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 부르기엔 너무 푸른 2
신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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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카야에서 일하는 아카기 쿄코는 단골손님인 미도리를 남몰래 짝사랑 해왔다. 그러다 미도리가 바람둥이인 전 남자친구와 헤어질 수 있게 도와준 걸 계기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가게 밖에서도 만나는 사이가 된다. 그런데 미도리는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에도 친구로서 계속 만나고 쿄코와 만나는 자리에도 데리고 나온다. 쿄코는 처음에 뭐 이런 남녀 관계가 다 있는지 황당해 했지만, 정말로 두 사람이 더는 서로에게 미련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안심한다. 한편 미도리는 그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가게 점원이자 새로 사귄 친구 정도로만 여겼던 쿄코에게 점점 다른 감정이 생기고 있다는 걸 자각하는데...


<사랑이라 부르기엔 너무 푸른> 2권은 점점 달라지는 네 사람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린다. 가장 반가운 변화를 보이는 인물은 미도리이다. 이른바 뼈헤녀인 미도리는 그동안 쿄코의 호감을 알아채지 못하고 점원 이상 친구 미만 정도로 대하다가 조금씩 자기 안에서 새로운 감정이 피어나는 것을 자각한다. 마찬가지로 뼈헤남인 바바는 미야코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마인드가 좁았다는 걸 깨닫는다. 근데 그렇게 상대의 감정을 배려한다는 사람이 왜 미도리의 감정은 배려 안했던 건지...? (미야코, 저런 남자한테 마음도 몸도 주지 마...) 그냥 얼른 남자들 치우고 쿄코-미도리 이야기나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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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 부르기엔 너무 푸른 1
신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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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카야에서 일하는 아카기 쿄코는 단골 손님인 미도리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중이다. 체구는 작지만 술을 엄청 잘 마시는 미도리는 자주 혼자서 가게에 와서는 엄청난 양의 술과 안주를 해치우며 바람둥이 남자친구 욕을 잔뜩 하고 간다. 그 때마다 쿄코는 그 남자와 당장 헤어지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웃는 얼굴로 미도리를 위로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미도리의 남자친구가 미도리가 아닌 다른 여자를 데리고 쿄코가 일하는 술집에 나타나고, 이 사건을 계기로 미도리와 쿄코의 관계에 큰 변화가 생긴다. 


신쿤의 만화 <사랑이라 부르기엔 너무 푸른>은 남자 비중이 꽤 큰 백합물이다. 일단 메인 커플은 쿄코-미도리인데, 이들 외에 미도리의 (현->전) 남자친구인 바바와 쿄코의 남동생 미야코의 비중이 꽤 크다. 그렇지만 바바와 미야코가 쿄코와 미도리 사이를 방해하는 그런 전형적인 전개는 아니다. 미도리와 바바는 오랫동안 사귀면서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게 되어 인간으로서의 유대감은 가족이나 친구보다 끈끈하지만 성적인 끌림은 더 이상 없는 (오래된 부부 같은) 관계다. 그런 두 사람이 쿄코-미야코 남매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들의 관계를 돌아보고, 이성애자 정체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작가 후기에 따르면 원래 <사랑이라 부를 수 없는>이라는 제목의 동인지로 나온 것을 추가, 수정해서 나온 작품으로, 원작인 동인지에는 1화부터 3화까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한다. 원래 제목이 <사랑이라 부를 수 없는>이었다는 걸 알고 나니 이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 중에서 가장 '사랑이라 부를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있는 건 미야코 아닌가 싶고, 앞으로 이 캐릭터를 주목해서 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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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마이 미 마인 1
유우키 하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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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친구가 많지 않았던 이즈키 아키라는 고등학교 때에는 반드시 친구를 많이 사귀겠다고 결심한 상태다. 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교내에서 소문난 양아치인 아마미야와 아는 사이가 되고, 아마미야와 친하다는 이유로 그 누구도 아키라의 곁에 다가오지 않는 상태가 된다. 아마미야 외에 다른 친구들도 사귀고 싶은 아키라는 아마미야에게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선언하지만, 두 사람이 엮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그때마다 아마미야의 여러 얼굴을 보게 되면서 아키라는 점점 더 아마미야를 좋아하게 된다. 


유우키 하루의 만화 <아이 마이 미 마인>은 평범한 고교 생활을 동경하는 성실한 성격의 여성 주인공이 평범이나 성실 같은 개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양아치 남학생과 엮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러브 코미디이다. 아마미야의 캐릭터가 재미있는데, 양아치 같아 보여서 경계하면 벌레 한 마리 못 잡고 쩔쩔매는 모습으로 경계심을 허물고, 그렇게 경계심을 허물고 있으면 무서운 사람들을 혼자 힘으로 물리치는 모습을 보여서 경계를 높이게 만든다. 결국 아키라가 아마미야의 진심을 알아보고 그의 다양한 면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할 것 같아서 2권도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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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잊을 사랑이 하고 싶어 1
유우키 하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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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치바나 시노의 첫사랑은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세나 미즈키이다. 타치바나는 세나가 도쿄로 전학을 가게 되면서 원치 않은 이별을 한 후에도 다른 사랑은 하지 않고 세나가 가르쳐 준 기타를 연습하며 세나를 그리워했다. 시간이 흘러 대학교 신입생이 된 타치바나는 우연히 교내에서 세나를 마주친다. 그런데 눈앞의 세나는 타치바나가 기억하는 착하고 순수한 소년이 아니라, 연애를 장난으로 여기고 이 여자 저 여자 집적거리는 쓰레기이다. 실망한 타치바나는 세나를 멀리하려고 하지만, 자꾸만 세나가 다가와서 조금씩 마음이 흔들린다. 


유우키 하루의 만화 <너를 잊을 사랑이 하고 싶어>는 첫사랑 상대가 과거와 180도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혼란스러워하는 여성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주인공 타치바나는 세나의 달라진 성격과 가벼운 태도에 실망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매력적인 외모와 이따금 나오는 예전 모습에 거부하기 힘든 설렘과 끌림을 느낀다. 여성 주인공의 헤어스타일이 숏컷이고 밴드 음악을 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생각이 많이 났다. 타치바나, 세나와 같은 밴드 멤버인 안리, 소스케의 캐릭터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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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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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작가인 '나'는 불우한 이웃들의 사연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해 방송에 소개하고 실시간 ARS로 후원금을 모집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몇 년째 만들고 있다. 최근에 '나'는 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부모를 여의고 반지하 방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와중에 얼굴에 큰 혹이 생기는 병까지 얻은 윤주의 사연을 소개하기로 했다. 그런데 후원금을 더 많이 모으기 위해 방영 날짜를 미루는 과정에서 윤주의 병이 더 깊어진 사실을 알게 되고, '나'는 자신이 선의로 한 행동이 윤주에게 안좋은 결과를 야기한 것 같아서 죄책감에 시달린다.


조해진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는 연민의 양면에 관한 작품이다. 주인공 '나'는 방송 작가로서 나름 사명을 가지고 양심적으로 일해 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출연자에게 더 큰 도움을 주려고 한 선택이 더 나쁜 결과를 낳자 자책하며 일을 그만둔다. 그때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이 3년 전 한 시사 주간지에서 보고 관심을 가졌던 탈북자 로기완의 사연이다. 어머니와 단둘이 북한 국경을 넘은 후 중국에서 어머니를 여의고 벨기에를 거쳐서 영국으로 간 로기완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알고 싶었던 '나'는 무작정 벨기에로 향한다. 


벨기에에 도착했을 때 '나'에게는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로기완이라는 타인의 삶에 관해 조사함으로써 자신이 처한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과 절대적으로 불우한 그의 삶을 함부로 연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로기완이 묵었던 숙소에 묵고, 그가 먹었던 음식을 먹고, 그가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을 하면서 '나'는 회피하려고 했던 과거를 계속해서 떠올리고, 불우하게만 여겼던 그의 삶이 그저 불우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쩌면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 땅에서 꿈이라도 꾸고 은인이라도 만날 수 있었던 그의 처지가 꿈도 없고 은인도 알아보지 못한 자신의 처지보다 나았던 건 아닐까.


그러나 누구의 처지가 누구의 처지보다 더 낫다는 생각은 온전한 공감이나 이해라고 보기 어렵다. 어떻게 보면 이런 식의 비교는 애초에 타인의 처지와 나의 처지가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오만함, 타인의 처지보다 나의 처지가 더 나아야 한다는 이기심, 타인의 처지에 빗대어야만 나의 처지를 판단할 수 있는 무지함의 발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로기완의 실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괴롭다. 자신이 방송 작가로서 선의를 가지고 불우한 사람을 돕기 위해 한 일의 기저에 그러한 오만함, 이기심, 무지함이 깔려 있었음을 점점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연민이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진보하다가 어떤 방식으로 소멸되는 것인가. 태생적으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그 감정이 거짓 없는 진심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포기되어야 하는 것일까." (58-9쪽) 작가는 이 소설에서 로기완에게 다가가는 '나'의 기록과 로기완 자신의 기록을 번갈아 보여줌으로써 그러한 다가감의 시도 또는 노력이 어디까지 가닿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끝내 실패하고 뼈아픈 자기 반성과 비판이라는 결과로 이어질지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순간을 보여주는 결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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