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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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출간되자마자 사기는 했는데 읽을 엄두가 안 나서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가 몇 주 전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듣는데 이 책을 다룰 것이라는 예고가 나왔다. 안 그래도 김중혁 작가님이 전부터 하루키 팬이라고 공언을 하셔서 이번 신작은 어떻게 읽으셨나 궁금했는데, 빨책에서 길게, 자세히 설명해주신다고 하니 하루키의 팬이자 중혁 작가님의 팬으로서 기대가 되었다. 반드시 책을 읽고나서 방송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읽었다. 그리고 오늘(8월 21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새로 업데이트된 방송을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동진 평론가님과 김중혁 작가님이 오랫동안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시기는 했는데 소설에 대한 이야기는 2부로 미루시고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만 잔뜩...... ㅠㅠ 빨책 1부는 낚시방송이라는 걸 잊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천천히 읽을 걸...... 만감이 교차했다. (2부 기대할게요!) 아무튼 여차저차하여 읽게 된 하루키의 신작이 이전 작품들에 비해 훨씬 쉽고 재미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줄거리도 제목에 제시된 정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절친했던 친구들로부터 영문도 모른채 내쳐진 경험이 있는 다자키 쓰쿠루라는 남자가 뒤늦게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순례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 소설의 전부다. 다자키 쓰쿠루는 왜 색채가 없을까? 색채가 뭘까? 왜 순례를 떠났을까? 등등 제목을 보고 떠올릴 수 있는 의문의 답도 소설에 자세히 제시되어 있다. 하루키 소설, 많이 친절해졌다.



여느 소설보다 쉽고 재미있게 읽은 건 분명한데 왜 막상 서평을 쓰려고 하니 생각나는 점이 없는 걸까? 줄거리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의문이 드는 점이 없다. 단 하나 신경쓰이는 것은 '육손'이라는 개념이다. 소설에 여러번 등장하는 육손. 이것이 우성임에도 불구하고 자연도태 되었다는 점을 통해 작가는 어떤 개체가 아무리 뛰어난 성질이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술적 재능이 뛰어났던 시로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처참한 최후를 맞은 것처럼 말이다. 반면 시로와 달리 아카와 아오, 구로, 다자키 쓰쿠루는 어떤 식으로든 여섯번째 손가락을 잘라내고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그 손가락은 시로였을 수도 있고,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일 수도 있고, 친구들 그 자체일까?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 성장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손가락처럼 귀한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는 뜻이라는 점은 알겠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육손을 택한 걸까? 그 점을 잘 모르겠다.



줄거리 외적인 부분에서는 신경쓰이는 부분이 참 많았다. 먼저 소설의 제목을 듣자마자 동생과 나는 라이트 노벨의 제목 같다는 얘기를 했다. 라이트 노벨이란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좋아하는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읽기 쉽게 쓴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일컫는 말인데, 90년대 말부터 일본에서 유행하기 시작해서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상당히 높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도 라이트 노벨의 일종이다.) 라이트 노벨의 특징 중 하나는 제목이 '길어도 너무 길다'는 것이다. 아홉 자, 열 자만 되어도 긴데, 라이트 노벨 중에는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 됐다>, <문제아들이 이세계에서 온다는 모양인데요?> 등 스무 자에 가까운 제목을 가진 작품도 적지 않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역시 제목이 길어도 너무 길다. 게다가 소설에서 주인공이 학창시절을 회상하는 대목을 보면 교복 차림의 소년, 소녀들이 풋풋한 우정과 사랑 비슷한 감정을 나누는 학원물, 청춘물을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된다. 하루키가 라이트 노벨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면 그야말로 억측이겠지만, 독자로서는 정통파 소설가인 하루키의 작품 속에서 이런 장르문학적인 요소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소설의 주요 모티프가 색채라는 점 역시 신경쓰였다. 등장인물마다 빨강, 파랑 등 특정 색채가 부여되어 있다는 설정은 요즘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만화인 <쿠로코의 농구>를 연상시킨다. 이 만화는 등장인물마다 이름에 색채를 의미하는 한자가 들어있고 심지어는 머리색까지 '깔맞춤'을 한 것으로 진작부터 유명했다. (인터넷에 많은 분들이 비슷한 글을 올리신 걸 보면 나만 이렇게 생각한 건 아닌 모양이다.) 사람마다 고유의 색채가 있다는 생각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낯설지 몰라도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회자되어 왔다. 가령 에하라 히로유키라는 이름의 영능력자가 몇 년 전에 자신에게 사람의 고유한 색채, 즉 '오오라(aura의 일본식 표현)'를 보는 능력이 있다는 주장을 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사람에게는 빨강, 파랑, 금색, 은색 등 다른 색깔의 오오라가 있는데, 이 오오라의 기운에 따라 개인의 능력이나 운명이 정해진다고 주장했다. 사람마다 고유의 색채가 있다는 설정을 보자마자 나는 에하라의 오오라 개념을 떠올렸다. 소설에서 이 개념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색채를 읽는다거나, 색채의 기운이 좋고 나쁨에 따라 사람의 운명이 바뀐다거나 하는 점은 영 관련이 없어 보이지 않는다.



이밖에도 다자키 쓰쿠루를 전차 오타쿠로 설정한 점이라든가, 아카를 통해 자기계발 열풍에 대해 지적한 점 등 현대 일본사회의 대중문화와 사회문제를 직접적으로 등장시킨 점이 재미있었다. 하루키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재즈, 클래식 등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작가라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번 소설에는 유난히 그런 흔적이 많았고, 그 중 대부분이 오타쿠라든가 (색깔로 대표되는) 영능력 같은 서브컬처라는 점은 주목해서 볼 만하지 않나 싶다. (그걸 다 알고 있는 나도 신기하고.) 그러고보니 이번 소설은 일본문화를 아예 모르는 사람보다는 오랫동안 일본문화를 관심있게 지켜본 사람이 읽기에 참 좋은 소설인 것 같다. 그냥 줄거리만 보면 전체적으로 무난한 소설이지만, 일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지방 도시 특유의 정서와 수도와의 정서 차이, 개인주의, 권태와 무관심 등 일본 사회의 특징적인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주인공의 고향으로 설정된 나고야라는 도시는 오사카, 고베 같은 도시와는 다른 특성을 가진 도시이며, '나고야죠'로 일컬어지는 나고야 여성들에 대한 묘사가 수차례 나온다는 점도 의미심장했다. (신주쿠 역을 묘사하는 대목에서) 90년대 미국이 일본 사회의 경직적인 문화에 대해 비판한 것에 대한 하루키의 해석 내지는 항변 같은 것도 신경쓰이는 부분이었다. 신경쓰이는 점은 많은데 나의 짧은 언어로는 표현하기가 어렵고, 하루키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어 정확한 답을 얻지 못한다는 게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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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의 힘
샘 카펜터 지음, 심태호 옮김 / 포북(for book)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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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어느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아르바이트이기는 해도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힘든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거대한 조직 속에서 마치 내가 부품처럼 소모되고 있다는 허무함이었다. 누구 하나가 빠져도 회사 운영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고, 빠진 사람을 대신할 사람은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는 사실, 내가 없어도 회사 사람들 중 누구 하나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서글펐다. 그래서 그 때는 내가 없으면 안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일,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는 일은 찾지 못한 채)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보니 그 때 그 회사처럼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가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는 것, 오히려 자리에 앉은 사람이 바뀌었다고 일의 체계가 바뀌는 회사는 일하기 불편한 회사라는 것을 알겠다. 직원 개개인의 개성이 존중되는 회사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개성도 발현될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이제서야 어렴풋이 깨달은 시스템의 힘을 진작부터 역설한 이가 있었다. 바로 <시스템의 힘>의 저자 샘 카펜터다. 그는 결코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가 아니다. 70년대 말, 대학 중퇴 학력으로 유유히 히피 생활을 즐기던 저자는 말이 좋아서 히피지 최저임금을 받는 육체노동을 전전하며 사는 현실을 비관하며 학교로 돌아갔다. 간신히 산림경비대원 학교를 졸업하고 열심히 돈을 번 끝에 전화응답 서비스 회사 '센트라텔'을 인수했다. 사업을 하면 전보다 잘 살 줄 알았는데, 현실은 달랐다. 한 주에 100시간 이상을 일해도 회사 매출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병까지 얻고 아내와도 헤어졌다. 인생의 벼랑 끝에 몰린 저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스템이 문제다!' 그 때부터 저자는 보다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회사 경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전념했다. 그 결과 업무 시간은 100시간에서 단 2시간으로 줄었고 회사 매출도 늘었다. 건강도 되찾았고, 등산과 자전거, 스키 등 레저 활동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가정생활도 원만해졌다. 



인생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며, 우리가 알든 모르든(또 그게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각자의 시스템은 실낱이 되어 '인생'이라는 천을 만든다. 즉 당신의 시스템들이 모두 합쳐져 삶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당신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면, 그 시스템들을 제대로 작동시키거나 작동시키지 못하면서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살아왔을 것이다. (p.10)


우리 발목을 잡는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인식의 결함'이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사건에 정신이 팔리면 통제할 수 있는 삶의 결함을 보지 못한다. 우리가 고통스러운 것은 세상이 불완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시스템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개인의 시스템은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삶의 사소한 부분까지 깐깐하게 살펴봐야만 성공과 마음의 평화, 즉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을 인식해야 한다. (p.53)



경영, 그 중에서도 조직 관련 책은 일반인들이 읽기에 어렵고 지루한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해서 한결 읽기 쉽고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다. 시스템의 힘을 경영이나 업무뿐 아니라 개인의 일상 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저자의 경우 자신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스템 방법론을 적용했다. 저자는 건강 악화가 우울증 때문이라는 주치의의 말을 듣고 나서 한동안 우울증 치료를 위해 애를 썼다. 그러던 어느 날 문제의 원인은 스트레스라는 생각이 든 저자는 경영에 시스템의 원리를 적용해 성공한 것처럼 건강 관리에도 시스템의 원리를 적용했다. "내 몸은 작은 시스템들이 모여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는 주 시스템이었고, 그중 일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몇 가지 시스템들을 고치거나 없애버림으로써 스트레스 자체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내부적인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 인지적 방법론을 써서 나쁜 생각이 떠오르지 않도록 노력했다. (p.106)" 



저자처럼 건강 관리에도 시스템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고, 정리나 재무 관리에도 시스템 방법론을 쓸 수 있다. 정리의 경우, 먼저 각 물건의 위치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건을 사용하면 바로 그 자리에 가져다두는 것으로 원칙을 정하면 따로 정리할 시간을 낼 필요가 없다. 꼭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아침에 10분 또는 저녁에 10분, 이런 식으로 청소 시간을 고정해 놓는다. 시간을 내기도 어렵다면 어질러도 좋은 공간과 어지럽히지 않고 늘 깔끔하게 정리하는 공간을 구분해서 그 공간만 치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재무 관리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유행하고 있는 통장 쪼개기야말로 개인의 재무 관리에 시스템을 도입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통장 쪼개기는 구체적인 목적이나 계획 없이 은행에서 만들어주는 대로 통장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급여 통장, 지출 통장, 저축 통장, 예비비 통장 등으로 통장을 구분해서 관리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렇게 통장을 나눠서 관리하면 따로 통장 정리나 가계부 정리를 할 시간을 낼 필요가 없고, 재무 관리도 훨씬 쉽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나는 진작에 정리와 통장 쪼개기를 통해 시스템의 힘을 경험한 터라 저자의 설명이 바로 와닿았다. 그렇다면 남은 숙제는 업무에 시스템의 힘을 도입하는 것. 저자는 조직 관리, 인사 관리, 재무 관리 등 회사 경영의 다방면에 있어서 시스템의 원리를 도입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사 관리에 시스템의 원리를 도입하는 방법이었다. 저자는 기존 인력의 관리뿐 아니라 신규 채용에 있어서도 시스템의 원리를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시스템이라는 것이 학력이나 지연, 인맥 등 기존 인사 관리에서 높게 평가해온 항목이 아닌, 지원자의 열정과 포부, 창의력, 능력 등 새로운 평가 항목을 많이 반영한 점이 신선하고 놀라웠다. 보통 열정과 포부 같은 항목들은 인사 담당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사기 쉬운데, 저자는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만들어서 누가 보아도 공정하다고 생각하게끔 신규 채용을 하고 있었다. 그저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시스템을 개발하고 더 나은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 개선하는 점이 좋았다. 이런 점은 우리나라 기업을 포함하여 많은 조직들이 새겨듣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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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산다 심플하게 산다 1
도미니크 로로 지음, 김성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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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친척이나 지인들이 우리 집에 오면 한소리씩 한다. "이 집엔 돈 될 만한 게 하나도 없네." 그럴만한 게, 일단 우리집에는 가구가 별로 없다. 하도 이사를 많이 다녀서 웬만하면 가구를 사지 않고, 사게 되더라도 옮기기 쉽고 망가져도 덜 속상하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저렴한 제품을 구입한다. 우리집 식구들은 정리하고 청소하는 게 취미다. 해마다, 철마다 하는 것도 모자라서 매달 정리를 할 때도 있다. 정리하는 것도 그냥 짐을 치우고 쓸고 닦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 필요없는 것은 유감없이 버리는 식으로 '제대로' 정리한다. 어차피 버릴 거, 잘 사지도 않는다. 그래서 집에 짐이 별로 없다. 



이미 심플하게 살고있는지라, 도미니크 로로의 책 <심플하게 산다>의 내용이 크게 새롭지는 않았다. 프랑스 출신 수필가인 저자는 미국 유학 시절 우연히 일본의 정원을 보고나서 동양 특유의 단순미, 절제미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나도 일본의 미학을 좋아한다. 좋기로는 우리나라 미학이 훨씬 아름답고 좋지만, 우리나라의 미학은 전통 미학을 그대로 계승하지 못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미학에 잠식된 감이 없지 않다. 요즘 유행하는 패션이나 인테리어만 보아도 한국적인 것이 느껴지지 않고 서양을 따라한 느낌만 난다. 인테리어는 더욱 심하다. 집의 규모나 경제적인 형편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비싼 가구, 명품 가전 제품만 들여놓는다. 그마저도 자신의 취향 없이 유행이나 남이 하는 것을 따라한다. 반면 일본의 미학은 딱 보아도 '일본'이라는 느낌이 난다. 인테리어의 경우, 실용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멋만 부리는 서양인들과 달리, 일본인들은 실내를 효율적이면서도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꾸밀 줄 안다. 저자도 이런 일본인들의 미적인 감각, 미에 대한 정신에 반한 것 같다. 



'물건' 편에서 저자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너절하고 맞지 않는 물건은 모두 치우거나 버리자. 그런 물건들은 부정적인 파동을 발산하기 때문에 소음 공해나 해로운 식품만큼이나 우리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p.40)" 다른 책에서 비슷한 내용을 접한 적이 있다. 일본인들은 모든 사물에 '염(念)'이 있다고 믿는다. (한국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작 물건에 지나지 않는 사진이나 인형을 그냥 버리지 않고 태우거나 봉지에 싸서 버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물건, 안 쓰는 물건에는 부정적인 염이 깃든다. 부정적인 염은 다시 나에게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좋아하지 않는 물건이나 잘못 산 물건, 안 쓰는 물건은 버리든지, 남에게 주든지, 바로 처리를 해야한다. "물건을 구입할 때는 언제나 자기 자신의 일부를 구입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상적인 소파를 아직 사지 못했다면 그런 소파를 살 수 있을 때까지 돈을 저축하자. 그전까지 '임시용' 소파를 사면 안 된다. 그런 물건에 익숙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돈도 없어진다. 시시한 물건을 가지고 사는 것보다는 좋은 물건을 갖고 싶다는 꿈을 품고 사는 게 더 낫다. (p.46)" 같은 이유다. 맘에 들지 않지만 급한대로 쓸만해서 '대충' 산 물건은 나를 '대충' 살게 만든다. 잠옷으로라도 입으려고 산 옷이나 할인하길래 산 책이나 물건은 늘 결국 버리게 된다. 버려서 아깝고, 돈 써서 아깝고, 마음도 상하고...... 악순환이다.



'몸' 편에는 운동하기, 먹기 등 건강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병이 없다고 건강한 것은 아니다. 활력을 지니고 있고, 그 활력을 사용할 수 있을 때 건강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음식이나 활력이 필요하다. 건강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게 아니라, 즐겁고 활기차게 살기 위해 건강을 추구해야 한다. (p.128)" 나는 큰 병은 없는데 잔병치레를 많이 한다. 환절기마다 감기 몸살을 앓고, 평소에도 기력이 딸려서 골골대는 일이 많다. 한 달 전에는 치통이 있어서 치과에 갔다. 6개월 전에 치료를 받았는데 어디가 또 아프냐는 치과 선생님 말씀에 아픈 곳을 알려드렸는데 아무 이상 없다는 말만 되돌아왔다. 그 후에도 가끔씩 이가 아팠다. 찜찜했다. 내가 잘못 알려드렸나? 아니면 선생님이 잘못 진단하셨나? 하지만 여러번 확인을 했으니 내가 잘못 알려드렸을 리 없고, 선생님 또한 몇십 년의 경력을 가진 분이신데 잘못 진단하셨을 리가 없다. 문제는 괜찮다는 선생님의 말을 믿지 못하는 마음, 아주 조금만 아파도 크게 아픔을 느끼는 내 마음인 것 같다. 안 그래도 선생님께 요즘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느냐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불안감, 부정적인 마음 - 정확히는 돈 걱정 - 이 (나에게 있어 가장 큰 돈 들어가는 일인) 이의 통증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다스리는 것도 결국 마음이 문제인 셈이다.    



마지막 '마음' 편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비생산적인 인간관계는 정리하자. 당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인간관계도 정리하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성에게 구속되지 말자.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피하자. 그런 사람들은 아무렇게나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들을 상대하면서 욕하는 것보다는 아예 어울리지 않는 편이 낫다. 그런데 지혜와 지식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지식은 있어도 그런 지혜는 못 갖춘 사람들이 많다. (p.174)" 부모님으로부터 나와 맞지 않는 사람도 포용하며 살라는 가르침을 받아온 나에게는 이런 구절이 낯설고 어색하다. 정리하고 싶은 인간관계야 누구나 있다. 그러나 일 때문에, 이웃이라서, 피붙이라서 등등의 이유로 쉽게 정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만, 온라인 게시판의 악플 같은 건 나만 안 보면 그만이다.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의 허세 글, 광고 글에도 낚이지 말자. 그런 글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내 현실을 비관하면 나만 손해다. 



결국 물건이든 몸이든 마음이든 욕망과 집착을 버리고 심플하게 사는 것이 제일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나의 경우, '물건' 편의 내용은 전부터 잘 알고 있었고 오랫동안 실천해 왔지만, '몸'편과 '마음'편의 내용은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이제부터는 내 주변뿐만 아니라 나 자신부터 심플하게 만들어야겠다. 



소유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는 사회는 가난하다. 광고에 휘둘리는 사회는 가난하다. 경쟁의 악순환이 계속되도록 내버려 두는 사회는 가난하다. 단순하게 사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사회는 가난하다. 모든 것에 가격표를 붙이고 심지어 고결한 행동까지 값으로 따지는 사회는 가난하다. 요컨대 돈이 없는 것만 가난이 아니다. 인간적 가치, 정신적 가치, 지적 가치가 부족한 것 역시 가난이다. 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가난한 것은 바로 우리 사회다.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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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심벌 1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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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심벌>은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를 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댄 브라운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다른 네 작품은 진작에 읽었고, 최신작이자 여섯번째 작품인 <인페르노>도 출간되자마자 읽은 내가 이 작품만 유난히 늦게 읽은 것은 다름 아닌 원서 때문이다. <로스트 심벌>이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되기도 전에 원서를 사두었는데 이놈의(!) 귀차니즘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 결국 못 읽은 게 지금에 이른 것이다. <인페르노>도 읽은 마당에 <로스트 심벌>만 안 읽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얼마 전 울며 겨자먹기로 우리말 번역본을 사서 읽었다. 물론 원서는 아직도 책장 구석에 꽂혀있다. 과연 읽을까? 으음...... (실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더 잡>도 진작에 원서를 사놓고 안 읽었는데 최근에 우리말 번역본이 나왔다. 으으음...) 



줄거리는 댄 브라운 소설 특유의 기본적인 형식을 그대로 따른다. 주인공은 (언제나 그랬듯이) 로버트 랭던. 하버드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평화로운 날들을 보내던 중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관장이자 프리메이슨의 최고위층인 피터 솔로몬이 연루된 의문의 사건에 휘말린다. 랭던은 오래전부터 막역한 사이였던 피터가 CIA까지 뒤쫓는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것을 알고 기호학, 역사학, 미술사학 등 온갖 지식을 활용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피터 솔로몬의 개인적인 아픔과 함께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숨겨진 역사적 진실과 프리메이슨과의 관계가 낱낱이 밝혀진다.



프리메이슨.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정확히 어떤 단체인지 몰라서 검색을 해봤다. 그랬더니 진지한 내용은 별로 없고, 모 유명 기획사가 프리메이슨이라느니, 어떤 노래가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한 것은 프리메이슨 덕분이라느니, 심지어는 프리메이슨의 상징이 삼각형이기 때문에 삼각김밥이 프리메이슨 사이의 신호라는 웃지 않을 수 없는 내용만 있었다. 댄 브라운 역시 소설 속에서 이러한 대중들의 오해에 대한 염려를 나타냈다. 프리메이슨은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음모론을 꾸미는 집단이나 비밀스러운 종교를 믿는 집단이 결코 아니며, 종교 또한 기독교 하나에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를 포용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프리메이슨의 진짜 목적은 과학과 의학, 예술 등 여러 학문의 발전을 주도하는 일종의 지식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프리메이슨이 개입된 새로운 과학으로서 작가는 '노에틱 사이언스'를 제시한다. 노에틱 사이언스란 인간의 마음, 생각 등 정신적인 힘을 연구하는 과학으로, 우리나라에는 '지력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런 게 정말 있는지 검색해봤더니, 결과가 나오기는 하는데 책에 소개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정식 과학이 아니라서 구체적인 연구 결과는 찾기 어려워도, 노에틱 사이언스와 관련 있어 보이는 사례를 찾아보면 많다. 말이나 생각에 따라 물의 상태가 바뀐다는 내용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메시지를 담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가 그렇다. <시크릿>도 같은 사례로 볼 수 있겠다.



"인간의 가장 오래된 영적 모색은 자기 자신의 얽힘을 인식하고 자신이 세상 만물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한 것이었어. 끊임없이 우주와 '하나'가 되고 싶은 열망을 품어왔던 거지. '온전한 하나의 상태(at one ment)'에 도달하기 위해서. 지금도 유대인과 기독교인들은 '속죄(atonement)'를 갈구하잖아.(1권 p.100)"


프리메이슨 역시 노에틱사이언스나 고대의 수수께끼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마음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숭배하며, 메이슨의 상징 가운데 상당수는 인체의 생리학과 관련되어 있다. '마음은 육신 위에 얹힌 황금 갓돌과도 같다. 이것이 바로 현자의 돌이다. 등뼈의 계단을 통해 에너지가 오르내리며 순환하고, 마음과 몸을 연결시킨다.' 피터는 사람의 척추가 정확히 서른세 개의 등뼈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우연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33은 메이슨의 등급 숫자다.' 척추의 기초, 즉 천골은 말 그대로 신성한 뼈를 의미한다. '사람의 몸은 그 자체가 하나의 신전이다.' 메이슨이 숭배하는 인체 과학은 그 신전을 어떻게 해야 가장 효과적이고 고상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고대의 해석 방식이다. (2권 p.277)



프리메이슨과 노에틱 사이언스 둘 다 믿지는 않지만, 그것들이 결국 인간의 몸과 마음에서 답을 찾는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프리메이슨의 중심 사상 중에는 고대 종교도 기독교도 아닌 인체 과학에서 따온 것이 많다. 노에틱 사이언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마음이 그 자체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연구한다. 학문의 범주 안에 갇혀 정작 무엇을 위한 학문인지는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프리메이슨은 따로 학문의 경계를 두지 않고, 노에틱 사이언스는 통념을 깨고 아예 새로운 학문을 창시했다는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인류가 알고 있는 지식은 수천년 전에 살았던 조상들도 이미 알고 있었던 지식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도 생각해 볼 만하다. 얼마 전 체코 출신의 화가 알폰스 무하의 전시회에 다녀왔는데, 알폰스 무하 역시 프리메이슨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황도 12궁, 별자리, 사계절, 여성의 신비 등 고대 종교를 연상시키는 그의 그림들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당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유럽은 기독교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고, 기독교는 (본류이기도 한) 고대 종교의 상징들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는 그가 프리메이슨이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가 인류의 가장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믿음 체계와 지식을 활용한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은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앞에서 말한 프리메이슨에 연루되었다는 오해를 받은 모 기획사나 히트곡 역시 프리메이슨이라서가 아니라, 프리메이슨도 활용한 인류의 유서 깊은 상징, 기호 체계를 이용했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끈 것으로도 보는 편이 맞다. 음모론의 메스를 들이대자면 끝이 없는 법. 그 전에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정확한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라는 댄 브라운의 메시지는 언제까지나 유효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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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벌어도 잘사는 여자의 습관
정은길 지음 / 다산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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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에 비해 나는 돈을 훨씬 적게 번다. 그나마도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을 때가 많아서 늘 아껴 쓰고 저축하지 않으면 안된다. 때로는 이런 내 처지가 싫다. 4,5천 원 하는 커피 한 잔 값이 아까워서 물만 마시고, 잘 버는 친구들이 두세 개쯤 가지고 있는 명품 가방 대신 길거리에서 산 만 원, 이만 원 짜리 가방으로 버티는 게 속상할 때도 있다. 그래서 궁금했다. 적게 벌어도 나보다 훨씬 많이 버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게 잘사는 방법이라는 게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잘산다'는 것의 정의부터 바로 해야 한다. 잘사는 게 하루에 4,5천원 하는 커피를 몇 잔씩 마시고 명품 가방을 몇 개씩 가지는 것이라면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꾸준히 노력해서 집을 산다든가, 여행이나 유학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라면 가능하다. <적게 벌어도 잘사는 여자의 습관>의 저자 정은길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저자는 대학 시절에는 호주로 어학연수 가기, 결혼 전에는 내 집 장만하기, 결혼 후에는 아파트 대출금 갚기, 대출금을 갚은 다음에는 남편과 1년 동안 세계 여행을 할 자금을 마련하기를 목표로 세웠다. 그리고 오로지 그 목표만 바라보며 푼돈을 아껴서 목돈을 마련했고, 그 모든 꿈들을 이뤘다. 



푼돈도 쌓이면 큰돈이 된다.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말이라는 거 나도 안다. 하지만 진짜로 푼돈을 모아 큰돈을 만들어본 사람으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말이기도 하다. '그까짓 거'라고 하기엔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난다. 빵이 먹고 싶을 때 값비싼 브랜드의 빵 대신 저렴한 편의점 빵을 사먹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밥값을 줄이기 위해 도시락을 싸서 다닌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옷값을 줄이기 위해 옷을 직접 만들어 입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입은 지 10년 이상 된 옷들을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입고 다니는가? 나는 그렇다. (p.39)



단, 그저 아낀다고 될 일은 아니다. 저자는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는 방법, 즉 '저비용 고효율'로 사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대학 시절 저자는 영어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단돈 700만원(물론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이다.)을 들고 호주로 어학연수를 갔다. 어학연수 하면 비행기 표값부터 유학원비, 학비, 생활비 등등 돈이 많이 드는 게 보통인데, 저자는 유학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발로 뛰어 학원을 알아봤고, 비싼 학원 대신 저렴한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녔다. 그러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하고, TESOL 학원에서 강사도 했다. 귀국할 때 보니 통장에는 놀랍게도 호주에 올 때 들고왔던 700만 원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어학연수 가서 돈 안 쓰고 영어를 배워온 셈이다. 신입 아나운서 시절에는 월급에 비해 옷값이 너무 많이 드는 게 속상해서 직접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도 학원이나 문화센터 같은 데서 배운 게 아니라, 집에 있는 옷들을 다 뜯어서 패턴을 연구하고 다시 만드는 식으로 '무식하게' 배웠다. 그 결과 웬만한 옷은 다 만들어 입는 수준이 되었고, 만든 옷을 남에게 팔기까지 했다. 그렇게 아낀 돈은 다른 데 쓰지 않고 고스란히 저축했다. 이번에도 돈 안 쓰고 멋진 옷을 많이 입게 된 셈이다. 재봉 실력은 예상 외의 곳에서도 빛을 발했다. 신혼 때 싼값에 마련한 소파를 직접 천을 갈아서 멋지게 바꿨고, 시부모님 댁의 인테리어도 해드렸다. 돌잔치, 생일 파티 등 선물할 일이 생기면 직접 만든 아기옷이나 수공예품을 선물했다. 받은 사람도 좋아하고 돈도 아끼고, 일석이조였다.



절약과 저축의 생활재테크에는 결코 드라마틱한 과정이 없다. 주식으로 몇 배 수익을 올렸다는 이야기와 비교한다면 지독하리만큼 지루한 재테크라고 볼 수 있다. 죽도록 지겹지만 효과는 틀림없는 절약과 저축의 노선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인생은 한 방' 정신으로 투자를 택할 것인가? 이는 어디까지나 스스로 선택할 일이지만 후자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절대로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하면 안 된다. (p.169)



재테크 하면 보통 주식이나 펀드, 부동산 투자를 떠올리고, 그나마도 높은 연봉을 받는, 돈 잘 버는 사람들한테나 해당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거창하게 투자를 하지 않아도, 월급이 적어도, 그 월급을 아끼고 모아서 목돈을 마련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늘 아끼고 절약하는 생활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이에게는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다행히도 나 역시 저자처럼 학창시절에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서 학비, 생활비를 마련한 경험이 있고, 지금도 옷이나 화장, 머리 등 겉치레를 하는 데 돈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다. (옷은 늘 SPA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고, 미용실도 일 년에 한 번 갈까말까 하고, 그 흔한 네일아트, 마사지도 받아본 적 없다.)  유일하게 돈을 많이 쓰는 게 책인데, 그마저도 남들이 학원 다니고 스펙 쌓는 것에 비하면 '저비용 고효율'이니까 괜찮은 것 같다. 그렇다면 문제는 저축을 하는 데 있어 동기부여가 될 만한 목표가 없다는 것과 아직도 지출에 거품이 있다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적게 벌어도 잘사는지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 실천을 해야겠다. (늘 실천이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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