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초콜릿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염정용 옮김 / F(에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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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혼밥 생활자의 책장>을 뒤늦게 정주행하다가 알게 된 책이다. 독일 작가 미리암 프레슬러가 1980년에 발표한 청소년 소설인데 2021년 한국에 사는 삼십 대 성인이 읽어도 공감 가는 대목이 많아서 과연 좋은 작품은 시대와 국경, 세대를 초월하는구나 싶었다. 


열다섯 살의 에바는 뚱뚱한 몸매가 콤플렉스다. 뚱뚱하기 때문에 남자아이들한테 인기가 없고, 학교 친구들도 나를 미워하고, 아빠 엄마조차 나에게 무관심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살을 빼려고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저녁 식사 자리에선 "나 오늘부터 다이어트한다"라고 선언하고, 깊은 밤 온 식구가 잠이 든 틈을 타 냉장고 문을 열고 그 안에 든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다.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음식을 사 먹은 적도 부지기수다. 


그런 에바에게 한 남자아이가 다가온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미헬은 에바가 보기엔 더없이 잘생기고 완벽한 남자아이다. 그런 미헬에 비하면 자신은 몸매도 뚱뚱하고 성격도 못되고 잘난 점이 하나도 없는 것만 같다. 하지만 미헬의 생각은 다르다. 미헬에 따르면 에바는 김나지움에 다닐 만큼 공부도 잘하고 집도 잘 살고 (에바가 콤플렉스로 여기는) 몸매도 괜찮아 보인다. 그런 미헬의 말을 들으면서 에바는 생애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게 된다. 


미헬과의 만남을 통해 에바는 두 가지 변화를 겪는다. 하나는 자신의 장점을 깨닫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단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동안 에바는 뚱뚱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의 장점들을 보지 못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도 좋게 여기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덜 뚱뚱해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실제로 어떤 색이나 무늬가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지도 몰랐다. 미헬과 만나기 전에는 자신이 춤추는 걸 좋아하고 춤을 잘 춘다는 사실도 몰랐다. 


실은 나도 에바처럼 늘 내가 뚱뚱하다고 생각해왔다. 건강검진에서 비만이나 과체중 판정을 받은 적은 없지만, 딱히 "너 날씬하다", "몸매 좋다" 같은 말을 들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주로 옷을 살 때나 남들과 나를 비교할 때 내가 뚱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렇다고 에바처럼 나 자신을 엄청 경멸하는 건 아니지만, (에바처럼) 살 빼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뚱뚱하다는 생각은 왜 하나, 이런 식의 자조는 종종 한다. 


그토록 경멸했던 몸으로 신나게 춤을 추는 에바를 보면서 '내 몸이 어떻게 보이는지'보다 중요한 건 '내 몸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거울을 볼 때는 내 몸을 긍정하기 어렵지만, 신나게 운동을 하고 춤을 추고 난 후의 내 몸은 확실히 마음에 들고 더욱 아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여성 연예인들이 나오는 축구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라던데, 아마 그 프로그램도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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