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밥과 황금 4
키타노 에이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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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근으로 인해 먹고 살 것이 없어진 아일랜드를 떠나 기회의 땅 미국으로 건너간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모험 만화다. 우여곡절 끝에 배를 타고 미국 동부에 도착한 아멜리아는 미국 서부로 가면 황금을 캐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 말을 듣자마자 기차를 타고 미국 서부로 향하는데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4권에서 아멜리아는 훗날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철도를 건설하는 시오도어 D. 유다와 만나게 된다. 오로지 철도를 만들어 부자가 될 생각뿐인 시오도어는 누구보다 아내 안나를 사랑하지만, 아내를 고생시키는 게 두려워 일부러 아내를 멀리한다. 한편 아멜리아는 안나의 체력과 시원시원한 성격에 반해 자신과 함께 미국 서부로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그제야 비로소 아내의 소중함을 깨닫고 아내에게 매달리는 시오도어... (김첨지냐?) 결국 아멜리아와 코너, 시오도어와 안나가 함께 이동하게 되고, 인물이 늘어난 만큼 이야기도 풍성해진다. 


한편 아멜리아는 아직 노예제가 남아 있는 미국 남부에서 한 농장에 들렀다가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코너 씨는 아멜리아 씨의 노예인가요?" 그 말을 듣기 전까지, 아멜리아는 코너가 자신의 '종복'이지 '노예'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코너가 하는 일은 노예가 하는 일과 비슷하고,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것도 같다(물론 아멜리아의 수입이 0인 탓도 있다). 그렇다면 아멜리아는 노예주와 마찬가지인 걸까. 


코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진 아멜리아에게 새로운 남자가 등장한다. 주인이 착하든 나쁘든 자신이 노예 상태인 건 마찬가지라며 자유를 갈구하는 남자. 이 남자 때문에 아멜리아가 위험에 빠지는 건 아닐까.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어서 5권이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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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Note 데스 노트 단편집
오바타 타케시 지음, 오바 츠구미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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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연재가 종료된, 인기 만화 <데스노트>의 단편집이 나왔다. 왜 지금 단편집이 나왔나 궁금했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데스노트> 팬이라면 무조건 봐야 하는 단편집이라는 건 확실하다. 


일단 <데스노트>가 정식으로 연재되기 전 <주간소년점프>에 일종의 시험작으로 연재된 단편 <카가미 타로>가 실려 있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이 우연히 길에서 노트 한 권을 줍게 되고, 자신을 괴롭힌 아이들의 이름을 노트에 적었더니 그 아이들이 모두 죽어서 노트의 힘을 알게 된다는 설정이 <데스노트>와 동일하다. 찾아보니 카가미 테루가 <데스노트>에 나오는 미카미 테루와 동일 인물이라고... 


이 밖에도 야가미 라이토와 L의 결말 그 이후를 그린 <C 키라>, 사신류크를 만난 타나카 미노루가 놀라운 방법으로 데스노트를 사용한 <a키라>, L의 일상과 과거를 그린 <L-One Day>, <L-The Wammy's House> 등이 실려 있다. 다 재미있지만, 오늘날의 미중일 관계에 대한 풍자가 돋보이는 <a키라>가 특히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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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나 오리지널 1
라가와 마리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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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본 만화 <아기와 나>를 삼십 대 중반이 되어 다시 본다. 요즘은 일본 만화에 등장하는 이름을 일본어 이름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기와 나>는 일본어 이름인 '타쿠야'와 '미노루' 대신 한국어판 이름인 '진이'와 '신이'로 표기되어 있다. 타쿠야와 미노루가 아닌, 진이와 신이 형제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로 <아기와 나>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이 편이 확실히 좋다. 

이야기는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함께 사는 10세 소년 진이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동생 신이를 주축으로 진행된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진이는 직장 일로 바쁜 아버지 대신 동생을 돌보는 일을 맡게 된다. 하지만 이제 겨우 열 살인 진이에게 육아는 너무나 벅차고 힘든 일이다. 학교 숙제도 해야 하고 친구들처럼 뛰어놀고도 싶은데 말도 잘 못하고 울기만 하는 동생을 돌봐야 하니 심란하다. 그런 진이가 신이와 함께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게 된다. 나아가 동생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돌봄을 받는 사람에서 돌봄을 해주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엄마를 잃은 슬픔에 빠져 있을 겨를도 없이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하는 진이. 처음 이 만화를 봤을 때나 지금이나 불쌍한 건 같은데, 한편으로는 이런 처지에 놓인 아이들이 의외로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를 여읜 상황이 아니더라도, 형제 중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돌보는 입장에 놓일 때가 많은데, 사실 그 '큰' 아이도 작은 아이보다 겨우 몇 살 많은 어린아이라는 걸 잊어버리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큰'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만화라서, 연재 당시에도 지금도 이 작품이 남녀노소 누구나 꼭 읽어야 할 명작으로 손꼽히는 게 아닐까. 

진이가 동생 때문에 마음 편히 놀지 못하는 건 안 됐지만, 동생 덕분에 비슷한 처지인 친구들과 친해지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처음에는 진이를 오해했지만 나중에는 진이의 절친이 되는 장군이와 진이만큼 잘생기고 매력적인 철이(임철). 각각의 동생들과 신이의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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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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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력이 대단하다. 1984년 중국 톈진에서 태어난 하오징팡은 2002년 중국 중고등학생 신개념글짓기대회에서 1등을 수상하며 베이징대학 중문과 입학 자격을 얻었지만 포기하고 칭화대학 물리학과에 입학, 이후 동 대학에서 천체물리학으로 석사학위를,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6년 류츠신에 이어 중국 작가로는 두 번째로 SF 최고 문학상인 휴고상을 수상했고, 현재는 중국발전연구재단에서 국가정책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빈곤과 불평등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연구 및 후원 사업도 하고 있으며 아이까지 있다니, 이건 뭐 그야말로 천재 중의 천재, 21세기형 슈퍼히어로가 아닌지... 


이력만 대단한 게 아니라 작품도 대단하다.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중단편은 SF 초심자인 내가 보기에도 수준이 괜찮고 재미가 상당하다. 특히 초반부의 세 작품 <당신은 어디에 있지>, <영생 병원>, <사랑의 문제>가 좋았는데, 세 작품 모두 인공지능이 출현한 시대의 문제를 다룬다. 저자는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은데, 이는 인공지능에 대해 사유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과 인간성에 대해 사유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업무와 일상의 많은 부분을 이미 인공지능에 위임하고 있고 앞으로 더 그렇게 될 것이지만, 여전히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역할이 있고 이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중요한 건 인공지능 기술이나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다움'인지를 알고 그것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이다. 


이 작가의 소설에는 그런 인간다움을 포착한 대목이 자주 나온다. 힘들어하는 애인을 진심으로 걱정하지만 그 마음을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남자라든가,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좀 더 잘해드리지 못한 걸 후회하는 아들이라든가, 시험에 떨어질까봐 불안해하는 수험생이라든가... 이렇게 걱정하는 마음, 후회하는 마음, 불안해하는 마음 등은 모든 문제에 대해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인 답을 가지고 있는 기계나 인공지능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기분 또는 감정 상태다. 나를 괴롭게 하고 힘들게 만드는 이런 마음들이 오히려 나를 인간답게 한다니. 이런 마음들을 모르고 사는 인공지능을 부러워해야 하는 건지, 불쌍히 여겨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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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초콜릿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염정용 옮김 / F(에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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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혼밥 생활자의 책장>을 뒤늦게 정주행하다가 알게 된 책이다. 독일 작가 미리암 프레슬러가 1980년에 발표한 청소년 소설인데 2021년 한국에 사는 삼십 대 성인이 읽어도 공감 가는 대목이 많아서 과연 좋은 작품은 시대와 국경, 세대를 초월하는구나 싶었다. 


열다섯 살의 에바는 뚱뚱한 몸매가 콤플렉스다. 뚱뚱하기 때문에 남자아이들한테 인기가 없고, 학교 친구들도 나를 미워하고, 아빠 엄마조차 나에게 무관심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살을 빼려고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저녁 식사 자리에선 "나 오늘부터 다이어트한다"라고 선언하고, 깊은 밤 온 식구가 잠이 든 틈을 타 냉장고 문을 열고 그 안에 든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다.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음식을 사 먹은 적도 부지기수다. 


그런 에바에게 한 남자아이가 다가온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미헬은 에바가 보기엔 더없이 잘생기고 완벽한 남자아이다. 그런 미헬에 비하면 자신은 몸매도 뚱뚱하고 성격도 못되고 잘난 점이 하나도 없는 것만 같다. 하지만 미헬의 생각은 다르다. 미헬에 따르면 에바는 김나지움에 다닐 만큼 공부도 잘하고 집도 잘 살고 (에바가 콤플렉스로 여기는) 몸매도 괜찮아 보인다. 그런 미헬의 말을 들으면서 에바는 생애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게 된다. 


미헬과의 만남을 통해 에바는 두 가지 변화를 겪는다. 하나는 자신의 장점을 깨닫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단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동안 에바는 뚱뚱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의 장점들을 보지 못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도 좋게 여기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덜 뚱뚱해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실제로 어떤 색이나 무늬가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지도 몰랐다. 미헬과 만나기 전에는 자신이 춤추는 걸 좋아하고 춤을 잘 춘다는 사실도 몰랐다. 


실은 나도 에바처럼 늘 내가 뚱뚱하다고 생각해왔다. 건강검진에서 비만이나 과체중 판정을 받은 적은 없지만, 딱히 "너 날씬하다", "몸매 좋다" 같은 말을 들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주로 옷을 살 때나 남들과 나를 비교할 때 내가 뚱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렇다고 에바처럼 나 자신을 엄청 경멸하는 건 아니지만, (에바처럼) 살 빼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뚱뚱하다는 생각은 왜 하나, 이런 식의 자조는 종종 한다. 


그토록 경멸했던 몸으로 신나게 춤을 추는 에바를 보면서 '내 몸이 어떻게 보이는지'보다 중요한 건 '내 몸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거울을 볼 때는 내 몸을 긍정하기 어렵지만, 신나게 운동을 하고 춤을 추고 난 후의 내 몸은 확실히 마음에 들고 더욱 아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여성 연예인들이 나오는 축구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라던데, 아마 그 프로그램도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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