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멘탈 - 마음 근육을 길러주는 스포츠 멘탈코칭
이영실 외 지음 / 예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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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중계방송을 볼 때마다 나도 이렇게 떨리는데 현장에 있는 선수들은 얼마나 떨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스포츠멘탈코칭개발원은 국가대표를 비롯한 각 종목의 선수들이 강인한 정신력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멘탈코칭'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한국스포츠멘탈코칭개발원이 펴낸 <프로멘탈>은 선수들이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멘탈(Pro Mental)'의 비법을 전수하는 책이다. 


'프로멘탈'은 선수가 자신에 대해 온전히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하다 보면 극도의 순간에도 긴장을 풀 수 있고 평소와 다르지 않은 마음 상태를 되찾을 수 있다. '팀원에게 방해가 되지 말자' 등 '~하지 말자' 같은 부정적인 언어 표현보다는 '집중하자', '재미있게 하자' 등 긍정적인 언어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등의 상세한 팁도 나온다. 


프로 선수들도 예상한 것보다 성적이 안 나오거나 예상치 못한 슬럼프에 빠졌을 때 '멘붕'을 경험한다. 멘붕이 올 때는 감정 조절이 잘 안되고 자포자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멘붕은 언젠가 분명히 끝이 나고, 끝이 나면 그때는 멘붕 이전보다 더욱 성장하고 성숙해진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멘탈이 무너졌을 때 신속하게 회복하는 능력이야말로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기준이기도 하다. 프로라면 자신이 언제 멘탈이 무너지는지, 어떻게 하면 보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워크북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독자가 직접 질문을 읽고 답변을 말로 하거나 글로 쓸 수 있다. 멘탈을 관리하는 방법 외에도 나 자신에 대해 알기, 멘탈 균형 찾기, 몰입을 위한 조건 만들기, 팀 워크 높이기 등 다양한 방면의 조언이 나와서 유용하다. 기본적으로는 스포츠 선수 및 코치들을 위한 책이지만, 스포츠 선수가 아닌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면 자기 관리 방법이나 위기 극복 방법에 관한 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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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 - 세계 3대 투자자 짐 로저스가 말하는 새로운 부의 흐름
짐 로저스 지음, 전경아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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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안팎의 다양한 신호와 방대한 정보 중에 무엇에 주목하고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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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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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쪽을 넘지 않는 얇은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나서 아쉽지 않다고 느낀 건, 저자가 무라카미 하루키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야기는 저자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 한 마리를 집 근처 해변에 버리러 간 일화로 시작한다. 이때의 기억을 시작으로 아버지와의 추억을 하나씩 하나씩 떠올린 저자는 오랫동안 하기 싫은 숙제처럼 미뤄왔던 아버지의 이력 하나를 조사하러 나선다. 그것은 중일전쟁 당시 중국으로 파병되었던 아버지가 난징 함락(난징대학살) 때 제일 먼저 공격한 것으로 알려지며 피비린내 나는 평판을 얻은 보병 제20연대 소속이었던 것이 맞는지다.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전까지 저자는 아버지가 대체로 무탈하고 온화한 삶을 살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생애에는 아들인 저자가 겪지 않은 전쟁이란 사건이 있었다. 승려의 아들인 아버지는 벌레 한 마리조차 함부로 죽이면 안 된다고 배우며 자랐다. 그런 사람이 느닷없이 전쟁터로 끌려가 눈앞에서 사람들이 떼죽음 당하는 걸 봤다. 전쟁이 아무리 참혹해도 참혹하다고 글을 쓰면 불온하다고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시대였다. 저자처럼 글을 썼던 아버지에겐 참으로 답답하고 우울한 시절이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전쟁 경험에 관해 알게 된 저자는 아버지와 함께 살 때 이따금 아버지가 보였던 표정이나 행동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저자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학교에 들어가길 바랐던 것도, 남들이 인정하는 직장에 들어가 안정된 삶을 살길 바란 것도, 당시에는 저자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 부당한 처사로 느껴졌지만, 이제는 아버지 자신이 그런 삶을 원해도 살기 힘든 시대를 살았기 때문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를 깨달았을 때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해드려라'라는 교훈을 주면서 끝이 날 것 같지만, 저자는 그렇게 이 글을 마무리하지 않는다. 만약 아버지가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면 저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전쟁에 나가지 않았거나, 전쟁에서 다른 진로를 찾았거나, 전쟁 후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나 결혼했거나 해도 역시 저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롯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한 결과로 생겨난 존재이기 때문이다(이는 저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 마찬가지다). 


"역사는 과거의 것이 아니다. 역사는 의식의 안쪽에서 또는 무의식의 안쪽에서, 온기를 지니고 살아있는 피가 되어 흐르다 다음 세대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에 쓰인 것은 개인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계 전체를 구성하는 거대한 이야기의 일부이기도 하다." (97쪽) 


고양이를 버리러 간 작은 일화에서 출발해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로 사유를 확장한 솜씨가 놀랍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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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4
쓰루타니 가오리 지음, 현승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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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만화'를 매개로 친구가 된 70대 할머니와 10대 고등학생의 우정을 그린 만화. 시간은 빠르게 흘러 우라라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진로를 생각해야 할 때가 된다. 우라라는 그 무엇보다 만화를 좋아하지만, 만화가가 된다고 하면 부모님이 반대할 것 같고 우라라 자신도 실력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내심 포기한 상태다. 


이 와중에 다가오는 5월에 동인지 판매 행사가 개최된다는 소식이 들리고, 우라라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참가 신청을 한다. 유일한 '덕친'인 유키 할머니에게도 함께 가자고 한다. 우라라는 호기롭게 참가 신청은 했지만 막상 자신의 만화로 동인지를 만들어 남들에게 판매한다고 생각하니 겁이 나기 시작한다. 


우라라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키 할머니는 우라라가 행사를 잘 치를 수 있게끔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나도 이런 조력자가 있었으면 ㅠㅠ). 과연 우라라와 유키 할머니는 행사 전까지 동인지를 완성해 무사히 행사에 참가할 수 있을까. 동인지 판매 행사에 처음 참가하는 두 사람이 동인지를 얼마나 팔지도 궁금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어떤 변화를 겪을지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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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 삶의 지도를 확장하는 배움의 기록
이길보라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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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해야 했던 차별과 혐오의 경험이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수준임을 느끼던 때였다. 다른 나라에 가도 그곳에는 그곳 나름의 혐오와 차별이 있고, 나와 비슷한 현실 인식을 가지고 한국 사회를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여성들을 알게 된 후로는 마음을 접었지만, 지금도 가끔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곳이 네덜란드이면 어떨까. 이길보라의 책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를 읽고 든 생각이다. 


코다(CODA,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인 저자는 어릴 때부터 농사회와 청사회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때가 많았다.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아시아 8개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 밖 공동체에서 글쓰기, 영상 제작 등을 배웠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에 진학했고, 농인 부모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담은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만들어 많은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나가던 저자가 돌연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났다. 계기는 사소했다. 2016년, 프로젝트 차 유럽에 방문해 여러 나라를 여행하던 중 네덜란드로 향했다. 암스테르담을 구경하다가 네덜란드 필름아카데미라는 곳에 들렀는데, 학교를 소개해 주겠다고 나온 사람이 알고 보니 이 학교의 학장이었다. 그저 조용히 학교를 둘러보고 싶었을 뿐인데, 한국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직접 영화를 제작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더니 일종의 '입학 상담' 겸 '사전 입시 질문'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불쾌하기는커녕 마음이 설레고 벅찼다. 여기서 공부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이렇게 시작된 저자의 유학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한국에서는 학풍이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 학교를 나와 진보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았는데, 네덜란드에 가보니 자신은 여지없는 '유교걸'이었다. 학장이 손수 커피를 타주고 심지어 이름으로 자신을 부르라고 하다니.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네덜란드에선 누가 무엇을 입든 어떻게 다니든 신경 쓰지 않았다. 한국에선 어제 입었던 옷을 또 입으면 이상한 말을 듣는데, 네덜란드에선 매일 다른 옷을 입는다고 패셔니스타 소리를 들었다. 여자가 브래지어를 안 하든, 남자가 네일 아트를 하든 뭐라고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발표라면 자신 있었다. 부모가 농인이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관객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흥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덜란드에선 부모가 농인이라고 말해도 "그래서 뭐?"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농인과 청인을 차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서 8개월간 여행을 했다고 할 때도, 일본인 남자친구와 결혼하지 않고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할 때도, 한국인들은 대체로 놀라는 반응을 보이지만 네덜란드에선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 한국에선 언제쯤 이런 일이 가능할까. '다른 세상'을 체험하고 돌아온 저자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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