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사를 위한 라틴어 수업 - 식물의 이름을 이해하는 법
리처드 버드 지음, 이선 옮김 / 궁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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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팟캐스트를 즐겨듣는 편이다. 식물 팟캐스트를 듣다 보면 진행자의 입에서 식물의 학명이 나올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저런 어려운 이름을 어떻게 외우는지 궁금하고 신기하다. 식물의 학명을 보다 쉽게 외울 수 있을까 싶어서 구입한 게 이 책이다. 책에는 라틴어로 된 수많은 식물 용어의 어원과 역사, 의미 등이 자세히 나온다. 


식물을 부르는 이름은 나라마다 다르지만(예: 한국에선 장미, 미국에선 'rose', 일본에선 '薔薇'), 학명은 동일하다(장미의 학명은 'Rosa hybrida'). 식물의 학명은 18세기에 이르러 체계화되었다. 1753년 린네가 현대적 체계의 명명법을 고안했다. 라틴어로 학명을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 이유는, 라틴어가 당시 서양 세계의 공용어이기도 했고 과학의 언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라틴어가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사어(死語)라서 더 이상 변형되지 않는다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책에는 식물의 학명에 주로 쓰이는 접두사, 접미사 등이 잘 정리되어 있다. 식물의 색깔과 무늬, 형태, 질감, 크기뿐 아니라 자라는 방향, 향기와 맛, 개화기, 서식지, 다른 것들과의 유사성 등에 따라서도 학명이 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사람의 이름을 딴 학명도 많은데, 성비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뛰어난 여성 식물학자였던 율리아 므오코세비치는 페오니아 므로코세윗스키, 프리물라 율리에 등을 발견하고 자신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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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12-15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원사를 위해 라틴어라니 갸웃했는데 학명 얘기군요. 아 정말 책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네요.
 
Return to AVALON - 타케우치 타카시 Fate ART WORKS 일러스트 화집
타케우치 타카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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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우치 타카시의 일러스트북 <Return to AVALON>이 마침내 도착했다. 책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놀란 건 크기였고(왜 이렇게 커?), 그 다음엔 무게였다(왜 이렇게 무거워?). 포장을 뜯고 개봉해 보니 과연 이만한 크기와 무게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도 두툼하고 종이질도 좋고, 무엇보다 매수가 엄청나서 다 보는 데 시간이 제법 많이 소요되었다. 





이번 화보집은 <Fate/stay night>부터 <Fate/Grand order>에 해당하는 일러스트와 영국을 여행하는 세이버 일행을 그린 오리지널 일러스트 <영국기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기차역을 비롯한 여행지의 풍경이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며, 영국이라는 배경적 특징에 맞게 고풍스러우면서도 우아하고 세련된 의상이 많이 나온다. 





기존 일러스트는 사계절이라는 콘셉트에 맞추어 배열되었다. 봄(꽃), 여름(하늘), 가을(색), 겨울(밤) 등의 테마로 배치된 그림들을 보니 느낌이 색달랐다. 무엇보다도 <FATE> 시리즈의 시작부터 현재의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처음 이 시리즈가 나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주년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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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의 홍차왕자 12
야마다 난페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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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인기 만화 <홍차왕자>의 후속편 <벚꽃의 홍차왕자> 제12권을 읽었다. 11권에서 사쿠라는 요시노의 집에서 쫓겨나 타이코의 집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요시노는 아버지에게 왜 멋대로 사쿠라를 쫓아냈느냐고 화를 내는 한편, 사쿠라의 마음을 돌려서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노력한다. 사쿠라는 타이코의 가게 일을 거들며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다. 요시노가 좋아서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과, 요시노의 소원을 다 들어주고 요시노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 둘 사이에서 무엇을 택해야 할까. 


<홍차왕자>의 재미는 홍차왕자를 불러낸 사람의 소원을 들어줘야 하는 홍차왕자와, 홍차왕자를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긴장과 갈등인데, 이번 편에 그 재미가 가득 들어있다. 게다가 홍차왕자의 비밀을 알고 있는 타이코 가족이 얽히며, 사쿠라와 요시노가 이들의 비밀을 언제 알게 될지, 둘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풀 열쇠를 언제쯤 얻게 될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번외 편으로 실린 <하루카의 현재>도 무척 재미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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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드렁크 1
사키시마 에노키 지음, 미야바 야지로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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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알고 보니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주당이라면 어떨까. 미야바 야지로의 만화 <아이돌 드렁크>는 바로 이런 코믹한 상상을 만화화한 작품이다. '아카바 사키'는 부도칸(무도관)에서 콘서트를 개최할 만큼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의 리더다. 좋아하는 음식은 밀크셰이크와 마카롱이라고 프로필란에 적고 있지만, 사실 사키가 퇴근 후에 찾는 건 시원하고 알싸한 맥주 한 잔과 입맛 도는 안주다. 


어느 날 사키는 평범한 복장을 하고 아저씨들만 올 법한 술집 거리로 갔다가 의외의 인물을 만난다. 바로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맡고 있는 (실제 나이 22세) '오미야 호노카'다. 아이돌인 게 들통나면 큰일 난다고 믿는 사키와 달리, 호노카는 아이돌이란 사실을 들키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시고 또 마신다. 과연 이들의 아이돌 생활은 순탄하게 지속될 수 있을까? 설정이 코믹하고 작화도 귀엽고 무엇보다 매회 등장하는 술과 안주가 너무나 맛있어 보여서 마음에 쏙 든다(뭐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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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1
이수정 외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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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듣는 팟캐스트의 진행자가 책을 내면 '청취료' 명목으로 반드시 사서 읽는 편이다. 이 책도 그렇다. 같은 제목의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여러 번 정주행해서 내용은 잘 알고 있지만, 나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를 나보다 심각하게 고민하고 나보다 앞에 서서 이야기하고 계신 분들이라 실은 열 권을 사도 부족한데 한 권밖에 못 사서 죄송하다. 


이 책은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해 범죄 심리학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같은 제목의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가스등>을 보고 가스라이팅을, <적과의 동침>을 보고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미저리>를 보고 스토킹 범죄를, <걸캅스>를 보고 디지털 성범죄를, <번지 점프를 하다>를 보고 그루밍 성폭력을 이야기하는 식이다. 영화를 보고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 속 범죄 상황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면서 현실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떤 식으로 대처하면 좋은지 등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롭고 유익하다. 로맨스,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범죄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이런 식의 분석은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영화는 실제 범죄 사건에서 수사관들이 놓치고 있는 맹점을 부각하기도 하고, 어떤 영화는 실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식으로 기능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영화를 그저 허구의 즐길 거리로 보는 것은 너무 나이브한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처럼 영화의 사회적 기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영화 속 범죄(특히 강간) 장면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방향으로 영화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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