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늙을까 - 전설적인 편집자 다이애너 애실이 전하는 노년의 꿀팁
다이애너 애실 지음, 노상미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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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생 여성'이라고 하면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직업도 가지지 못하고 평생 한 남자와 살며 자식들과 손주들을 건사하는 즐거움으로 살았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어떻게 늙을까>의 저자 다이애너 애실은 1917년 영국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차 세계대전 동안 BBC에서 일했고 종전 후 친구와 출판사를 설립해 75세의 나이로 은퇴하기까지 편집자로 일했다. 은퇴 후 작가로 변신한 저자는 90세가 되던 해에 지난날을 회고하는 이 책을 써서 발표했다. 이 책에는 저자가 편집자로 일하면서 만난 책과 작가들, 나이 들며 느끼는 즐거움과 괴로움, 생의 마지막에 대한 생각을 비롯해,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만난 남자들과 성생활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담겨 있다. 


저자가 나의 할머니나 외할머니보다 개방적인 삶을 산 건 그렇다 쳐도,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보다도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본 것 같은 건 부럽다 못해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다. 이를테면 나는 저자처럼 직접 회사를 차려 경영을 해본 적이 없고, 저자처럼 수많은 작가들을 발굴해본 경험도 없고, 저자처럼 다채로운 유형의 연애를 해본 경험도 없다. 저자는 배리라는 남자와 사귀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백인보다 흑인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자신에게 흑인 취향, 비영국인 취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만약 저자가 일찍 한 남자에게 정착해 가정에만 충실한 삶을 살았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자신에게 어떤 취향이 있는지도 모르는 채 세상을 떠났으리라. 


저자는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았지만,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간다면 가정을 꾸리기보다는 외국을 여행하며 외국어를 배우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생의 마지막을 앞둔 저자가 느끼는 회한이 더 많이 경험하지 못한 것과 더 많이 배우지 못한 것이라니. 덥다는 핑계로 게으름 피우고 있던 내게 던지는 말 같아서 마음이 뜨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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