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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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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는 인간>은 199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가 지난 50년 동안의 독서 체험을 주제로 한 강연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은 처음엔 재미있었고, 중간엔 슬펐으며, 마지막엔 마음이 무거웠다. 


  처음에 재미있었던 건 저자가 어린 시절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으며 소년다운 모험심과 용기를 길렀다는 대목이다. 1935년생인 저자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기 직전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난한 가정 형편과 어두운 사회 분위기에 짓눌려 있던 소년에게 어머니가 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소중한 보물이자 현실과는 다른 세상을 보는 유일한 창구였을 터. 오에 소년의 들뜬 마음이 전해져 나까지 마음이 즐거웠다.


  그랬던 소년이 <프랑스 르네상스 단장>을 읽고 불문학의 매력에 심취하고 <포 시집>이며 <엘리엇> 등을 읽으며 작가의 꿈을 키워나가는 대목까지도 재미있었는데, 장애를 가진 장남을 키우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어려움을 겪고, 발전만을 부르짖으며 미친듯이 내달리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에 따라가지 못한 저자가 오로지 책과 글 속에서만 위안을 찾는 대목은 슬프기 그지 없었다. 


  특히 아내의 오빠이자 둘도 없는 친구였던 영화 감독 이타미 주조가 자살한 대목은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 인터넷에 검색해봤더니, 구로사와 아키라의 뒤를 잇는 영화 감독으로 인정받던 이타미는 일본의 조직폭력단 관련 영화를 찍었다가 린치를 당한 적도 있고 끝내는 의문의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오늘 처음 이타미의 생애에 대해 알게 된 나도 이렇게 가슴이 허한데, 절친한 친구였던 저자는 얼마나 허망하고 마음이 아팠을까.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로서 지식인으로서 꿋꿋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존경스럽고 감동적이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불문학이며 철학 등을 혼자서 꾸준히 공부했으며, 그 결과를 자신의 작품에 반영하기도 했다. 작품 또한 평단으로부터 비판을 받거나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받아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꾸준히 구축해나갔다. 


  무엇보다 대단한 건 어려서부터 국가주의와 천황제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저자가 지금도 점점 우경화되는 일본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지식인으로서 할 말은 한다는 것이다. 천황이 수여하는 문화 훈장은 받지 않고,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소신 있는 발언을 했다는 오에 겐자부로. 그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런 작가가 일본에 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지고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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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적 글쓰기 -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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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박사' 서민 교수가 소위 '글 좀 쓰는' 인기 작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일본 만화 <슬램덩크>를 닮았다. 글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의대생이 사람들 - 주로 아리따운 여인들 - 과 소통하기 위해 글을 쓰다가 글쓰기의 매력에 사로잡혀 얼렁뚱땅 첫 책을 내고 거듭된 시행착오 끝에 출판계는 물론 신문과 방송, 강연계를 평정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다! 어쩐지 할 줄 아는 거라곤 주먹 쓰기뿐이던 강백호가 채소연의 마음을 얻기 위해 농구부에 들어갔다가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농구의 매력에 빠져 진정한 농구인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닮았다.


  

  강백호가 농구를 잘하게 된 건 (강백호 자신이 공언하는 대로) '천재'여서였을지 몰라도, 서민 교수가 인기 작가가 된 건 노력의 결실이다. 책을 읽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서른이 될 때까지 책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던 저자는 글쓰기에 대한 욕구만은 참지 못해 학창 시절에 친구에게 쪽지를 쓴다든가 대학 시절 교지 편집에 참여하는 식으로 글쓰기를 계속 했다. 젊은 시절 운좋게 몇 권의 책을 냈고 그 때마다 많은 인세와 높은 명성이 아닌 줄어드는 관심과 끝을 모르고 떨어지는 자존감을 얻었지만 읽고 쓰기를 완전히 그만두진 않았다. 



  저자는 자신의 글쓰기를 '지옥훈련'이라 일컫는다.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노트와 볼펜을 가지고 다니며 글감이 떠오를 때마다 적는 게 지옥훈련의 실체"(p.11) 이다. 이 무슨 '수능 만점자가 교과서로만 공부했다'는 식의 이야기인가 싶지만, 교과서로만 공부하기가 어렵듯이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글감이 떠오를 때마다 적는 일은 결코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더군다나 저자는 신문도 읽고 블로그 글도 읽고 포털 게시판도 읽고 인터넷 서점 리뷰도 읽는 등 평소 책 말고도 읽는 것이 많다. 게다가 책이며 신문 칼럼, 인터넷 서점 블로그 등 글을 쓰는 곳도 많다. 강백호도 지옥훈련 수준으로 연습을 열심히 하긴 했지만 농구부 주장 채치수의 지도도 있었고 그를 도와주고 받쳐주는 동료들도 있었다. 저자는 오로지 혼자서 지옥훈련을 견뎠다.



  "10년 전 생각이 난다.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다니던 그 춥던 시절. 그 시절에 비하면 책을 내주겠다는 출판사가 여럿 있는 지금은 내 인생의 전성기가 아닐는지. 물론 글에도 유효기간이 있을 테고, 사람들이 내 글에 식상해지는 날도 머지않아 오겠지만, 그때까지는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 너무 말없이 지낸 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내겐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p.250)



  저자는 비록 지금은 인기 작가라는 소릴 들어도 언젠가는 자신의 글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되든 아니든 간에 나는 그가 계속 글을 쓸 것이라고 믿는다. 한때는 여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인기 작가라는 명성을 얻기 위해 글을 썼을지 몰라도,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글, 쓰면서 즐기고 다 쓰고 다시 읽으면서 즐거운 글을 쓰게 된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슬램덩크>의 강백호도 고교 제패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부상이 발목을 잡아도 재활 치료를 받으며 씩씩하게 앞날을 기약했던 기억이 난다. 저자도 그렇게 그동안의 역경을 이겨왔을 터. 저자의 다음 번 '슬램덩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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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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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나 지금이나 친구가 곁에 없어 외로운 적은 없었다. 보통 전학을 하면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고 하는데, 나는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때 전학을 한 번 했지만 첫날부터 여러 명의 친구를 사귀었고 이듬해엔 반의 부반장이 되기도 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반장이며 동아리 부장을 도맡아 해서 주변에 친구들이 없는 날이 드물었다. 그 때에 비하면 성인이 된 후에 사귄 친구들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대학 수업을 들을 때나 동아리 활동을 할 때도 사람을 쉽게 사귀는 편이었고, 사회에 나온 후에도 그랬다. 



한데 책을 좋아하고부터는 외롭다는 생각을 부쩍 한다. 회사에서 책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리 만무하고, 친구들을 만나도 내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외롭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볼까 싶기도 하지만, 일하면서 틈틈이 책 읽고 서평 쓰는 것도 벅찬데 다른 사람들까지 만날 여유가 없다. 그러니 블로그나 인터넷 서점에서 책 이야기를 나누는 곳에 끼어들거나, 책 관련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남이 하는 책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는 것이 책 때문에 생긴 외로움을 해소할 유일한 수단일밖에.



정민의 <책벌레와 메모광>을 읽으면서 이런건 핑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미쳐 손에서 책을 놓지 못 했던 책벌레들, 숨 쉬듯 읽고 밥 먹듯 메모한 메모광들의 이야기를 엮은 이 책에서, 나는 외로운 데다가 배까지 고픈 데도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들의 열의와 정성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배지에 있는 몸이면서도 제자들에게 학문을 권하다 못해 독촉했던 독한(!) 선생 정약용이며, 추운 겨울 마당에 눈 쌓이는 것도 모르고 글 읽기에 심취했던 이덕무, 그리고 그 먼 열하에 다녀오는 길에도 좋은 생각이 날 때마다 말을 멈추고 붓과 벼루를 꺼내 메모를 했다는 박지원 등의 삶에는 외로움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덕무는 열여덟 살 때 자신의 거처에 구서재란 이름을 붙였다. 책과 관련된 아홉 가지 활동이 이루어지는 집이라는 뜻이다. 그 아홉 가지 활동은 바로 독서, 간서, 초서, 교서, 평서, 저서, 장서, 차서, 포서였다. (p.112)



조선의 르네상스인 정조 시대에 자타가 공인하는 책벌레였던 이덕무는 책을 그저 읽기만 한 게 아니었다. 그는 '구서재'라고 이름 붙인 자신의 거처에서 책을 낭독하고, 눈으로 묵독하고, 베껴 쓰고, 교정 보고, 비평하고, 집필하고, 소장하고, 대여하고, 진짜 '책벌레'에 상하지 않게 잘 관리했다. 이 중에 내가 하는 활동이라고는 눈으로 묵독하는 간서와 베껴 쓰는 초서(그것도 책 전체를 베껴 쓰는 게 아니라 인상 깊은 구절만 짧게 베껴 쓰는 정도다), 읽고 난 감상을 적는 것도 넓게 봐서 비평이라면 평서, 소장하는 장서, 빌려 읽는 차서 정도. 책벌레 때문에 책이 상한 적은 없지만 종이가 누렇게 바래지 않도록 천이나 신문지로 덮어놓는 것도 포서에 속할까.



글을 쓸 때 자리 옆에 늘 궤 하나를 놓아두고, 책을 읽다가 의혹이 생기거나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붓으로 적어 그 안에 던져두곤 했다. 쌓아둔 지 오래되니 없어질까 걱정되어 베껴써서 <독기>라 하고, 질문을 기다린다. (<독기> 중에서 저자가 인용한 글, p.145)



메모를 하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선조들이 추천하고 저자가 직접 경험한 바 있는 메모법은 '독기'다. 독기란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적어서 상자나 옹기 같은 데에 넣어두었다가 어느 정도 모이면 주제별로 분류해 책으로 묶는 것이다. 저자는 이 방법을 활용해 <마음을 비우는 지혜 - 명청청언소품>이라는 책을 집필한 바 있고,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메모를 정리할 때 유난히 <유몽영>이라는 책의 내용이 많은 것을 깨닫고 이 책도 찾아 번역했다.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는 영원히 기억할 것 같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생각들을 붙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리해 책으로 만들 수도 있다니 일석이조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을 만큼 길게 한가한 때를 기다린 뒤에야 책을 편다면 평생 가도 책을 읽을 만한 날은 없다. 비록 아주 바쁜 중에도 한 글자를 읽을 만한 틈이 생기면 한 글자라도 읽는 것이 옳다. (홍석주의 말을 저자가 인용, p.214)



오늘의 청와대 비서관에 해당하는 승지에 오른 인물이자 평생 읽은 책을 목록으로 만들고 각 책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 책 <홍씨독서록>을 남기기도 한 홍석주의 글은 책벌레와 메모광에 관한 글 모두를 통틀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나중에 읽어야지, 시간 나면 읽어야지, 휴가 때 읽어야지, 회사 그만두면 읽어야지, 은퇴하면 읽어야지...... 그런 결심을 실제로 실행한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있다 해도 나는 그런 사람보다, 읽고 싶을 때 읽는 사람, 지금 당장 책을 읽는 사람이 되고 싶다. 책이란 게 언제나 거기 그대로 있을 듯한 사물 같지만, 시간과 공간, 무엇보다 인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책이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나는 왜 내 곁에 늘 책이 있는데도 외로워했던 것일까. 그동안 내 안에도 책을 그저 평범한 사물로 여기는 마음이 있었던 것일까. 책 읽는 시간을 애인과 정을 나누는 순간처럼 소중히 여기고, 기록하는 일을 사랑하는 이의 고백을 받아 적는 것처럼 황홀하게 여겼던 이들에 비하면 난 아직 멀어도 한참 멀었다. 삶에서 책을 빼면 아무것도 없다고 여긴 책벌레와 메모광의 길을 나도 따라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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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1-08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읽으며 외로웠던 마음들을 키치님의 글 속에서 만나게되 내심 반가운(?)마음이 들었어요. 저도 이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빨리 읽어봐야겠습니다. 꿀밤되세요 키치님^~^
 
문구의 모험 - 당신이 사랑한 문구의 파란만장한 연대기
제임스 워드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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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꽤 오랫동안 어머니는 매일 아침 손수 깎은 연필을 내 필통에 채워주셨다. 그런 어머니 속을 알 턱이 없는 나는 그저 샤프펜슬을 쓰는 친구들을 부러워했고, 겨우 샤프펜슬을 손에 넣었을 때는 볼펜이며 알록달록한 색상의 잉크 펜을 몇 개씩 가진 친구들을 동경했다. 좀 더 머리가 크고 나서는 펜뿐만 아니라 필통, 노트, 수첩, 다이어리 등 온갖 문구류에 탐닉했고, 새 학기가 되거나 시험이 끝날 때마다 그 핑계로 새로운 문구를 사는 게 삶의 낙이자 기쁨이었다.



지금도 문구를 퍽 좋아해서 서점에 들를 때마다 근처에 있는 문구 코너를 빼놓지 않고 둘러보곤 한다. 이제는 샤프펜슬이며 노트를 꾸밀 때 쓰는 예쁜 색의 잉크 펜을 살 일도 없고, 노트며 수첩도 어디서 선물이나 증정품으로 받은 걸 쓰기 일쑤지만, 그래도 디자인이 예쁘거나 새로운 기능이 첨가된 문구를 보면 기분이 들뜨고, '나 학교 다닐 때 이런 게 나왔으면 얼마나 좋아' 하는 생각에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든다(마음만이다). 

 


영국의 오프라인 문구류 품평회 '런던 문구 클럽'의 창설자 제임스 워드가 쓴 <문구의 모험>은 볼펜, 스테이플러, 클립, 형광펜 등 이제는 삶의 일부처럼 친숙하고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으로 자리 잡은 문구의 역사와 그 속의 드라마를 소개한다. 클립이 오늘날의 형태로 자리 잡기 전에 얼마나 많은 디자인이 선보였는지, 가격도 저렴하고 기능도 좋은 빅 크리스털 볼펜(내 책상 서랍에도 몇 개나 있다)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기 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는지 등을 알 수 있었다. 에버 노트 등 노트 앱의 출현이 노트며 수첩에 미치는 영향, 이케아 매장에 비치한 연필을 고객들이 몇 개나 사용하는지(혹은 훔쳐 가는지) 같은 이야기도 실려 있어 흥미로웠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최신 기기의 잇단 출현으로 펜이며 노트 같은 기존의 문구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연말연시마다 불티나게 팔렸던 달력과 다이어리도 최근에는 매출이 급감해 생산량이 대폭 줄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문구는 죽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펜은 터널에 들어가더라도 작동이 중단되는 일이 없고, 노트는 배터리가 없어도 언제든지 보고 기록할 수 있다. 아이폰6 같은 최신 기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캘리그라피, 북아트, 컬러링 같은 아날로그적 취미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을 봐도 문구는 죽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스마트 기기에는 어머니가 손수 연필을 깎아주었다거나, 용돈을 모아서 갖고 싶던 노트나 필통을 샀다거나 하는 추억이 없지 않은가. 아니, 요즘 학생들에게는 용돈을 모아서 갖고 싶던 스마트 기기를 샀다는 추억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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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 국정운영을 말하다
시진핑 지음, 차혜정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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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정치며 외교에 관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학부 때 전공이 정치외교학이었던 이유로 국제정치에 관한 뉴스는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잘 안 된)다.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 이 책은 서점에서 처음 보자마자 인상에 남았다. (출판사에는 미안하지만) 2015년에 나온 책이라는 사실을 믿기 힘든 표지 디자인 때문이다. 문구나 장식은커녕 배경조차 없이 미색 표지에 시진핑 주석의 초상화만 달랑 있는 표지를 보고 누가 잊을 수 있을까. 500쪽이 넘는 두께는 문제도 아니었다.



그러나 내용은 표지를 보고 예단해선 안 될 정도로 중요하고 진지하다. 2015년 현재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최고지도자 시진핑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행한 중요 연설, 담화, 발언, 문답, 회시, 축하 서신 등을 79편이나 소개한 이 책은 중국이 중국 공산당 창립 1백 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소강사회’를 전면적으로 달성하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최고지도자의 입과 손에서 나온 말과 글을 통해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주제가 진지하고 책이 워낙 두꺼워서 읽기가 힘들 줄 알았는데, 중간중간 짧은 길이의 글도 나오고 시진핑 주석의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모습을 담은 컬러 사진도 다수 실려 있어서 마냥 힘들지만은 않았다. 한 나라의 지도가가 읽고 쓰는 글을 실제로 볼 기회가 전혀 없는데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중국이 최근 몇 년 동안 어떤 문제를 안고 있었으며 앞으로 어떤 사회를 이룩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중국 전문가가 아니라서 책에 나오는 단어나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시진핑이(정확히는 중국 공산당이) 중국을 어떤 나라로 만들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 주석과 목차도 깔끔하고 알차게 정리되어 있어서 중국의 정치, 역사, 문화를 공부하거나 중국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좋은 학습 자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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