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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 부르기엔 너무 푸른 1
신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0월
평점 :
이자카야에서 일하는 아카기 쿄코는 단골 손님인 미도리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중이다. 체구는 작지만 술을 엄청 잘 마시는 미도리는 자주 혼자서 가게에 와서는 엄청난 양의 술과 안주를 해치우며 바람둥이 남자친구 욕을 잔뜩 하고 간다. 그 때마다 쿄코는 그 남자와 당장 헤어지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웃는 얼굴로 미도리를 위로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미도리의 남자친구가 미도리가 아닌 다른 여자를 데리고 쿄코가 일하는 술집에 나타나고, 이 사건을 계기로 미도리와 쿄코의 관계에 큰 변화가 생긴다.
신쿤의 만화 <사랑이라 부르기엔 너무 푸른>은 남자 비중이 꽤 큰 백합물이다. 일단 메인 커플은 쿄코-미도리인데, 이들 외에 미도리의 (현->전) 남자친구인 바바와 쿄코의 남동생 미야코의 비중이 꽤 크다. 그렇지만 바바와 미야코가 쿄코와 미도리 사이를 방해하는 그런 전형적인 전개는 아니다. 미도리와 바바는 오랫동안 사귀면서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게 되어 인간으로서의 유대감은 가족이나 친구보다 끈끈하지만 성적인 끌림은 더 이상 없는 (오래된 부부 같은) 관계다. 그런 두 사람이 쿄코-미야코 남매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들의 관계를 돌아보고, 이성애자 정체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작가 후기에 따르면 원래 <사랑이라 부를 수 없는>이라는 제목의 동인지로 나온 것을 추가, 수정해서 나온 작품으로, 원작인 동인지에는 1화부터 3화까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한다. 원래 제목이 <사랑이라 부를 수 없는>이었다는 걸 알고 나니 이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 중에서 가장 '사랑이라 부를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있는 건 미야코 아닌가 싶고, 앞으로 이 캐릭터를 주목해서 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