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 - 내 문장이 그렇게 유치한가요?
임정섭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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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떼고 나면 누구나 글쓰기에 대한 압박에 시달린다. 일기와 독후감 쓰기에 대해 알레르기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이 수두룩하고 시험지에서도 주관식만 나오면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아이들도 부지기수다. 물론 나도 그 평범한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지금은 다독과 글쓰기가 어느 정도 비례하지 않을까 하여 나름 열심히 독서도 하고 있다. 하지만 글쓰기에도 나름의 공식이 있음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직장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글을 쓰고 싶다는 동경도 없었기 때문이다. 쓰는 글이라고는 서평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어느 날부턴가 눈에 들어오는 서평을 보며 이제는 좀 더 잘 쓰고 싶다는 고민에 빠졌다. 글은 곧 나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글은 머리 좋고 공부 잘 하는 사람이 잘 쓰지 않습니다.
사연이 많은 사람이 잘 씁니다." -p.70

 

 

글이라는 것은 종류에 따라 갖추어야 할 요건과 형식이 있다. 특히 이 책은 주로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글쓰기 노하우를 알려 주고 있기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각종 문서와 씨름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또한 진정한 어른들의 문장을 쓰고 싶다는 바램이 있다면 이 책은 적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먼저 잘못된 글쓰기에서 고쳐야 할 점을 배울 수 있겠다. 그러한 사례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게 지적을 당하고 나면 평소 지나칠 수 있는 홍보문이나 공지문 등을 유심히 보게 될 것이고 또한 좋은 문장을 골라내는 안목도 길러질 것이다.
한편 누구에게나 글쓰기에 대한 막연함과 서툰 솜씨에 대한 부끄러움이 늘 고충일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한 나름의 공식은 늘 품고 있던 의문에 답이 되어 앞으로 글을 쓸때 심사숙고하게 될것이다. 특히 수동적 글쓰기로 인해 늘어지는 듯한 문장이 해결될 듯하고 불필요한 반복에 대해 신경을 써서 글이 장황하고 늘어지지 않게 쓰는것이 중요하겠다.

불필요한 말을 줄여, 더 이상 뺄 요소가 없는 상태의 글이 가장 좋습니다.
'뺄 수 있는 글자는 반드시 뺀다'라는 원칙이 필요합니다. -p.82

이처럼 한 문장 안에서, 혹은 전체 글에서 같은 단어나 표현을 여러 번 쓰지 않는 것. '중복 금지 원칙'입니다.
표현이 겹치지 않아야 세련된 글이 됩니다. 피할 수 있으면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의도적인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p.86

'자신 없는 언어' 문화는 자라는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돼 각인됩니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같아요, 맞는 것 같아요' 같은 말이 넘칩니다. 불편한 진실입니다. -p.91

과유불급이라 했습니다. 과잉은 오히려 결핍이 됩니다. 글을 잘 쓰려다 못 쓰게 되는 꼴입니다. -p.98

 

 

3장부터는 글쓰기의 기본기를 단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장이 열려있다. 장르에 따라 주제나 핵심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주어진 과제에 대한 분석적 사고가 왜 필요한지, 공감능력을 강조한 설득문은 어떻게 작성하는지, 직장인들에게 주어지는 문서나 이메일 작성 시 필요한 조건들은 무엇이 있는지 배워볼 수 있다. 이처럼 글을 쓴다는 것이 훨씬 더 복잡한 일임을 수전 손택의 말을 통해 한번 더깨달았다.

만약 글쓰기가 고작 나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타자기를 내다 버렸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행위이다.
작가는 마치 운동선수처럼 매일매일 '훈련'해야 한다.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나는 오늘 무엇을 했던가?
- 수전 손택(미국의 비평가)

책장을 넘길수록 밀려왔던 낯 뜨거움이 새로운 열정으로 피어올랐다. 마치 선생님에게 혼이 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참 다행스럽다. 특히 6장에서 만나보았던 8가지 습관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결국 좋은 글이란 훈련임을 느끼면서 어휘공부를 통해 글의 풍미를 키워야겠다.
정말 잘 쓰고 싶다면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라. 쓰기에도 공식이 있음을 놓치지 마라. 분명히 나의 능력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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