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빛 속으로 1
유야 지음, 티카티카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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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덴베르 제국의 4황녀 알리사는 여동생인 5황녀 마리안느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했다. 사람들은 제국 제일의 사랑스러운 외모와 다정한 성격을 지닌 마리안느와 까마귀처럼 검은 머리와 칙칙한 초록 눈동자를 지닌 알리사를 비교하고 비아냥을 쏟았지만, 알리사는 온 마음을 다해 마리안느를 지키고 싶었다. 마리안느를 독살하려고 했다는 누명을 쓰고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들에게 죽임을 당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게 억울한 심정으로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던 알리사는 다음 생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아끼는 사람에게 배신 당하고, 사랑받고 싶은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또 다시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이길 바랐던 인생이 다시 한 번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이덴베르 제국의 라이벌인 엘미르 제국의 1황녀 아이샤로 살게 된 것이다. 같은 황녀라도 아이샤가 처한 환경은 알리샤가 처해 있던 환경과 전혀 다르다. 


아이샤의 가족들은 아이샤를 '엘미르의 하나뿐인 별'이라고 칭송하며 아이샤 본인조차 황송하게 느낄 정도로 칭찬과 관심을 쏟아붓는다. 이덴베르의 황녀였을 때는 받아본 적 없는 대우와 사랑에, 전생에서 다시는 인간에게 정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아이샤가 조금씩 마음을 바꿀 정도다. 특히 엘미르 제국의 황태자이자 아이샤의 오빠인 이시스는 아이샤에게 모든 걸 바치겠다고 맹세할 만큼 아이샤를 아낀다. 


<다시 한번, 빛 속으로>는 카카오페이지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웹툰을 단행본화한 것이다. 피를 나눈 가족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던 알리사가 이웃나라 황녀로 다시 태어나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게 된다는 설정이 애틋하고 흥미롭다. 여기에 정령사라는 판타지적인 설정이 더해지면서 기존의 복수+로맨스물과는 다른 전개가 이어질 것 같아 다음 권이 매우 기대된다. 작화도 예쁘고 귀엽고 다 해서 보는 내내 눈이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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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4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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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우크라이나에는 유대인 거주 지역이 따로 있었다. 유대인 거주 지역은 또 다시 주민들의 경제 수준에 따라 세 구역으로 나뉘었다. 아다의 아버지는 하층민 거주 지역인 게토 출신으로, 열심히 일한 덕분에 서로 다른 구역을 오가는 중개인의 지위에 올랐다. 아다는 그런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부유한 유대인들의 눈에 아다의 아버지는 여전히 게토 출신 하층민일 뿐이다. 


아다는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아버지가 죽고, 그의 가족들이 아다의 집으로 찾아온다. 그때부터 아다는 작은 아버지의 아내인 라이사 숙모와 그의 딸 릴라, 아들 벤과 함께 산다. 나이가 비슷한 벤과는 친남매처럼 매일 같이 놀고 항상 붙어 다닌다. 해리를 처음 본 날도 벤과 함께였다. 유대인 가문 중에서 로스차일드 다음으로 부자로 소문난 솔로몬 시너의 손자 해리 시너를 처음으로 본 날. 그날 이후 아다는 해리만을 사랑한다. 


아다를 좋아하는 벤은 아다가 해리를 좋아하는 것이 싫다. 부자인 해리는 가난한 아다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싫다. 이들의 삼각관계는 파리에서도 이어진다. 다만 이때는 해리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다. 우크라이나에선 부유한 유대인으로 떵떵거리며 살았던 해리는 프랑스에선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은근한 배제와 차별을 당한다. 그제야 비로소 자신을 무시하는 프랑스인들보다 한결같이 사랑해 주는 아다가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문제는 해리에게는 아내가 있고 아다에게도 남편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다의 남편은 사촌인 벤이다. 사실 아다와 벤의 성도 시너이기 때문에, 아다와 벤, 해리는 모두 친척 관계다. 벤은 해리보다 먼저 아다를 사랑했고, 친척이기 때문에 외모도 닮았는데,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자신보다 해리를 좋아하는 건 잘못이라고 아다를 설득한다. 하지만 아다가 해리를 좋아하는 건 단지 부유해서만은 아니다. 그러나 해리가 부유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이렌 네미롭스키의 소설 <개와 늑대>는 세 남녀의 엇갈리는 사랑을 그린 로맨스 소설로도 훌륭하지만, 20세기 초 유럽의 유대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사료로서도 가치가 상당하다. 소설에서 아다네 가족은 점점 더 심해지는 포그롬(유대인 박해)을 피해 프랑스로 이민을 가지만, 파리에서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소외당하고 차별받으며 힘든 생활을 한다. 도피와 방랑이 일상이기 때문에 돈과 물질을 숭배하고 혈연에 집착한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다는 개처럼 길들여진 남자 해리도, 늑대처럼 자유로운 남자 벤도 아닌 갓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는다. '그림, 자식, 용기. 이거면 살 수 있어. 그것도 아주 잘 살 수 있어.'라고 다짐하는 아다의 모습이 너무나 밝고 희망찬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렌 네미롭스키는 1940년 이 소설을 출간하고 1942년 아우슈비츠에서 사망했다. 삶을 지속할 수단과 목적과 의지가 있어도 처한 환경이 부적합하면 무용해진다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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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장면들 - 마음이 뒤척일 때마다 가만히 쥐어보는 다정한 낱말 조각
민바람 지음, 신혜림 사진 / 서사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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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리말 사전을 사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을 쓴 민바람 작가는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국어학과 한국어교육학, 한국학을 전공했고 한국어강사로 10여 년을 일했다. 한국어라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을 텐데, 정작 순우리말 사전을 가지게 된 건 한국어강사 일을 그만둔 후의 일이다. 선물 받은 순우리말 사전을 읽으며 저자는 우리말인데도 외국어보다 낯설다는 사실과 읽을수록 힘이 난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래서 마음에 든 순우리말 낱말을 활용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분명 우리말인데 듣거나 읽어본 적 없는 낱말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철이 지나 불필요해진 물건을 뜻하는 '가을부채', 마음속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단단히 해둔 다짐을 의미하는 '마음고름', 잠을 자려고 눈을 붙이는 일을 비유한 '눈썹씨름', 남이 보지 않는 데에서 젠체하는 호기를 가리키는 '이불활개' 등 풀이를 들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낱말들. 이런 낱말들을 모르는 채 한국어 공부는 다 했다 여기고 외국어 공부에만 몰두했던 지난날이 부끄럽다. 


이런 낱말들도 재미있지만, 낱말들과 함께 풀어낸 저자의 사는 이야기도 따뜻하고 푸근하다. 불안정하고 경쟁이 심한 직장에 다니면서 저자는 몸과 마음이 많이 상했다. 병원 신세를 지는 일도 여러 번 있었고, 성인 ADHD와 우울증, 사회불안장애 등을 진단받기도 했다. 나에게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한탄스러웠던 적도 있지만, 덕분에 삶의 모습이 한 가지가 아니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배우기도 했다. 단어가 있다는 건 "많은 이가 이미 같은 생각을 지나왔다는 것". 병명이 있다는 것 또한 이미 많은 이들이 같은 증세를 겪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너무 절망하지도,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책에 나오는 낱말 중에 나는 '가을부채'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부채의 전성기는 여름이지만, 여름이 지났다고 해서 부채를 버리는 사람은 없다. 다음 해의 여름을 대비해 넣어두었다가 더위가 시작될 즈음 다시 꺼내 부치는 것이 부채다. 사람에게도 전성기가 있고, 그 때가 아니면 찾는 사람이 적을 수도, 수입이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 전성기가 지났다고 해서 다시 전성기가 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전성기가 오지 않아도 그건 그것대로 괜찮다. 저자의 파트너 진 님의 말을 빌리면 "그런 캐릭터도 괜찮지 않나". 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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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온! 셔플 Shuffle 1
카키후라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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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사쿠마 유카리와 시미즈 카에데는 유카리의 언니가 다니는 사쿠라가오카 고등학교 축제에 놀러 간다. 초대장이 있어야 축제를 구경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줄행랑을 치다 우연히 스쿨 밴드의 무대를 보게 된 두 사람. 박력 넘치는 연주에 반한(카에데가 반한 건 다른 것인듯하지만...) 두 사람은 곧바로 스쿨 밴드를 하기로 의기투합하지만, 이튿날 알아보니 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경음부는 없고 경음동호회만이 있었다. 


유카리와 카에데가 서둘러 경음동호회 부실로 찾아가니, 부실에 있는 사람은 2학년 사토 리코뿐이다. 리코는 안 그래도 회원이 적어서 학생회로부터 부실을 비워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유카리와 카에데의 가입을 환영한다. 기존 회원인 리코와 신규 회원인 유카리와 카에데, 여기에 교실에서 유카리와 카에데 사이에 앉는다는 이유로 반강제(아니고 그냥 강제...)로 가입을 하게 된 사와베 마호까지 네 사람이 경음동호회 활동을 시작한다.


<케이온! 셔플>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기 만화 <케이온>의 스핀오프 만화다. <케이온>과 마찬가지로 밴드 경험이 전혀 없는 여고생들이 경음동호회에 가입해 밴드 활동을 하게 되면서 각자의 악기를 익히고 합주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유쾌하게 그린다. 개인적으로는 유카리 자매가 등장하는 씬들이 좋았고(언니 캐릭터가 리얼 언니 같음 ㅋㅋ), 리코의 외모와 성격이 너무나도 취향 저격이다. 얼른 2권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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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의 츠가이 4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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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연금술사>의 작가 아라카와 히로무의 최신 연재작 <황천의 츠가이>는 밤과 낮을 양분하는 운명을 타고난 쌍둥이 유르와 아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골에서 태어난 쌍둥이는 어릴 때 헤어졌다. 시골에 남아 부모님 대신 할머니를 모시며 살았던 유르는 마을을 떠난 줄 알았던 부모님과 아사를 찾기 위해 도시로 간다. 좌우 님을 츠가이로 거느리는 츠가이 구사자가 된 유르는 데라와 하나의 협력을 받아 가족을 찾는다. 


3권에서 유르는 카게모리 저택을 찾아가 아사와 재회했다. 아사로부터 자신은 해(解), 유르는 봉(封)의 능력을 지녔다는 말을 들은 유르는 아사와 헤어져 데라의 은신처로 간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흉악한 츠가이인 데나가 아시나가의 차지가 되어 있었고, 유르 일행은 데나가 아시나가와 대결을 벌인다. 인간 중에서도 어린 아이를 잡아먹기 좋아하고, 1200년 동안이나 봉인되어 있었던 데나가 아시나가가 대결에 임하는 태도는 절박하다. 


대결의 결과로 유르 일행은 데나가 아시나가의 주인 타데라 겐과 만난다. 알고보니 겐은 데라의 이복 동생으로, 10년 전 유르의 부모님이 마을에서 도망치는 걸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선대 타데라, 즉 자신의 아버지임을 밝힌다. 유르 일행은 겐이 유르의 부모님의 행방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겐에게 잘해준다. 이 대목은 가족 드라마 같지만, 데라의 집을 벗어나면 유르를 노리는 츠가이들이 득시글득시글하다. 과연 5권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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