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
제프리 디버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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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계의 유명 편집자이자 뉴욕에서 미스터리 서점을 운영하는 오토 펜즐러가 미스터리와 스릴러 분야에서 활약 중인 작가들에게 '책-미스터리(bibliomysteries) 소설'을 써달라고 의뢰해 탄생한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책-미스터리 소설을 여러 권 읽었는데, 대체 왜 다른 대상도 아닌 책에 관한 미스터리가 따로 장르화된 걸까. 내 생각에 책은 일반적으로 명품이나 보석만큼 비싼 재화가 아니지만, 고서나 희귀본 같은 책은 명품이나 보석처럼 비싸기도 해서 절도나 위조 같은 범죄의 목표물이 될 여지가 있다. 


그런데 어떤 책이 귀하고 비싼지를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알아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범죄 사건이 일어나도 형사나 탐정이 책과 관련된 사건인지를 눈치채기가 어렵고 범인을 잡기도 어렵다. 그만큼 범인이 범죄 사실을 은폐하거나 도주하기가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 대부분이 이러한 책의 특성, 책-미스터리라는 장르의 특성에 기반하고 있다. 나처럼 책과 미스터리, 책-미스터리를 모두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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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커버)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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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에 편중된 독서를 하는 편이지만 일 년에 서너 권씩 이과 계열의 책을 사곤 한다. 이 책은 문과로 분류하는 게 좋을까 이과로 분류하는 게 좋을까. 일단 저자 심채경은 이과 출신이다. 대학에서 우주과학과, 우주탐사학과를 전공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현재는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이 책에도 저자의 전공 분야에 관한 이야기가 상당 부분 나온다. 저자의 전공인 타이탄의 의미, 유니버스와 코스모스, 스페이스의 차이, 천문학의 기원과 발전 등 나로서는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이과에 편중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천문학자라는 이과형 인간으로서의 자신이 아닌,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 연구원 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선생, 일하는 엄마로서의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준다. '과학자' 또는 '박사'라고 하면 우러러보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 천문학자 중에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은 드물고 천문학 박사 학위자 중에 정규직에 채용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도 없다고 하기 어렵다. 임신과 출산, 육아 등으로 채용과 승진 과정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있고,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의 경우처럼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고도 편견 어린 시선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의 제목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천문학자라고 하면 천체망원경을 들여다보며 별과 행성을 관측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컴퓨터로 전송되는 데이터를 다루는 시간이 더 길고, 그마저도 행정 업무를 처리하거나 이메일을 쓰거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밀릴 때가 많다. 이렇게 보면 이과나 문과나 살고 싶은 대로 못 사는 건 비슷한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좋아하는 전공을 직업으로 삼았다는 것 정도? 천문학자라는 일의 기쁨과 슬픔을 여실히 보여주는 귀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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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버나딘 에바리스토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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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의 <증언들>과 함께 2019년 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해서 구입한 책이다. <증언들>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공동 수상할 만한 작품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는데, 기대만큼 훌륭했고 어떤 면에선 <증언들>보다 좋기도 했다. 


<증언들>이 백인+여성인 마거릿 애트우드의 정체성이 반영된 작품이라면,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은 흑인+여성+성소수자(레즈비언)+이민자 가정 출신인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정체성이 반영되어 있어서 관점이나 문제의식이 더욱 다양하고 복잡하다. 


작가는 이토록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자신의 정체성을 영국에 사는 여성이라는 점 외에는 공통점이 별로 없어 보이는 12명의 여성들을 통해 보여준다(등장인물 다수가 흑인 레즈비언이며 '소수이지만' 백인도 있고 이성애자도 있다). 이들은 서로를 온전히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원수처럼 대립하기도 하지만, 백인+남성들에게 무시당하고 차별받은 경험이 있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주체성을 가지고 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 


12명의 여성이 있으면 12개의 페미니즘이 있다는 것, 페미니즘의 핵심은 자유와 다양성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라서 좋았다.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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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게이징 - 2021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Wow 그래픽노블
젠 왕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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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 <왕자와 드레스메이커>의 작가 젠 왕의 신간이라고 해서 고민하지 않고 구입한 책이다. 아시아계 미국인 아이들이 주인공인 것으로 보아, 같은 아시아계 미국인인 작가 자신의 경험과 고민이 적잖이 반영되어 있는 작품으로 짐작된다. 


이야기는 중국계 미국인 여자아이인 크리스틴의 집에 문이 세 들어 살게 되면서 시작된다. 처음에 크리스틴은 엄마와 단둘이 살고 가정 형편이 어려우며 나쁜 소문도 있는 문을 경계한다. 그러다 문과 대화도 해보고 같이 놀기도 하면서, 크리스틴은 문이 재미있고 예술가 기질이 넘치는 아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동안 모범생으로만 살았던 (그러기를 강요받았던) 크리스틴으로서는 문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매력적이면서 동시에 두렵고 불안하다. 


크리스틴처럼 이민자 가정의 아이로 자란 것은 아니지만, 중산층 가정의 장녀로서 항상 바르고 얌전하게 행동할 것을 강요받았던 사람으로서 크리스틴이 문을 보면서 가지는 동경과 혼란의 감정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도 어릴 때 문처럼 사고방식이나 행동이 자유롭고 공부 외의 분야에 재능이 많은 친구들을 동경했던 것 같다. 그때 그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 후기에 작가가 어릴 때 큰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이 나와서 놀랐다. 작가는 물론이고 작가의 부모님과 다른 가족들 모두 얼마나 놀라고 걱정했을까. 다행히 지금은 건강해져서 당시의 경험을 작품에 반영할 만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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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 시인이 보고 기록한 일상의 단편들
최갑수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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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기 힘든 시절이 길어지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날 기회만이 아니다. 평소라면 출근해야 할 시간에 늘어지게 자고 평소라면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에 밤거리를 누비는 즐거움. 별생각 없이 들어간 식당이 의외로 맛집이었다거나 어쩌다 말을 건 사람이 너무나 친절해서 그것만으로도 여행이 근사해지고 완벽해진 것만 같은 기쁨.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고, 힘들게 찾아간 숙소가 예상보다 별로여도 '괜찮다'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여유. 이런 것들을 가장 극적으로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여행이었음을 새삼 깨닫고 아쉬워하는 요즘이다. 


나처럼 여행하고 싶지만 여행할 수 없어서 몸과 마음이 근질근질한 독자들을 위한 책이 나왔다. <밤의 공항에서>,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등의 여행책을 쓴 20년 경력의 여행작가 최갑수의 신간 <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이다. 이 책에는 베테랑 여행작가이자 1997년 '문학동네'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기도 한 저자가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과 그에 관한 추억에 대해 쓴 시와 짧은 글이 실려 있다. 


책을 펼치고 목차를 넘기면 비행기 안에서 찍은 하늘과 바다 사진이 보인다. 끝이 없을 듯 보이는 바다를 건너 저자가 도착한 곳은 열대의 섬, 유럽의 소국, 태양이 작열하는 사막 등 다양하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전혀 유명하지도 않았지만, 저마다 나름의 개성이 있고 멋이 있었다. 누군가는 기타를 끝내주게 잘 치고, 누군가는 캐리커처를 끝내주게 잘 그렸고, 누군가는 주어진 재료로 뚝딱뚝딱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다. 그들의 '평범한' 재주가 머나먼 외국에서 온 이방인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는 걸 그들이 알았기를 바란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것은 새로운 풍경, 새로운 사람만이 아니다. 너무 오래되어서 폐차 직전인 차, 몇백 년은 버틴 것처럼 보이는 건물 등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것들을 마주칠 때마다 저자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만든 것들은 저렇게도 불완전하고 유한한데, 산과 바다, 돌이나 바람처럼 자연이 만든 것들은 어쩌면 저렇게 완벽하고 영구적일까.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부자인 사람도 가난한 사람도, 자연 앞에선 똑같이 약하고 한계가 있는 존재임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여행. 언제쯤 다시 떠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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