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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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는 역자 후기까지 더해 128쪽밖에 안되는 작고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인문사회 분야 책으로는 드물게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심지어는 철학의 본고장 독일에서 2011년 가장 많이 읽힌 철학책으로 꼽혔을 뿐 아니라, 독일의 주요 언론 매체가 한목소리로 격찬했다고. 역시나. 한 시간 안쪽으로 읽을 수 있는 짧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에 묵직한 울림이 남았다. 내가 많이 피로했던 탓일까.


재독 철학자인 저자는 현대사회를 '피로사회'로 규정하고, 우울증, 소진증후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같은 정신적 질환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질병이라고 진단한다. 즉, 성과를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개인은 타자가 아닌 자기 자신과 경쟁하고 대결하는 삶을 강요받으며, 자기를 착취하며 승패가 없는 무한반복의 싸움을 하다가 피로해진 자들이 우울증, 소진증후군 같은 병을 앓는다는 것이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자기를 착취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야근을 하고, 주말이나 휴일도 없이 일을 하며, 필요도 없는 자격증, 외국어 공부에 매진한다. 말이 좋아 자기계발, 스펙 경쟁이지, 실상은 자기 착취다.  


타자와의 경쟁, 타자로부터의 착취와 달리 자기 착취는 저항하거나 극복할 대상이 없기에 문제다. 그만두려고 해도 이미 오랫동안 내면화된 자기 착취의 시스템이 스스로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주말이나 휴일에 멍하니 앉아 텔레비전을 보면서 죄책감을 느낀다거나, 일하지 않는 상태를 잉여, 백수로 비하하는 것이 그렇다. 쉬거나 논다고 해서 누가 벌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일하지 않는 것이 죄도 아닌데 왜 괴로워하는가. 이미 자기 착취를 내면화했기 때문이다.


철학자 강신주는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집안을 깔끔하게 청소하는 것을 '자기 검열'의 한 예로 보았다. 나 역시 그가 부르는 자기검열이라는 것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끊임없이 쓸고 닦고 치우고 버리고... 누가 보기라도 할 것처럼. 그래서 내가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부터 이렇게 피로를 느끼는 것일까. 지겹다, 이 피로사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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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 한국사 : 16세기, 성리학 유토피아 - 조선 2 민음 한국사 2
한명기 외 지음, 문사철 엮음 / 민음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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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2 - 16세기 성리학 유토피아>는 민음사에서 3년 간의 준비 끝에 야심차게 내놓은 한국사 통사 시리즈 <민음 한국사> 조선 편의 두 번째 책이다. 이 책 역시 한국사 말고도 주변국, 국제 정세까지 폭넓게 조망하고, 각종 도표와 그림, 사진 자료를 올컬러로 제시해 시각적인 효과를 높였으며, 역사학계의 다수의 전문가들을 포함하여 지리, 과학, 문학, 미술, 음학, 건축 등 비전공자까지 아우르는 필진이 참여한 <민음 한국사>시리즈의 장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성리학 유토피아라 부를 만한 16세기 조선의 모습은 동시대 세계의 흐름을 볼 때 매우 독특한 것이다. 성리학의 종주국인 중국에서조차 그 한계를 논하는 양명학이 등장하고 서유럽에서도 가톨릭의 아성에 도전하는 프로테스탄트들이 아우성을 치던 시기가 16세기였다. 조선은 그러한 시대적 흐름에 둔감했던 것인가, 아니면 자중자애하며 성리학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그 효용성의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있었던 것인가? (p.5)



16세기 조선은 한마디로 '성리학 유토피아'라고 정리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갑자사화, 기묘사화, 을사사화 등 훈구와 사림의 대결이 끊이지 않았으며, 경제적 혼란과 사회적 마찰도 끊이지 않았다. 문화적으로도 성리학을 비롯한 학문, 이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5세기가 여말선초의 어지러운 사회상을 수습하고 나라의 기틀을 세우는 데 국가의 역량을 모두 쏟아부은 시기였다면, 16세기는 안정된 사회체제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국정 방향을 모색하는 시기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단순히 이념 논쟁에 치우친, 당파 싸움에 골몰한 고리타분한 시기였다고 평가하기보다는, 신구 세력이 대결하고 그 결과 신진 세력이 권력을 잡는, 역사의 당연한 흐름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한국사를 공부하다보면 외국의 상황을 놓치기 쉬운데 이 책은 각 시대별로 세계 정세까지 설명해주는 점이 좋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따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세계사 속의 한국사, 한국사와 관련된 세계사를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은 <민음 한국사>만의 차별화되는 장점이다.



그렇다면 16세기 당시 주변국과 국제 정세는 어떠했을까? 15세기 말(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면서 세계의 역사는 유라시아 대륙을 넘어 아메리카로 확장되었다. 그 결과는 좋지만은 않았다. 최악은 남미 대륙에서 화려한 문명을 꽃피우고 있던 잉카 제국이 멸망한 것이다. 바야흐로 세계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치고, 약한 나라가 강한 나라에게 먹히는 혼돈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유럽은 종교개혁으로 인해 더욱 혼란스러웠다. 아시아는 포르투갈이 1513년 명과 접촉하고, 1557년 마카오를 특별 거주 지역으로 조차하면서 유럽인을 받아들였다. 17,18세기의 어지러운 국제 정세가 벌써부터 눈에 보이는 듯하다.



16세기 조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바로 임진왜란이다. 이 책은 임진왜란을 '동아시아 7년 전쟁', '동아시아판 세계대전'이라고 명명하며 자세하게 다룬다. 임진왜란 하면 보통 이순신 장군이 활약한 수전과 의병들이 활약한 육전 등 전투 위주로 배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배경과 경과, 영향 등을 한, 중, 일 동아시아 3국의 정세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데 더욱 비중을 두었다. 3국의 역사 인식 차이는 임진왜란을 부르는 명칭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은 보통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부르는데 반해, 일본은 '분로쿠게이초노에키(분로쿠, 게이초 연간의 전쟁)'으로 부르며 과거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정벌'로 불렀다. 중국은 '항왜원조'라고 부른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부르는 명칭이 다르고 인식이 다르니, 각각 다른 역사 교과서로 배운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역사관, 세계관을 가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현재 동아시아 3국의 불안한 정세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체계적인 설명과 다양한 읽기 자료, 도표와 그림, 사진 등을 보다 보니 어느새 한 권을 뚝딱 읽었다. 마지막 장을 덮는 기분이 마치 16세기 여행을 마치는 듯했다. 조선 초인 15세기와 서민 문화가 크게 발달한 17,18세기에 비해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을 줄 알았던 16세기가 의외로 배울 것이 많고, 성리학의 발달, 사대부 문화 등 조선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시기라는 것을 알았다. 교과서에서는 보지 못한 역사적인 사료와 그림, 사진 자료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앞으로 출간될 <민음 한국사> 시리즈가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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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 한국사 :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 - 조선 1 민음 한국사 1
문중양 외 지음, 문사철 엮음 / 민음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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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어머니께서 아동용 책 세일즈 일을 하신 적이 있다. 그 덕에 우리 집에는 각종 동화책, 전집, 위인전, 백과사전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고, 덕분에 나와 동생은 그 시절 내내 집에 쌓여 있는 책을 읽으며 도서관이 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책은 역사책과 위인전 류였다. 그 때 마침 태종 이방원을 중심으로 조선 건국 전후를 그린 <용의 눈물>이라는 사극이 크게 인기를 끌었는데, 드라마에 나오는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 양녕대군, 세종대왕 같은 인물들을 책에서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로 인해 나는 초등학교 6년 내내 역사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사학과 대신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하여 나름 비슷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민음사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한국사 통사 시리즈 <민음 한국사>를 읽으면서 그때 그 어린시절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만나본 적 없는 옛 조상들의, 살아본 적 없는 과거 이야기를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그저 즐겁고 재미있었던 그 시절의 모습을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에는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말고도 교과서에는 없는 새로운 내용이 많다. 수능 사회탐구 과목으로 국사를 선택했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을 취득한 만큼 국사에는 자신이 있다고 자부했던 게 부끄러울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식의 일괄적인 분류가 아닌 주제별, 테마별 분류를 택해 구성이 다채롭고, 다양한 읽기 자료와 사료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읽는 재미도 있으며, 각종 도표와 그림, 사진 자료를 올컬러로 제시해 눈까지 즐거웠다. 입시 목적의 국사 교육,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에 익숙하던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천진난만하게 역사만화와 위인전을 들춰보던 어린시절을 떠올린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민음 한국사>의 첫번째 특징은 우리 역사 말고도 주변국, 세계 정세까지 널리 조망했다는 점이다. 가령 <민음 한국사>의 첫번째 시리즈 <조선1 -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에서는 15세기 당시 중국이 원-명 교체기여서 혼란스러웠다는 점, 정화의 원정을 통해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동서양의 교류가 활발해졌다는 점 등이 도입부에 서술되어 있다. 정화의 원정으로 처음 유럽에 소개된 화약이 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 함락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 중국의 활판인쇄술이 독일에 전해져 구텐베르크가 유럽 최초로 금속활자를 사용한 대량 인쇄에 성공한 점 등은 개별적인 사건은 알고 있었지만 유기적으로는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라 놀라웠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나니 이성계, 정도전 등이 역성혁명에 성공한 이유, 조선초에 무기, 활판인쇄술 등이 발전한 이유 등이 저절로 이해가 되었다.


 

두번째 특징은 각종 도표와 그림, 사진 자료를 올컬러로 제시해 최고의 비주얼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역사책, 국사책들이 재미없다, 딱딱하다는 멍에를 쓴 이유 중 하나는 단조롭고 평이한 편집, 구성이 아닐까 싶다. <민음 한국사>는 다르다. 컴퓨터, 스마트폰 화면이 부럽지 않을 만큼 화려하고 세련된 이미지가 각 장마다 펼쳐진다. 15세기는 수도 건설로 인해 건축기술이 급격히 발달하고, 성군 세종을 중심으로 과학, 인쇄, 문화, 예술 등이 역사상 최고로 발전한 시기다. 이를 반영해 <조선1 -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에는 경복궁을 비롯한 새로운 건축물, 간의, 일구, 자격루 등 발명품, 활판인쇄에 쓰인 활자, 분청사기, 서예, 미술 등이 풍부하게 소개되어 있다. <민음 한국사> 시리즈를 전부 다 갖춘다면 웬만한 역사부도, 백과사전이 부럽지 않을 것 같다. 



세번째 특징은 이념의 편향과 전공자들의 한계로부터 벗어나 다각도로 한국사를 조망했다는 점이다.  특정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서술을 위해 역사학계의 중진 학자들이 전공에 따라 분담했으며, 역사학계뿐 아니라 비역사학계의 학자들까지 참여해 입체적으로 집필했다. 필진을 보면 국사학 전공자가 다수이기는 하지만, 지리, 과학, 문학, 미술, 음학, 건축 등 비전공자도 다수 참여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한국사 수능 필수, 국사 교과서 채택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은데,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과서뿐 아니라 일반인 대상의 교양서도 다루는 주제가 한국사, 즉 우리 역사라면 보다 철저하게 검증된 책을 고를 필요가 있다. <민음 한국사>는 기존의 책과 다른 신선한 방식으로 한국사를 조망할 뿐 아니라, 다채로운 자료를 바탕으로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하는 편집과 구성 방식을 택했으며, 지난 3년 간 각 분야의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만든 책이라는 점에서 믿음이 간다. 



더욱 즐거운 소식은 이번에 출간된 조선1, 2편을 시작으로 총 16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며, 원시시대부터 현 정권까지 한국사를 총망라할 예정이라는 점! 앞으로 전권을 소장해서 식구들과 함께 읽을 뿐 아니라 내 자식, 손주들에게도 대대로 물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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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심리학 - 여자의 마음을 치유하는
제니퍼 바움가르트너 지음, 이현정 옮김 / 명진출판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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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성격과 관심사, 개성을 표현하는 데 옷만한 수단이 없다. 옷을 잘 입는 사람을 보면 마냥 부러운 이유도, 단순히 멋있게 잘 입어서라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 T.P.O에 맞춰 스타일링하는 센스를 닮고 싶기 때문이리라. 


<옷장 심리학>의 저자 제니퍼 바움가르트너는 한 발 더 나아가 옷이 그 사람의 심리를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할머니로부터 옷장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옷이 사람의 역사와 내면을 말해 주는 도구라는 것을 깨달은 저자는, 임상 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는 한편 랄프 로렌 매장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며 '패션 치료'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옷차림은 당신의 내면의 모습을 드러낸다. 
자신이 몸매 꽝이라고 생각한다면 몸을 많이 감추려 할 것이다. 
삶이 자유롭고 모험 거리로 가득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내면의 자신감이 옷으로도 표출된다.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낡은 옷을 입을 것이며, 첫 직장을 구했다면 정장으로 빛날 것이다." (pp.262)


저자는 세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쇼핑 중독증, 낡고 오래된 옷도 버리지 못하는 저장 강박증, 검정이나 회색 등 무난한 색상의 옷만 입는 패션 우울증,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고집하는 외모 혐오증, 과도하게 몸을 노출하는 과다 노출증, 나이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연령 망각증, T.P.O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시간, 장소, 상황 무감각증, 명품만 찾는 브랜드 집착증,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패션 무력증 환자들을 소개한다. '환자'라고 해도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아주 동떨어진 예는 아니다. 나만 해도 이 중에서 두세개 증세는 가지고 있으니까.


나는 검은색, 회색, 짙은 갈색 등 무난한 색상만 추구하고, 멋보다도 실용성을 우선시하는 '패션 우울증' 환자다. 옷이든 가방이든 구두든 스타일과 색상이 무난한 것뿐. 연예인이나 모델들이 멋진 옷을 입은 모습을 볼 때마다 '나도 저렇게 입어보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만 현실로 이룬 적은 별로 없다. 이렇게 무난하고 실용적인 옷만 입는 사람에 대해 저자는 규칙에 구속되기를 좋아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심리가 있다고 진단한다.


고치는 방법은 간단하다. '변화를 시도하라'! 목걸이나 신발, 숄 등으로 포인트를 주고, 이번엔 재킷, 다음엔 스커트,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하나씩 새로운 아이템에 도전해 보는 것이다. 차분한 색을 유행하는 색과 조합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옷 입는 스타일을 바꾸면 보이는 모습뿐 아니라 마음가짐도 달라지고 생활도 바뀐다. 우울증에 걸려있던 마음이 활력을 되찾는다. 정말 그럴까? 밑져야 본전. 한번 시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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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위대한 연설
제이콥 필드 지음, 최재용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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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하면 나는 故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유명한 문장을 남긴 이 연설을 볼 때마다 나는 가슴이 벅차오르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용기를 주는 연설이 있는가 하면, 역사를 바꾼 위대한 연설도 있다. 영국의 역사가 제이콥 필드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연설>에는 페리클레스, 알렉산더, 한니발, 율리우스 카이사르 등 고대의 인물부터 정복왕 윌리엄, 술탄 사라딘, 엘리자베스 1세, 올리버 크롬웰, 조지 워싱턴, 나폴레옹, 처칠, 드골, 루스벨트 등 서양의 역사, 정치상 주요 인물들의 연설이 실려 있다. 아시아인로는 마오쩌둥, 호찌민, 그리고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시대를 풍미하고 역사를 바꾼 연설을 그저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설이 나온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과 그로 인한 결과까지, 즉 전후설명까지 꼼꼼하게 제시한 점이 좋았다. 뿐만 아니라 성공한 연설말고도 전쟁에 패배한 후의 연설이나 독재자, 실패한 지도자의 연설까지 실어 역사를 다각도로 보게한다.


히틀러의 연설이 그렇다. 1939년 8월, 히틀러는 베르사유 조약을 파기하고 폴란드를 침공했다. 책에 실린 연설은 침공 당일 히틀러가 독일 의회에서 전쟁을 정당화하고 선동하기 위해 한 연설이다. "독일의 안전과 권리를 확보할 때까지, 저는 계속 싸울 것입니다", "나의 모든 생애는 독일 국민들을 위하고, 독일의 재건을 위한 긴 투쟁일 뿐입니다", "우리가 강력한 의지를 품고 모든 고난과 역경을 견뎌낸다면, 우리의 의지와 독일 제국은 승리하고야 말 것입니다" 등 문장 자체는 틀리지 않았지만, 그 결과는 폴란드 분할, 유럽 점령, 소련 침략, 유대인 학살,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연설은 역사를 바꿀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힘을 옳은 방향으로 쓸지, 옳지 않은 방향으로 쓸지는 어디까지나 사람이 결정할 몫이다. 내가 뽑은 정치인이 그저 듣기 좋은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늘 귀기울여 들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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