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8.0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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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느낌의 책을 만났다. 책 속의 그림으로 나를 치유하고, 내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동안 그림에 관한 책이라면 주로 작품과 함께 작품 설명이나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보는 것 위주였는데, 이 책은 그림으로 치유하는 힘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신선하다. 자꾸만 손이 가고, 명화에 눈이 가며, 조금 더 나아가면 직접 그림을 그려보게 된다. 이 책을 누리는 시간은 부족하다. 읽어치울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나와 동반자가 될 책이라는 느낌이다.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때로는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짚어준다. 때로는 위안이 된다. 매일 조금씩 그림의 힘을 느끼며 이 책을 펼쳐본다.

 

이 책의 저자는 김선현. 강의와 실습을 지도하던 중, 눈에 띄게 밝아진 아이들과 스트레스로부터 차츰 벗어나는 사람들을 보고 그림이 갖는 치료적 힘에 눈을 떴다고 한다. 『그림의 힘』은 지난 20여 년간의 미술치료 현장에서 가장 효과가 있었던 세기의 명화들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집약한 김선현 원장의 대표작이다. 미술치료 현장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된 작품들을 모아놓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또한 최적의 감상을 위해 최신식 PUR 제본 방식과 고급 용지를 채택하였다는 점도 작품 감상의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일- 사람 관계- 부와 재물- 시간 관리-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또 가장 향상시키고픈 다섯 가지 영역입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오랜 기간 임상 현장에서 효과가 좋았던 명화들 중에서 엄선하여 구성했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압박을 느끼던 이가 먼저 마음의 빗장을 열고, 온갖 스트레스로 머리가 복잡하던 직장인들은 평안과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또한, 그림은 시간과 돈의 한계를 넘어 한 차원 높은 시선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어줍니다. (저자 김선현)

 

이 책의 앞에 보면 '독자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 중에 특히 염두에 둘 것은 세 가지이다.

이 책에 실린 그림을 순서대로 감상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명화 위에 직접 그림을 그려보아도 좋습니다.

휴대폰의 작은 화면보다 종이책에서의 감상을 추천합니다.

책을 보다보면 나만의 그림 감상법이 정립될 것이다. '하나하나 넘기면서 내 마음에 가장 와 닿는 그림을 골라 잠시 동안 감상을 합니다. 그림을 어떤 것을 고르느냐에 따라서 나의 현재 심리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라는 설명에 주목하게 된다. 순서대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책장을 넘기다보면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이 분명 있다. 글을 읽어보면 내 마음 상태를 바라볼 수 있다. 그 반대로 감상해도 좋다. 목차를 살펴보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했을 때, 그 부분의 그림을 찾아서 보면 되는 것이다.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으려면','순간순간 스트레스를 주는 상대가 있는 사람들', '바빠서 너무 정신이 없을 때' 등 일, 관계, 돈, 시간, 자신의 주제 중에서 고민이 있을 때 펼쳐들면 마음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 시간이 나에게 힘을 주고 내 마음을 치유해준다. 또한 그림을 보다보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스케치북과 물감에 손이 가게 된다. 미술치료 분야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마음이 회복되는 느낌을 받다보니, 그림의 힘을 직접 느끼게 된다. 책장에 꽂아두고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꺼내들면 좋을 책이다. 무엇보다 그림의 화질이 좋아서 치유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고두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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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라면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시리즈 (원앤원북스)
김경준 지음 / 원앤원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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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라면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질문을 던진다. 주변에 보면 모든 팀장이 다들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콕 집어서 어떤 점이 팀장으로서 고쳐야할 점인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을 보면, 팀장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 어떤 점을 점검해보아야할지 낱낱이 알려주리라는 기대감이 생겨서 읽어보게 된다. 명확하게 요점을 짚어주기에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의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실제로 조직생활을 거치면서 얻은 경험과 시각을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아무에게나 열려있지 않은 그 길을 여는 열쇠는 자기 자신의 역량과 노력임을 강조하며 글을 풀어나가고 있다. 팀장이 됨으로써 비로소 리더십의 주체자가 된다는 지은이의 말에 귀기울이며 이 책을 읽어본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나뉜다. 각각의 장에서 팀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과 어떻게 팀을 이끌어야할지 방법을 배우게 된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다. 저자가 60가지 실천적 방안을 군더더기 없이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명쾌하게 제안하기에 더욱 쏙쏙 눈에 들어오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면 실천에 옮기고 싶은 부분이 생긴다. 잘 끄집어내어 삶에 적용해보기로 한다. 팀장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것이고, 팀장이 되고 싶은 사람 혹은 직장과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도 인간 관계에서 리더십을 다지는 데에 도움이 되는 글이다.

 

제 1장 '팀과 팀장의 존재의미를 제대로 알자'에서는 팀과 팀장의 기본적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1장의 글을 읽으며 팀장의 위치와 마인드가 어떻게 되어야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팀의 목표는 회사의 이익창출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조직보다도 목표지향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팀장은 상인적 지식으로 무장해야 지식경제시대의 주역이 될 것이다. 또한 팀장 혼자서 모든 일을 다 잘 하기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니, 팀장은 사람을 잘 다루어야 한다.

팀원과 팀장의 가장 큰 역할 차이는 사람을 다루는 것이다. 팀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팀장은 업무를 팀원들에게 분담시키고 팀원들이 성실하게 수행하게 하는 것이 기본이다. 팀장 혼자서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 잘하는 사람으로 팀을 구성해서 잘 관리하면 팀장은 팀원들과 함께 모든 일을 잘할 수 있다. (47쪽)

 

2장에서는 '팀 역량을 극대화하는 팀장이 되어라'라고 한다. 팀장으로서 목표를 어떻게 잡을지, 팀원들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생각해보게 한다. 팀원을 평가하는 나름의 기준과 방법을 세워 팀을 이끌어가는 힘을 갖도록 한다.

탁월한 리더란 추종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앞서가는 팀장이라면 팀원들이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고 싶은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96쪽)

 

 

3장의 제목은 '팀원들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팀장이 되어라'이다. 팀장이라는 자리에서 리더십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에 동의한다. 합리적인 리더십을 떠받치는 삼각기둥은 힘, 신뢰, 지식이지, 힘만 있는 팀장은 결국 독재자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가슴에 새기게 된다.

앞서가는 팀장이라면 권위주의는 물리쳐라. 하지만 팀원들에게 존경을 받음으로써 생기는 진정한 권위는 확보하라. (168쪽)

 

 

4장 '유능한 팀장의 커뮤니케이션은 뭔가 다르다' 지시 전에 심사숙고해 지시를 남발하지 말고, 지시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해야할 것을 강조한다. 어떻게 해야 팀원들의 입을 열게하고 효율적으로 역량발휘를 하도록 할지 점검해볼 수 있다. 5장 '위로부터도 인정받는 팀장이 되어라'에서는 팀장의 역량은 고민의 폭과 깊이만큼 채워진다는 것을 명심하게 된다. 팀장의 역량은 이론적 학습이 아니라 현실의 경험 속에서 키워진다는 점.

팀장으로서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신의 리더십에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면, 이는 조직생활을 계속하든 조직을 떠나든 상관없이 앞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데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263쪽)

 

 

조직 내 리더십에 대한 모든 것을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얼만큼 실천할지에 따라 조직의 미래와 개인의 앞날이 달라질 것이다. 경영멘토 김경준의 살아 있는 팀장학을 시원시원하게 읽어보니, 어떤 점을 주의하고 실행해야 리더십을 키울 수 있을지 배우게 된다.

'조직 내 중층적인 리더십을 어떻게 구성하느냐'하는 것은 조직의 현재성과는 물론 미래의 생존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다. 팀장이란 이런 리더십의 실질적 출발점이라는 데 그 의미가 있다. (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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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제주일기
정우열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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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제주에 이주해왔다. 내가 이곳에 무작정 내려왔을 때, 사실 나같은 사람들이 얼마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무렵, 귀농귀촌 문화이주민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지금도 이곳으로 오는 사람들과 왔다가 다시 도시로 나가는 사람들 모두 많다고 들었다. 1년, 3년이 고비라고 한다. 그 기간을 넘기면 좀더 오랜 기간 여기에 살게 될 것이라고. 어느덧 그 기간을 넘기고 말았다. 여전히 서울은 잠깐 다녀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급속히 변화하는 도시가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하니, 이 노릇을 어쩔까.

 

제주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된 것을 보면 궁금한 마음에 읽어보게 된다. 나와 비슷한 시행착오를 했을 것이고, 어느 지역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알고 싶은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게 되는 사람들 말고도 만나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을 것이고, 각각 자신의 삶을 다양한 색깔로 채워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책을 통해 만나보게 되는 것은 다른 이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현지인이 아니고 외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의 시선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되었다. 이 책도 그런 의미에서 읽어보게 되었고, 웃음과 공감이 함께 했다. 제주 이주민으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가 많았다. 물론 개를 키우는 것에 대한 것과 수영을 좋아하는 올드독의 취향과는 많이 다름에도 간간이 보이는 교집합이 나를 웃게 했다.

 

이곳에 살면서 겪는 일들과 느끼는 감정들을 누군가 같이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어 반가운 마음. 제주로 이주해서 사는 사람들이 보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그렇다고 제주에 이주한 사람들에게만 재밌다고 할 수는 없으니......-이상순(뮤지션)

이 책의 표지에 보면 뮤지션 이상순의 추천사가 눈에 띈다. 그 또한 제주 이주민으로서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서였을까? 반가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된다.

 

가습기가 아니라 제습기를 써야하는 이곳, 여름에 무작정 하루종일 제습기를 돌렸다가 갑자기 늘어난 전기요금에 한전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정말로 전기 많이 쓴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전화였다. 올드독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었던 것이다. 하루종일 선풍기를 돌리고 에어컨을 열두시간은 틀었다니 십칠 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에 한전의 전화를 받았다는 에피소드에서 그 당시를 떠올리며 웃음이 났다. 제주 생활의 장점과 단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글에서는 킥킥 웃음이 났다. 단점을 뒤덮을 만큼 장점의 힘이 크긴 하지만, 단점은 단점. 가끔 버거울 때가 있으니 말이다. 또한 오일장, 길고양이 이야기, 날씨, 지명에 관한 것 등 제주에 살면서 겪고 느끼는 외지인의 시선이 남 이야기 같지 않아서 반가운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 올드독 정우열은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다. 바다에서 개들과 헤엄치기 위해 제주도로 이사왔다고 하는데, 이 책 속의 그림과 사진을 보면 그 생생한 장면이 잘 포착되어 있다. 혹시 어느 날 어느 바닷가에 갔을 때 개가 헤엄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면 그 주변에 있는 사람을 살펴보고 '아, 이 분이 올드독이구나!' 생각하고 싸인이라도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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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5-03-09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 이주하셨군요
얼마전 여행갔을 때 요리사이신 분이 게스트하우스와 작은 레스토랑을 하시는 곳에서 숙박했는데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살던 터전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것은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라 그저 부러워만 하는군요.

카일라스 2015-03-10 17:55   좋아요 0 | URL
어느 곳에 살든지 장점과 단점이 다 있는 것 같아요. 살다보니 이곳은 단점을 다 덮을만한 장점이 있는 곳이라 제주로 이주하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이주했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으니 다들 내생각같지는 않더라고요~
 
사물의 철학 - 질문으로 시작하여 사유로 깊어지는 인문학 수업
함돈균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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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바깥세상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다. 보다 새로운 것을 보면 기분 전환이 되리라 생각했고, 보다 큰 뜻을 가져야한다고만 생각했다. 여행을 다녀오더라도 쉽게 갈 수 없는 곳에 더 관심을 가지고 그곳으로 가게 되고, 생각에 잠기려면 거창한 철학 사상에 심취하려고 했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그러면서 주변의 소소한 일상적 사물에는 눈길을 주지 못했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그 소중함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내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나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내 관찰력이 부족하면 어떤 곳에 가든 새로운 것을 보아낼 수 없다. 그렇기에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상의 사물을 보고 읽고 사유하라!"

 

이 책 『사물의 철학』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사물을 모아놓았다. 가로등, 거울, 달력, 립스틱, 명함, 버스, 생수, 선글라스, 연필, 의자 등 이미 내 주변에서 수시로 보게 되면서도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임을 깨닫는다. 항상 내 주변을 맴돌았지만 나의 시선에 들어오지 않았던 다소 사소한 것들에 대해 세세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렇게 콕콕 짚어주는 일상 속 사물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생각에 잠긴다. 그만큼 이 책은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이런 방식으로 생각에 잠겨도 괜찮은 일이겠구나, 깨닫게 된다. 각각의 사물에 대해 한두 장에 걸쳐서 짧게 기술하고 있는데, 글을 읽다보면 촌철살인의 관찰력을 바라보게 된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나도 이렇게 관찰력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에서 다룬 것들은 사전적 정의나 범주로 보자면 예외 없이 모두 도구다. 그러나 나는 이 사물들을 쓸모의 차원에 종속된 도구(만으)로 대하지 않았다. 이 문명의 도구들을 자연도 인공적 대상도 아닌 그 사이에서 출현하고 유동하며 인간과 관계 맺는 사물의 차원에서 만났다. (프롤로그 中에서)

이 책의 저자는 함돈균. 문학평론가이다. 2006년 문학평론가의 길에 들어서면서 첨예한 사유의 모험과 표현의 실험, 깊이 있는 인문정신의 종합이 문학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한다. 별 것 아닌 도구도 달리보면 의미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주변의 사물들을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도마] 거룩한 희생제의, [립스틱] 생활인을 예술가로 바꾸는 지팡이, 미래에서 온 타임캡슐 [생수], 권력의 사각 프레임 [쇼핑카트], 둘이 있어야만 시작되는 '사람다움' [젓가락], 개별성이 살아있는 구멍들 [후추통]

이 책을 보며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매일 이용하기도 하는 물건들에 대해 재인식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생각해보니 주변에 사물이 가득하다.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의미 있는 물건이 되기도 하고, 한낱 잡동사니에 불과한 물건이 되기도 한다.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물들을 저자의 이야기로 바라보고, 그동안 미처 의미를 두지 못했던 부분까지 끌어내게 된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매일 음식을 하며 도마를 꺼내들고 음식재료를 칼로 썰어내지만, 도마라는 사물은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나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도마라는 사물은 칼과 재료의 몸이 맞부딪히는 물리적 장이며, 무언가(재료)의 관점에서 보면 몸의 분할이 이루어지는 경계면이다. 그런 점에서 이 사물은 생사가 나뉘는 시간과 세계의 경사면이라 할 수 있다. (62쪽)

사라진 것들이 無존재가 아니라 존재였기에 사라지지 않고 형상을 바꾸어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갈' 뿐이라는 저자의 말을 보며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세계를 교과서 속이 아닌 일상 생활 안에서 만나보는 느낌이었다. 이런 식으로 주변을 바라보니 기적 아닌 것이 없고, 감탄하지 않을 것이 없다.

 

이 책에서 보게 되는 그림 또한 시선을 자꾸만 머물게 한다. 글과 그림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최대한 끌어내어 눈앞에 보여준다. 그 어떤 것도, 별다른 느낌이 없는 사물일지라도, 섬세한 눈으로 날카롭게 바라보면 어마어마한 우주의 무게를 담는 도구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이 책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의미 있었다. 조금씩 음미하며 문장 속에 빠져드는 맛을 느끼기에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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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한혜경 지음 / 샘터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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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나이를 먹게 된다.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소녀는 중년 아줌마가 되고, 노년의 할머니가 된다. 누구에게나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고! 노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사는 것이 만만치 않은 분들이 있다. 뉴스라든가 알음알음으로 듣는 이야기로 생각해볼 때 안타까운 경우도 정말 많다. 그 분들도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 『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는 2012년 후반부터 일 년 넘게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한혜경의 100세 시대' 칼럼 원고를 기초로 엮어낸 것이다. 칼럼 원고를 기반으로 한 책이기 때문에 술술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글쓴이 한혜경은 여성학 석사 학위와 사회복지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넘나든 독특한 학력은 다양한 시각으로 더 넓고 깊게 세상을 바라보며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이 책은 베이비붐 세대와 60대 이상의 노년층에 대한 사례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우리 주변의 문제와 때로는 피하고 싶은 현실을 상세히 담고 있다.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는 것일까?' 생각되던 의문은 이내 '이런 상황이라면 정말 막막하겠다!'라는 안타까움으로 이어지고, 다른 이의 문제가 아니라 나자신도 꼭 알아두어야 할 정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함께 고민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해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100세 시대의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준다. 답답하고 어둡고 막막하다. 책의 소개에 나온 것처럼 '우리 주변의 문제와 때로는 피하고 싶은 현실' 을 상세하게 담았다.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날카롭게 가슴을 파고든다. 이런 것이 100세 시대의 모습이라면 괜시리 우울해진다.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이런 문제들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이드는 것도 서러운데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까지 줄줄이 생긴다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서는 황혼이혼, 부모와 자식간의 금전문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 간병'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100세 시대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준다. 1부에서 3부까지는 100세 시대의 현실을 보여준다면, 4부에서는 100세 시대에 현실을 변화시킬 돌파구를 다룬다. 사는 것이 힘들다고 혼자 괴로워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용기를 내도록 권한다. 다양한 사례와 함께 '알아두면 좋은 정보'를 알려주기에 혹시 그런 정보가 필요하다면 홈페이지나 상담 전화를 해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더 힘들어지기 전에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손길이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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