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옷장의 비밀 - 美친 존재감의 심리
임윤선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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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에 행거를 설치했다. 그 전에는 5단짜리 수납장에 옷이며 양말, 속옷을 모두 넣고 코트나 점퍼, 자켓은 부모님 방에 딸린 드레스룸에 보관했는데, 옷 한 벌 찾으러 왔다갔다 하는 게 불편해 옷장을 사는 대신 공간을 덜 차지하고 값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행거를 설치한 것이다. 그런데 행거에 코트며 점퍼, 자켓, 셔츠, 블라우스, 원피스 등을 가지런히 걸어놓으니 내 옷 취향이 고스란히 보여 놀랐다. 코트와 점퍼, 자켓 색상은 절반 이상이 검은색. 나머지도 그레이, 네이비, 카키 같은 차분한 색 일색이다. 셔츠와 블라우스는 화이트 아니면 블루 계열이고, 원피스는 죄다 페이즐리 무늬. 나의 옷 취향은 대체 어떤 심리를 반영한 것일까?

 

 

나의 옷 취향이 반영하는 심리적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옷장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 임윤선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과 겸임교수, 한국예술치료교육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있는 예술치료 전문가. 자타공인 패션광인 저자는 패션을 사람의 심리를 읽을 수 있는 매체로 활용할 수 있으며, 옷장 속의 옷을 훑어보고 인생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함으로써 심리를 치유하는 이른바 패션 테라피 또한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나처럼 늘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옷 위주로 입는 사람은 집단소속감이 강하고 무리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내세우는 것을 회피한다고 한다. 이제보니 안에는 주로 내가 좋아하는 색상이나 무늬의 셔츠나 원피스 등을 입어도 겉은 검은색, 회색 같은 무채색 옷을 입어 가린 것이 내면의 열정을 숨겨온 나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독립적인 자아를 키우기 위해 겉도 속도 내 취향의 옷, 나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옷을 입어야겠다. 

 

  

무채색을 선호하는 것은 비단 나만의 성향이 아니라 한국인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성향이기도 하다. 개인보다 가족, 학교, 회사 등 집단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문화는 기왕이면 튀지 않고 집단에 묻힐 수 있는 무채색 의상을 선호하는 성향을 낳았다. 거리에 나가 보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검은색, 회색 등 무채색 옷을 입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가방, 구두 같은 소품과 자동차, 휴대폰 등 패션 외의 제품마저도 무채색을 선호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이는 조직의 규칙이라든가 다른 의상과 매치하기 쉽고 날씬해 보인다는 등의 장점 때문일 수도 있지만, 지나친 경우 화와 한을 억누르며 사는 우울증의 발현으로도 볼 수 있다. 다양한 색상과 스타일로 마음을 돌보는 것이 우울증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참고해보면 어떨까.

 

 

책에는 패션 심리, 쇼핑 중독, 자존감, 패션 아트 테라피 등에 대한 설명 외에도 독자가 직접 해볼 수 있는 테스트가 다수 제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셀프 테라피 팁도 여러 개 나와 있는데, 그 중에서도 37~8쪽에 나와 있는 '패션 테라피'가 유용했다. 방법은 이렇다. 



'일단 옷장 문을 활짝 열고 옷장 속의 옷들을 쭉 훑어보도록 한다. 구체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약간의 재료가 필요하다. 도화지와 패션잡지, 그리고 펜과 풀, 가위 정도면 된다. 만약 지금 당장 시도하고 싶다면 임시방편으로 종이와 펜만 가지고도 할 수 있다. 옷장의 옷들을 보고 난 후 도화지나 종이를 반으로 접어 왼쪽에는 과거에 입은 옷을, 오른쪽에는 현재 입는 옷 스타일을 잡지에서 비슷한 것들로 골라 붙여본다. 잡지에서 골라 붙일 수 없는 상황이면 펜으로 청바지, 실크 블라우스, 꽃무늬 원피스 등으로 상세히 써보도록 한다. 양쪽 면이 모두 완성되면 서로 비교해서 과거와 현재 삶을, 입었던 옷을 통해 알아보고 생각하며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다. (p.38)



이밖에 쇼핑 팁, 헤어와 메이크업 노하우 등 패션에 관한 정보도 실려 있고, 별자리와 혈액형에 따른 추천 패션도 나와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참고로 A형 사수자리인 나에게는 모던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스타일과 블랙, 다크브라운, 베이지, 카키 등의 색상이 어울린다고. A형은 페미닌한데 사수자리는 보이시하다고 하니 어느쪽을 따라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다양한 매력을 가진 것으로 믿고(^^) 쇼핑에 참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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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세대가 몰려온다 - 생산하고 소비하고 창조하는 새로운 10대의 등장
김경훈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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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음식점에서 나보다 능숙하게 스마트폰을 다루는 어린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고작해야 서너 살 정도 되었을까. 말도 잘 못 하는녀석이 스마트폰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동영상을 열었다가 인터넷 창을 열었다가 하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어찌나 낯설던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한 아이의 삶은, 고등학교 입학할 때 부모님을 졸라 겨우 생애 첫 휴대폰을 마련하고 스물여덟 살 때 처음 스마트폰 유저가 된 나의 삶과 달라도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모모 세대 :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 매체를 접하면서 자란 '모어 모바일(More Mobile) 세대'의 줄임말.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2014년 현재 대한민국의 10대들을 가리킴.



한국트렌드연구소장 김경훈이 쓴 <모모세대가 몰려온다>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1020 세대를 이른바 '모모 세대'로 명명하고 이들의 특징을 분석, 새로운 수요층으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책이다. 저자는 기성세대의 눈엔 이해할 수 없고 골칫거리로만 비쳐지는 지금의 1020 세대야말로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지닌, 무궁무진한 기회의 대상이라고 설명한다. 



게임을 좋아하고 웹툰에 빠져 있으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이들이 어떻게 기회의 대상이란 말인가? 저자는 이들을 자라면서 혹은 어른이 되어서 비로소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 스마트폰의 수혜를 입은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인류로 구분한다. 이들은 스마트폰, 클라우드, 위치기반 서비스, 증강현실, 음성인식, 웨어러블 컴퓨팅 같은 신기술을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생활 속에서 바로바로 활용해 온 그야말로 '신인류'. 저자는 이들의 모바일 활용 능력은 기성 세대의 그것보다 훨씬 뛰어나며, 앞으로 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종래의 그것과 전혀 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렇다면 모모 세대의 특징은 무엇인가? 저자는 모모 세대가 머릿 속에 든 첫 번째 두뇌와 스마트폰이라는 두 번째 뇌를 활용하는, 소위 두 개의 뇌'로 살아가는 이들이라고 설명한다. 모르는 게 있으면 제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그 자리에서 검색해서 알아내고 잊어버리는 것이 그 예다. 이는 지식이란 머리로 습득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믿어온 기성 세대의 관념을 뒤흔드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기성 세대도 어느새 지도 대신 내비게이션에 의지하고, 모르는 길을 배워서 가는 대신 검색해서 찾아가는 데 익숙해지는 것을 보면 모모 세대의 모습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이들은 또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상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자 감성을 지닌, 전형적인 '프로슈머(prosumer)' 집단이며, 무나(무료 나눔), 교신(교환 신청), 생정(생활정보), 중고거래, 알뜰소비, 구독소비 등 다양한 소비 활동을 즐기는 전천후 소비자이다. 무나, 교신, 생정 같은 말은 물론, 중고거래, 구독소비 등에도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인 나는 이런 10대들의 이야기가 마치 별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허나 앞으로 기획자로서 상품을 기획하고 마케팅, 홍보를 하려면 이들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하겠지... (왜 한숨이 나올까...)



이밖에도 핏에 목숨거는 세련된 취향을 지녔고, 공유하고 공감하고 협업하는 것이 일상화 되었으며, 공부뿐 아니라 취미, 문화, 예술, 사회, 정치적인 영역에까지 발언권을 높이는 것을 모모 세대의 특징으로 들 수 있다. 1020 세대가 기성 세대와 다른 취향과 특성을 지니는 것은 과거에도 볼 수 있었던 현상이지만, 모바일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여러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은 모모 세대가 처음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차세대 정치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는 10대들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얼마 전 있었던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 조슈아 웡을 비롯해 홍콩의 미래에 대한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직접 만든 벽에 붙이게 한 16세 소녀 코라 호, 블로그를 통해 여성의 교육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17세 파키스탄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201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면면이 화려하다. 특히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인터넷 보급률이 낮은 파키스탄에서 인터넷이 아닌 스마트폰, 즉 모바일을 활용한 정치 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모모 세대가 이렇게 장점이 많은 세대였을 줄이야. 이제 10대들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고 혀를 차거나 곱지 않은 눈으로 보지 말아야겠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매체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하며,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고 믿으며 행동까지 하는 이들이야말로 나를 포함한 기성 세대가 바라던 인류의 모습이 아닐까. 모모 세대가 어른이 되고 사회의 중심이 되면 세상은 어떤 모습이 될지 자못 기대가 된다.



아울러, 책을 읽으면서 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니기에 더 이상 모모 세대와 같은 신세대로 분류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10대 초반에 인터넷과 휴대폰 문화를 접한 '반(半)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기성 세대와 모모 세대의 중간자적 역할을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들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지금의 2030 세대가 유일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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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 아마존 ‘킨들’ 개발자가 말하는 콘텐츠의 미래
제이슨 머코스키 지음, 김유미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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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책은 커뮤니티가 생성된 채팅방과 비슷한 형태로서, 전국의 독자들이 온라인에서 격렬한 토론을 하거나 헤드셋을 끼고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줄거리를 만들어가는 온라인 비디오 게임과 비슷해질 것이다. 작가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나 작곡자의 역할을 하고 독자는 연주자 역할을 할 것이다. 독자들은 실제로 책 속에서 많은 글을 쓰게 될 것이다. (p.150)

 

리딩 2.0은 당신에게 그 책과의 대화뿐 아니라 다른 독자들과의 대화도 제공할 것이다. 당신이 <해리 포터>팬이라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해리 포터> 시리즈를 모두 읽었지만 더 읽고 싶다. 해리와 볼트모어를 계속 읽을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럴 때 리딩 2.0은 다른 사람이 쓴 <해리 포터> 시리즈와 그 책의 문화적인 의미에 관한 팬 픽션이나 에세이를 계속 읽을 수 있게 한다. 그 책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연결되면 페이지를 넘기는 것처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p.222)

 

전자책 혁명은 엄청나게 많은 책으로 독자들을 압도할 뿐 아니라 작가들에게도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특히 대형출판사를 선택한 작가들에게는 더 많은 요구사항이 주어질 것이다. 출판사는 결국 작가들에게 책에 대한 통계를 보여주는 웹사이트에 로그인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 사이트는 작가가 쓴 특정한 장을 읽은 사람이 몇 퍼센트인지, 어떤 페이지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는지, 소셜 네트워크에서 어떤 페이지가 가장 많이 공유되었는지에 대한 통계와 독자들이 지적한 철자법 오류나 잘못 표시한 연대 등을 보여줄 것이다. (pp.301-2)



이북 리더기를 세 개나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지만, 곧 죽어도 종이책을 읽겠다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전자책으로 갈아타는 걸 볼 때나, 인터넷 서점의 전자책 할인 쿠폰 공세를 볼 때마다 전자책으로 갈아타고픈 마음이 든다. 특히 서평을 쓰기 위해 책에 메모를 하거나 귀퉁이를 접는 게 책에 미안하거나, 오늘처럼 서평에 인용할 구절이 많아 일일이 타자를 치는 게 귀찮은 날에는 전자책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어떤 전자책은 읽은 구절을 따로 저장하거나 SNS서비스로 보내는 기능도 있다지? 종이책 or 전자책,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정말 고민이다.



이런 고민을 안고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의 개발책임자 제이슨 머코스키가 쓴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를 읽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미국의 전자책이 전체 출판 산업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0퍼센트 중반대. 한국의 전자책 시장 점유율은 20퍼센트에 훨씬 못 미치는 3퍼센트대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종이책 시장을 압도할 것이 분명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자책의 개발, 킨들의 탄생과 발전, 전자책의 출현이 출판 산업 및 독서 문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한마디로 전자책의 모든 것이랄까. 저자가 전자책 개발자라고 해서 디지털 문화를 숭배하는 전형적인 엔지니어일 줄 알았는데, 아마존에 입사하기 전 책을 내기도 한 작가이며 지금도 자택의 한 층 전체를 서재로 쓸 정도의 책벌레라는 사실에 놀랐다. 저자를 보니 전자책을 만드는 것이 종이책을 사랑하는 또다른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전자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보다는 읽지 못하는 이유, 읽을 수 없는 이유를 더 많이 찾았다.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동네 서점으로 불리는 소규모 서점이 사라지고 신간과 베스트셀러 위주의 독서 문화가 고착되게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일부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밀려 소규모 서점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데, 앞으로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또한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이 선정한 일부 신간과 베스트셀러 중심의 독서 문화도 더욱 심해질 것이다. 예전에 나왔거나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책, 소수의 독자들만 읽는 책은 점점 빛을 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전자책 시장의 확대가 작가의 창작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어떤 글이 가장 많이 읽히는지, 독자를 가장 많이 유입시키는 단어가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는 통계 시스템이 있다. 마찬가지로 전자책은 작가로 하여금 자신이 쓴 글의 어떤 대목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지 데이터화된 수치로 알려줄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작가의 창작과 상상력을 제한할 것이다. 잘 팔리는 책, 잘 읽히는 책을 쓰는 것만이 답이 되는 문학이라니.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이밖에도 언어의 문제,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등 걱정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긍정적인 점도 물론 있다. 종이책을 제작하고 구입하는 데 따르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잃어버리거나 변질될 걱정 없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으며, 작가와 독자가 디지털 방식으로 참여함으로써 협동하거나 상호교류하는 현상이 늘어나며, 팬 픽션이나 에세이 등 2차 창작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점 등은 기대된다. 예전에 혼자서 책을 읽던 때에 비하면 인터넷 서점과 블로그에 서평을 올리며 전국의 수많은 독자들과 상호작용하는 지금이 훨씬 더 즐거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어떤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관련된 글을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인터넷 서점이나 블로그에서 쉽게 읽을 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전자책은 이런 활동을 더욱 쉽게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에 따르는 기회비용이 너무 큰 건 아닐까? 언젠가 전자책을 읽게 되더라도 지금은 종이책의 매력에 더 푹 빠져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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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 중국.중동.아프리카 편 - 이름만 들어도 숨 가쁜 트레킹 & 트레블 명소 무작정 체험기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1
김동우 지음 / 지식공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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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빠른 속도로 의미 없이 일상이 내 곁을 흘러갔다. 두 눈은 어지러웠고, 두 어깨에는 극심한 피로감이 쌓였다. 미친 듯이 돌아가는 사회에, 그리고 게슴츠레 침을 흘리는 내 인생에 쉼표를 찍어 보고 싶었다. 한 번쯤 내 감정에 솔직해지기... 나 자신에게 떳떳해지기... 남이 아닌 내가 원하는 일 해보기... 정말, 그래 보기. 하지만 가면을 벗기까지는 적잖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실현 가능성은 낮아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움켜진 손아귀를 펴는 거다. 그러면 새로운 걸 잡을 수 있다. 새로 손에 쥔 그 무엇은, 그동안 꽉 쥐고 놓지 않았던 것들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경험이었고, 놓기 전에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자유였다. (프롤로그 중에서)

 


일 년이 멀다 하고 해외로 떠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요즘이지만, 내가 이제껏 바다 밖으로 나간 건 단 두 번이었다. 첫번째는 대학교 2학년 때 대학 연합 답사 동아리에 가입해 떠난 중국 여행이었고, 두번째는 졸업 전 휴학을 하고 떠났던 일본 여행. 두 곳 모두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가 다른 나라에 비하면 문화나 언어 등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두 번의 여행은 모두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록 여행 당시에는 지루한 이동 시간과 찌는 듯한 더위, 부족한 돈, 열악한 숙소 환경 때문에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식으로 거대한 중국 대륙과 일본 열도의 습한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고, 젊었을 때 사서도 하라는 고생을 한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하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견문을 넓히라는 어른들의 말뜻을 이제는 알 것 같다.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의 저자 김동우(블로그 http://blog.naver.com/dw1513)는 대학 시절 45일간 초스피드로 유럽 여행을 한 것을 시작으로 조금씩 여행을 하다가 마침내 2012년 4월, 약 1년에 걸친 세계여행에 도전했다. 물론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돈도 돈이지만, 1978년생, 어엿한 직장인인 그가 맞닥뜨린 장애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일단 부모님을 설득해야 했고, 회사에 사표를 내야했다. 보험, 적금, 자동차, 집도 처리해야 했고, 오랜 부재에 대비해 애인을 설득하는 일도 남아 있었다. 여행 준비도 만만치 않았다. 1년 일정의 세계여행은 2박 3일, 3박 4일 단기 여행과 준비하는 것부터가 달랐다. 일단 여행 일정을 짜고 자료를 수집하는 것부터가 상당한 일이었으며, 항공권과 비자 등의 문제를 처리하는 것도 금방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보도를 이용하지 않고 산을 타는 '트레킹'으로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트레킹 장비를 마련해 짐을 싸는 일도 쉽지 않았다. 세계일주.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저자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저자의 세계 일주는 1막과 2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을 다룬 이 책에는 중국,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이집트,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에 이르는 일정이 담겨 있다(참고로 다음 권에 소개될 예정인 2막에서는 아메리카 대륙을 다룬다고). 아시아부터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긴 여정임에도 여행 개요와 트레킹 지역, 이용 숙소 만족도, 깨알 정보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꼼꼼하게 정리해 놓은 점은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그렇게 꼼꼼하게 준비해 야심차게 떠난 여행이건만, 여행 내내 저자의 고생은 끊이지 않았다. 설사병에 고산증, 언어가 통하지 않는 불편함, 사람들의 불친절, 입에 맞지 않는 음식, 입국 수속, 비자 문제 등등 문제 하나가 해결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속의 문장들을 보면 저자는 여행 내내 참으로 행복했던 것 같다. 멋진 풍경, 훈훈한 인심, 여행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모두가 무모하다고 말렸던 꿈을 이뤘다는 성취감 내지는 만족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평생의 소원으로, 버킷리스트로 거론하는 세계일주의 꿈. 그 꿈을 현실로 이루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어쩌면 세계일주의 꿈은 명문대에 들어가거나 일류 기업에 취업하는 것보다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두가 응원하는 일이 아니라 반대하고 말리는 일이라 오로지 자신의 뜻으로만 해내야 하는 일이니 말이다. 과감한 선택을 한 저자의 용기가 멋지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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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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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내 누나>이지만 남매 간의 애틋한 우애나 정을 그린 책은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누나와 남동생이라는 역할을 빌려 남녀 간의 차이와 2,30대 싱글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코믹하게 그린 책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국내에 출간된 마스다 미리의 책 대부분을 읽은 독자로서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상당히 터프하다고 느꼈다. 이를테면 여성들의 브래지어에 얽힌 비밀이라든가, 동창회에 갈 때의 마음가짐, 연애나 결혼에 대한 모순적인 태도 등등 기존의 마스다 미리 책의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비하면 거의 폭로나 독설에 가까운 수준의 에피소드들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건 아마도 등장 인물이 누나와 남동생이라서 그런 것 같다. 여성 화자의 이야기를 주로 그리는 마스다 미리는 남성을 등장시켜도 대부분 남편이나 애인 등 여주인공과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인물로 그렸다. 그런데 이 책의 남성 화자는 남동생이기 때문에 여성의 숨기고 싶은 본성이 다소 직접적이고 화끈하게(!) 표현되었다. 남편이나 남자친구한테라면 보이고 싶지 않고 들키고 싶지 않은 면이라도 남동생에게는 보여줄 수 있는 것과 같은 심리랄까? 나는 남동생이 없어서 짐작만 할 뿐이지만. ​


덕분에 예전엔 마스다 미리 책을 읽으면서 피식 웃는 정도였다면, 이번에 <내 누나>를 읽으면서는 배를 잡고 구른 적이 여러 번이었다. 여성 독자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지만,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속내에 공감할 수 있'는 반면, 남성 독자라면 '막연하게 갖고 있던 여성관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책 소개 문구에 백 퍼센트 공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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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1-16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인 나도 여자의 속내가 궁금해서... 이 책 한번 읽어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와 두 딸과 그리고 말없는 울남편과 아들을 위해서 사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