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리커버 특별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0번 출간 기념 리커버 컬렉션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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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누구나 잘 알지만 막상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을 고전이라고 부른다고 했던가. 오랫동안 나에게 이 소설은 제목만 알고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는 다수의 고전 문학 작품 중 하나였다. 내용을 모를 뿐 아니라 오해하기도 했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제목이 소설에 나오는 흉측한 외모의 괴물이 아니라 그 괴물을 탄생시킨 주인공의 이름에서 왔다는 사실을 몇 년 전까지 몰랐다. 작가가 여성이라는 것도, 당시에는 여성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할 수 없어서 남편의 이름을 빌려서 초판을 출간했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 


스위스 제네바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청년이다. 연금술을 비롯한 고대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빅토르는 대학에서 최신 과학을 접하고 2년이나 고향에 돌아가는 걸 미룰 만큼 공부에 푹 빠진다. 그 결과 빅토르는 인간의 기술과 지식으로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되고, 거대한 크기와 흉측한 외모의 괴물을 스스로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자신이 생명체를 만들어냈다는 사실과, 자신이 만든 생명체의 흉측함에 깜짝 놀란 빅토르는 연구실을 잠시 비운다. 그 사이 괴물은 사라지고, 빅토르는 잠시 괴물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안도했으나 언제 또다시 그 괴물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기 시작한다. 


이후의 전개는 미스터리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의 그것에 가깝다. 고향에서 빅토르의 동생 윌리엄이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빅토르 가족의 하인이자 친구인 유스틴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빅토르는 유스틴이 범인이 아니란 걸 알았지만 유스틴은 형장의 이슬이 되고, 죄책감에 사로잡힌 빅토르는 혼자서 여행을 떠났다가 자신이 만든 괴물과 조우한다. 괴물은 빅토르의 연구실을 떠난 후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더 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반려자가 될 괴물을 하나 더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과연 빅토르는 괴물의 부탁을 들어줄 것인가... 


이 작품은 인간의 탐욕과 오만이 어떤 폐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경고한 작품으로 읽을 수도 있고, 인류가 만들어낸 과학 기술 문명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를 상상한 작품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이런 이유로 이 작품을 SF 소설의 시초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작품은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지,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위악적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죽음과 전염병의 유행 등 힘든 일을 많이 겪은 빅토르는 내면의 우울이나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독서와 학문의 세계로 도피했다. 그 결과 빅토르가 탄생시킨 괴물은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괴물이 아니라, 오랫동안 빅토르의 내면에 있었으나 빅토르 자신은 인정하지 않았던 정념의 집합체가 아니었을까. 실제로 작가 메리 셸리가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재혼, 계모의 차별 등으로 점철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빅토르와는 다르게)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빅토르와 똑같이) 독학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을 습득했다는 글을 읽고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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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 이순자 유고 산문집
이순자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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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어른들이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하실 때면 하나하나가 한 편의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여성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그렇다. 겉보기엔 유복하고 평탄한 삶을 살아오셨을 것 같은 분이, 어릴 적 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철모르는 나이에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 호된 시집살이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누구에게나 각자의 고통이 있고, 그러니 타인의 삶을 함부로 넘겨짚거나 동정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책은 62세에 취업 전선에 나선 경험을 담은 수필 <실버 취준생 분투기>로 2021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에 당선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얼마 뒤 세상을 떠난 이순자 작가의 유고 산문집이다. 책에는 그가 작가의 꿈을 안고 마지막 순간까지 써 내려간 삶의 기록이 담겨 있다. 


이순자 작가의 초년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에 유복자로 태어난 그는 가난한 집안 사정 탓에 밥 대신 물로 배를 채운 적이 많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청각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각자 살기 바쁜 가족들은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결핵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 전선에 나섰지만, 청각 장애가 있는 여성을 사무직에 채용하는 회사가 없었다. 첫사랑도, 결혼 생활도 행복한 결말을 맺지 못했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했을 때, 그의 나이 54세. 4대가 함께 사는 종갓집 며느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산 세월이 남긴 것은 이혼의 고통과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현실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자의 삶은 이혼을 계기로 바뀌었다. 이혼 후 절망에 빠진 그에게 딸이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공부를 해보라고 제안했다. 사회복지학과를 나와서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하는 게 최선으로 보였지만, 속으로는 문예창작학과에 끌렸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꿈을 늦게라도 이루고 싶었다. 사이버대학교의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한 그는 부지런히 글을 썼다. 생계를 위해 일을 나가고, 봉사를 하러 다니는 와중에도 틈틈이 글을 썼다. 그 결과 여러 매체에 글을 발표하고, 전국 장애인문학제 대상,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꿈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이런 성취,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었을까. 


책을 읽는 동안 이순자 작가의 노력과 열정에 감동하는 한편으로,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글이란, 어릴 때부터 전문적으로 글쓰기를 교육받은 작가의 글이 아니라, 사회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글로 기록한 저널리스트형 작가의 글이다. 더욱이 이순자 작가는 여성이고 장애인이고 노인이다. 많이 배우지도 못했고,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가지지도 못했다. 지금 한국에서 발표되는 글 중에 남성, 비장애인, 고학력자,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가진 사람 이외의 관점과 경험을 반영한 글이 얼마나 될까. 이 책에 실린 <실버 취준생 분투기>처럼 사회 각계각층의 삶을 조명한 글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순자 작가의 삶은 산문집 한 권과 시집 한 권으로 남았지만, 이 책을 읽은 나는 그의 삶이 단 두 권의 책으로 정리될 만한 것이 아님을 안다. 그가 살면서 겪은 고통, 흘린 눈물, 베푼 사랑과 인정, 용서 등등을 어떻게 이런 책에 다 담을 수 있을까. 이순자 작가의 치열했던 생애와 노력이 결국 빛을 보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작가 자신이 책의 완성과 출간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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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영국 - 워킹홀리데이로 만난 영국 문화 이야기
윤정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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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일본 문화에 푹 빠져 있었던 나인데, 요즘은 영국 문화에 관심이 많이 간다. 영국에서 만든 영화와 드라마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국의 배우들에게 관심이 갔고, 그들이 연기하는 작품들의 원작을 찾아 읽다 보니 아서 코난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 찰스 디킨스 같은 영국의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에도 눈길이 갔다. 정신을 차려 보니 십 대 시절부터 이십 대 시절 내내 일본 드라마와 예능에서 눈을 떼지 않았던 내가, 이제는 BBC 뉴스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영국 드라마를 보면서 하루 일과를 마친다. 비례해서 영어 실력도 늘면 좋으련만... 


그런 내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500일의 영국>이다.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일본 교환학생 시절 영국인 남자친구 알렉스를 만났다. 그를 따라 영국 워킹홀리데이에 지원한 저자는 지금도 영국 학교의 방과 후 한국어 교실에서 일하며 영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영국에서 지내며 직접 경험한 영국과 영국 문화, 영국 여행, 영국에서 일하기, 영국에서의 일상이 자세히 나와 있다. 저자는 따로 숙소를 구하지 않고 남자친구의 가족이 사는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덕분에 영국인들이 주로 어떤 집에 살고, 가정에서 어떤 식으로 생활하며, 가족 구성원들이 어떻게 관계 맺는지를 가까이서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었다. 영국인들은 가족끼리 여행이나 캠핑을 즐겨 하며, 정원을 가꾸고 동물을 돌보는 일에 관심이 많고, 기념일을 잘 챙긴다. 집에서 가장 큰 침실을 아들의 (아내도 아니고) 여자친구인 저자에게 내주는 대목에선 육성으로 탄성이 나왔다(한국이라면 어땠을까?). 


한국어 강사로 바쁘게 일하는 틈틈이 영국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저자가 찾은 곳은 런던을 시작으로 바스, 옥스퍼드, 콘월, 데번, 카디프, 에든버러 등등. 웨일즈에 거주하는 저자는 런던에 갈 때마다 관광객이 되어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저자가 선호하는 런던 애착 숙박 장소는 노팅힐과 하이드 파크 근처. 이동할 때는 지하철이 아닌 런던의 상징인 빨간 이층버스를 타는 걸 좋아한다. 콘월과 데번은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여름 휴양지답게 풍광이 매우 아름답고, 대학 도시로 유명한 옥스퍼드는 노숙자들조차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영국에서 일한 이야기도 자세히 나온다. 저자가 영국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한 기간은 공교롭게도 팬데믹 기간과 딱 겹쳤다. 록다운으로 인해 출퇴근은커녕 가벼운 외출조차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자는 외국어 교육 전문 온라인 플랫폼에 한국어 강사로 취업해 주로 온라인으로 수업하며 돈을 벌었다. 일하는 틈틈이 출판사에 기획서를 제출해 책을 내기도 하고, 네이버 웹툰, 인스타그램 등에 웹툰을 올리며 웹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도 많고 잘하는 것도 많은 저자라서,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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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소감 - 다정이 남긴 작고 소중한 감정들
김혼비 지음 / 안온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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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 <전국 축제 자랑> 등을 쓴 김혼비 작가님의 산문집이다. 전작들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기대가 컸는데, 이 책도 역시 좋았다. 책 자체는 두껍지 않고, 글 한 편의 길이도 짧은 편인데, 내용이 의외로 묵직하고 문장이 워낙 좋아서 한 호흡에 후루룩 읽지 않고 한 편씩 아껴 읽었다. '다정다감'을 비튼 '다정소감'이라는 제목처럼,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사소한 감정이나 흔한 생각에 어떤 약점 또는 허점이 있는지 지적하는 대목이 많아서 좋았다. 공감과 위로가 주로 내세우는 요즘의 산문집들과는 조금 다른 결의 책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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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학의 자리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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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잡지 <미스테리아>에서 정해연 작가님의 인터뷰를 읽고 궁금해져서 구입한 책이다. 이제까지 주로 일본과 미국, 영국 작가들이 쓴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읽었는데, 최근에는 한국 작가가 쓴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도 종종 읽는다. 몇 달 전에 읽은 서미애 작가님의 <잘 자요 엄마>,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도 좋았고, 읽은 지는 꽤 되었지만 이두온 작가님의 <타오르는 마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야기는 어느 지방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남자 교사 준후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지방 근무를 핑계로 오래전에 애정이 식은 아내와 별거 중인 준후는, 혼자 산다는 이유로 다른 교사들로부터 업무를 떠맡아 야근을 하게 되는 일이 많다. 그날도 밤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고 있던 준후는 한 통의 문자를 받는다. 발신인은 준후가 담임을 맡고 있는 반의 학생인 다현. 사실 둘은 비밀 연애 중인 연인 사이로, 준후는 자신의 아내보다 다현을 사랑하지만, 둘의 나이 차와 사제지간이라는 사회적 위치 때문에 아무에게도 둘의 사이를 공표할 수 없다. 


다현의 문자를 받은 준후는 다현을 만나러 교실로 가고, 그곳에서 둘만의 은밀한 시간을 가진다. 그 후 야간 순찰을 도는 경비원을 따돌리기 위해 잠깐 동안 교실 밖으로 나갔던 준후는,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된다. 교실을 떠나기 직전까지 자신의 품에 안겨 있었던 다현이 목을 매고 죽어 있는 것이다. 다현의 죽음보다도, 다현이 죽기 직전 자신과 밀회를 가졌다는 사실을 들키는 게 두려웠던 준후는, 그 길로 다현의 시체를 빼돌려 호수에 버린다. 그리고 며칠 후, 다현의 시체가 호수 위로 떠오르는데... 


마지막 반전이 엄청 중요한 작품인데, 사실 나는 반전을 아는 상태로 이 소설을 읽어서 반전이 나오는 대목에서 큰 충격을 받지는 못했다. 그 대신 반전을 숨기기 위해 작가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주목하면서 이 소설을 읽었는데, 이게 맞는 독법이었는지 모르겠다. 아... 나도 스포일러 안 보고 이 소설 읽을걸... (근데 스포일러 안 봤으면 이 소설을 읽었을지 모르겠다. ****와의 **이 소재인 소설을 내가 읽을 리가...) 아무튼 소설 자체는 재미있게 읽었고, 소설로만 성립 가능한 반전이라서 좋았다. (영화, 드라마화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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