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럭 클럽
에이미 탄 지음, 이문영 옮김 / 들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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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럭 클럽>. 어릴 때 영화로 본 기억은 있는데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원작 소설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작년에 출간되었을 때 구입해 이제야 읽었다. 이야기는 1950년대 전후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네 여자와 1980년대 생인 그들의 딸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수위안 우와 징메이 우(준), 안메이 슈와 로즈 슈 조던, 린도 종과 웨벌리 종, 잉잉 세인트 클레어와 레나 세인트 클레어, 이렇게 네 모녀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누구보다 가까운 엄마와 딸 사이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멀게 느낀다. 


그럴 만한 것이 엄마들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온 이민자 1세대이고 딸들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중국계로 분류되는 이민자 2세대이다. 엄마들은 미국에 살면서도 중국어를 더 많이 사용하지만 딸들은 영어를 주로 사용하고 중국어는 거의 못한다. 엄마들은 딸들이 자신들의 삶에 대해 궁금해 하고 이해해 주기를 바라지만 딸들은 공부하랴 일하랴 연애하랴 애 키우랴 자신들의 삶이 바빠서 엄마를 신경쓸 여력이 없다. 딸들은 엄마들이 미국 친구들의 엄마들처럼 자신들의 감정을 살펴주고 상처를 보듬어주기를 원하지만 엄마들은 딸들이 더 많은 성취를 하고 더 강한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 소설을 쓴 작가 에이미 탄은 중국계 이민자 2세대로, 아마도 이 소설에 자신의 경험과 주변의 중국계 이민자 1세대 또는 2세대의 경험을 담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만큼 이 소설이 개인적이고 특수한 내용인데도 시대와 세대, 국경과 지역을 초월해 보편적인 공감을 얻으며 널리 읽히고 있는 건, 상황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모녀 관계가 이 소설에 그려진 모녀 관계와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딸이 나보다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딸을 강하게 억압하고 통제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점점 더 엄마를 거스르고 엄마로부터 멀어지는 딸. 이런 모녀 관계는 한국에도 널려 있지 않은가. 


아무튼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딸뿐이고 그런 딸을 걱정하고 챙겨주는 사람도 엄마뿐이라는 결론인데, 모녀 관계에 답답함이 많은 나로서는 왜 딸만 엄마를 이해해 줘야 하나, 다른 가족들은 뭐 하나 싶다. 부모들이 자식을 자신들의 분신 내지는 인형처럼 생각하는 것도 좀 그만뒀으면 좋겠다. 이 소설에도 그런 엄마들이 몇 명 나오는데 보는 내내 너무 괴로웠다. 엄마들이 미국으로 오기 전 중국에서 겪은 일들을 보면 역시 중국보다는 미국이 낫다 싶은데, 딸들이 미국에서 남자 때문에 겪는 일들을 보면 여기도 천국은 아니구나 싶다. (내 기준 최악은 레나 남편이다. 돈 욕심 많은 게 트럼프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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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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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 시리즈'의 주인공 가가 교이치로 형사는 사건이 발생하면 용의자는 물론이고 사건과 아주 작은 접접이 있을 뿐인 인물조차도 질릴 정도로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신참자>를 보면 처음에는 가가 형사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하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가가 형사의 그림자만 보여도 치를 떤다). 나는 그게 단순히 형사 업무의 일종이라고 생각했고, 가가 형사 자신도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가가 형사 시리즈 제6권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를 읽으며 가가 형사에게 질문은 사건에 관해 모르는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서 하는 단순한 형사 업무 그 이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총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가 형사가 나온다는 것 외에는 다섯 편의 단편 사이에 연관성은 없다. 발레단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그린 점에서 가가 형사 시리즈 제2권 <잠자는 숲>을 연상시키는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무더운 여름날 아내는 살해 당하고 어린 아들은 실종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차가운 작열>, 기계체조 선수를 목표로 훈련 중인 딸과 엄마가 단둘이 사는 집에서 시체로 발견된 남자가 나오는 <두 번째 꿈>, 잘못된 결혼으로 인해 고통받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구원하고 싶어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어그러진 계산> 등 각각의 이야기가 다 재미있다.


각각의 이야기에서 가가 형사는 용의자로 짐작되는 인물에게 질문을 하고 또 하고, 하고 또 한다. 그렇게 질문을 하다 보면 사건에 대한 정보를 추가로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정보 중에서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사실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한 사실은 범인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말하는 사람도 몰랐던, 혹은 알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알게 하거나 인정하게 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대표적인 예가 마지막 단편 <친구의 조언>이다. 이 단편에서 가가 형사는 용의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면서 그의 인생을 다른 국면으로 이끈다. 이 정도면 형사가 아니라 심리 치료사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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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인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말하는나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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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사는 베아트리스는 성공한 은행가의 아내이자 장성한 두 아들의 엄마다. 직업은 없고 사교계 명사들이 가입되어 있는 음악 서클에서 실무를 돕는 정도인 베아트리스는 친구의 부탁으로 폴란드 출신의 콘서트 피아니스트 비톨트 발치키예비치의 수행을 맡게 된다. 비톨트는 고국인 폴란드를 대표하는 음악가인 쇼팽의 해석을 남다르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베아트리스는 비톨트를 직접 만나기 전까지 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그의 연주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그를 만난 후에도 그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서 늘 '폴란드인'이라고 지칭한다.


문제는 이 폴란드인이 베아트리스를 보고 첫눈에 반한 것이다. 폴란드인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베아트리스는 당혹스러워 한다. 그럴 만한 게 폴란드인은 48세인 베아트리스보다 스물네 살 더 많은 72세 노인인 데다가, 두 사람은 사는 나라도 다르고 주로 사용하는 언어도 달라서 말도 잘 통하지 않는다. 폴란드인이 자신과 베아트리스의 만남을 단테와 베아트리체, 쇼팽과 조르쥬 상드의 만남에 비유하며 열렬히 구애해도 베아트리스는 그에게 좀처럼 호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왜 자꾸만 폴란드인 생각이 나고, 폴란드인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걸까.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존 쿳시의 소설 <폴란드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 오가는 연애 감정을 그린 로맨스 소설이기는 한데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은 아니다. 일단 베아트리스가 폴란드인을 그렇게까지 사랑하지 않는다. 오히려 베아트리스는 자신이 왜 폴란드인을 사랑하지 않는지에 관해 엄청나게 성찰을 한다. 남편이 있기는 하지만 결혼 기간 동안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은 적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폴란드인의 나이가 너무 많기는 하지만 정말 사랑한다면 나이 차는 문제가 아니다. 잃을 게 많다는 것이 아마도 정답에 가장 가까울 텐데, 그렇다고 베아트리스가 현재의 삶에 완벽하게 만족하는 건 아니다. 어쩌면 나 좋다는 남자와 새로운 삶을 살아볼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는데, 왜 베아트리스는 그에게 끌리지 않을까.


베아트리스가 함께 브라질로 떠나자는 폴란드인의 제안을 거절한 후에도 계속해서 폴란드인과 연락을 주고 받고, 폴란드인을 남편 집안 소유의 별장으로 초대하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종국에는 잠자리까지 허락하는 건, 폴란드인에 대한 관심이나 호감 때문이라기 보다는 베아트리스 자신에 대한 탐구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있고 자식이 있고, 남들이 부러워 할 만한 재산과 사회적 지위를 갖춘, 흔히 말하는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베아트리스가, 혹시라도 다른 삶을 선택했다면 어땠을지, 지금보다 만족하고 행복했을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 말이다.


결국 베아트리스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고 폴란드인은 베아트리스 앞으로 두툼한 시 창작 노트를 남기는데, 폴란드어를 모르는 베아트리스는 전문 번역가에게 번역을 맡긴다. 번역된 시를 읽으면서 베아트리스는 다양한 생각을 하는데, 요약하면 언어가 통하지 않는 두 사람이 육체의 끌림만으로 사랑하는 건 가능하지만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고, 언어가 통한다고 해도 육체의 끌림이 없으면 상대의 호감이 사랑으로 느껴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언어도 통하고 육체의 끌림도 있는 상대를 만나야 오래 지속되는 사랑을 할 수 있는데, 그런 사랑은 찾기 힘들다는 것이 이 '로맨스 소설'의 결론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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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여신님 신장판 19
후지시마 코스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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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건 전화 한 통 때문에 여신 자매들과 살게된 케이이치는 중증의 바이크 마니아이기도 하다. 케이이치의 바이크 사랑은 가족 유전으로, 케이이치의 아버지도 바이크를 엄청 좋아하고 케이이치의 여동생 메구미도 그렇다. 케이이치의 여동생 메구미는 얼굴도 예쁘고 바이크 타는 모습이 멋져서 따라 다니는 남자들이 많지만 항상 차인다. 속상해 하는 메구미를 보다 못한 여신 자매들이 메구미를 달래기 위해 '어떤 짓'을 벌이는데, 그 결과 케이이치와 메구미, 여신 자매들 모두가 단체로 기억 상실증에 걸리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과연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까...


<오! 나의 여신님 신장판> 19권에는 새로운 캐릭터도 등장한다. 새로 수리한 바이크를 시험 삼아 타보고 있던 케이이치는 갑자기 하늘에서 메이드 옷을 입은 소녀가 떨어져 당황한다. 기절해 있는 소녀를 버리고 갈 수는 없어서 케이이치는 소녀를 집으로 데려간다. 여신 자매들은 케이이치가 만난 소녀의 정체를 알고 있었는데, 그 소녀는 페이오스를 위해 일하는 여신인 크로노다. 크로노는 음(音)의 조율 프로그램을 담은 구슬을 베르단디에게 가져다 주는 심부름을 하는 중이었는데, 천계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그 구슬을 잃어버렸다. 사고뭉치 덜렁이지만 마음은 순수한 모습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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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여신님 신장판 18
후지시마 코스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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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단디를 포함해 세 명의 여신과 한 지붕 아래에서 살고 있는 케이이치는 중증의 자동차 마니아이기도 하다. 대학 시절에는 자동차부에 가입해 자신과 비슷한 자동차 마니아들과 어울렸을 정도다. <오! 나의 여신님 신장판> 18권은 케이이치가 자동차부 선배인 치히로와 자동차 조립 대결을 벌이는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자동차의 매력에 처음 빠져들었을 때의 마음과 사랑스러운 베르단디의 응원을 가슴에 품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의 자동차를 만드는 케이이치. 그런 케이이치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여신들이 케이이치가 잠든 순간을 틈타서 '어떤 짓'을 벌이는데...


<오! 나의 여신님 신장판> 18권에는 스쿨드와 센타로의 에피소드도 나온다. 7권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어린 남자애였던 센타로는 어느새 스쿨드의 키를 뛰어넘은 소년으로 자랐다. 여전히 자전거를 잘 타는 센타로와 그런 센타로에게 힘이 되고 싶은 스쿨드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오! 나의 여신님 신장판>에는 작가 취향인지 자동차, 오토바이 등 탈것이 많이 등장하는데, 18권 마지막에 (탈것이 아닌) 카메라에 관한 에피소드가 등장해서 신선했다. 케이이치가 우연히 손에 넣은 카메라에 찍혀 있던 한 장의 사진에 관한 이야기는 19권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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