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륵까르륵 - 가장 순수한 것들의 찬란한 웃음소리 월간 정여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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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작가는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1년 동안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내는 '월간 정여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까르륵까르륵>은 그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책이다. 


"사는 게 매일매일 기쁘고 행복하다"는 조카의 말에서 제목의 영감을 얻은 저자는 정원 가꾸기, 영국 리버풀, 아우라, 호모 루덴스, 김민정 시인,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 스페인 콘수에그라와 <돈키호테>, 라면, 설날 등 자신을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고, 까르륵까르륵 웃게 만드는 것들에 관한 단상을 특유의 아름답고 편안한 글로 풀어썼다. 놀면서 쉬면서 조금씩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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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감정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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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심리 상담을 받아봤다. 정식 상담은 아니고, 대학 심리상담 센터에서 진행하는 약식 상담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나와 상담한 선생님이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한다. "좋은 감정은 잘 표현하는데 나쁜 감정은 잘 표현하지 못하는 분이신 것 같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를 정확히 설명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기쁨이나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잘 표현하지만, 슬픔이나 분노, 질투심, 부끄러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가급적 숨기고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남에게 털어놓는 경우도 거의 없다. 


덴마크의 심리치료사이자 <센서티브>, <서툰 감정> 등의 저자인 일자 샌드의 표현을 빌리면, 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편이다. 나처럼 슬픔이나 분노,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사람은 아주 많다. 무언가 불편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느낌의 정체가 분노인 줄 모르고 단순히 긴장했거나 불안한 거라고 착각하거나, 상대가 잘 되지 않기를 바라는 감정의 정체가 질투인 줄 모르고 경쟁심 정도로 약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저자는 우리가 '감정을 지배할 순 없지만, 생각을 조정하고, 초점을 맞추기 원하는 대상을 선택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웃 사람이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고 가정해 보자. '대체 내게 선물을 주는 속셈이 뭐지?'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부담스럽고 불편하지만,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선물을 줬겠지'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행복해지고 편안해진다.


분노를 느낄 때는 분노를 바람(wishes)의 형태로 표현하라고 권유한다. 분노는 내가 바라는 것이 충족되지 못한 상태일 때 야기되는 감정이다. 그러므로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그것을 분노가 아닌 바람의 형태로 표현하면 해소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허락을 구하지 않고 노트북을 빌려 간 동료에게 "다음에 내 노트북을 빌려 갈 때는 내게 먼저 알려주세요. 그러면 데이터가 삭제되지 않도록 미리 저장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한다면, 동료는 내 요구를 들어줄 것이다. 동료가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그때는 선전포고를 하거나 새로운 상황을 준비하면 된다. 


여성들은 분노를 울음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남자가 분노를 표현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여자가 분노를 표현하는 건 자연스럽지 않다 - 여성스럽지 못하다 - 고 교육받은 탓이 크다. 여자아이들이 화를 내면 부모들은 "네 방에 들어가서 어떤 게 여자다운 행동인지 잘 생각해봐."라고 질책한다. 남자들도 어린 시절에 비슷한 경험을 하지만, 남자아이들의 분노는 대체로 더 관대하게 받아들여지고 어떤 면에선 장려된다(정의롭다, 남자답다 등등). 여자는 울어도 되지만 화를 내면 안 된다, 남자는 화를 내도 되지만 울면 안 된다는 식의 편견도 '서툰 감정'을 조장하는 요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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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늙을까 - 전설적인 편집자 다이애너 애실이 전하는 노년의 꿀팁
다이애너 애실 지음, 노상미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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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생 여성'이라고 하면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직업도 가지지 못하고 평생 한 남자와 살며 자식들과 손주들을 건사하는 즐거움으로 살았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어떻게 늙을까>의 저자 다이애너 애실은 1917년 영국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차 세계대전 동안 BBC에서 일했고 종전 후 친구와 출판사를 설립해 75세의 나이로 은퇴하기까지 편집자로 일했다. 은퇴 후 작가로 변신한 저자는 90세가 되던 해에 지난날을 회고하는 이 책을 써서 발표했다. 이 책에는 저자가 편집자로 일하면서 만난 책과 작가들, 나이 들며 느끼는 즐거움과 괴로움, 생의 마지막에 대한 생각을 비롯해,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만난 남자들과 성생활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담겨 있다. 


저자가 나의 할머니나 외할머니보다 개방적인 삶을 산 건 그렇다 쳐도,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보다도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본 것 같은 건 부럽다 못해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다. 이를테면 나는 저자처럼 직접 회사를 차려 경영을 해본 적이 없고, 저자처럼 수많은 작가들을 발굴해본 경험도 없고, 저자처럼 다채로운 유형의 연애를 해본 경험도 없다. 저자는 배리라는 남자와 사귀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백인보다 흑인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자신에게 흑인 취향, 비영국인 취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만약 저자가 일찍 한 남자에게 정착해 가정에만 충실한 삶을 살았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자신에게 어떤 취향이 있는지도 모르는 채 세상을 떠났으리라. 


저자는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았지만,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간다면 가정을 꾸리기보다는 외국을 여행하며 외국어를 배우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생의 마지막을 앞둔 저자가 느끼는 회한이 더 많이 경험하지 못한 것과 더 많이 배우지 못한 것이라니. 덥다는 핑계로 게으름 피우고 있던 내게 던지는 말 같아서 마음이 뜨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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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 음식, 음악, 여행 그리고 독서
이승희 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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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마케터 딱지를 떼고 마케팅 고수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10년 차 마케터 4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이 책이 나오기 전 콘텐츠 플랫폼 PUBLY에서 펀딩을 진행한 결과 전체 콘텐츠 중에서 가장 높은 달성률인 1796%을 기록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룬, 많은 사람들이 신뢰하는 저자가 쓴 책으로 봐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배달의 민족' 이승희는 치과에서 치기공 일을 하는 게 싫어서 마케터로 전직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치과에서 근무할 때 '센스가 없다'는 꾸지람을 자주 들었던 그는, 센스를 키우는 방법을 찾다가 우연히 마케팅 강의를 듣게 되었고 이후 치과 일을 병행하며 마케팅을 독학하다 몇 년 후 전직했다. 현재 '배달의 민족'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마케터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으로 '끊임없는 관찰'을 든다. 마케터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므로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관찰하다 보면 마케팅에 적용할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스페이스오디티' 정혜윤은 대학에서 경영학뿐 아니라 미술, 심리학 등을 전공했다. 여러 분야에 두루두루 관심이 많아서 마케터라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막상 마케터로 일해보니 여러 분야를 두루두루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았다. 그는 마케팅에 관심 있는 후배들에게 '흘깃 보지 않고 눈여겨보기'라는 팁을 전수한다. 단순히 가격과 성능을 보고 지갑을 열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마케터가 소비자보다 '덕후' 같아야 소비자의 마음이 열리고 지갑이 열린다. 덕후가 될 자신이 있는 분야에 몸담으면 마케터도 편하고 소비자도 즐겁다. 


이 밖에도 '에어비앤비' 손하빈, '트레바리' 이육헌의 생생한 인터뷰를 비롯해, 각자가 몸담고 있는 기업의 목표와 사명, 현재 마케팅 트렌드, 예비 마케터를 위한 조언 등이 일목요연하게 실려 있다. 이들이 더 나은 기업, 더 나은 브랜드,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도 흥미롭고, 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 해온 과정도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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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구니 시로 지음, 김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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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서 햄버그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만두가 나온다면 어떨까. 대체로 당황하거나 화를 내면서 종업원을 불러 음식이 잘못 나왔으니 다시 가져다 달라고 할 것이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찾아온 손님들은 다르다. 이곳의 손님들은 주문한 음식과 다른 음식이 나오면 얼굴을 찌푸리기는커녕 소문 대로라며 손뼉을 치면서 좋아한다. 


이곳에서 홀 서빙을 하는 종업원들은 모두 치매 환자다. 치매라고 하면 일반인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인 것들이다. 기억을 거의 잃고, 자꾸 집을 나가고, 가끔은 폭언을 하고, 심지어 환각 증세도 나타나는 슬픈 병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의 기획자인 오구니 시로도 그랬다. 저자 역시 치매 환자라고 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약간 위험한 사람들'이란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랬던 저자가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기획한 건, 2012년 방송국 PD인 저자가 취재차 치매 환자를 간병하는 시설에 방문했다가 주문하지 않은 음식을 대접받는 경험을 한 덕분(!)이다. 그날 시설에서 나오기로 예정된 메뉴는 햄버그스테이크였는데 눈앞에 놓인 음식은 아무리 봐도 만두였다. '오늘 메뉴는 햄버그스테이크 아니었나요?'라는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결국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말을 내뱉으면 시설 사람들이 그동안 쌓아온 삶이 무너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저자는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라는 콘셉트를 떠올렸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 햄버그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만두가 나오는 일도 있겠지만, 이 식당은 애초부터 '주문을 틀린다'고 전제했기 때문에 손님도 불쾌해 하지 않고 점원도 미안해할 필요 없다. 주문을 받던 종업원이 갑자기 옛날이야기를 풀어내느라 삼매경에 빠지면 다 같이 이야기를 듣고, 음식이 잘못 나오면 손님들끼리 알아서 바꿔 먹으며 하하 호호 웃는다. 


실수를 받아들이고 실수를 함께 즐긴다는, 조금씩의 '관용'을 우리 사회가 가질 수 있게 된다면 분명히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가치관이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솔직히 대부분의 실수와 착오라는 것은 그리 심각하지 않다. 조금만 대화를 하면 해결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들이 아닐까. (194쪽)


2017년 6월 3일과 4일, 단 이틀 동안 도쿄에서 개점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검색 순위 1위에 오르고 세계 20개국의 미디어에 소개되는 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그 비결로 손님들이 만들어낸 '관용'이라는 분위기를 든다. 요즘 사람들은 타인의 실수와 착오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누가 실수를 하면 비난하고 질책하기 바쁘지, 실수를 보고도 넘어가 주거나 너그럽게 용서해주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선 누가 실수를 해도 비난하거나 질책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다고 위로해주고 웃어준다. 


치매 환자도 얼마든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도 이 기획이 큰 주목을 받은 포인트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의 종업원들은 치매 진단을 받기 전까지 멀쩡하게 일을 하고 사회생활을 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오랜만에 땀 흘려 일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자기 힘으로 돈까지 벌어서 즐겁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치매에 걸렸어도 죽기 전까지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의 말에 마음이 뭉클해지는 한편, 한국의 치매 환자들이 겪는 현실은 어떤지 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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