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티컬 매스 - 1퍼센트 남겨두고 멈춘 그대에게
백지연 지음 / 알마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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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비전이 있는 사람은 자신 스스로 성공을 정의한다. 즉 세상에서 좋다고 말하는 대학에 가서 취직 잘하고, 잘 벌고, 잘 먹고, 잘 살고 하는 식의 성공 잣대를 그대로 따르는 게 아니다. 자신의 삶에 의미를 주는 성공을 스스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그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은 크리티컬 매스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크리티컬 매스를 폭발시켜 도약할 수 있다. (p.77)  
   

 

<크리티컬 매스>에 대해 인터넷상에 올라온 리뷰를 보다보니 의외로 critical mass라는 말 자체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글이 많았다. 단어뜻은 알지만 정확한 의미는 몰라서 사전을 찾아보니 '핵분열시 연쇄 반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질량'이라는 뜻을 가진 물리학 용어로(난 문과라서 다행이야...), 외국에서는 '바람직한 결과를 얻는 데 필요한 최소의 수'라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 읽고도 사실 속으로는 '에이, 그래도 얼마나 일.반.적 으로 쓰이겠어?'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마침 오늘 오전에 본 미국 뉴스에서 인터뷰이가 딱 'critical mass'라는 말을 쓰더라....(;;;)

  

각설하고, 이 책은 tvN에서 진행하는 인터뷰 전문 프로그램 <피플 인사이드> 100회 방영을 기념하여 진행자 백지연이 그동안 인터뷰한 이 시대의 명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묶어서 쓴 책이다. '할 수 있어, 믿는다, 괜찮다' 이런 글만 보면 여느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읽어보니 백지연이 인터뷰한 100명의 명사들의 삶이 요점만 쏙쏙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거기에 백지연이 인터뷰어로서 느낀 점이나 방송 뒷이야기도 함께 실려있어서 괜찮은 에세이를 읽은 기분이었다.

 

안철수, 박경철, 김성주, 김용(다트머스 대학 총장) 등 평소 존경해온 인물들의 이야기도 실려 있고, 김혜자, 박중훈, 장혁 등 잘 알려진 연예인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활동하는 분야도 다르고 개성도 다양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남들이 뭐라해도 한 가지 삶의 목표를 향해 진득하게 노력한 결과, 남들보다 조금 느리고 힘들었을지 몰라도 누구보다도 빛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공통점을 발견했고, 이를 '크리티컬 매스'라는 용어를 빌려 표현했다.

 

이 책에서 나는 무엇보다도 저자가 <논어>, <고백록> 등 고전을 비롯한 다양한 책으로부터 글을 인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 번의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몇 백 장의 자료를 읽어야 한다는데, 그러는 중에도 틈틈이 동서양의 고전을 읽고 부지런히 독서를 해왔다니... 거기에 같은 앵커우먼인 바버라 월터스는 물론이요, 키타노 타케시까지 인용한 부분에서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람에 대한 관심,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그녀로 하여금 독서를 하고, 오랫동안 방송을 하게끔 한 것이 아닐까. 참 멋지다. 그녀가 지금까지도 국내 최고의 앵커우먼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무언가에 몰두하여 하나의 업적을 완성하고 역사와 시대에 이름을 새긴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의 길을 걷지 않았다.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들을만큼 미련하게,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만큼 광적으로 매달렸다. 돈의 힘과 긍정의 힘에 취한 사회에서 명예나 업적을 논한다는 것은 정말 미친 소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경지에 도달해보지 못한 범인들은 죽었다깨도 알지못하는 무언가가 있을터ㅡ 그것이 무엇일까? 그것을 알기 전까지는 행여 꿈에서라도 이 괴로운 희망을 놓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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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6-12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거 읽고 싶어요!^^

키치 2011-06-12 21:42   좋아요 0 | URL
기대에 비해 좋았는데 아이리시스 님은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하네요 ^^ 고맙습니다.
 
경제/경영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5월에 받은 신간 두 권 중에 아직 한 권은 읽지도 못했는데 벌써 6월 신간을 골라야 하다니... 시간 참 빠르다. (아직 한 권을 다 못 읽은 이유는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책이 너무 어려워서 내가 너무 무식해서...) 6월 신간은 부디 쉽고 재미있는ㅡ 내 하찮은 수준에도 맞는 책이 선택되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1. 블랙 스완에 대비하라

읽고 싶어서 북카트에 담아둔지 오래인 이 책이 경제/경영 5월 신간에 해당한다니... (으흐흐)  

블랙 스완 이라는 말이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서 경제경영 상식, 시사 상식 같은 책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이론이 주류 경제학과 달리 그만큼 새로웠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미국발 금융위기, 일본 동부 대지진 등 과학이나 통계 등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블랙 스완>의 개정판에 추가로 후기가 들어갔다고 하니 그의 이론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모르는 사람이라면 후기를 통해 더욱 자세히 알게 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2. 계층 이동의 사다리 

요즘 하우스 푸어, 워킹 푸어 같은 말을 자주 듣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양극화라는 말을 들어도 크게 체감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도, 돈 모아서 집을 사도 점점 가난해진다는 것이 뭔지 알겠다. 바로 내가 그 당사자이니... 

점점 심각해지는 경제적 계층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일 것 같아서 골라보았다.

  

 

 

3. 성장 숭배  

국가든 조직이든 개인이든 뭐든 성장만을 중시하는 풍조는 무섭다. 그 결과 껍데기만 커지고 내실은 없는, 어설픈 성장을 하는 것은 더욱 무섭다. 마침 5월 신간 중에 성장에 관한 책을 두 권이나 찾았다. <성장 숭배>를 고를까, <성장의 광기>를 고를까 고민하다가 성장을 숭배하는 풍조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더 알고 싶어서 <성장 숭배>로 골랐다. 정말 왜 우리는 경제성장의 노예가 되었을까? 알 것 같기도 하고, 더 알고 싶기도 한 문제다. 

 

 

 

 

4.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 책도 경제경영 신간에 들어가는지 몰랐는데, 다른 분이 추천하셨기에 한 표 던져본다...^^ 

작년 일본 서점가를 '모시도라' 열풍에 빠지게 한 책으로, 대중적인 인기가 워낙 높아 TV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되고 얼마전 영화로도 개봉이 되었다. 일본에서는 수박 겉핥기 식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하는데, 겉핥기인지 아닌지는 읽어봐야 알겠지...? 이제까지 피터 드러커의 책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의 저서를 다른 각도로 접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은근 기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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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이동의 사다리- 빈곤층에서 부유층까지, 숨겨진 계층의 법칙
루비 페인 지음, 김우열 옮김 / 황금사자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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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숭배- 우리는 왜 경제성장의 노예가 되었는가
클라이브 해밀턴 지음, 김홍식 옮김 / 바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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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에 대비하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김현구 옮김, 남상구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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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광기- 왜 경제가 성장할수록 삶은 피폐해지는가
마인하르트 미겔 지음, 이미옥 옮김 / 뜨인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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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레이철 커스크 지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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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의 여자들은 임신하는 순간 자신의 삶도 끝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줄리엣은 임신을 하고 나면 지혜가 필요하다고, 뭔가 쉽지 않은 일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얼마 동안 그녀는 가정과 남편과 아이들이 보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치 그런 것들이 평범하지 않은 일이고, 인간의 경험을 좀 더 세련되게 만들어 주는 무엇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그런 것들을 가지고 나서는 그녀의 혈관 안에 매일 조금씩 납덩이가 쌓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장을 보지 않으면 집 안에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바나비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베네딕트가 다시 직장에 나가 버리고 자신이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처리해야 할 집안일들이 너무 많아서, 베네딕트에게 부탁하느니 직접 하는 것이 더 편하겠다고 생각하다 보니 어느덧 일에 익숙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  그런 생각이 처음 들었을 땐 그녀도 많이 놀랐고, 거의 분노를 느꼈다. 

그녀가 알고 있던 정의에 따르면 그런 일상적 폭력의 흔적은 언젠가 드러나게 마련이고 가족들도 알아차려야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불평을 한 것은 실수였다. 어머니의 얼굴에 떠올랐던 그 기쁨의 표정, 사악한 기쁨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pp.55-6)

 
   

 
 

런던 인근의 베드타운 알링턴파크에 사는 중산층 여성들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위 문장에서 '런던'을 '서울'로, '알링턴파크'를 '분당'으로 바꾸면, 그러니까 '서울 인근의 베드타운 분당에서 사는 중산층 여성들의 삶'이라고 하면 그것은 곧 나의 어머니의 삶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어머니는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장에 들어가 친정 식구들을 부양하기 위해 일만 하다가 옆 부서에서 일하던 신입사원, 그러니까 지금의 나의 아버지와 1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결혼을 하면 여자가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그 때의 상식이었고, 어머니도 자연스럽게 직장을 그만뒀다. 그리고 그 때부터 오로지 나와 동생을 키우고 내조를 하는 데에만 전념하며 25년을 보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까지 어머니는 과연 행복하셨을까? 당신 입으로는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 좋은 남편, 안정적인 생활, 부족하지 않게 키운 자식들... 하지만 어머니 인생에도, 자식인 나는 감히 짐작하지도 못할 만큼의 권태와 괴로움, 갈증이 있었을 것이다. 높은 학업, 직장에서의 성공 같은, 어머니 인생에는 허락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소망들... 못난 딸은 이제서야, 그것도 소설을 읽으며 겨우 그것들을 헤아릴 정도가 되었다.

  

이 책에는 다섯 명의 중산층 여성이 나온다. 각각 캐릭터는 조금씩 다르지만,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어머니라는 점은 같다. 그리고 지겹도록 단조롭고, 숨막힐듯 갑갑한 남편의 속박, 아이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리고 있다는 점도. 그러나 세상이 그녀들에게 허락한 것은 얼마 안 된다. 기껏해야 근처 쇼핑몰에서 사지도 못할 야한 옷을 입어보며 여성성을 확인하고, 쉬는 시간마다 한 집에 모여 수다를 떠는 정도이다.  

그 수다 조차도 처녀 때 같지 않은 몸매와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는 남편, 말 안 듣는 아이들 얘기를 하고나서, 그래도 자신들에게는 따뜻한 집이 있고 가족이 있으니 낫다는 위로 같지도 않은 위로를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수다 끝에 자기 삶을 합리화하기 좋아하는 크리스틴이 던진 말은 그 중 압권이다. "하긴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일들을 생각하면, 저기 인도네시아에서 있었던 지진이나 그런 거 말이에요. 그런 생각을 하면 우리는 불평하면 안 돼. 그렇죠?" 크리스틴이 말했다. - p.140 뉴스나 신문을 보면서, 하루에도 얼마나 자주 이런 생각을 했던가!)

 


배경은 비슷하지만 이 소설이 '위기의 주부들'과 다른 점은 여성들 스스로 삶의 전환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누구는 문학에 대한 사랑, 문학반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고, 누구는 딸에 대한 사랑을 다짐하고, 또 누구는 어머니의 삶을 반추하면서 권태감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의 자세를 찾는다. 특히 솔리가 파올라를 홈스테이 게스트로 맞이하면서 여성성을 되찾게 되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파올라는 친구나 가족, 물건 등 세속적인 것에는 전혀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인생을 만끽하면서 사는 여성이다. 솔리는 그런 파올라를 보면서 한없는 부러움을 느낀다. 그래서 그녀의 인생이 '에사타멘테(Esattamente)', 즉 눈가리개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파올라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가리개. 결핍과 상실감을 가리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보상받기 위해 사는 인생이라니, 이보다 더 비참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 아내들은 지금 이 순간도 자신의 삶을 희생하여 가족을 위해 눈가리개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사회는 여전히 많은 딸들, 며느리들에게 그런 삶을 강요하고 있다. (물론 아버지, 남편, 아들, 사위들의 삶도 고단하긴 마찬가지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영화 제목에 이어 노래, 그리고 이제는 '결혼은 무덤'이라고까지 말한다. 기술이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져도 가족, 부부 관계는 여전히 불합리하고 불편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하지만 소설 속의 여성들이 끝내 삶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것처럼 나 또한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희망을 놓고 싶지 않다.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불완전한' 생활이 그녀들의 변화로 인해 '완벽한' 모습이 될 수 있었듯이, 나의 삶 또한 내가 변하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지혜가 필요한 날이 왔을 때 꼭 이 책을 떠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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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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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 우리는 관계와 소통을 배운다. 거래를 하면서 우리는 다른 문화에 속한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3000년 전, 초기 거래상들은 자신의 상품을 내다 팔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가 새롭고 진기한 문화를 만났다.  

돈에 집착하는 것은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익을 남기겠다는 욕망이 없었다면 거래는 애초에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거래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바깥세상에 뭐가 있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주 오랫동안 모르고 지냈을 것이다. 

사업이든 사람이든 정말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직접 만나고 경험하고 부딪쳐보는 수밖에 없다. 저 멀리 언덕을 넘어가 국경을 건너려는 사람들, 그들 무리에 끼어들어 그들과 하나가 되면서 그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직접 보고, 듣고 해보는 수밖에 없다. (p.14)

 
   


 


영국의 억대 연봉 애널리스트였던 코너 우드먼은 회사 구조조정을 위해 해고할 직원 명단을 만들라는 명령을 받고 이런 일을 하기 위해 경제학을 공부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번쩍 들어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사무실 안의 '죽어있는 경제'가 아닌, 지구촌 곳곳에 스며있는 '살아 있는 경제'를 만나기 위해 그 길로 세계일주를 시작했다. 그의 스토리는 영국에서 <80일간의 거래일주(Around the world in 80 trades)>라는 제목의 TV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나왔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80일간의 거래일주>를 유튜브에서 찾아봤더니 전편 영상이 올라와 있다. 책에 실려있는 내용보다는 간략한 느낌이지만, 현지의 분위기나 당시 상황을 더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Part 3의 Asia편은 강추. 중국부터 대만, 홍콩, 그리고 일본까지 극동 아시아의 주요 도시를 누비며 거래를 하는 모습이 재밌었다. 왜 가장 역동적인 도시 중 하나인 한국에는 안 왔을까. 아쉽다.......ㅠㅠ)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며 경제를 책에서, 사무실에서 배운 그에게 '진짜' 시장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단순히 물건을 싸게 구입하고 비싸게 팔아서 이익을 남기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상품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현지 상인들과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손해를 본 경우도 많았다. 수단에서는 낙타를 구입하려다가 스파이로 몰려 감금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중국에서 어렵게 골라서 산 옥을 대만까지 가서 팔아보려고 했지만 헛탕만 쳤고, 일본 츠키지 시장에서는 잠도 못 자고 어선을 타고 일했지만 함께 작업한 어부와 이익을 나누고 나니 손에 쥔 것은 고작 몇 백엔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최종적으로 그가 번 돈은 우리돈으로 약 1억원(5만 파운드)! 그리고 방송과 책이 인기를 끌면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여 애널리스트로 활동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이 세계일주를 통해 얻은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그처럼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며 경제를 강의실에서만 배운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느낀 점이 많다.  



첫째는 실물경제의 원리. 현지에서 물건을 거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였다. 정보력의 차이가 거래 금액을 결정하고, 거래 금액에 따라 자신의 이윤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물건을 구입할 때는 자신이 잘 아는 것,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구입하여 정보의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는 나라마다 분위기와 환경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 가령 중국에서는 거래할 때 바가지를 너무 많이 씌우는 경향이 있었고, 일본에서는 관료주의 때문에 거래 하는 걸 허락받는 것조차 힘들었다. 영국에 있을 때는 대만에 대해 좋은 얘기만 들었는데 실제로 가보니 활력이 없고 사람들이 탐욕스러웠다는 점도 그는 지적한다. 국내에서 접하는 정보와 현지의 분위기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나 주변으로부터 듣는 정보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신만의 정보 루트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는 걸 알았다.

 

경제학을 비롯하여 학문에 대해 꼭 교과서대로, 강의실에서 배운것처럼 딱딱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요즘사람들은 원리원칙을 따지거나 정적인 것보다는 일탈에 가까울만큼 파격적이고 동적인, 그야말로 '날 것'의 콘텐츠를 더 선호한다. 코너 우드먼의 TV 다큐멘터리와 책은 코너 우드먼은 경제학이라는 고전적인 학문의 세계를 '세계일주'를 통해 몸으로 부딪치며 깨달았다는 점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콘텐츠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고, 이런 콘텐츠를 만든 코너 우드먼은 참 영리한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내가 배운 학문을 소화하고 세상에 소개할 수 있을까? 그것이 요즘 나의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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