를 권한다. 짐을 옮기기 부담스럽다면 그냥 봄이나 가을, 날씨 좋을 때에 한두 달만이라도. 저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일 듯하여 권하고 싶다. 이곳은 정말 살고 싶은 곳이니까.

 

이 책을 들고 봄산책을 떠났다. 딴짓이라는 제목에 맞게. 왠지 방 안에서 읽으면 안될 것 같았다. 때마침 봄바람도 살랑살랑 부는 그런 날, 카메라와 책을 들고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이 책을 읽으니 '잠시 익숙한 공간과 시간에서 사라질 수 있는 여행'이 된다. 버스를 기다리며 한라산을 배경으로 책 사진을 찍어본다. 멀리 뒤에 눈이 쌓인 채 솟아 있는 것이 한라산이다.

 

 

 

높다란 기암절벽 마디마디가 눈에 선하다. 하늘은 파랗다 못해 눈부시다. 알 수 없는 이끌림은 언제나 한라산을 향한다. (책 속에서)

 

일상에서 작은 일탈을 꿈꾸게 되는 책이다. 바쁘게 다니면서 미처 보지 못했던 작은 것들, 잊고 지내던 옛 시절이 문득 떠오르게 된다. '난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또는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라는 반응을 하며 이 책을 읽는다. 가끔은 이렇게 딴 짓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받는다. 봄 기운이 일어나는 이 계절에 마음에 살랑바람을 일으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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