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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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피츠제럴드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의 타임지, 뉴스위크, 미국대학위원회, 영국의 BBC, 옵저버 등 여러 매체와 기관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한 바 있는 20세기 최고의 명작 중 하나다. 그러나 명작으로 불리는 소설이 대개 그러하듯이(!) 독자들 중에는 이 소설을 극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번을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대체 개츠비가 왜 위대한지 모르겠다 등의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나는 단연 후자였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이 소설을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때는 이 소설이 왜 명작이라고 불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 개봉에 맞춰 다시 읽어보니 이 소설이 달리 보였다. 그야 고등학교 시절의 말랑말랑한 감성과 덜 익은 머리로 읽기에는 어려운 소설인 탓도 있었겠지만, 그 후로 몇 년 동안 사회의 쓴맛도 보고 실연의 아픔도 겪으며 '경험치'를 많이 쌓은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소설은 닉이라는 청년이 대학 졸업 후 증권사에 취직하게 되면서 고향을 떠나 미국 동부에 있는 뉴욕으로 옮겨가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닉은 이웃에 사는 남자가 하루가 멀다하고 성대한 파티를 여는 것을 보며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 남자는 '개츠비'라는 사내로 이미 이 근방에서는 유명한 사람이었다. 얼마 후 그는 개츠비의 초대를 받게 되고, 파티에서 그를 처음 만난다. 그리고 얼마 후 개츠비는 자신이 닉의 먼 친척인 데이지라는 여성과 과거에 뜨겁게 사랑했던 사이였으며, 데이지와 다시 만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닉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데이지는 현재 톰이라는 남자와 결혼을 한 상태인데, 톰은 숨겨둔 애인이 있는 것도 모자라 데이지에게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한다. 세 사람의 얽힌 관계를 보며 닉은 그들의 진심과 개츠비라는 인물의 진실에 점점 다가간다.

 
줄거리만 보면 상투적인 연애 소설과 다를 것이 없지만, 이 소설이 명작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개츠비라는 인물의 상징성이다. 그는 비록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일찌감치 자수성가하겠다는 뜻을 품고 치열하게 자기계발을 한 결과 - 비록 부정한 방법을 쓰기는 했어도 - 성공한 사람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이는 신분이나 출신 배경과 상관 없이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그에게는 몇 년 전 경제적으로 더 능력있는 남자를 찾아 떠나간 여인 데이지에 대한 순정과 미련이 남아있었고, 성공한 후에도 오직 그녀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그녀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그녀는 예나 지금이나 겉모습은 아름답지만 마음은 속물이었고, 그는 그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돈과 명예에 눈이 멀어 모두가 속물로 변해가는 이 사회에서, 개츠비만은 순수한 사랑을 지키려다가 죽은 것이다. 이러한 개츠비의 정신은 당시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유례없는 호황을 맞아 그야말로 '미친듯이' 성장하던 미국사회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었으며, 그것을 끝까지 지키려고 했다는 것이 그의 '위대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개츠비이지만, 닉이라는 인물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닉은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으로, 아직 사회의 때가 덜 묻은 순수한 인물이다. 동부의 화려한 문명과 부자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쩐지 석연찮다는 기분도 느낀다. 그는 개츠비와 달리 일에도 사랑에도 제대로 빠져들지 못한다. 이런 상태가 못마땅하다고 느끼지만 하는 일이라곤 하릴없이 개츠비의 곁을 머물며 그를 관찰하는 일뿐이다. 그러나 남들처럼 소문대로 개츠비를 평가하지 않고 직접 그의 진실에 다가갔던 사람도, 개츠비가 죽은 다음 뒷정리를 도맡아 한 사람도 오직 닉이었다. 그만이 개츠비를 이웃에 사는 명망가 또는 부자가 아닌 사랑에 빠진 남자로 보았고, 개츠비의 '친구'로서 마지막까지 인간의 도리를 다했다. 결국 살아서 고향에 돌아간 사람이 닉뿐이라는 것만 보아도 그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어쩌면 타락한 사회에 의해 희생당한 개츠비가 '가지 않은 길' 또는 '가지 못한 길'이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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