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 - 퇴사가 아닌 출근을 선택한 당신을 위한 노동권태기 극복 에세이
이하루 지음 / 홍익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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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로또 명당으로 소문난 복권 판매점이 있다. 그 앞을 지나가다 보면 어김없이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시기인데도 변함이 없다. 로또를 사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줄을 서는 사람들을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나도 사볼까?'라는 생각과 '그럴 돈도 없다...'라는 생각.


이하루의 에세이 <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을 읽었다. 저자는 문예창작학과 졸업 후 정규직, 계약직, 프리랜서로 11년을 일했다. 처음 취업했을 때는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있는 시대에 문과 출신으로 일자리를 구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7시까지 출근해 연이은 회의와 업무를 치러내고 저녁밥도 못 먹은 채 달을 보며 퇴근하는 날들이 이어지니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퇴사를 결심할 수 없었던 까닭은 '적자 인생'이 무서워서였다. 지금 열심히 일해서 열심히 돈을 벌어두지 않으면 어떻게 노후를 살지 막막했다. 당장 오늘을 사는 것도 힘들면서 이십 년 후, 삼십 년 후를 걱정했다. 이러다 미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부터 로또를 사기 시작했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식의 가벼운 마음이 아니라, 절대로, 무조건, 반드시 로또 1등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책에는 저자가 11년에 걸쳐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얻은, 나름의 마음 관리 노하우와 사회생활 팁 등이 담겨 있다. 한때는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회사에서 받은 월급으로 상쇄되기도 했다. 이제는 스트레스의 증가폭이 월급 상승폭보다 커서 월급만으로는 스트레스를 상쇄하기 힘들다. 한때는 회사 안에서 마음 맞는 사람을 사귀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이제는 회사는 회사, 사람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일 때문에 만난 사람들과는 사적인 감정을 나누지 않는 편이 차라리 속 편하다.


공감 가는 에피소드도 많다. 저자는 예전 회사에서 점심 식사를 한 후 동료들과 카페에 가곤 했다. 그때마다 상사가 커피값 내기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내기에 빠지면 뒷말이 나올 것 같아서 그냥 했는데, 한 번에 2만 원 정도 하는 커피값이 여러 번 쌓이니 제법 큰돈이 되고 부담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저자는 어느 날 단호하게 거절했다. "전 먼저 들어갈게요. 돈이 없거든요." 상사는 어이없어 했지만, 나중에 보니 다른 동료들도 하나둘씩 빠졌다. 다들 속으로는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면서 남들 눈치 보느라 억지로 해왔던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저자가 심리 상담을 하면서 느낀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 때문에 대상포진, 공황장애, 탈모 등의 증상이 나타나자 저자는 심리 상담을 받기로 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계속하다 보니 효과가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그동안 회피해왔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사회생활을 하면서 받았던 크고 작은 상처들과 대면하고 치유할 수 있었다. 로또는 여전히 구입하고 있다. 나에게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아직은 버리고 싶지 않다.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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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을 권리 - 이유 없이 상처받지 않는 삶
일레인 N. 아론 지음, 고빛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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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누구일까? 부모? 형제? 상사? 애인? 친구? 베스트셀러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을 쓴 미국의 심리학자 일레인 N. 아론의 책 <사랑받을 권리>에 따르면, 나를 못살게 괴롭히는 가장 큰 적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사람들이 나를 칭찬하면 "왜?"라고 생각하고, 걸핏하면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고,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힘들 거야.", "내 주제에 무슨..."이라며 포기하는 주체는 결국 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평가절하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못난 나'라는 인식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소개한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남들과 나를 비교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이유는 대체로 심리적인 방어 기제가 작동한 것으로 보면 된다. 패배나 좌절 후에 따라오는 수치심이나 굴욕감은 신체적 고통과 동일한 수준의 상처를 뇌에 남긴다. 자라면서 부모나 형제, 친구나 애인으로부터 받은 크고 작은 상처들이나 학교나 직장, 사회에서 겪은 패배나 좌절 등의 기억이 반복적으로 '못난 나'를 상기시키고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막는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실제보다 더욱 못난 사람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예를 들면 시험에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아예 시험을 보지 않는다거나, 성적이 낮은 건 교수님 때문이라고 남 탓을 한다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싫어서 고생을 자처한다거나, 인정 욕구가 지나쳐서 과도하게 성취하려고 한다거나, 초라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허세를 부린다거나, 열등감을 자극하는 사람을 혐오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책에는 시도 때도 없이 나를 통제하고 억압하는 '내면의 비판자'를 길들이는 방법도 나온다. 내면의 비판자의 목소리가 들릴 때는 순종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반론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발표를 한 후 머릿속에 '발표를 망친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든다고 해보자. 내면의 비판자가 "네가 그러면 그렇지.", "너는 잘 하는 게 없구나.", "회사에서 잘리겠다." 같은 말을 하면, 지지 않고 열심히 다른 장점들을 언급하자. "그래도 저번 발표보다는 나았어.", "피피티는 잘 만든 것 같은데.", "설마 이것 때문에 회사에서 잘리겠어?"라는 식으로 말이다.


책에는 방어 기제가 심했던 사람이 저자에게 심리 상담을 받고 적극적 상상 기법을 이용해 트라우마를 극복한 사례가 나온다. 적극적 상상 기법이란 심리학자 칼 융이 개발한 것으로, 무의식에 살고 있는 순진무구한 어린 시절의 자아를 불러내 대화를 나누고 친해지면서 종국에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적극적 상상 기법을 연습하다 보면 트라우마가 남게 된 상황과 그때 느꼈던 감정을 돌아보게 되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의 원인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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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가이드북 - 대한민국 전국일주 여행 백과사전!, 2020-2021 최신 개정판
유철상 외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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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보니, 그전에 더 많이 여행하지 않은 게 너무나 아쉽다. 사태가 진정되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산으로 바다로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나처럼 언젠가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게 될 날을 그리며 여행 생각에 빠져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대한민국 전국일주 여행 백과사전 <전국일주 가이드북> 2020-2021 최신 개정판이다.


<전국일주 가이드북> 2020-2021 최신 개정판은 전국 축제와 꽃놀이, 단풍놀이 정보, 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 대표 관광지 100선 등이 총망라되어 있다.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가봐야 할 전국의 여행지 정보는 물론, 여행 전문가, 여행 마니아들이 추천하는 명소와 색다른 테마 여행지 정보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유용하다.





각 장은 주로 자동차를 이용해 고속도로로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게 구성되어 있다. 동해안 7번 국도, 1번 경부고속도로, 50번 영동고속도로, 60번 서울양양(동서)고속도로, 15번 서해안고속도로, 25번 호남고속도로, 27번 순천완주선고속도로, 35번 중부고속도로,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 55번 중앙고속도로 순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도 실려 있다. 입장료와 주차비 없는 공짜 여행지 정보가 그렇다. 요즘 나는 식물에 관심이 많은데, 이 책을 보니 입장료가 공짜인 식물 관련 여행지가 의외로 많다. 대전 한밭수목원, 서천 신성리 갈대밭, 구례 산수유마을 등이다. 고속도로 하면 떠오르는 휴게소 맛집 정보도 있다. 휴게소별 베스트 메뉴와 가격도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길.





각 장을 펼치면 먼저 지도와 고속도로 구간 정보가 나온다.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여행하는 경우, 베스트 코스는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속초, 양양을 지나 하조대해수욕장, 남애항에 이르는 길이다. 이 코스로 달리면 바다가 보이는 해안 도로를 쭉 보면서 이동할 수 있고, 취향 따라 산을 좋아하면 산에 갈 수 있고, 바다를 좋아하면 바다에 갈 수 있다. 속초나 양양에서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먹는 것도 좋겠다.


구체적인 여행지 정보로는 정식 명칭과 연락처, 개장 시간과 폐장 시간, 가격, 홈페이지 등이 나와 있다. 여행지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 정보나 여행 전문가 또는 여행 마니아들만 공유하는 여행 팁 등의 정보도 실려 있다. 추천 숙소와 추천 체험, 추천 맛집 등의 정보도 있다. 시원한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진다. 이 책 한 권 사서 두고두고 읽으면서 전국의 여행지를 다 가본다면 특별한 체험이자 추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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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엄마들에게 - 사춘기 아이의 마음을 열여주는 엄마의 마음공부
이우경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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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 시절을 다른 말로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른다. '대단히 빠르게 불어오는 바람(疾風)과 성난 듯이 닥쳐오는 파도(怒濤)'처럼 감정의 동요가 크고 반항과 일탈을 일삼는다는 의미다. 사랑하는 내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 때 부모는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야 할까. 궁금해하는 부모들을 위한 책을 만났다. 심리학 박사이자 임상심리 전문가인 이우경의 책 <사춘기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엄마들에게>이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그전에는 엄마 아빠와 잘 지내던 아이들도 크고 작은 반항을 하거나 일탈을 한다. 그때마다 엄마 아빠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던 아이가 낯설게 느껴지고 때로는 두렵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아이를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저자는 사춘기 아이의 행동을 감당하고 받아주는 것은 엄마 아빠의 마음 그릇 크기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마음 그릇이 커서 넉넉하게 품어줄 수 있는 엄마 아빠는 사춘기 아이와 잘 지낼 것이고, 마음 그릇이 작아서 자기 마음도 담지 못하는 엄마 아빠는 사춘기 아이와 불화할 수밖에 없다.


아이의 성격은 대체로 엄마 아빠의 성격을 닮는다. 자존감도 마찬가지다. 자존감이 높고 피해 의식이 없는 엄마 아빠에게서 자란 아이는 대체로 자존감이 높고 피해 의식이 없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고 피해 의식이 많은 엄마 아빠는 은연중에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고 피해 의식을 전염시킨다. 그러므로 사춘기 아이를 둔 엄마 아빠는 아이에 대해 판단하거나 아이를 야단치기 전에 우선 자기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엄마 아빠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나는 성숙한가, 성숙하지 않은가. 감정이 안정적인가, 불안정한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면 아이도 더 많이 보일 것이다.


공부 때문에 엄마 아빠와 아이의 관계가 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아이가 어릴 때 대부분의 엄마 아빠들은 자신의 아이가 가장 똑똑한 줄 안다. 엄마 아빠한테 '똑똑하다', '잘한다'는 말만 듣고 자란 아이가 막상 학교에 들어가서 자기보다 똑똑한 아이들을 만나면 얼마나 실망하고 좌절할까. 반대로 똑똑한 줄 알았던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공부를 못할 때 엄마 아빠는 또 얼마나 실망하고 좌절할까.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애초부터 엄마 아빠가 아이를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공부를 잘하면 좋지만 잘 못해도 괜찮고, 공부 말고도 다른 길이 많이 있음을 엄마 아빠가 솔선해서 알려줘야 한다.


일하는 엄마들은 일을 그만두고 아이 양육에만 전념해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될 것이다. 저자 역시 전문직 여성으로서 아이를 키울 때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한 적이 많았다고 고백한다. 아이 역시 어릴 때는 엄마가 일하는 걸 싫어했지만, 성장한 후에는 일과 양육을 훌륭하게 해낸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열심히 일하는 엄마 아빠를 보면 아이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결국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가 롤모델이다. 최고의 롤모델이 될지, 최악의 롤모델이 될지는 엄마 아빠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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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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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일색인 역사에서 여성의 이름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유사 이래 인구의 절반은 늘 여성이었으며, 여성들도 전쟁이나 전염병 같은 역사적 사건들을 겪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국의 근현대사도 마찬가지다. 고교 시절,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 정부의 수탈을 피해 해외로 이주한 동포들의 역사를 배웠던 것을 기억한다. 그중에는 하와이로 이주한 동포들의 역사도 있었고, 대한인국민회와 박용만, 이승만 같은 이름들을 함께 배웠던 것도 기억한다. 하지만 당시 하와이로 간 여성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배운 적도 없고 알려고 한 적도 없었다. 이금이 장편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1917년 경상도 김해의 작은 마을. 열여덟 살 소녀 버들은 앞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 아버지는 오래전 의병 전쟁에 나갔다가 목숨을 잃었고, 손위 오빠는 일본 순사에게 대들었다가 죽었다. 어머니와 함께 삯바느질을 하면서 어린 남동생들을 건사하며 살고 있던 버들은 오랜만에 마을을 찾은 부산 아지매의 소개로 '포와(하와이)'에 괜찮은 신랑감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포와'에 가면 배불리 먹고 돈도 많이 벌고 공부까지 할 수 있다는 말에 혹한 버들은 어머니 몰래 부산 아지매를 불러서 '사진결혼'이라는 걸 시켜달라고 한다. 사진결혼이란 신랑 신부가 중매쟁이를 통해 서로의 사진만 보고 결혼을 하는,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결혼 방식이다.


버들이 사진결혼을 한다고 하자 친구 홍주도 따라나선다. 홍주는 시집간 지 몇 달 안 되어 남편이 죽는 바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남편 잡아먹었다'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집 안에만 처박혀 있던 차에 아예 조선 땅을 떠날 수 있다니 그저 좋았다. 버들과 홍주는 부산 아지매 집에서 같은 동네 출신인 송화를 만난다. 할머니도, 어머니도 무당인 송화는 조선 땅에 있어 봤자 천출이라 고생할 게 뻔하다는 어머니의 판단으로 사진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만난 버들, 홍주, 송화는 포와에 가면 멋진 신랑도 있고 조선에서와 달리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꿈에 부풀어 포와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하지만 막상 포와에 도착하자 그들의 상상과 전혀 다른 일들이 펼쳐지는데...


나라면 어땠을까. 포와에 도착해 부산 아지매가 들려준 이야기가 사실이 아님을 알았을 때. 말도 통하지 않고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외국 땅에서 어떻게든 살아가야 함을 깨달았을 때. 차별과 가난을 피해 포와에 왔건만 포와에도 차별과 가난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같은 조선인들끼리 힘을 모으기는커녕 서로 반목하고 갈등할 때. 나라면 힘든 현실을 이겨낼 방도를 찾기보다는 현실이 힘들다는 핑계로 도망치거나 포기하는 길을 택했을 것 같다.


버들과 홍주, 송화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 놓여도 현실에서 도망치거나 생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쪽을 택했다. 낯선 사람들 속에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길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버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밤낮 가리지 않고 몸이 부서져라 일했고, 자신의 뜻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도 품으려고 노력했다. 홍주는 홍주답게 대담한 방식으로, 송화는 송화답게 부드러운 방식으로 서로를 감싸주고 받쳐줬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가족도 없는 곳에서, 서로가 서로의 입과 귀가 되고 가족이 되었다.


이렇게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개척하고 세상까지 바꾼 '여성들의 역사'는 사실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나 존재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여성들의 역사에 무지하고 무심한 것은, 이제까지 역사가 남성들의 역사(his-tory)인 줄 모르고 역사 공부를 해온 까닭이다. 여성들의 역사를 알지 못하니 여성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성들을 무시하고 비하하고 착취하는 것이다. 여성들의 역사가 더 많이 발굴되고 구전되고 서술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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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s1815 2020-04-0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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