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K의 마음문제 상담소 - 사상체질로 읽는 나와 우리 가족 마음 이야기
강용혁 지음 / 북드라망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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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문제 상담소'라고 해서 심리학 책인 줄 알았는데 저자가 한의사라서 한 번 놀랐고, 한의학으로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두 번 놀랐다. 저자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이제마가 발표한 사상의학에 근거해 한국인의 심리와 정서적 갈등을 진단하고 처방한다. 사상의학 하면 사람을 외모나 체형을 기준으로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으로 구분하고 이에 맞게 음식이나 약을 처방하는 학문인 줄 알았는데,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신체가 아닌 정신, 체질이 아닌 기질에 주목하는 학문으로, 한의학보다는 오히려 심리학에 가깝다고 한다. 이제마가 프로이트, 융과 동시대를 산 학자라는 사실도 흥미로운데, 이제마의 '태양/소양/태음/소음' 구분이 융의 '직관/감정/감각/사고' 개념과 일치되는 측면이 많다니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기질의 차이가 성격의 차이를 낳고 체질과 체형을 형성한다. 태양인은 직관, 소양인은 감정, 태음인은 감각, 소음인은 사고를 중시한다. 똑같이 허리디스크 증상을 호소해도 '이런 병이 왜 생겼을까?' 생각부터 하면 소음인, 예전에 산후조리를 못해서 그런 것 같다고 감각으로 짐작하면 태음인, 전적으로 의사의 판단에 맡기면 소양인이다. 여성지나 인터넷에 떠도는 '소양인은 어깨가 넓고, 태음인은 배가 나와 뚱뚱하고, 소음인은 키가 작고 단아하다'는 식의 정보는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선입견이다. 배가 나와 뚱뚱해도 사고 기능이 발달했으면 소음인이고, 키가 작고 단아해도 감각이 발달했으면 태음인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이 비슷해도 정신 기능이 다르면 기질이 다르다. 똑같이 내성적인 성격이라도 주변 분위기에 맞추려는 것이면 소양인, 남에게 예의를 지키려는 것이면 태음인,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이면 소음인이다. 사상의학으로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고 마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니 신기하다. 더 공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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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에만 올인하는 여자들의 잘못된 믿음 - 떨쳐내려고 해도 여전히 걱정이 가시지 않는 그녀들의 심리
홀리 해즐렛 스티븐스 지음, 송연석 옮김 / 팬덤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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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남성보다 불안 장애에 걸릴 가능성은 두 배나 높다. <걱정에만 올인하는 여자들의 잘못된 믿음>의 저자이자 심리학자 홀리 해즐렛 스티븐스에 따르면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양육 방식이다. 여자아이는 부모를 비롯한 주위 어른들로부터 조심하라, 의심하라, 침착하게 행동하라는 가르침을 받는 일이 남자아이에 비해 많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 불안과 걱정에 시달리는 일이 잦다. 둘째는 여성 특유의 성향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타인의 감정을 잘 읽어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부정적 감정에 쉽게 노출되고 영향을 받는다. 셋째는 진화론적 반응이다. 여성은 자기 한 몸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식까지 보살피고 지키는 존재로 진화했기 때문에 위협을 감지했을 때 적극적으로 맞서기보다는 회피하거나 현상유지하는 방법을 택하기 쉽다. 


그렇다면 걱정과 불안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저자는 여자들이 걱정하는 이유로 대인관계, 일, 안전, 외모 등을 제시하며 각각 구체적인 해결법을 제시한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이 '걱정 거리 쓰기'다. 생각만 하는 대신 글로 쓰면 걱정하는 게 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그 중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결하다보면 금방 많은 걱정을 처리할 수 있다. 저자는 또한 멀티태스킹을 경계한다. 밥을 먹든, 일을 하든, 취미 생활을 하든 간에 한 가지 행동을 할 때는 하나만 한다. 한 번에 여러 가지 행동을 하는 것은 집중력은 물론 일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생각해 보니 일과 공부, 일과 연애를 병행할 때 삶의 만족감이 커지기는커녕 정신이 흐트러지고 결과도 안 좋았던 것 같다. 뭐든 잘하고 싶고 이것저것 다 해내고 싶어하는 욕심이야말로 걱정이 원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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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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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음의 실질을 키우는 간단한 노하우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책은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시대에 '마음의 힘'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야기의 힘을 통해서 풀어내고자 하는, 말하자면 '이야기 인생론'입니다. 마음을 어떻게 파악할지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사고방식이 있겠지만, 마음이란 것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그래서' 어떻게 살아갈 건지에 대한 나름의 자기 이해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따라서 마음은,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이야기'를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인생론'의 목표는, '이야기'라는 형식을 통해 타자의 마음을 읽어 내고 그로부터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의 힘'을 얻어 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p.20)


듣도 보도 못한 형식의 책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동시에 거론하는 것도 모자라 고전 속 두 주인공의 만남이라는 설정으로 저자가 직접 훗날의 이야기를 창작하다니. 책의 콘셉트를 지인에게 말하니 동인지 같다고 했다. 어쩌면 저자가 두 작가의 팬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저자는 동일본대지진까지 겪으며 마음 속이 텅빈 듯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다 문득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마음>을 떠올렸고,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의 <마의 산>과의 연결고리를 찾았다. 두 작품 모두 제1차 세계대전과 깊은 인연이 있고, 속세와 동떨어진 곳에서 미숙한 청년이 앞서 산 사람들로부터 가르침을 얻는다는 줄거리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닮은 건 둘 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내 몸 하나 편하게 사는 꼼수를 부리지 않고 '마음의 힘'부터 기르는 일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음이란 '내가 어떤 사람이고 또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가, '그리고, 그 후로' 어떻게 살아갈 건가, 하는 내 나름의 자기 이해'이며, 소세키의 창작 메모에 따르면 물질과 분리된 정신이며, 프로이트가 말한 자아다. 마음의 힘을 기른다는 것은 자기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며, 물질과는 별도로 정신을 지키는 것이며, 자아를 확립하는 것이다. 저자는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오늘날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마음의 힘부터 기를 것을 제안한다. 방법은 저자처럼 '이야기를 짓는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그 후로 어떻게 살아갈 건지, 생각하고 상상하는 능력이 곧 희망이고 극복이라는 것이다.

이야기로 현실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발상은 다소 추상적이고 이상적으로 느껴진다. 다만 지역 간 계층 간 격차와 빈곤이 확대되고, 고용 불안과 경제 위기가 만연하며, 특정 인종, 성, 종교 등에 대한 혐오 발언, 무관심 등이 도를 넘을 정도로 심각한 오늘날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야기의 힘을 새삼 믿어보고 싶기도 하다. 저자의 말대로 이야기는 '타자의 마음을 읽'는 길잡이다. 내 것만 챙기느라 남은 안 보고, 폭언과 폭력이 난무하는 이유는 타자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이다. 내 마음의 힘을 지키는 건 결국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어질 터. <마음>과 <마의 산>이라는 두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고 창조한 것도 모자라 사회 문제를 해결할 처방까지 내리는 저자의 필력에 새삼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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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페티시즘 - 욕망과 인문의 은밀한 만남
이원석 지음 / 필로소픽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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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분야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잡독'하는 편이지만 인문학과 자기계발이 결합된 책은 학문의 정수인 인문학을 한낱 자기계발의 도구로 이용하는 발상이 거북해 꺼린다. 왜 나는 인문학과 자기계발의 만남이 거북한 것일까? <인문학 페티시즘>을 읽고 그 이유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중앙대에서 문화이론 전공으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저자는 강신주를 비롯한 인문학자의 아이돌화 현상부터 인문경영, 자기계발 열풍, 다독, 책 쓰기 과열, 대학의 몰락, 학습 모임의 부흥 등 현재 한국 사회 각 분야에서 인문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상을 이 책에 낱낱이 분석했다. 



현재의 상황을 냉정히 보자면, 인문학이 우리의 삶을 바꾼다기보다 인문학이 자기계발의 주요 방편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인문교양은 우리의 스펙을 늘려주는 훌륭한 문화적 액세서리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는 다른 이들과 거리를 벌리기 위한, 구별짓기(distinction)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p.10)



저자에 따르면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유한 계급을 위한 자유인의 학문(Liberal Arts)으로서 탄생한 인문학이 자기계발과 실용성에 목마른 현대 대중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활용되는 것부터가 모순이다. 대학 강단을 벗어나 대중을 상대로 강연하는 일군의 인문학자들이 시장에서 소비되는 작태와, 이들을 강사로 초빙해 만드는 인문학 프로그램, 고위경영지도자 과정이 어색해 보이는 이유도 이와 같다.


인문학이 출판계에서 소비되는 실태는 더욱 참담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소위 인문경영이라고 해서 인문학과 경영학을 접목시키거나, 고전 읽기나 인문학 공부를 자기계발서의 콘텐츠로 쓴 책이 많이 나왔다. 나도 그런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인문과 경영 그 어느 쪽으로도 제대로 된 교훈을 얻은 적이 없었고, 외길로 공부해도 힘든 고전과 인문학을 어쭙잖게 활용한 것이 불편할 뿐이었다. 그 어떤 산업 분야보다 인문학의 쓰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출판계에서조차 인문학이 매출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안타깝다.


독서와 책 쓰기를 자기계발과 연결시키는 책은 말할 것도 없다. 나 또한 자기계발의 일환으로서 책 읽기를 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오로지 자기계발만을 위해 독서를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언젠가 책을 쓰고 싶다는 꿈도 있지만,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여기는 대중의 자책과 책을 써서 유명해지고 싶고 돈도 벌고 싶은 욕망을 이용해 책 쓰기를 권유하는 책을 보면 어디 가서 책 쓰고 싶다고 말하기가 민망하다. 역으로 어떤 책을 쓰지 않아야 하는지 나쁜 예를 알려주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



인문이 자유인의 학문이던 시대는 갔다. 그때는 철저한 비실용성을 전제했다. 잉여로운 시간을 교양 추구로 채우던 시절은 지나갔다고 일갈하였다. 이것은 결코 문교양이 철저한 실용성을 획득하게 되고만 현실에 대한 한탄이지, 인문학 그 자체의 가능성에 대한 좌절은 아니다.


인문학 자체의 비실용성은 명백하게 비현실성을 의미한다. 현실 유지보다 현실 초월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현행 세상을 넘어 다른 세상을 갈망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문학은 마르쿠제가 말한(지금 세상을 떠받치는 평면적 이데올로기에 속박되어 살아가는) 일차원적 인간의 처지를 벗어나게 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른 세상의 신선한 공기를 맡을 수 있게 해준다. (pp.216-7)



그렇다면 인문학은 왜 배워야 하며, 우리는 인문학을 어떻게 소비하고 활용해야 할까? 저자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지만, 후기에 저자가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 <쇼생크 탈출>을 예로 들며 인문학은 '교양을 통한 현실 초월과 해방'을 가능케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한 대목을 읽으며 나는 이것이야말로 인문학의 쓸모라고 생각했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단순히 '재밌다', '멋있다'고 느끼는 사람과 저자처럼 자신만의 관점으로 관찰하고 풍성하게 해석할 줄 아는 사람 - 둘 중 누구의 인생이 더 재미있고 풍요로울까. 이것이야말로 비용 대비 효과가 큰 투자이며, 인생의 부자가 되는 길이 아닐까. 오늘 밤엔 사놓고 오랫동안 읽지 않은 '진짜 인문학' 책을 들춰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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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C 힐러리 로댐 클린턴
조너선 앨런.에이미 판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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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공강 시간이면 중앙도서관 시청각자료실에서 미국 드라마 <웨스트 윙>을 보았다. 웨스트 윙은 정치외교학과 전공자인 나에게 미국 정치에 대해 교과서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공직을 경험한 적 없는 내게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의 생활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정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해득실을 계산하며 어울리는지를 알려주었다.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볼 만한 드라마다. 


2016년 미국 대선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을 다룬 책 <HRC>를 읽는 내내 웨스트 윙 생각이 났다. 웨스트 윙의 주인공인 제드 바틀렛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 애비의 모델이 클린턴 부부라는 설이 있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웨스트 윙 생각을 한 건 웨스트 윙에 나오는 바틀렛 부부가 정치적 실패, 건강 악화, 딸 납치, 심지어는 피격 사건 같은 큰일이 발생했을 때에도 좌절하지 않고 재빨리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았던 것처럼 클린턴 부부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힐러리가 2008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오바마에게 패배한 후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전력적으로 오바마를 돕는 한편 예비선거에서 자신을 돕지 않은 인물들을 가려내는, 이른바 '살생부' 작업을 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빌이 아칸소 주지사였던 시절부터 미국 정계에 있었던 힐러리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많았지만 그 중에는 친구인 척 하는 적도 많았다. 힐러리는 민주당 예비선거를 통해 누가 적인지 똑똑히 깨달았고, 천천히 은밀하게 복수를 감행했다. 반면 자신을 도와준 사람은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힐러리가 바쁠 때는 빌이 대신했다. 2016년 대선을 위한 초석을 이 때부터 다지고 있었던 것이다.


힐러리는 또한 오바마 행정부에서 5년 동안 국무부 장관을 역임하며 외교 활동을 하고 국내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한때 경쟁자였고 자신을 패배시킨 오바마의 밑에서 일한 건 공직자의 소명을 다하고 민주당원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외교정책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쌓는다는 목적도 있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힐러리가 국무부 장관직을 수행한 다음에는 재무부 장관이나 세계은행 총재로 자리를 옮겨 경제 분야의 커리어를 만들지 않겠느냐고 짐작한 바 있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국무부 장관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자신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한 것은 분명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힐러리 혼자만 노력한 것이 아니라 빌도 함께 했다는 것이다. 빌은 오바마와 꽤 오랫동안 서먹한 사이였지만 결국엔 좋은 사이가 되었다. 물론 정치적 이해관계도 있었다. 빌에게는 힐러리의 정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의 도움이 필요했고, 오바마로서는 민주당 내에서 큰 세력을 가지고 있고 여전히 높은 국민적 인기를 자랑하는 클린턴에게 밉보여서 좋을 것이 없었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애매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힐러리가 패배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대권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을 보며 클린턴 부부의 남다른 팀웍을 알 수 있었다.


대학교 때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이번에 다시 그녀에 관한 책을 읽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 책이 나온 이천 년 대 초만 해도 퍼스트레이디였던 힐러리가 직접 정치인이 되겠다고 나선 게 놀라운 일이었는데,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녀가 대권에 도전한다고 해도,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되겠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자리에서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여성이 고위직에 오를 수 있고 대권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인 그녀 자신의 공이 아닐까. HRC. 힐러리 로댐 클린턴. 앞으로 그녀가 어떤 '살아있는 역사'를 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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