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게 산다 심플하게 산다 1
도미니크 로로 지음, 김성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어쩌다 친척이나 지인들이 우리 집에 오면 한소리씩 한다. "이 집엔 돈 될 만한 게 하나도 없네." 그럴만한 게, 일단 우리집에는 가구가 별로 없다. 하도 이사를 많이 다녀서 웬만하면 가구를 사지 않고, 사게 되더라도 옮기기 쉽고 망가져도 덜 속상하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저렴한 제품을 구입한다. 우리집 식구들은 정리하고 청소하는 게 취미다. 해마다, 철마다 하는 것도 모자라서 매달 정리를 할 때도 있다. 정리하는 것도 그냥 짐을 치우고 쓸고 닦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 필요없는 것은 유감없이 버리는 식으로 '제대로' 정리한다. 어차피 버릴 거, 잘 사지도 않는다. 그래서 집에 짐이 별로 없다. 



이미 심플하게 살고있는지라, 도미니크 로로의 책 <심플하게 산다>의 내용이 크게 새롭지는 않았다. 프랑스 출신 수필가인 저자는 미국 유학 시절 우연히 일본의 정원을 보고나서 동양 특유의 단순미, 절제미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나도 일본의 미학을 좋아한다. 좋기로는 우리나라 미학이 훨씬 아름답고 좋지만, 우리나라의 미학은 전통 미학을 그대로 계승하지 못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미학에 잠식된 감이 없지 않다. 요즘 유행하는 패션이나 인테리어만 보아도 한국적인 것이 느껴지지 않고 서양을 따라한 느낌만 난다. 인테리어는 더욱 심하다. 집의 규모나 경제적인 형편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비싼 가구, 명품 가전 제품만 들여놓는다. 그마저도 자신의 취향 없이 유행이나 남이 하는 것을 따라한다. 반면 일본의 미학은 딱 보아도 '일본'이라는 느낌이 난다. 인테리어의 경우, 실용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멋만 부리는 서양인들과 달리, 일본인들은 실내를 효율적이면서도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꾸밀 줄 안다. 저자도 이런 일본인들의 미적인 감각, 미에 대한 정신에 반한 것 같다. 



'물건' 편에서 저자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너절하고 맞지 않는 물건은 모두 치우거나 버리자. 그런 물건들은 부정적인 파동을 발산하기 때문에 소음 공해나 해로운 식품만큼이나 우리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p.40)" 다른 책에서 비슷한 내용을 접한 적이 있다. 일본인들은 모든 사물에 '염(念)'이 있다고 믿는다. (한국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작 물건에 지나지 않는 사진이나 인형을 그냥 버리지 않고 태우거나 봉지에 싸서 버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물건, 안 쓰는 물건에는 부정적인 염이 깃든다. 부정적인 염은 다시 나에게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좋아하지 않는 물건이나 잘못 산 물건, 안 쓰는 물건은 버리든지, 남에게 주든지, 바로 처리를 해야한다. "물건을 구입할 때는 언제나 자기 자신의 일부를 구입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상적인 소파를 아직 사지 못했다면 그런 소파를 살 수 있을 때까지 돈을 저축하자. 그전까지 '임시용' 소파를 사면 안 된다. 그런 물건에 익숙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돈도 없어진다. 시시한 물건을 가지고 사는 것보다는 좋은 물건을 갖고 싶다는 꿈을 품고 사는 게 더 낫다. (p.46)" 같은 이유다. 맘에 들지 않지만 급한대로 쓸만해서 '대충' 산 물건은 나를 '대충' 살게 만든다. 잠옷으로라도 입으려고 산 옷이나 할인하길래 산 책이나 물건은 늘 결국 버리게 된다. 버려서 아깝고, 돈 써서 아깝고, 마음도 상하고...... 악순환이다.



'몸' 편에는 운동하기, 먹기 등 건강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병이 없다고 건강한 것은 아니다. 활력을 지니고 있고, 그 활력을 사용할 수 있을 때 건강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음식이나 활력이 필요하다. 건강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게 아니라, 즐겁고 활기차게 살기 위해 건강을 추구해야 한다. (p.128)" 나는 큰 병은 없는데 잔병치레를 많이 한다. 환절기마다 감기 몸살을 앓고, 평소에도 기력이 딸려서 골골대는 일이 많다. 한 달 전에는 치통이 있어서 치과에 갔다. 6개월 전에 치료를 받았는데 어디가 또 아프냐는 치과 선생님 말씀에 아픈 곳을 알려드렸는데 아무 이상 없다는 말만 되돌아왔다. 그 후에도 가끔씩 이가 아팠다. 찜찜했다. 내가 잘못 알려드렸나? 아니면 선생님이 잘못 진단하셨나? 하지만 여러번 확인을 했으니 내가 잘못 알려드렸을 리 없고, 선생님 또한 몇십 년의 경력을 가진 분이신데 잘못 진단하셨을 리가 없다. 문제는 괜찮다는 선생님의 말을 믿지 못하는 마음, 아주 조금만 아파도 크게 아픔을 느끼는 내 마음인 것 같다. 안 그래도 선생님께 요즘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느냐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불안감, 부정적인 마음 - 정확히는 돈 걱정 - 이 (나에게 있어 가장 큰 돈 들어가는 일인) 이의 통증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다스리는 것도 결국 마음이 문제인 셈이다.    



마지막 '마음' 편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비생산적인 인간관계는 정리하자. 당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인간관계도 정리하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성에게 구속되지 말자.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피하자. 그런 사람들은 아무렇게나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들을 상대하면서 욕하는 것보다는 아예 어울리지 않는 편이 낫다. 그런데 지혜와 지식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지식은 있어도 그런 지혜는 못 갖춘 사람들이 많다. (p.174)" 부모님으로부터 나와 맞지 않는 사람도 포용하며 살라는 가르침을 받아온 나에게는 이런 구절이 낯설고 어색하다. 정리하고 싶은 인간관계야 누구나 있다. 그러나 일 때문에, 이웃이라서, 피붙이라서 등등의 이유로 쉽게 정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만, 온라인 게시판의 악플 같은 건 나만 안 보면 그만이다.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의 허세 글, 광고 글에도 낚이지 말자. 그런 글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내 현실을 비관하면 나만 손해다. 



결국 물건이든 몸이든 마음이든 욕망과 집착을 버리고 심플하게 사는 것이 제일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나의 경우, '물건' 편의 내용은 전부터 잘 알고 있었고 오랫동안 실천해 왔지만, '몸'편과 '마음'편의 내용은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이제부터는 내 주변뿐만 아니라 나 자신부터 심플하게 만들어야겠다. 



소유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는 사회는 가난하다. 광고에 휘둘리는 사회는 가난하다. 경쟁의 악순환이 계속되도록 내버려 두는 사회는 가난하다. 단순하게 사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사회는 가난하다. 모든 것에 가격표를 붙이고 심지어 고결한 행동까지 값으로 따지는 사회는 가난하다. 요컨대 돈이 없는 것만 가난이 아니다. 인간적 가치, 정신적 가치, 지적 가치가 부족한 것 역시 가난이다. 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가난한 것은 바로 우리 사회다.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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