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벌어도 잘사는 여자의 습관
정은길 지음 / 다산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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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에 비해 나는 돈을 훨씬 적게 번다. 그나마도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을 때가 많아서 늘 아껴 쓰고 저축하지 않으면 안된다. 때로는 이런 내 처지가 싫다. 4,5천 원 하는 커피 한 잔 값이 아까워서 물만 마시고, 잘 버는 친구들이 두세 개쯤 가지고 있는 명품 가방 대신 길거리에서 산 만 원, 이만 원 짜리 가방으로 버티는 게 속상할 때도 있다. 그래서 궁금했다. 적게 벌어도 나보다 훨씬 많이 버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게 잘사는 방법이라는 게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잘산다'는 것의 정의부터 바로 해야 한다. 잘사는 게 하루에 4,5천원 하는 커피를 몇 잔씩 마시고 명품 가방을 몇 개씩 가지는 것이라면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꾸준히 노력해서 집을 산다든가, 여행이나 유학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라면 가능하다. <적게 벌어도 잘사는 여자의 습관>의 저자 정은길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저자는 대학 시절에는 호주로 어학연수 가기, 결혼 전에는 내 집 장만하기, 결혼 후에는 아파트 대출금 갚기, 대출금을 갚은 다음에는 남편과 1년 동안 세계 여행을 할 자금을 마련하기를 목표로 세웠다. 그리고 오로지 그 목표만 바라보며 푼돈을 아껴서 목돈을 마련했고, 그 모든 꿈들을 이뤘다. 



푼돈도 쌓이면 큰돈이 된다.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말이라는 거 나도 안다. 하지만 진짜로 푼돈을 모아 큰돈을 만들어본 사람으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말이기도 하다. '그까짓 거'라고 하기엔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난다. 빵이 먹고 싶을 때 값비싼 브랜드의 빵 대신 저렴한 편의점 빵을 사먹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밥값을 줄이기 위해 도시락을 싸서 다닌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옷값을 줄이기 위해 옷을 직접 만들어 입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입은 지 10년 이상 된 옷들을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입고 다니는가? 나는 그렇다. (p.39)



단, 그저 아낀다고 될 일은 아니다. 저자는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는 방법, 즉 '저비용 고효율'로 사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대학 시절 저자는 영어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단돈 700만원(물론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이다.)을 들고 호주로 어학연수를 갔다. 어학연수 하면 비행기 표값부터 유학원비, 학비, 생활비 등등 돈이 많이 드는 게 보통인데, 저자는 유학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발로 뛰어 학원을 알아봤고, 비싼 학원 대신 저렴한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녔다. 그러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하고, TESOL 학원에서 강사도 했다. 귀국할 때 보니 통장에는 놀랍게도 호주에 올 때 들고왔던 700만 원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어학연수 가서 돈 안 쓰고 영어를 배워온 셈이다. 신입 아나운서 시절에는 월급에 비해 옷값이 너무 많이 드는 게 속상해서 직접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도 학원이나 문화센터 같은 데서 배운 게 아니라, 집에 있는 옷들을 다 뜯어서 패턴을 연구하고 다시 만드는 식으로 '무식하게' 배웠다. 그 결과 웬만한 옷은 다 만들어 입는 수준이 되었고, 만든 옷을 남에게 팔기까지 했다. 그렇게 아낀 돈은 다른 데 쓰지 않고 고스란히 저축했다. 이번에도 돈 안 쓰고 멋진 옷을 많이 입게 된 셈이다. 재봉 실력은 예상 외의 곳에서도 빛을 발했다. 신혼 때 싼값에 마련한 소파를 직접 천을 갈아서 멋지게 바꿨고, 시부모님 댁의 인테리어도 해드렸다. 돌잔치, 생일 파티 등 선물할 일이 생기면 직접 만든 아기옷이나 수공예품을 선물했다. 받은 사람도 좋아하고 돈도 아끼고, 일석이조였다.



절약과 저축의 생활재테크에는 결코 드라마틱한 과정이 없다. 주식으로 몇 배 수익을 올렸다는 이야기와 비교한다면 지독하리만큼 지루한 재테크라고 볼 수 있다. 죽도록 지겹지만 효과는 틀림없는 절약과 저축의 노선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인생은 한 방' 정신으로 투자를 택할 것인가? 이는 어디까지나 스스로 선택할 일이지만 후자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절대로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하면 안 된다. (p.169)



재테크 하면 보통 주식이나 펀드, 부동산 투자를 떠올리고, 그나마도 높은 연봉을 받는, 돈 잘 버는 사람들한테나 해당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거창하게 투자를 하지 않아도, 월급이 적어도, 그 월급을 아끼고 모아서 목돈을 마련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늘 아끼고 절약하는 생활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이에게는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다행히도 나 역시 저자처럼 학창시절에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서 학비, 생활비를 마련한 경험이 있고, 지금도 옷이나 화장, 머리 등 겉치레를 하는 데 돈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다. (옷은 늘 SPA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고, 미용실도 일 년에 한 번 갈까말까 하고, 그 흔한 네일아트, 마사지도 받아본 적 없다.)  유일하게 돈을 많이 쓰는 게 책인데, 그마저도 남들이 학원 다니고 스펙 쌓는 것에 비하면 '저비용 고효율'이니까 괜찮은 것 같다. 그렇다면 문제는 저축을 하는 데 있어 동기부여가 될 만한 목표가 없다는 것과 아직도 지출에 거품이 있다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적게 벌어도 잘사는지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 실천을 해야겠다. (늘 실천이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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