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편지 숨 쉬는 역사 14
윤자명 지음, 김주리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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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숨쉬는 역사 14번째의 시대적 배경은 근현대사다. 역사가 낯설고 지루한 아이들은 여기까지 오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반드시 알고 지나야 하는 중요한 지점임에도 말이다. 역사 속에 등장하는 낯선 용어와 어려운 단어들도 한몫하지만 역사적 사실에만 치중하다 보면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역사 동화는 그런 부분보다 아이의 관점에서 보고 느끼게끔 도와준다. 그렇게 접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그 시절을 이해하고 현재 우리의 모습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1979년은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절이다. 그렇지만 지금 나조차도 멀게 느껴지는 건 대한민국의 초고속성장 때문일 것이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할 것이 너도나도 가난하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생활상은 명호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형편은 큰형 학비로 인해 늘 빠듯하다. 명호의 둘째 누나는 공부를 잘했음에도 중학교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명호 역시 그래야 할지 모른다. 크레파스 색깔이 없어 반공 포스터는 엉망이 되고 닭백숙이 먹고 싶어도 대학생인 큰형이 와야만 먹을 수 있다. 육성회비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퍼붓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쫓겨가던 시절이었다. 

당시 정부는 경제발전을 이루고자 너도 나도 잘 살아보자는 취지 아래 '새마을 운동'을 강제했고 반공정신을 부추기며 기강을 잡으려 했다. 게다가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게 하여 유신헌법의 정당성을 세뇌시키고 있었다. 명호가 그토록 열심히 준비했던 웅변대회도 그런 취지와 맞물려 있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지만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이 자유는 그저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던 명호의 큰 형과 서울에서 공장을 다니는 둘째 누나의 소식이 끊어지자 가족들은 슬슬 걱정에 휩싸인다. 이유인즉 동네에서 들려오는 안 좋은 소식 때문이다. 서울 다니던 동네 형이 데모를 하다 경찰에 붙잡혀 갔고 뉴스에서는 반동분자니 뭐니 무서운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족들의 걱정은 불안감으로 바뀌고 참다못한 명호의 엄마가 길을 나선다. 허나 명호가 부산으로 향하게 되고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형을 만나게 되는데.

나라는 한 개인이 독단적으로 통제하고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유신헌법이 좋은 것인 줄로만 알고 있던 국민들은 그만큼 교육수준이 낮았다. 그랬기에 왜라는 의심을 품을 수조차 없었다. 그만큼 생각에 갇히면 위험하다. 나라는 국민 스스로가 개혁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명호는 소식이 끊어진 형을 찾으러 간 현장에서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명호가 언젠가 부치게 될 편지는 그런 미래를 위한 믿음과 희망이다.







부마 민주 항쟁(1979년 10월)은 민주이념을 계승한 민주 항쟁의 하나다. 박정희 독재에 반대한 학생들과 시민에 의한 반정부 항쟁이었다. 부당한 권력에 항의하고 싸우지 않았다면 여전히 누군가의 통제와 감시 아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명령과 복종으로부터 깨어나려면 교육이 절실하다. 지금도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며 싸우는 나라들이 많고 심지어 한국 민주주의 운동을 거울삼는 나라도 있다. 그 사실만 보아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과 의식수준이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어 뿌듯한 일이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명호가 방학숙제를 제대로 못해 쩔쩔매는 모습에 옛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어쩜 그리 나랑 비슷했을까. 탐구생활조차도 제대로 못해서 벼락 치기를 하고 못다 쓴 일기를 거짓으로 꾸며대느라 애쓰던 그때가 그립기까지 했다. 나와 다른 점이라면 명호는 정말로 씩씩하고 속 깊은 녀석이라는 거다. 나라면 무서워서 혼자 부산으로 갈 생각조차 못 했을 텐데. 명호에게서 용기를 배웠다. 다급해진 형이 명호에게 '빨리', '빨리'를 말하던 모습을 보며 어쩌면 대한민국의 '빨리'문화덕에 민주주의 꽃도 일찍 핀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청어람주니어 블로그에서 독서학습지를 다운받을 수 있다. 민주화 운동을 살펴보면서 조금은 진지하고 깊이 있는 생각을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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