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인과관계를 다루는 장면이 인상 깊다.
흡연과 사망을 잇는 화살표, 운동 시간과 건강을 연결하는 그래프. 화살표는 늘 한 방향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조용히 묻는다. "정말 그 방향이 맞는가."
원인과 결과가 뒤집힐 수 있고,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공통 요인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여성 이사 수와 기업 성과를 묶어 해석하는 사례도 그렇다.
데이터를 어떻게 묶느냐에 따라 결론은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진다.
보고 싶은 결과를 정해놓으면, 숫자는 놀라울 만큼 협조적이다.
이 책은 믿지 말라고 외치지 않는다. 대신 어떻게 의심할 것인가를 차근차근 알려준다.
확증편향, 흑백논리, 데이터마이닝의 함정. 학계와 경제계, 정치의 장면을 오가며 사례를 풀어내지만 설명은 담담해서 더 설득력이 있다.
이 책은 거짓 정보에 대한 해독제라고 느껴졌다.
뉴스 한 줄을 읽을 때, 연구 결과를 접할 때, 앱이 내 생활을 평가할 때 한 박자 멈추게 해준다.
"혹시 다른 설명은 없는가." "이 데이터는 어디서 왔는가." 이런 질문이 습관이 되면, 편향에 지배당한 뇌가 조금씩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결국 선택은 내가 한다.
이 책은 결론을 대신 내려주지 않는다. 대신 판단의 폭을 넓혀준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휩쓸리지 않고 서 있기 위해, 생각의 근육을 단단히 키우고 싶다면 이 책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으로 세상을 의심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의심이야말로 현명함의 시작임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