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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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력이 대단하다. 1984년 중국 톈진에서 태어난 하오징팡은 2002년 중국 중고등학생 신개념글짓기대회에서 1등을 수상하며 베이징대학 중문과 입학 자격을 얻었지만 포기하고 칭화대학 물리학과에 입학, 이후 동 대학에서 천체물리학으로 석사학위를,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6년 류츠신에 이어 중국 작가로는 두 번째로 SF 최고 문학상인 휴고상을 수상했고, 현재는 중국발전연구재단에서 국가정책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빈곤과 불평등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연구 및 후원 사업도 하고 있으며 아이까지 있다니, 이건 뭐 그야말로 천재 중의 천재, 21세기형 슈퍼히어로가 아닌지... 


이력만 대단한 게 아니라 작품도 대단하다.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중단편은 SF 초심자인 내가 보기에도 수준이 괜찮고 재미가 상당하다. 특히 초반부의 세 작품 <당신은 어디에 있지>, <영생 병원>, <사랑의 문제>가 좋았는데, 세 작품 모두 인공지능이 출현한 시대의 문제를 다룬다. 저자는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은데, 이는 인공지능에 대해 사유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과 인간성에 대해 사유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업무와 일상의 많은 부분을 이미 인공지능에 위임하고 있고 앞으로 더 그렇게 될 것이지만, 여전히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역할이 있고 이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중요한 건 인공지능 기술이나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다움'인지를 알고 그것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이다. 


이 작가의 소설에는 그런 인간다움을 포착한 대목이 자주 나온다. 힘들어하는 애인을 진심으로 걱정하지만 그 마음을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남자라든가,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좀 더 잘해드리지 못한 걸 후회하는 아들이라든가, 시험에 떨어질까봐 불안해하는 수험생이라든가... 이렇게 걱정하는 마음, 후회하는 마음, 불안해하는 마음 등은 모든 문제에 대해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인 답을 가지고 있는 기계나 인공지능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기분 또는 감정 상태다. 나를 괴롭게 하고 힘들게 만드는 이런 마음들이 오히려 나를 인간답게 한다니. 이런 마음들을 모르고 사는 인공지능을 부러워해야 하는 건지, 불쌍히 여겨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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