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봉황 선덕여왕
김용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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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봉황 선덕여왕>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의 탄생 전부터 사후까지를 다룬 책이다. 신라 시대의 대표적인 사적인 삼국유사, 삼국사기, 화랑세기에 기반하며, 시중에 나와있는 선덕여왕 관련 도서들이 대부분 픽션인 것과 달리 학문적인 입장에서 다룬 논픽션이라는 점이 다르다. 공주 출신 여왕인만큼 화려하고 편안한 삶을 살았을 줄 알았는데, 책에서 보니 선덕여왕은 왕위에 오르는 과정도 험난했고, 왕위에 있는 동안에도 고구려, 백제와의 경쟁과 내부 세력의 견제로 편할 틈이 없었다. 심지어는 선덕여왕의 죽음에 관해 제대로 된 기록이 없을 정도라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무거웠다.

 


요 근래 선덕여왕에 대한 글과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 사람들이 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원시 신앙이나 미신에 의존했으며, 신라의 경우 성(性)에 매우 개방적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 신라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덜 문명화된 국가였지만, 이렇게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는 지도자가 있고, 자신들을 보살피는 지도자가 누구인지 알고 우러러 본 백성이 있었다는 점에서는 지금과 같거나 더 나았는 지도 모르겠다. 법과 예절에 대한 관념도 없었던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알고 반응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인간은 참 오묘하고 신기한 존재인 것 같다. 그런 인간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져 나라를 지키는 천신이 된 선덕여왕이 고맙고 또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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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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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네팔의 가난한 마을에 학교와 도서관을 지어줍니다." 나쁘지 않았다. 사실 마음에 들었다. 나는 목욕탕 거울로 걸어가 파티에 있는 나 자신을 상상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저는 네팔의 가난한 마을에 학교와 도서관을 짓는 기관을 조직하고 경영합니다." 나는 똑바로 일어나서 대답했다. 정답이다! 만일 누군가가 나를 비난한다면 나는 그것을 무시할 것이다. 게다가 히말라야에서는 누가 무엇을 하는지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 따위는 많지 않을 것이다. (p.80)

 


<히말라야 도서관>의 저자 존 우드는 켈로그 경영대학원을 졸업, 호주 마이크로 소프트 및 중국지사 이사 출신의 소위 말하는 엘리트다. 그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다가 우연히 시설이 조악한 현지 학교와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민망할 정도로 책이 없는 도서관을 발견했다. 충격을 받은 그는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끔 하는 데 자신의 삶을 바치기로 결정했다.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를 그만두고 오지에서 도서관을 세운다? 미친 소리 같지만, 그는 현재까지 네팔을 시작으로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 등 8개 국, 2,200여 개의 커뮤니티에 7,000개 이상의 도서관을 설립했고, 그 덕분에 3백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혜택을 입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해낸 것이다.

 

 
존 우드가 1997년에 베트남에서 만난 소년 부(vu)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부는 호텔에서 오후 6시부터 오전 7시까지, 1주일에 6일을 일하는 힘든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돈을 모아서 컴퓨터 수업을 받고, 호텔에 머무는 관광객들에게 영어를 배우며 열심히 살았다. 존 우드는 그의 열정과 노력에 감동해 장학금을 주었다. 그의 도움으로 부는 소원하던 대학에 진학했고, 베트남 국립철도공사의 직원이 되었으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석사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가 부에게 준 것은 몇 푼의 돈이었지만, 부는 그에게 돈보다 더 값진 '기회'를 받았다. 

 

 

책에는 이밖에도 존 우드가 네팔에 도서관을 지어주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와 이후 '룸 투 리드(room to read)'라는 재단을 만들어 대규모 공익 사업으로 발전시킨 과정 등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그는 이 일을 하기 위해 좋은 직장과 고액의 연봉, 안락한 생활, 연인까지 포기했다. 하지만 그의 뜻을 존중해주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었고, 그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조력자들도 나타났다. 그의 말대로 '최악의 선택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 못할 이유 말고 해야 할 이유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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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 일상에서 찾는 28가지 개념철학
황상윤 지음 / 지성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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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대학 졸업하면 뭐 할 거니?" 친척 어른이 물으신다. 우물쭈물 대답을 못 하고 있는 내 옆에서 다른 어른들이 나서서 한 마디씩 거드신다. "당연히 직장에 들어 가야지! 근데, 정외과 나와서 어디 취직하니?" (그러게요) "요즘은 공무원 시험이 대세야." (이미 대세인데, 저까지 따를 필요 뭐 있나요) "여자는 선생님이 최고다. 교직이수는 했니?" (학점 따기도 바빴어요)

 

걱정이 되어 하시는 소리겠지만, 당사자인 나의 귀에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다. 아니, 우선 '대학 졸업'과 '취업'의 상관관계를 잘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대학에서 취업을 잘 하는 방법 내지는 취업의 당위성에 대해 배우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암기식 교육의 폐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지, 사회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등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이런 고민이 전제되어야 직장에 들어 가든가 공무원 시험을 보든가 하는 것 아닌가?

 

왜 내게 그런 고민을 해 본 적이 있느냐고, 고민의 답을 얻었느냐고 묻는 어른은 없는걸까?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을 해야한다고 믿는 관습 때문일 수도 있고, 타자의 고민을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기심 때문일 수도 있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야 정신적인 수양도 가능하다는 유물론적 사고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는 제대로 된 철학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는 철학과 일상을 접목한 철학 입문서다. 저자인 황상윤은 철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일반인들이 철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뜬구름 잡는 철학'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의 바람대로 이 책에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자의 사상들이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다. 책을 읽으며 철학이 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끊임 없이 고민해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문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모이고 모여 한 사람의 삶이 된다. 결국 생각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다른 삶을 만들어 나간다. 즉 다른 철학이 다른 삶을 만든다. (p.43)  
   




저자는 철학 사상을 설명함에 앞서 '짬뽕을 먹을까, 자장면을 먹을까?', '송혜교와 전지현 중 누가 더 예쁜가?', '슈퍼맨은 인간일까, 아닐까?' 하는 문제들을 던진다. 쉬워 보이지만 금방 답할 수 없다. 금방 답하더라도, 그것이 정답인지 아닌지를 알기는 어렵다. 답이 정답이 되기 위해서는 정당한 근거가 필요한데, 그 정당한 근거라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나 기호일 수도 있고, 도덕적인 관습일 수도 있고, 개념적인 문제일 수도 있으며, 이는 또 다시 정당한 근거를 정당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낳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책은 이토록 어렵고 복잡한 철학적인 사고를 어렵고 복잡하게 쓰고 있지만, 이 책은 가벼운 소재와 친근한 어투로 유쾌하고 풀어썼기 때문에 철학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철학, 인간, 도덕에 대한 문제에서 시작하여 유물론에서 이어지는 경제, 그리고 정치에 대한 이야기로 결론을 맺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철학은 언뜻 우리네 삶과 동떨어진 문제처럼 보이고, 경제나 정치처럼 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학문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경제와 정치는 철학에 기반하고 있으며(애덤 스미스는 도덕철학자였고, 정치학의 원래 이름은 정치'철학'이었다), 하물며 과학과 수학 같은 자연과학도 철학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기억하자. (초기 과학은 종교가 아닌 이성의 힘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됐다.)

 

'철학이 내 삶의 나침반이듯이 독자들도 이 책 속에서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삶의 나침반으로 삼을 만한 가치관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당부처럼 살고 다른 이들과 어울리며 직업을 가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철학에 대한 고민은 '나침반'처럼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다시 전공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철학을 공부해보고 싶다. 어떤 학문을 공부해도 철학과 이어지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는 그런 갈증과 미련을 조금이나마 달래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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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수국水國 프로젝트 - 경제를 일으켜 조선을 구하다 한국사를 바꾼 인물 2
장한식 글, 조창배 그림 / 행복한나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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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 년 우리 역사상 최고의 무장, 이순신.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과 김훈의 '칼의 노래' 등 최근까지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재해석 되고 있는 그의 모습은 대부분 무관으로서의 강직함과 나라에 대한 충성, 뛰어난 용병술 정도이다. 그래서 경제, 위기관리 리더십 같은 말들이 어쩐지 그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니 이순신이야말로 시대를 앞서간 경제 전문가였으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라는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위기관리 리더십을 여실히 보여준 인물이었다는 저자의 주장에 절로 수긍이 갔다.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에 올랐지만 조정의 지원은 사실상 전무하였다. 병사를 모으고 먹이고 입히고, 함대와 무기를 만드는 전쟁 수행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 처리해야 하였다. 나라에서 물자를 주지 않으면 백성들로부터 빼앗아 군량미와 병장기를 조달하는 것이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동양군대의 전통이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달랐다. 조정의 도움 없이도 완벽한 자급자족 체제를 만들어 대처하였다. 이순신의 비범성과 위대함은 바로 이런 점에 있다. 전쟁하는 재주가 뛰어났다고만 칭송하는 것은 피상적인 평가일 뿐이다.

 

 

이순신은 원래 문관이 되고자 했지만, 낙방을 여러 번 거듭한 끝에 무과에 응시하여 32살에 급제하였다. '선비형 무장' 답게 그는 일본과의 전쟁에 있어 장기적인 물자 수급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한산도를 중심으로 둔전책, 수산물 조달, 무역 재개, 공업 생산력 확충 등 다양한 경제책을 실시했다. 이제까지 무관, 장수로서의 이순신만 알고 있었는데, 농업은 물론 당시에는 천대 받았던 수산업, 무역, 공업 등의 중요성을 이해하여 전쟁을 대비하는 동시에 인근 지역 주민들의 민생을 크게 개선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경제 전문가적인 면모 외에도 전쟁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로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는가 하는 내용도 나온다. 이 책은 임진왜란의 발발 배경과 당시 조선의 대응, 전쟁의 시작과 진행, 일본의 재침, 이순신의 최후, 결말에 이르는 전쟁의 전 과정을 다루고 있다. 7년이라는 긴 전쟁 기간 동안 일본은 완전히 물러갈 줄을 몰랐고, 원균이라는 라이벌이 있었으며, 조정마저 이순신의 공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견제하기까지 했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이순신은 전쟁에서 이기겠다는 일념 하나로 최선을 다했고, 지도자로서 자신의 감정을 쉬이 드러내거나 비겁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자신만을 믿고 따르는 병졸들과 백성들을 아끼며 묵묵히 전쟁을 치렀다. 그런 이순신의 인품에 새삼 감동했다.

 

그리고 이순신은 죽음마저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저자는 책에서 여러 근거를 들어 이순신의 죽음이 조정의 견제에서 비롯된 타살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는데, 무엇이 진실이든 간에 그가 편안히 눈 감지는 못했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단순히 한 무장이 세상을 떠났다는 의미를 넘어, 이후 조선의 역사를 바꿀(혹은 멈출)만큼 큰 영향을 가진 것이었다는 것도. 



책에는 난중일기와 실록, 장계 등의 사료를 저자가 일일이 분석한 내용이 설명의 근거로서 제시되어 있다. 왕에게 올리는 장계는 왕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견을 내야 하는 문서인 만큼 행간을 읽는 것이 중요한데 중요한 부분마다 저자의 해석이 있어서 읽기에 편했다. 또한 지도는 물론, 이순신이 주로 활동하였던 한산수국의 현재 모습과 관련 유적들의 사진들이 실려 있어서 책의 내용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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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심다 - 박원순이 당신께 드리는 희망과 나눔
박원순 외 지음 / 알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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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은 선물은 나중에 풀어보듯이, 혹은 가장 좋아하는 반찬은 아껴뒀다가 나중에 먹는 마음이었다고나 할까? [희망을 심다] 는 대략 한 달에 걸쳐 읽었다. 사진이나 삽화가 많지 않고 4백 여 쪽 꼬박 활자로만 채워져있는 탓(?)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왠지 그 동안의 방황을 끝내고 박원순 변호사님이 가시는 길에 나 자신을 심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희망을 심다] 는 현재 ‘희망제작소’에 몸담고 계신 박원순 변호사님과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님의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뷰 형식으로 쓰여 있기 때문에 구어체라서 읽기 편하고, 독자가 궁금해 할 법한 질문들을 바로바로 지승호 님이 물으셔서 속 시원(!)했다.

 

책에는 변호사님의 어린 시절부터 대학교 때 학생 운동을 하다가 구치소에 수감된 일, 우여곡절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검사가 되었지만 일 년 만에 그만두고 인권 변호사가 된 일, 유학, 참여연대 시절, 아름다운가게와 지금의 희망제작소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삶의 기록이 담겨 있다. 순박한 시골 소년이 한국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칠 만한 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이 뭉클했다. 이제까지 쓰신 책만 해도 수십 권에 달하지만, 인터뷰 형식인데다가 변호사님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적힌 책은 [희망을 심다] 가 처음이지 않나 싶다. (변호사님의 책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희망을 심다] 에는 젊은이들에게 주는 충고, 사법계와 한국 시민운동에 대한 생각 등 구체적인 이야기부터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한 제언까지 폭 넓은 내용이 담겨있다. 그래서 읽는 이에 따라 인상 깊은 부분이 다를 것 같다. 나는 한국 시민운동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운동’이라고 하면 이념이나 과격한 시위를 먼저 떠올리는데, 박 변호사님은 생활 습관을 바꿀 것을 제안하거나 재미있는 이벤트를 마련하여 시민들이 쉽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운동’ 문화를 만드시지 않았나 싶다.

 

대학교 1학년 때, 아름다운가게 ‘나눔장터’(벼룩장터와 비슷한 개념)에서 활동천사로 참여한 적이 있다. 교육을 받으며 활동에 대한 안내를 들을 때만 해도 시민들이 얼마나 많이 참여할지 의문스러웠는데, 예상 외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행사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감동마저 느꼈던 것이 떠오른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작든 크든 아름다운가게와 희망제작소의 활동에 참여하거나 관심을 가진 적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이런 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희망의 씨앗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서울 법대, 사법고시 합격, 검사 출신이라는 명예와 영광을 버리고 고달픈 시민운동가의 길을 택한 박원순 변호사님의 삶은 그 자체가 이 사회에 몇 안 되는 희망의 증거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 물질적, 문화적으로 혜택을 받고, 대학 교육까지 받은 것은 하늘이 주신 복(福)이나 선물 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멍에이고 부담이다. [희망을 심다] 를 읽으면서, 이 멍에를 지고 ‘살아갈지’, 아니면 멍에의 무게조차 느끼지 못하고 ‘죽어갈지’ 고민하는 것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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