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메의 여름 1 - 시안 코믹스
쿄고쿠 나츠히코 원작, 시미즈 아키 그림, 강동욱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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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교고쿠 나츠히코의 소설 <우부메의 여름>을 읽었다. 믿고 읽는 작가가 강력 추천한 작품이라서 큰 기대를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잘 읽히지 않았다. 결국 전체 줄거리만 파악하는 수준으로 가볍게 읽은 후 책장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정을 지인에게 털어놓았더니 그 지인이 <우부메의 여름> 만화판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보니 작화도 괜찮고 평도 좋았다. 그래서 별 고민 없이 바로 구입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패전의 상흔이 남아 있는 1950년대 도쿄. 삼류소설가 세키구치 다츠미는 오랜 친구인 교고쿠도가 운영하는 헌책방에서 장안을 떠도는 소문에 대해 토론한다. 유서 깊은 산부인과 가문의 딸이 임신한 지 20개월이 지났는데도 출산을 못하고 그 남편은 밀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소문이다. 헌책방을 나와 또 다른 지인인 에노키즈가 운영하는 탐정 사무소를 찾은 세키구치는 우연히 그곳에서 소문의 주인공인 여자의 언니 료코를 만난다. 세키구치는 에노키즈의 조수 역할로 사건을 조사하게 되고, 사건 현장인 문제의 산부인과 병원을 찾게 된다.


<우부메의 여름>은 소설보다 만화나 영화로 만드는 편이 더 나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임신한 지 20개월이 지났는데도 출산할 기미가 없는 여자의 배, 밀실이나 다름없는 방 안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남자, 세키구치가 사건 현장을 보고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이유 등을 전달하기에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더 적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만화를 보고 나서야 세키구치와 다른 사람들의 눈에 사건 현장이 어떻게 보였는지, 왜 그렇게 보였는지를 더욱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나처럼) 소설 <우부메의 여름>을 읽고 난해하다고 여겼던 독자라면 만화판을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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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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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의 주인공 미코시바 레이지는 십 대 시절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는 인물이다. 다행히 소년원에서 좋은 간수를 만나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열심히 공부해 사법시험에 패스하고 변호사가 된다. 하지만 세상은 미코시바가 속죄를 하고 변호사가 되었다는 사실보다는 전과가 있다는 사실에 더 주목하고, 미코시바가 무슨 일을 하든 색안경을 끼고 본다. 그때마다 미코시바는 말한다. 죄를 지은 사람이 죄를 짓지 않은 사람과 다른 대우를 받는 건 당연하다고. 죄란 속죄를 했다고 씻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평생 지고 가야 할 짐이라고 말이다.


야쿠마루 가쿠의 <돌이킬 수 없는 약속>도 비슷한 메시지를 담은 소설이다. 40대 중반의 평범한 가장 무카이는 어느 날 뜻밖의 편지 한 통을 받는다. 편지에는 15년 전 무카이가 한 노파에게 한 약속을 지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15년 전 사연은 이렇다. 무카이는 사실 전과가 있는 몸이다. 전과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던 차에 우연히 억울한 사연으로 딸을 잃고 슬퍼하는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무카이에게 자신이 무카이의 신분도 바꿔주고 새 삶을 시작할 돈도 줄 테니 자기 딸의 인생을 망가뜨린 놈들을 찾아가 대신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할머니가 복수를 부탁한 놈들은 당시 무기징역 형을 받고 감옥에 있는 상태였다. 무카이는 할머니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고 할머니한테 돈도 받고 신분도 바꿨다. 그리고 그대로 잠적했다.


무카이는 그 때로부터 15년이나 지났으니 할머니가 그때의 약속을 잊었거나 세상을 떠났을 줄 알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할머니로부터 15년 전의 약속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며 약속대로 놈들을 죽여달라는 말을 들으니 황당하다. 무카이는 없던 일로 하고 평소처럼 지내보려 하지만, 무카이의 가족들이 위험에 빠지며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15년 전의 약속을 지켰다가는 살인자가 되어 감옥에 갇힐 것이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가는 15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 얻은 것들이 전부 사라질 상황. 과연 무카이는 어떤 선택을 할까.


무카이는 신분을 바꾸고 전보다 열심히 살면 과거에 지은 죄가 덮어질 거라고 믿었지만 현실은 달랐고 모두가 그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다. 하지만 무카이가 신분을 바꾼 후 얼마나 열심히, 선량하게 알았는지 아는 사람들은 그를 용서하고 감싸준다. 과거의 악행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선행 또한 없던 일로 만들 수 없다. 그러니 죄가 있는 사람은 그 죄를 없애기 위해 애쓸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행동으로 속죄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 작가가 쓴 일본 소설인데 정작 일본 정부나 우익은 이런 책을 읽지 않는 건지. 부디 이런 책을 읽고 깨닫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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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의 길을 가다 - 전쟁이 아닌 협상으로 일군 아름다운 200년의 외교 이야기
서인범 지음 / 한길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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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막연히 조선통신사의 길을 따라 여행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그런 내 눈에 이 책 <통신사의 길을 가다>가 들어왔다. 저자 서인범은 동국대학교 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도호쿠대학교 동양사학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중국 명대이며 <명대의 운하길을 걷다>, <연행사의 길을 가다>, <자금성의 노을> 등 중국에 관한 책을 주로 썼다. 그런 저자가 조선과 일본을 오간 통신사에 관한 책을 쓴 건, 2013년 연행사의 길을 답사할 때 동료들 사이에서 '연행사의 길을 가봤으니 통신사의 길도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몇 년 후 여건이 갖춰져 통신사 답사가 성사되었다.


통신사가 처음 시행된 것은 조선 태종 때이다. 통신사 파견은 전적으로 일본의 요청으로 시작된 일이었으나,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이후 조선과 일본의 국교 관계가 단절되고 한동안 통신사가 양국 사이를 오가는 일은 없었다. 전국 시대를 끝내고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조선과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조선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며, 히데요시(정확히는 그 아들)를 이기고 자신이 막부를 세웠으니 조선과 예전처럼 화친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러한 요청을 조선이 받아들였고, 이후 다시 통신사가 재개되어 1607년 첫 파견 이후 200년 동안 총 12번 조선과 일본을 오갔다.


통신사는 조선과 일본 양국에 어떤 의미였을까. 통신사 사절로 선발되어 일본에 가는 조선인들에게는 고생길이었다. 최소 반년, 길게는 1년에 걸쳐 조선에서 배 타고 바다를 건너 대마도를 거쳐 지금의 일본 규슈에서 출발해 막부가 있는 도쿄(과거엔 에도)까지 먼 길을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가족이 통신사 사절로 선발되면 다시는 못 볼 사람처럼 슬퍼하는 사람도 많았고, 실제로 몇몇 사람들은 통신사로 떠났다가 불귀의 몸이 되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통신사 사절에 끼어들어 조선에서 가져간 물건을 일본에서 팔고, 일본에서 가져온 물건을 조선에서 팔아 큰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이 매매한 물건 중에는 유성룡의 <징비록> 같은 귀한 문서도 있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일본은 통신사가 올 때마다 극진하게 대접했다. 일본인들은 살생을 금하는 불교 계율에 따라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 육식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사로 일본에 오는 조선인들을 먹이기 위해 힘들게 고기를 구하고 익숙지 않은 고기 요리를 만들었다. 조선인들이 좋아하는 귤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대접하고, 조선에는 없는 빵, 카스테라 등 서양식 과자를 대접했다. 통신사가 한 번 오갈 때마다 일본의 각 번에선 엄청난 출혈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사는 조선보다 일본이 더 큰 이익을 가져가는 행사였다. 통신사를 통해 중국과 조선의 수준 높은 문화를 받아들이고, 통신사를 접대하는 과정에서 교통과 경제가 크게 발전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동료들과 함께 통신사의 길을 따라간 여정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대마도에 도착한 과정부터 다시 대마도에서 배를 타고 일본에 도착한 과정은 물론, 규슈에서 오사카, 나고야를 지나 시즈오카를 거쳐 도쿄에 이르고, 도쿄에서 다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위패가 있는 도쇼궁이 있는 닛코에 이르는 여정이 꼼꼼하게 적혀 있다. 답사를 하면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꼈는지는 물론, 타지에서 무엇을 먹고 어디에 묵었으며 어떤 사건과 사고가 있었는지도 낱낱이 적혀 있어 흥미롭고 유용했다. 언젠가 나도 저자처럼 통신사의 길을 따라가는 여행을 꼭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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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의 길을 가다 - 전쟁이 아닌 협상으로 일군 아름다운 200년의 외교 이야기
서인범 지음 / 한길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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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의 길을 따라 여행해보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는데 저보다 먼저 도전하신 저자분의 기록을 읽으며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지식도 있고 재미도 있는 책입니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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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플레이리스트 4 - 상 - 드라마 원작소설
안또이 지음, 이슬 극본, 플레이리스트 제작 / 대원앤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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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저씨>로 유명한 배우 김새론이 투입되면서 화제를 모은 인기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소설판 제4권이 출간되었다. 1권에선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대학교 1, 2학년이었는데 4권에선 3, 4학년에 되거나 군대에 가고 없다. 그 대신 빈자리를 채워주는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3권에서 처음 등장한 푸름과 하늘, 그리고 4권에서 처음 등장하는 지민이다.


지민은 재수를 해서 서연대학교에 들어온 신입생이다. 지민이 재수를 불사하며 서연대학교에 들어온 건 고등학교 시절 서연대학교에 캠퍼스 투어를 하러 왔다가 첫눈에 반한 '수시남'을 만나기 위해서다. 아직까지 수시남을 찾지 못한 지민은 선배들에게 남학생들이 많이 듣는 교양 수업을 알아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수강 신청에 성공한다. 수업의 제목은 '현대 사회의 사랑'. 대체 수시남은 누구이며, 과연 지민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짝사랑했던 수시남을 만날 수 있을까.


한편 나의 연플리 최애 캐릭터 재인은 4학년이 되어 졸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시각 디자인학과이다 보니 졸업 전시도 준비해야 하고 취업 준비도 해야 하고 이래저래 바쁘기 때문에 연애에 정신을 팔 겨를이 없다. 그런데 이 와중에 강윤이 제대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벌써 1년 이상 지나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강윤의 이름을 들으니 가슴이 세차게 뛴다. 재인은 자신이 신청한 수업을 강윤도 듣는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고 수강 신청을 철회하고 다른 수업을 신청한다. 그 수업의 제목은 '현대 사회의 사랑'. 설마 재인과 안 좋게 헤어진 강윤이 이 수업을 듣지는 않겠지?


지민이 재수까지 하면서 서연대학교에 들어오게 만든 수시남의 정체가 무척 궁금했는데 알고 나니 너무 안타까웠다. 이미 수시남에게는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도 수시남을 좋아한다는 걸 독자인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지민이 수시남을 만나기 위해 공강 시간마다 다른 단과대를 누비고, 동기들한테 '미(팅에 미)친'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가능한 한 많은 남자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마음이 더 아팠다(게다가 지민 역의 김새론 배우, 왜 이렇게 예쁜가요 ㅠㅠ 이제까지 소설만 읽었는데 이러다 드라마 정주행 갈지도 ㅎㅎㅎ).


그런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잘 돼가는 커플 방해하는 밉상 캐릭터로 전락할 줄 알았던 지민에게 좋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 최애 캐릭터 재인과 강윤도 이 정도면 괜찮은 결말인 듯. 완결 같지만 완결 아니길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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