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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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 우리는 관계와 소통을 배운다. 거래를 하면서 우리는 다른 문화에 속한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3000년 전, 초기 거래상들은 자신의 상품을 내다 팔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가 새롭고 진기한 문화를 만났다.  

돈에 집착하는 것은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익을 남기겠다는 욕망이 없었다면 거래는 애초에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거래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바깥세상에 뭐가 있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주 오랫동안 모르고 지냈을 것이다. 

사업이든 사람이든 정말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직접 만나고 경험하고 부딪쳐보는 수밖에 없다. 저 멀리 언덕을 넘어가 국경을 건너려는 사람들, 그들 무리에 끼어들어 그들과 하나가 되면서 그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직접 보고, 듣고 해보는 수밖에 없다. (p.14)

 
   


 


영국의 억대 연봉 애널리스트였던 코너 우드먼은 회사 구조조정을 위해 해고할 직원 명단을 만들라는 명령을 받고 이런 일을 하기 위해 경제학을 공부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번쩍 들어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사무실 안의 '죽어있는 경제'가 아닌, 지구촌 곳곳에 스며있는 '살아 있는 경제'를 만나기 위해 그 길로 세계일주를 시작했다. 그의 스토리는 영국에서 <80일간의 거래일주(Around the world in 80 trades)>라는 제목의 TV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나왔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80일간의 거래일주>를 유튜브에서 찾아봤더니 전편 영상이 올라와 있다. 책에 실려있는 내용보다는 간략한 느낌이지만, 현지의 분위기나 당시 상황을 더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Part 3의 Asia편은 강추. 중국부터 대만, 홍콩, 그리고 일본까지 극동 아시아의 주요 도시를 누비며 거래를 하는 모습이 재밌었다. 왜 가장 역동적인 도시 중 하나인 한국에는 안 왔을까. 아쉽다.......ㅠㅠ)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며 경제를 책에서, 사무실에서 배운 그에게 '진짜' 시장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단순히 물건을 싸게 구입하고 비싸게 팔아서 이익을 남기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상품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현지 상인들과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손해를 본 경우도 많았다. 수단에서는 낙타를 구입하려다가 스파이로 몰려 감금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중국에서 어렵게 골라서 산 옥을 대만까지 가서 팔아보려고 했지만 헛탕만 쳤고, 일본 츠키지 시장에서는 잠도 못 자고 어선을 타고 일했지만 함께 작업한 어부와 이익을 나누고 나니 손에 쥔 것은 고작 몇 백엔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최종적으로 그가 번 돈은 우리돈으로 약 1억원(5만 파운드)! 그리고 방송과 책이 인기를 끌면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여 애널리스트로 활동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이 세계일주를 통해 얻은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그처럼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며 경제를 강의실에서만 배운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느낀 점이 많다.  



첫째는 실물경제의 원리. 현지에서 물건을 거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였다. 정보력의 차이가 거래 금액을 결정하고, 거래 금액에 따라 자신의 이윤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물건을 구입할 때는 자신이 잘 아는 것,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구입하여 정보의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는 나라마다 분위기와 환경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 가령 중국에서는 거래할 때 바가지를 너무 많이 씌우는 경향이 있었고, 일본에서는 관료주의 때문에 거래 하는 걸 허락받는 것조차 힘들었다. 영국에 있을 때는 대만에 대해 좋은 얘기만 들었는데 실제로 가보니 활력이 없고 사람들이 탐욕스러웠다는 점도 그는 지적한다. 국내에서 접하는 정보와 현지의 분위기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나 주변으로부터 듣는 정보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신만의 정보 루트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는 걸 알았다.

 

경제학을 비롯하여 학문에 대해 꼭 교과서대로, 강의실에서 배운것처럼 딱딱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요즘사람들은 원리원칙을 따지거나 정적인 것보다는 일탈에 가까울만큼 파격적이고 동적인, 그야말로 '날 것'의 콘텐츠를 더 선호한다. 코너 우드먼의 TV 다큐멘터리와 책은 코너 우드먼은 경제학이라는 고전적인 학문의 세계를 '세계일주'를 통해 몸으로 부딪치며 깨달았다는 점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콘텐츠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고, 이런 콘텐츠를 만든 코너 우드먼은 참 영리한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내가 배운 학문을 소화하고 세상에 소개할 수 있을까? 그것이 요즘 나의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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