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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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음의 실질을 키우는 간단한 노하우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책은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시대에 '마음의 힘'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야기의 힘을 통해서 풀어내고자 하는, 말하자면 '이야기 인생론'입니다. 마음을 어떻게 파악할지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사고방식이 있겠지만, 마음이란 것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그래서' 어떻게 살아갈 건지에 대한 나름의 자기 이해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따라서 마음은,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이야기'를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인생론'의 목표는, '이야기'라는 형식을 통해 타자의 마음을 읽어 내고 그로부터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의 힘'을 얻어 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p.20)


듣도 보도 못한 형식의 책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동시에 거론하는 것도 모자라 고전 속 두 주인공의 만남이라는 설정으로 저자가 직접 훗날의 이야기를 창작하다니. 책의 콘셉트를 지인에게 말하니 동인지 같다고 했다. 어쩌면 저자가 두 작가의 팬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저자는 동일본대지진까지 겪으며 마음 속이 텅빈 듯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다 문득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마음>을 떠올렸고,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의 <마의 산>과의 연결고리를 찾았다. 두 작품 모두 제1차 세계대전과 깊은 인연이 있고, 속세와 동떨어진 곳에서 미숙한 청년이 앞서 산 사람들로부터 가르침을 얻는다는 줄거리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닮은 건 둘 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내 몸 하나 편하게 사는 꼼수를 부리지 않고 '마음의 힘'부터 기르는 일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음이란 '내가 어떤 사람이고 또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가, '그리고, 그 후로' 어떻게 살아갈 건가, 하는 내 나름의 자기 이해'이며, 소세키의 창작 메모에 따르면 물질과 분리된 정신이며, 프로이트가 말한 자아다. 마음의 힘을 기른다는 것은 자기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며, 물질과는 별도로 정신을 지키는 것이며, 자아를 확립하는 것이다. 저자는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오늘날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마음의 힘부터 기를 것을 제안한다. 방법은 저자처럼 '이야기를 짓는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그 후로 어떻게 살아갈 건지, 생각하고 상상하는 능력이 곧 희망이고 극복이라는 것이다.

이야기로 현실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발상은 다소 추상적이고 이상적으로 느껴진다. 다만 지역 간 계층 간 격차와 빈곤이 확대되고, 고용 불안과 경제 위기가 만연하며, 특정 인종, 성, 종교 등에 대한 혐오 발언, 무관심 등이 도를 넘을 정도로 심각한 오늘날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야기의 힘을 새삼 믿어보고 싶기도 하다. 저자의 말대로 이야기는 '타자의 마음을 읽'는 길잡이다. 내 것만 챙기느라 남은 안 보고, 폭언과 폭력이 난무하는 이유는 타자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이다. 내 마음의 힘을 지키는 건 결국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어질 터. <마음>과 <마의 산>이라는 두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고 창조한 것도 모자라 사회 문제를 해결할 처방까지 내리는 저자의 필력에 새삼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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