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류재화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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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 궁극의 목적은 더불어 잘 살아가는 것이다. 마냥 철학적이고 심오함이 곳곳에 덧칠해진 이 책에서 얻은 교훈이라면 그것인 것 같다.

처음에는 쉰네 살의 르네와 열두 살 사춘기 소녀 팔로마를 보며 그들의 지성이 오히려 세상과 타인을 향해 잘못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부자들이 죄다 허울뿐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 텐데 르네는 사회가 낳은 부의 계급에 상당히 부정적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인 행복한 가정은 고만고만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나름의 이유로 불행을 떠안고 산다라는 말처럼 각자가 느끼는 행복과 불행의 잣대를 내 기준으로 비난할 권리는 없다고 본다. 그들 나름의 삶의 만족도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 않겠는가.

팔로마는 또 어떤가, 세상의 부조리함이 꼴보기 싫다며 자살을 계획하고 있는 당돌함에 심히 당황스럽다. 소설은 작가의 철학적 견해가 넘쳐나서 문장을 음미하느라 소설의 전반은 흐름을 놓아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소설의 중반부에 이르러서야 르네와 주변 인물들 간의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아파트 수위로 문학과 예술에 탁월한 지식을 장착하고 있는 그녀는 삶의 트라우마를 떠안은 채 수위실의 자기만의 공간 속으로 숨어버린다. 조금이라도 그녀의 지성이 탄로 날까 걱정을 하면서 은근한 자부심도 지니고 있다. 그렇게 벌어진 타인과의 간극은 아파트 입주민과 수위라는 계급으로 또 한번 벌어진다.

그녀는 고슴도치처럼 날을 세우고 있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그녀의 지성은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지성을 단번에 알아차린 새로운 입주민의 등장에 서서히 따뜻한 공기가 흐른다.

부유한 일본인인 가쿠로의 등장은 유럽이라는 사회에 동양적 질서를 내세우고 있는 듯하다. 단아하고 절제된 미지만 고급스러움이 묻어나고 드러내지 않아도 빛나는 양식 등이 가쿠로의 살림살이와 행동 등에서 드러난다. 그러다 왜 일본인이었을까를 잠시 고민하다 일본어를 전공한 작가의 취향이라 여겼다. 그래서 일본을 향한 신비감과 선망이 있는 듯한 느낌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아무튼 가쿠로는 그녀의 닫힌 문을 열어젖히는 열쇠가 되었고 또 르네와 팔로마를 이어주는 다리도 된다.

하지만 왜? 왜!라는 결말에 이르러서는 답을 찾지 못하고 책표지만 바라보았다. 동백꽃의 화려함과 질 때의 순간에 관한 이미지와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던 작품 속 여인 안나 카레니나의 끝을 대조해보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궁극의 이유를 찾고 싶었다. 결국 이제서야 삶의 빛을 보았는데 더는 그 빛과 함께 할 수 없었던 르네를 통해서, 그리고 그런 감정을 똑같이 느꼈을 팔로마를 통해서, 살아가는 이유를 말하고자 했나 보다라며 결론을 지었다.

우린 늙을 것이고, 그건 아름답지도 않고, 좋지도 않고, 유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확인을 갖고 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지금, 무엇이든 건설해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온 힘을 다해. 매일 자신을 초월하고, 하루하루를 불멸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양로원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자기만의 에베레스트산에 한 발씩 오르면, 그 한 발 한 발이 조금은 영원한 것이 된다,
미래는 살아 있는 자들의 진정한 계획들로 현재를 건설하는데 쓰이는 것이다. -p.179

그녀와 가장 짧은 거리를 유지한 친구 마뉘엘라의 따스함과 그녀의 동반자가 될 수도 있었던 가쿠로, 그리고 사춘기 소녀 팔로마를 통해 사람과의 관계의 중요성을 깨우치기도 했다. 소통을 멈추면 결국 외로움에 영혼은 무미건조해질 것이다. 상처받은 누군가를 보듬어 줄 누군가가 있기에 세상은 아직도 살만한 거라는 생각에 무게를 더했다. 르네처럼 고독한 삶을 소통으로 녹여내고 있는 것이다.

난 어느새 그녀의 내재된 아니 장착된 지성이 부러웠고 그로 인해 자본이 낳은 위계질서 앞에서 고독한 당당함도 마음에 들었다. 나도 나 자신을 드러내는 실수를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런 나를 알아보는 영혼의 친구를 사귈 수 있다면 삶의 무게가 덜어질 것 같다.



"지성은 신성한 재능이 아니라 영장류의 유일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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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으로 만나요
샤를로테 루카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펌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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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완벽한 일 년]을 읽은 독자라면 그녀의 이번 소설이 주는 느낌을 대략 감지할는지도 모르겠다. 난 표지를 본 순간 비슷한 분위기의 이야기임이 느껴졌다. 역시나 일 년 전의 느낌과 조금 닮아있다. 조금은 황당하지만 해피엔딩만이 전하는 좋은 여운이 잔잔하게 남았던 그 느낌말이다.

해피엔딩 증후군을 겪고 있는 듯한 엘라, 그녀의 직업은 가정관리사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가정관리사였다가 맞는 표현이겠다. 절친과 함께 시작한 사업에서 우정 대신 사랑을 택하고 발을 뺌으로써 필립의 전담 가정관리사이자 애인으로 6년이나 함께 지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자친구의 세탁물에서 발견한 편지 한 장으로 모든 상황이 뒤바뀌게 된다. 남자친구의 외도와 느닷없는 이별 통보에 뒤도 돌아볼 겨를 없이 집을 뛰쳐나오게 된다.

우습게도 자동차마저 꼼짝하지 않게 되자 결국 남자친구의 경주용 자전거를 끌고 무작정 내달리게 된다. 그러다 공원 계단에서 그녀와 충돌을 일으킨 의문의 남자와 또 다른 운명의 연장선에 놓이게 된다. 만신창이가 된 채 기억까지 잃은 엄청난 부자 오스카와 갈 곳 없고 무일푼인 엘라.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이 완벽한 상황에 그녀는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다. 해피엔딩 증후군은 발동하기 시작하고 결국 일은 커지고 만다.

그녀는 미신이나 운명론에 목숨을 걸 만큼 불안정한 내면을 지니고 있고 정에 자신을 내던질 만큼 희생정신이 강하다는 약점이 있다. 그녀의 긍정 에너지는 결국 좋은 시너지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오지랖이 하늘을 찌르는 장면에서는 슬슬 짜증이 일어나기도 했다.
진실과 거짓을 오가며 애간장을 태우기도 하고 또 그녀가 의도하지 않게 이상한 방향으로 일들은 꼬이기 시작하지만 그녀의 가상 스토리는 점점 견고하게 다져진다. 해피엔딩을 향한 과한 애정은 이미 그녀를 소설가 못지않은 이야기꾼으로 재탄생시켰기에 능숙하게 이야기는 만들어지고 한편으로는 그녀를 위한 울타리가 되어준다.

길을 잃은 한 남자의 인생을 해피엔딩으로 돌려놓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분명 과해 보인다.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만들어내는 거짓과 변명이 쓸데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특히 오스카를 구원하면 필립이 돌아올 것이라는 연결고리는 대체 어디에서 나온 발상인지 의아했다. 이미 이야기는 두 사람의 결합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제하에 초점은 오스카의 과거에 맞추어져 있다. 엘라와 함께 탐정놀이에 빠져 내내 이야기를 짜 맞추느라 다행히 책장은 빠르게 넘어갔다.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의 새드엔딩을 두고 보지 못하고 결국은 고쳐 쓰고야 마는 행동들에 이해불가라는 느낌표를 내내 던졌다. 그런 글을 블로그에 연재하며 소통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결국 현실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몽상가 같다는 생각에 필립이 조금은 이해도 되었다. 반대로 공상에 빠져있는 남자친구는 나도 별로일 것 같으니까. 그러나 하나 더 필립의 갈팡질팡하는 태도는 용납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실로 그녀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향하고 있을 땐 엘라를 향한 공감의 문이 열렸다. 그래서 그녀가 진실을 토해내고 있을 땐 체증이 내려간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오스카를 향한 과한 연민은 그녀 자신의 내면의 상처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유추하며 그녀가 마지막 블로그에 남긴 짤막한 이야기에 먹먹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역시나 이야기는 급작스레 전개되는 듯한 느낌에 이르렀고 좀 더 생각할 여유가 없이 마무리되어버렸다. 신데렐라가 남기고 간 구두가 발에 맞는 순간 결혼식 장면으로 넘어가버린 동화책 같은 느낌을 떨쳐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오스카의 잘생김에서 뿜어 나오는 매력이나 엘라의 삐삐머리 등에서 풍겨 나오는 귀여움 등처럼 로맨스 소설만의 조건들은 여성 독자들의 감성을 잘 건드리고 있다. 현대판 신데렐라 같은 모티브를 지니고 있지만 동화처럼 미모 하나만으로 해피엔딩이 아닌 그녀의 노력(?)과 진심이 통한 결과라고 보아야겠다.

제일 흥미로웠던 장면은 오스카의 대사에서였다. 기억을 잃었으니 과거를, 추억을 찾아야 한단 생각이 늘 먼저였는데 0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말이 새롭게 다가왔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고 나를 찾아가는 일도 매력적일 것 같다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 나의 상태는 어쩌면 진정한 선물이라고요! 축복이요!
...
내 경우에는 모든 것이 초기 상태라고요. 모든 것이 0이에요. - p.493

마지막으로 동화의 잔혹성에 대한 의견은 동감하는 쪽이다. 신데렐라 이야기를 딸아이에게 들려주었을 때 아이는 두 언니가 좀 불쌍한 것 같다며 동정표를 던져서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또 빨간 모자에서도 늑대가 불쌍하다고 했으니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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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커리어 - 업의 발견 업의 실행 업의 완성, 개정판
박상배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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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이 느끼는 노동의 가치는 얼마일까. 우리에게 일은 평생 주어져 있는 생의 의무와도 같기에 늘 노력해서 무언가 이루어야 하고 더불어 경제적인 부도 축척해야 한다. 또한 누구나 안정된 직장 속에서 생을 보장받고 싶어 하며 일을 통해 인정받길 원한다. 하지만 매 순간 노력을 기울이지만 인생은 우리를 배반하기도 하고 기만하기도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는 숙련된 노동자로 가는 필수요건이긴 하지만 나약함과 나태함을 이겨내는 몫은 온전히 내 것이기에 그것을 이겨낼 지속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책은 작년에 읽었던 현장 본깨적의 개정판이다. 어쩌다 보니 같은 책을 또 보게 되었는데 다시 한번 정신 줄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먹었던 다짐들을 잘 지켜나가고 있는지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이 책은 여느 계발서와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데 주로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말하고 있다. 최근 길어진 수명으로 인해 안정된 직장이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생의 중간지점인 40~50대에 이르러 전업에 내몰리는 직장인들이 늘어가고 있다. 즉 대체적으로 처음 선택한 직업을 평생업으로 가져가기가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뜻대로 되지 않는 변수와 슬럼프들 앞에서 어떤 대책을 세울 수 있을까.

저자는 빅 커리어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면서 영원한 현역으로 남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좀 더 세분화하여 설명하고 있다. 본깨적 시리즈를 만나본 이들이라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보고 깨닫고 적용하는 이 간단한 이론은 생각처럼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욕구와 의지가 늘 비례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래서 어쩌면 자기 계발서야말로 수시로 읽으면서 정신을 무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같다.

독서본깨적을 미리 만나본 이들이라면 이 본깨적 이론을  업무에 적용시켜 보면 좋겠다. 무엇보다 의식의 변화가 밑바탕이 되어야 하기에 먼저 의식수준을 끌어올릴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자기 계발서를 찾는 이들이라면 양분이 될 책을 읽을 자세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가 추천하는 20권의 책 중 한두 권이라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업무의 중요도를 세분화하여 업무의 생산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는 다른 이들의 생생한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들의 시행착오는 내 업무에 플러스가 될 수 있기에 대비해 볼 수 있겠다. 지금 하고 있는 업무에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평생 공부라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늘 배우려는 자세를 갖추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계발서가 던지는 긍정의 화두를 의심하지 말고 지금부터 작은 부분이라도 실행해보자. 저자가 제안하는 8주프로그램이나 1-1-1법칙중 주 1회라도 도전의지를 불태워 본다면 그 보이지 않는 턱을 넘어서는 일이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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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
나무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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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일본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zard. 대학시절 자취방 음악채널에서 일본 오리콘 차트가 소개되는 그 짧은 찰나 난 그녀의 음악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처럼 이곳에 소개된 여러 저자들도 하나같이 우연한 경로로 일본을 접한다. 그리고 그 마음한켠에 머물렀던 불씨는 점점 커지게 되고 낯선 일본에서 삶의 의지와 열정을 피우게 된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그때의 그 열정이었으면 나도 분명 가능했을 텐데 쉽게 현실에 안주해버린게 후회가 되기도 했다. 2외국어로 일본어도 배웠었고 대학시절도 꾸준히 놓지 않고 있었는데 한국을 떠난단 생각조차 가져본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용기가 선뜻 없었다는 게 맞겠다. 그래서일까, 책을 끼고 있는 내내 지나온 시간에 대한 쓸데없는 미련과 밋밋하게 보낸 인생의 안타까움에 아쉬운 마음을 다독였다.

이 책은 15명의 일본 체류담과 일본인 한 분의 한국생활을 담고 있는데 그 기간은 6개월부터 15년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그들이 몸소 느낀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시간적 거리와 비례하진 않는듯하다. 그들의 경험담이 베여있는 책장에서 일본의 따스함이 내 몸 곳곳으로 옮아갔고 그리고 내가 가졌던 편견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들에게도 물론 내내 좋은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으찌 모두 달콤하기만 하였겠는가. 하지만 누구나 타지에서 무언가 혼자서 이루어냈다는 성취감과 기특함은 분명 안 좋았던 순간들마저 덮어버릴 정도로 강렬한 경험일 것이다. 고난은 배가 되어 나를 성장시켰을 것이고 좋은 인연들이 그에 대한 보상을 해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각자의 경험은 행복했을 것이고 좋은 기억을 더 많이 담아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인생 경험은 이제 막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다양한 조언과 격려를 제공한다.
특히 언론을 통해 가지고 있는 편견들 중 일본인을 향한 시선과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막연히 가지고 있던 적대감 등은 많은 이들에게 일본을 바라보는 눈을 걸러줄 것이다. 한일관계에 관한 기사만 보면 화가 나는 건 당연하지만 그들 국민 개개인과 동일시하는 건 더욱 양국 관계를 안 좋게 하는 일인 듯하다.

책에서의 경험담들은 세 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느낌을 전하고 있다. 여행지에서의 일본과 생활지로의 일본은 분명 느낌이 다를진대 저자들의 이야기엔 하나같이 설렘과 색다름이 전해진다.
워킹홀리데이로 시작해 취업비자를 얻어 그곳에서의 삶을 연장하는 이들부터 결혼을 해서 정착한 이들까지 사연이 각양각색이다. 한국과 비슷한 풍경에 금세 익숙함을 느끼다가도 들려오는 언어가 다른 일본에서의 생활은 긴장의 연속이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열심히였고 고생도 즐길줄 아는 여유도 누린다아르바이트의 달인이 되면서 살아가는 법도 덤으로 배워나간다. 그래서일까, 그들 각자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한국인의 좋은 이미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양진옥님의 경험담이었다. 무작정 일자리를 요구하며 들이댄 첫 알바에 대한 이야기와 그녀의 눈물의 졸업식은 내가 부모님이 된 것 마냥 대견함을 느끼기도 했다. 참 대단한 추진력을 가진 분인 것 같았다. 더불어 취업에서 차별에 대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그 편견을 극복할 기회도 가진다. 과감한 결단력과 낙천적 성격은 한국에서 단조로울뻔했던 그녀의 삶을 뒤바꾸어 놓은듯했다.
료칸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자신의 적성을 찾은 분도 인상깊었고 아이키도에 빠져 일본을 찾은 후 운동 중 관절을 다쳐 고생하다 발 차기 한방으로 고치게 된 사연에 마냥 웃음이 터져 나왔다. 또 국적이 다른 커플의 결혼생활을 들여다보며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들이 양국의 관계였다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에서는 그렇듯 다양한 경험담을 통해 한국인과 일본인의 차이점을 들여다볼 수 있다. 아이키도를 사랑했던 저자가 쓴 논문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을 속담에 비유해서 해석해놓은 글이 인상적이었고 그 외 다른 분들의 글 곳곳에도 일본인들의 장점을 느껴볼 수 있어 좋았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일본의 느긋함과 인내심이 옮아 왔음 싶었고 공공질서를 지켜서 만든 쾌적한 거리 조성은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다.
일본은 아르바이트의 문도 넓고 기회의 벽도 높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성실함 하나면 어디서든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과 한류열풍으로 인해 한국인을 반기는 시선도 많아진 점은 더욱 일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낯선 곳에서 시작은 되려 아는 이가 없어 더욱 홀가분할 수도 있기에 활력이 될 수도 있다. 비교하고 비교당해도 되지 않는 삶에서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인생이 힘든 순간은 어떠한 형태로든 다가온다. 하지만 그것은 용기라는 에너지를 만나면 더 나은 경험과 인생의 지혜를 던져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간절한 이들에겐 기회의 문이 제공된다는 사실이다. 내가 그 순간을 인지하고 열어젖힌다면 새로운 빛이 스며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은 그런 용기가 부족한 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외국이든, 언어이든 지금까지 새로울 것 없던 인생에 기회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지금 내게 일본에서 한번 살아보는 건 어때?라고 누가 묻는다면 예스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머뭇거리기에 인생이 너무 짧다는 것을 깨달았다.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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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 호린의 프리랜서 번역가로 멋지게 살기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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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라는 직업을 잠깐 꿈꾼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예체능으로 전향하고 나서 그 꿈은 서랍 속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그렇게 디자인 관련 일을 거쳐오며 어느덧 인생의 오춘기앞에 다다르니 무언가 변화를 꿈꾸고 싶단 욕망이 꿈틀댔다. 그렇게 고민만 한가득인 이때, 우연히 번역가가 쓴 번역가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저자는 프리랜서라는 타이틀로 더욱 구미를 당겨놓는다. 누구나 꿈꾸는 자유로운 생활. 내 맘대로 시간을 부리고 평일을 즐길 수 있는 생활. 듣기만 해도 짜릿한 이 프리랜서라는 타이틀을 가져 본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혼과 동시에 프리랜서로 전향해 밤낮이 바뀌던 생활을 2년 넘게 하다 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 그만두긴 했지만 매력적인 건 사실이다.

단순히 번역가라는 직업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거나 쉽게 생각했다면 꼭 이 책의 조언을 숙지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 정말 자기가 좋아해서 빠지지 않는다면 버틸 수가 없다. 일감을 따낼 수 있는 추진력, 시간의 엄수, 고퀄리티를 향한 능력 등 나의 능력을 쏟아부어야만 하는 일이기에 더욱 힘든 일임을 알게 된다. 일정치 않은 수입으로 인해 처음 가졌던 자부심은 점점 바닥으로 가라앉을 것이고 번역 시장의 페이도 늘 제자리걸음인데 대해 실망감도 느껴야 될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 일이 정말 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이렇게 해 보라며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우선 번역가란 어떤 직업정신을 갖고 있어야 하며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저자의 경험을 담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자격증은 있어야 하는지 어학연수는 다녀와야 하는지 정도의 가벼운 궁금증부터 번역시 필요한 프로그램의 숙지와 번역의 분야와 번역가의 지식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풀어놓고 있다. 그리고 번역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시작했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선배의 느낌으로 업무를 전달해주고 있는데 번역 이력서는 물론 청구서 작성하는 법까지 알려준다. 다양한 분야의 번역 일에 처신하는 노하우도 알려주고 있으니 정말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했다.

3강과 4강은 저자의 프리랜서 생활을 담아내고 있다. 신나고 보람된 생활이 오기까지 물론 저자에게도 시행착오가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본인의 생활을 컨트롤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고 그곳엔 성실함이 있었다. 게다가 저자에겐 약간의 행운도 따랐다.
저자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시간과 타이밍이다. 마감일을 엄수하는 등의 약속을 지키는 일은 번역 일 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나도 시간개념이 없는 이는 만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 엄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또 전화통화가 잘 안되는 사람도 내 업무의 경험상 그다지 신뢰도가 있는 쪽이 아니었다. 이 부분은 반드시 필수요건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번역가들의 인터뷰를 실어놓았다. 다들 금전적으로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매력적이고 보람 있는 일로 꼽고 있는 점이 비슷해 보였다. 그리고 다독을 권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어떤 일이든 책은 우리에게 늘 자극을 준다. 생활에서 책은 늘 함께 해야 할 존재이다. 특히 번역가가 누군가에 따라 고전의 뉘앙스가 확 달라지는 경우도 보았다. 그래서 믿고 보는 번역가의 책이 생긴 것도 나름 이유이다. 직역이든 의역이든 우리말에 능통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 처음 계기가 무엇이었든지 좋아하다 보면 길이 열린다. 그리고 용기만 좀 더해진다면 점점 나아가는 내가 보일 것이다.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이 한 권의 책이 계기가 되어 꿈을 펼쳐보길 바란다. 처음부터 쉬운 길은 없다는 이 쉬운 진리를 잘 안다면 부딪혀보길 바란다.

이 책을 덮자마자 미친 듯이 공부에 대한 갈증이 생겨났다. 저자가 계속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충고를 자주 해서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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