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 - 패션 컨설턴트가 30년 동안 들여다본 이탈리아의 속살
장명숙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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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유튜버 '밀라논나'의 채널을 즐겨 본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XXlcPH1stsP3VwYG90s4wg


한국인 최초 밀라노 유학생.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패션과 예술, 문화를 전파하는 가교 역할을 해온 그의 영상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생각한다. 여자란 그저 남편 잘 섬기고 아이들 잘 키우면 그만이라고 여겨지던 시대에 이탈리아 유학을 감행하고 오랫동안 커리어를 쌓은 이유는 뭘까. 은퇴 후 유튜버로 변신하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는 원동력은 뭘까. 마침 밀라논나 정명숙이 2009년에 출간한 책 <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가 재출간되었기에 읽어보았다.


이 책은 30여 년 전 밀라노로 유학을 떠난 이래 지금까지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공부하고, 일하고, 생활하고 있는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이탈리아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소개한다. 저자의 전공인 패션을 비롯해 명품, 라이프 스타일, 음식, 와인, 빈티지 등은 물론 이탈리아의 북부 사람들과 남부 사람들의 기질 차이, 이탈리아 남성들의 특징, 이탈리아의 결혼 풍속도, 성소수자에 대해 포용적인 문화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의 제목은 이탈리아 북부 사람들과 남부 사람들의 기질 차이를 빗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북부는 독일이 가깝고 산이 많으며 도시가 발달해 있다. 그래서인지 아르마니 슈트처럼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의 옷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반면 이탈리아 남부는 바다가 가깝고 도시가 덜 발달해 있다. 그래서인지 베르사체 드레스처럼 화려하고 눈에 띄는 디자인의 옷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같은 이탈리아 사람이라도 출신 지역에 따라 선호하는 옷의 스타일이나 라이프 스타일이 크게 다르니 유념하는 것이 좋다.


저자가 직접 겪은 일화 중에도 영화 같은 이야기가 참 많다. 밀라노 마란고니 복장예술학교 시절 1,2등을 다투었던 남학생이 훗날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스칼라 극장에서 근무할 때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서로를 '감자 자루', '병뚜껑'이라고 놀리며 지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이러한 인연을 바탕으로 88 서울 올림픽 때 스칼라 극장 팀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푸치니의 <투란도트> 공연을 올릴 수 있게 주선했다는 이야기도 감동적이었다. 밀라논나 장명숙의 활약과 업적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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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갈 곳이 없을까요? 웅진 세계그림책 197
리처드 존스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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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동물들은 이 추운 겨울을 어디서 어떻게 보낼까. 한 번이라도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눈가가 촉촉하게 젖을지도 모르겠다. 영국의 동화 작가 리처드 존스의 책 <정말 갈 곳이 없을까요?>이다.





책장을 펼치면 어두운 밤하늘 아래 혼자 떠도는 개의 모습이 나온다. 개의 이름은 페르. 가진 거라곤 빨간 스카프뿐인 페르는 비가 와서 한층 더 심해진 추위와 싸우며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긴다. 당장 어디로 갈지 알 순 없지만, 어디로든 정처 없이 걷다 보면 갈 곳이 생길 거라는 불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하염없이 걸어 마침내 도시에 도착한 페르는 수많은 건물들과 수많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저 중에 내가 갈 곳이 있을 거야. 저 중에 나를 받아줄 사람이 있을 거야. 페르는 희망을 품지만 뜻대로 되진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은 페르가 더럽다고 미워하고 말썽만 일으킨다고 쫓아낸다. 정말 여기에도 페르가 갈 곳은 없는 걸까.





페르가 영영 갈 곳을 찾을 수 없을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다행히 이 책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페르가 처음 도시에 왔을 때부터 페르를 눈여겨본 소녀가 페르의 새로운 친구가 된다. 마침내 따뜻한 집이 생긴 페르가 소녀와 함께 영원히 행복하기를. 그리고 페르처럼 집 없는 동물들에게도 기적 같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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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가레, 란의 노래 1
오사와 유스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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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트루에'는 기타 하나 달랑 메고 노래를 부르며 여행하는 중이다. 새로운 시의 소재를 찾으며 걷다가 어떤 마을에 도착한 트루에는 자신의 애창곡인 <케가레의 아이>를 부르다 '란'이라는 이름의 소년을 만난다. 노래를 부른 대가로 란에게 엄청난 양의 금화를 받은 트루에는 마을 사람들에게 <케가레의 아이>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된다. 케가레의 아이는 '카르마'라고 불리는 괴물을 사냥하고 그 몸에 업을 받아들여 평생 지고 다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피한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란의 정체가 전설 속 케가레의 아이였고, 란이 직접 카르마를 상대해 물리치는 모습을 보고 감동한 트루에는 란의 이야기를 시로 써줄 테니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이때부터 트루에와 란의 다사다난한 모험이 펼쳐진다. 대체로 음울해 보인다 싶을 만큼 과묵하지만 이따금 깨는(?) 모습을 보여주는 란과 시종일관 귀엽고 명랑한 트루에의 조화가 재미있다. 빼어난 작화의 중세 판타지 만화를 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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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정병의 슬레이브 1
타케무라 요헤이 지음, 타카 히로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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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배경은 '여존남비'가 현실화된 세계. 전국 각지에 '마도'라는 이공간이 생겨나고 마도에서 나는 '복숭아'가 여성에게만 능력을 발휘하면서, 유사 이래 오랫동안 존재했던 남녀 사이의 격차가 역전되어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한 세상이 온다. 특별한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남자 고등학생 '와쿠라 유키'는 어느 날 갑자기 '마도재해'를 맞닥뜨리게 된다. 마도재해란 일반인이 마도로 잘못 들어가거나 마도에 사는 추귀가 현세로 나와버리는 현상으로, 유키의 누나도 6년 전 마도재해를 당해 행방불명된 전적이 있다.


추귀의 습격을 받은 유키는 복숭아를 먹고 능력을 얻은 여성들로만 구성된 '마방대'의 구조를 받게 되고, 이를 계기로 마방대의 7번대 대장 '우젠 쿄카'의 노예가 된다. 노예가 되면 기숙사의 요리, 청소, 빨래 등을 전담하고, 마방대원이 지쳤을 때 '힘'을 주는 것이라는데... 고등학교 졸업 후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었던 유키는 마방대 7번 기숙사의 노예가 되기로 하고, 그때부터 7번대 기숙사 유일의 남성이자 노예로 하드한(?) 날들을 보내게 된다. 과연 유키의 몸이 무사히 버텨낼 수 있을까? ㅎㅎㅎ


전형적인 점프 계열 남성향 만화로 개인적인 취향에는 안 맞았다. '남성 1: 여성 다수'의 하렘물답게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장면도 많다. 불쾌하다고 물리치기에는 신경 쓰이는 설정도 몇몇 있다. '여존남비 사회에서 남성은 집안일을 전담하고 여성의 성적 즐거움을 위해 봉사한다'라는 설정은 남존여비 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비튼 것일까. "남자는 약하니까 얌전히 있어야지."라는 대사라든가, 여성 한 명이 남성 한 명에게만 발급할 수 있는 일종의 ID인 '파트너'로 등록되면 해당 남성도 어느 정도 권리가 보장된다는 설정 등도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데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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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혈의 해수 1
츠리마키 노도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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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리마키 노도카의 신작 <성혈의 해수>의 무대는 광활한 바다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다 위를 육지 위처럼 날아다니는 소년 '줄'. 아직 나이도 어리고 몸집도 작지만 작살꾼으로서의 경력은 누구 못지않게 길고 실력도 좋다. 그런 줄의 꿈은 일찍이 무적의 해수라 불리며 사람들의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던 '레비아탄'을 잡는 것이다. 다른 선원들이 레비아탄을 노리는 이유는 배불리 먹고 돈도 많이 벌기 위함이지만, 줄이 레비아탄을 노리는 이유는 3년 전 레비아탄에게 목숨을 잃은 아버지의 원수까지 갚기 위함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당직을 서는 줄의 눈에 수상한 물체가 보인다. 레비아탄임을 직감한 줄은 작살을 들고 부리나케 달려가는데, 레비아탄인 줄 알았던 물체는 알고 보니 아리따운 소녀였다. 소녀의 정체는 '금기의 아이' 마나. 마나는 '모래의 왕' 헤비모스의 아내이기도 했다. 평범한 소년처럼 보였던 줄의 정체는 '신을 죽일 아이'라는데, 대체 줄이 죽이게 될 신은 누구일까. 남다른 운명을 타고난 소년과 소녀의 미래가 궁금하다. 화려한 작화와 방대한 스케일이 다음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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