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열정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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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학창시절, 많은 책을 읽었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책 중 하나가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이다. 줄거리라든가 주제 같은 건 도무지 기억이 안 나는데도 그 소설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 소설을 읽고 쓴 독후감으로 백일장 대회에서 큰 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책읽기도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했지만 스스로 책을 많이 읽는다,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은 한번도 한 적이 없는데, 그 때 상을 받고나서 내가 쓴 글이 잘쓴 글은 아니라도 남들 보기에 나쁘지 않은 수준은 되나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뒤 조금은 더 자신감을 가지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절 나에게 꿈을 주었던 작가 리처드 바크는 아버지로서도 훌륭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학교 교육이 싫어서 16살 때 고등학교를 자퇴한 소년이 20살에 최연소 팀장으로 애플에 입사하고 테스터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과 공부방법이 담겨있는 책 <공부의 열정>의 저자 제임스 마커스 바크는 바로 리처드 바크의 둘째아들이다. 비록 리처드 바크는 파산 위기에 몰릴만큼 경제적으로 무능했고 이혼 후 아이들과 떨어져 살았지만. 제임스와는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활화산 같던 그를 보듬어주고 책을 쓰게끔 인도했다. 어머니와 새아버지, 선생님 등 주변의 모든 어른들과 불화를 빚었던 그가 유일하게 잘 지낸 어른이 떨어져 살고 있는 친아버지라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그 덕분에 아버지와 더 긴밀히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학교 교육이 싫었다고 한다. 교사들의 강압적인 교육 방식도 싫고, 숙제도 시험도 싫었다. 그는 남이 시켜서 하는 공부보다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를 좋아했다. 관심 있는 분야가 생기면 먹고 자는 것을 잊을만큼 빠져들었고, 직접 책을 찾아보거나 주변의 어른들에게 물어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학교는 그의 그러한 공부 방법을 인정해주지 않았고, 배려하거나 이해해주지도 않았다. 결국 그는 16살 때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어른들은 그에게 고교 자퇴 학력으로는 주유소 아르바이트 정도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몇 년 후 그는 최연소로 애플의 팀장이 되었고, 세계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테스터로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어른들의 편견을 보기좋게 깨뜨린 것이다.


학교를 다녀야, 기왕이면 제일 좋은 학교를 다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일반적의 믿음과 달리, 그는 '일찍 학교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도 처음 애플에 들어갔을 때는 고교 자퇴 학력인 자신이 대졸 학력이나 석사,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과 경쟁하여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서 업무에 필요한 기술부터 역사학, 경제학 등 다른 분야까지 독학으로 섭렵해가는 그와 달리, 학위를 가진 사람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남이 떠먹여주는 공부가 아니면 할 생각을 안 했다. 몇 년 후 그의 기술과 지식은 그보다 높은 학력을 가진 사람들을 훌쩍 뛰어넘었고 훨씬 빨리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처럼 학교 밖에서 배움을 구하고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버커니어'라고 부른다. 이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학교를 파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다녀야만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또 학교에서 해주는 교육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우등생이라는 널리 퍼진 믿음'(pp.38-9)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공부할 생각은 하지 않고 학교나 학원을 전적으로 신봉하며, 선생님이 하라는 것만 하면 저절로 공부가 되는 줄로 믿고 있다. 사장의 말을 잘듣고, 상사 앞에 굽신굽신하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라면 그렇게 공부해도 괜찮다. 하지만 자기 힘으로 살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정도 교육으로는 어림도 없다.


학교 다닐 때 나는 반장을 도맡아 하고 성적도 좋은, 소위 말하는 모범생, 우등생이었다. 그 때 나는 바보같이 그게 나의 능력이고 재주인 줄 알았다. 그러나 대학에 가서보니 나같은 아이들은 널려 있고, 나보다 잘난 아이들이 훨씬 많았다. 그 때 비로소 알았다. 반장이나 1등이라는 '타이틀'은 내가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하라는 것을 잘 했다는 징표일 수는 있어도, 그것이 내가 정말 쓸모있고 매력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선생님이 할 일은 아이들이 울타리 안에 얌전히 모여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울타리 밖으로 나가 자기 운명을 찾도록 독려하는 일입니다." (p.18) 그것을 몇십년 전에 깨닫고 진취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 저자가 너무나도 멋있고 본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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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가슴속에 품어야 할 청춘의 키워드 20
정여울 지음 / arte(아르테)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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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이후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에세이 작가를 만났다. 그녀의 이름은 정여울. <시네필 다이어리>,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 등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유명 작가라는데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신간 <그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은 저자가 지나온 20대를 돌아보며 지금의 청춘들에게 해주고픈 말을 담은, 담백하면서도 알싸한 느낌의 에세이집이다. '담백하다'고 한 이유는 저자의 이야기가 여느 어른들의 청춘을 위한 담론과는 달리 교훈성이 강하지도 않으면서 지나치게 낭만적이지도 않은 까닭이고, '알싸하다'고 한 이유는 담담한 이야기 속에 은근슬쩍 생각할 거리를 주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 나이에 벌써 몇 권의 책을 낸 작가이자 서울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정도면 저자가 20대를 남들보다 덜 치열하게 보내지는 않았다는 뜻이 될텐데, 그녀는 그러한 외적인 조건을 이루는 과정보다도 내적인 성장을 하는 시간이 훨씬 고통스러웠다고 말한다. 저자는 어린시절 집에서는 사랑받는 장녀였고,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그런데 20대가 되면서 '고시 공부를 하라'는 부모님의 기대는 더 이상 자신의 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만 모인 서울대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라는 이전의 타이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저자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며 자기 안으로 침잠했고, 오랫동안 진로를 정하지 못해 방황했다. 그러다 마침내 '글쓰기'라는 인생의 업을 찾게 되었고, 그동안의 방황과 고민은 저자의 글 속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재료가 되었다.


저자는 20대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화두를 우정, 여행, 사랑, 재능, 멘토 등 총 스무 가지로 정리하여 풀어썼다. 물론 저자가 20대에 그 모든 화두에 대한 답을 얻은 것은 아니다. 친구도 많지 않았고, 여행의 매력은 20대의 끝무렵에나 알았으며, 오랫동안 멘토로 모셨던 분과는 헤어졌고, 돈과 직업, 정치, 죽음 등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산더미다. 그러나 20대는 이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20대에는 그전까지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처음으로 인생을 진지하게 마주하게 된 것으로 충분하다. 어쩌면 30대에도, 40대, 50대, 아니 죽을 때까지도 알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이미 답을 얻었다면 그거야말로 '문제'가 아니겠는가. 


저자는 알 수 없는 문제들을 고민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지금을 좀 더 충분히 누리라고 조언한다. 여기서 '누린다'는 것은 그저 먹고 마시고 놀며 여유를 부린다는 뜻이 아니다. 20대만의 열정과 감성으로 눈 앞에 보이는 일들에 절실하게 매달리고 온몸으로 부딪치라는 뜻이다. '88만원 세대', '삼포세대', '잉여' 등 20대에 대한 신조어가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오늘날 청춘에 대한 담론은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작 20대 스스로가 만든 담론은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집에서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들딸로, 학교에서는 공부밖에 모르는 모범생으로 자라다보니 자기 머리로 생각한다든가 잘못된 현실에 반기를 드는 연습이 덜 된 탓이 아닌가 싶다. 그 결과 지금의 20대는 아무 불평없이 직장인으로, 취업준비생으로, 인턴사원으로, 알바생으로 자신의 청춘을 노동력으로 제공하는 노동자로 전락했고, '얼리어답터' 또는 '트렌디 세터'라는 이름에 헤헤거리며 아무 생각없이 대기업이 만드는 제품을 사들이는 소비자로 전락했다. 어른들이 그네들을 잉여라고, 모태솔로라고 불러도, 그것이 놀림이고 비꼼인지도 모르는 그들. 과연 그들이 세상의 주역이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같은 20대로서 너무나도 부끄럽고 또 반성하게 된다.


청춘에 관한 책이 워낙 흔하고 책 속에 사진도 많이 실려 있어서 시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가벼운 느낌의 에세이집이 아닐까 싶었는데, 대부분의 20대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부터 좀 더 관심이 필요한 문제들까지 꼼꼼하게 담겨 있는, 의외로 '무거운' 책이어서 놀랐다. 20대의 끝무렵을 살고 있는 '말년 병장', 아니 '말년 20대'로서 지금까지의 시간들을 어떻게 보듬어야 할지, 그리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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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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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피츠제럴드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의 타임지, 뉴스위크, 미국대학위원회, 영국의 BBC, 옵저버 등 여러 매체와 기관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한 바 있는 20세기 최고의 명작 중 하나다. 그러나 명작으로 불리는 소설이 대개 그러하듯이(!) 독자들 중에는 이 소설을 극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번을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대체 개츠비가 왜 위대한지 모르겠다 등의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나는 단연 후자였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이 소설을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때는 이 소설이 왜 명작이라고 불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 개봉에 맞춰 다시 읽어보니 이 소설이 달리 보였다. 그야 고등학교 시절의 말랑말랑한 감성과 덜 익은 머리로 읽기에는 어려운 소설인 탓도 있었겠지만, 그 후로 몇 년 동안 사회의 쓴맛도 보고 실연의 아픔도 겪으며 '경험치'를 많이 쌓은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소설은 닉이라는 청년이 대학 졸업 후 증권사에 취직하게 되면서 고향을 떠나 미국 동부에 있는 뉴욕으로 옮겨가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닉은 이웃에 사는 남자가 하루가 멀다하고 성대한 파티를 여는 것을 보며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 남자는 '개츠비'라는 사내로 이미 이 근방에서는 유명한 사람이었다. 얼마 후 그는 개츠비의 초대를 받게 되고, 파티에서 그를 처음 만난다. 그리고 얼마 후 개츠비는 자신이 닉의 먼 친척인 데이지라는 여성과 과거에 뜨겁게 사랑했던 사이였으며, 데이지와 다시 만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닉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데이지는 현재 톰이라는 남자와 결혼을 한 상태인데, 톰은 숨겨둔 애인이 있는 것도 모자라 데이지에게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한다. 세 사람의 얽힌 관계를 보며 닉은 그들의 진심과 개츠비라는 인물의 진실에 점점 다가간다.

 
줄거리만 보면 상투적인 연애 소설과 다를 것이 없지만, 이 소설이 명작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개츠비라는 인물의 상징성이다. 그는 비록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일찌감치 자수성가하겠다는 뜻을 품고 치열하게 자기계발을 한 결과 - 비록 부정한 방법을 쓰기는 했어도 - 성공한 사람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이는 신분이나 출신 배경과 상관 없이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그에게는 몇 년 전 경제적으로 더 능력있는 남자를 찾아 떠나간 여인 데이지에 대한 순정과 미련이 남아있었고, 성공한 후에도 오직 그녀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그녀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그녀는 예나 지금이나 겉모습은 아름답지만 마음은 속물이었고, 그는 그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돈과 명예에 눈이 멀어 모두가 속물로 변해가는 이 사회에서, 개츠비만은 순수한 사랑을 지키려다가 죽은 것이다. 이러한 개츠비의 정신은 당시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유례없는 호황을 맞아 그야말로 '미친듯이' 성장하던 미국사회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었으며, 그것을 끝까지 지키려고 했다는 것이 그의 '위대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개츠비이지만, 닉이라는 인물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닉은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으로, 아직 사회의 때가 덜 묻은 순수한 인물이다. 동부의 화려한 문명과 부자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쩐지 석연찮다는 기분도 느낀다. 그는 개츠비와 달리 일에도 사랑에도 제대로 빠져들지 못한다. 이런 상태가 못마땅하다고 느끼지만 하는 일이라곤 하릴없이 개츠비의 곁을 머물며 그를 관찰하는 일뿐이다. 그러나 남들처럼 소문대로 개츠비를 평가하지 않고 직접 그의 진실에 다가갔던 사람도, 개츠비가 죽은 다음 뒷정리를 도맡아 한 사람도 오직 닉이었다. 그만이 개츠비를 이웃에 사는 명망가 또는 부자가 아닌 사랑에 빠진 남자로 보았고, 개츠비의 '친구'로서 마지막까지 인간의 도리를 다했다. 결국 살아서 고향에 돌아간 사람이 닉뿐이라는 것만 보아도 그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어쩌면 타락한 사회에 의해 희생당한 개츠비가 '가지 않은 길' 또는 '가지 못한 길'이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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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코드 - 재능을 지배하는 세 가지 법칙
대니얼 코일 지음, 윤미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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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하면 더 이상 공부를 안해도 되는 줄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사회에 나와보면 학교에서 배운 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당장 내 밥벌이에 필요한 기술이나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복사하기, 전화 받기, 사람 사귀기, 커피 타기, 심부름하기, 인사하기 등등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까지도 다시 배워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뿐이랴. 사람을 만나면 연애하는 기술을 배워야 하고, 결혼을 하면 배우자가 되고 부모가 되고 가족이 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삶은 배움의 연속'이라던 어르신들의 말씀이 참 옳다는 생각이 든다.


삶이 배움의 연속이라면, 하나를 잘하는 사람보다는 이것저것 잘 배우는 사람이 세상 살기가 더 수월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하나만 잘하는 장인이나 달인보다는, 공부도 잘하고, 돈도 잘 벌고, 인기도 많고, 놀기도 잘 노는 '엄친아', '엄친딸'에 열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공부든 운동이든 뭐든 간에 왜 누구는 척 보기만 해도 잘 따라 하는데, 누구는 아무리 보고 연습을 해도 도통 따라하지를 못하는 것일까? 그 비밀을 알고 싶어서 집어든 책이 바로 <탤런트 코드>다.


<탤런트 코드>의 저자 대니얼 코일은 저널리스트이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다. 저자는 인류의 오랜 과제였던 재능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1년 2개월에 걸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성공적인 학습 패턴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학자, 연구가뿐 아니라 축구선수, 테니스선수, 소설가, 음악가 등 다양했다. 조사 결과는 일반인들의 예상과 크게 달랐다. 성공한 이들의 대부분은 선천적으로 재능을 타고나지도 않았고, 영재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열악하기 짝이 없는 환경에 처해 있었고, 심지어는 스승은커녕 부모의 관심조차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공통적인 학습 과정과 부단한 연습을 통해 마침내 성공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세계적인 축구선수 펠레와 호나우도, 호나우지뉴, 테니스 여제 샤라포바, 가수 제시카 심슨, 브론테 자매 등이 바로 그 예다.


그렇다면 이들의 공통적인 학습 방법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첫째는 어설프더라도 끝까지 연습하고 이를 반복하는 것이다. "심층 연습은 역설을 바탕으로 한다. 바보 같아 보일 만큼 수없이 실수를 허용할수록, 즉 정확한 목적에 맞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수록 더 많이 향상된다. 혹은 약간 다르게 표현하자면, 속도를 늦추고 실수를 하면서 그 실수를 교정하는 의도적인 과정을 되풀이할수록 결국은 본인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점점 더 민첩하고 우아한 스킬을 습득한다." (p.31)" 브론테 자매의 경우 가정환경이 매우 좋지 않았고 따로 글을 가르쳐준 사람도 없었지만,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이야기책을 따라서 직접 이야기를 써보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 내용은 미숙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고 교정하면서 세 자매 모두 영국을 대표하는 문호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렇게 끊임없이 연습하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미엘린'이라는 신경섬유가 단련이 되는데, 미엘린층이 두꺼워지면 누구라도 엄청난 용량의 학습량을 소화할 수 있는 '천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둘째는 자신을 폭발시킬 '점화 장치'를 찾는 것이다. 미엘린층을 두껍게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다.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공부할 대상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사랑할 수 있는 (공부 또는 학습) 대상을 찾고, 그 후에는 끊임없이 스스로 '나라고 왜 못하겠어?',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야' 등등의 암시를 걸고, 주변에서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칭찬을 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좋다. 여기에 학습자의 자질을 극대화하는 '마스터 코치'가 결합되면 학습자의 능력은 단기간 내에도 어마어마하게 성장할 수 있다. 사례 위주라서 책 내용을 실제로 적용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 있겠지만, 현재의 학습 방법이나 교육 방법에 참고로 하면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 실패와 노력 없이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실수와 실패를 비난하고 거북이처럼 노력하는 사람을 비웃는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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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c 핵심패턴 233
전미성(Shane) 지음 / 길벗이지톡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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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에서 보니 공부를 하는 데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구체적인 목적을 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시험을 본다든지, 책을 끝까지 다 보면 스스로에게 선물을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보면 영어 회화를 공부하는 데 있어 스피킹 테스트에 응시하는 것은 비용과 노력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진학이나 취업 등에 일정 점수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원하지 않아도 필요에 의해 스피킹 테스트를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영어 회화 공부에 열의가 있는 학습자라면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이미 진학이나 취업을 해서) 더 이상 필요한 상태가 아니더라도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자율적으로 공부를 하고 시험에 응시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 역시 최근 영어 회화 시험에 응시해볼 목적으로 틈틈이 공부를 하고 있다. 요즘 공부하고 있는 책은 길벗이지톡에서 나온 <OPIC 핵심패턴 233>이라는 책이다. 233 시리즈는 내가 대학교 때부터 즐겨 보고 있는 시리즈인데, 형식이 정해져 있어서 낯설지가 않고, 보기보다 양이 많아서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이번 <OPIC 핵심패턴 233>은 2013년 3월에 개정된 시험 방식을 반영하여 기초 표현을 확실히 익히고 어떤 상황이 발생하든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영어 회화의 고수들과 영어 전문가들이 빠른 시간 내에 영어 실력을 확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강조하는 것이 바로 '패턴 학습법'인데, 이 책은 패턴 학습을 OPIC 시험이라는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하는 방법이 나와 있어서 나처럼 회화 실력 향상을 목적으로 공부하는 학습자뿐 아니라 시간이 촉박한 수험자들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이 책은 총 여덟 개의 파트로 구성이 되어 있다. 파트1은 자기소개부터 취미, 관심사 소개 등 OPIC 시험뿐 아니라 다른 시험, 취업 면접, 일상 회화 등에서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패턴들이 나와 있다. 기초 중에 기초지만 그만큼 잘 못할 경우 감점이 많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꺼진 불도 다시 본다'는 심정으로 철저히 대비하면 좋겠다. 파트2부터 4까지는 설문지 선택 문제 3단 콤보에 사용되는 핵심패턴이 나와 있다. 설명문 위주이기 때문에 회화뿐 아니라 영작에도 활용하기 좋을 것 같다. 파트 5부터 7까지는 OPIC에서 제일 난관이라는 롤플레이 문제에 사용되는 핵심패턴이 나와 있고, 마지막 파트8은 Actual Test와 모범 답안이 나와 있다. 패턴 위주의 설명이기 때문에 이 책 한권으로 시험에 대비하기는 어렵고, OPIC 기본서와 병행해서 보거나 이미 시험 내용이 숙지된 상태에서 보충하는 용도로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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