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수국水國 프로젝트 - 경제를 일으켜 조선을 구하다 한국사를 바꾼 인물 2
장한식 글, 조창배 그림 / 행복한나무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오천 년 우리 역사상 최고의 무장, 이순신.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과 김훈의 '칼의 노래' 등 최근까지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재해석 되고 있는 그의 모습은 대부분 무관으로서의 강직함과 나라에 대한 충성, 뛰어난 용병술 정도이다. 그래서 경제, 위기관리 리더십 같은 말들이 어쩐지 그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니 이순신이야말로 시대를 앞서간 경제 전문가였으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라는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위기관리 리더십을 여실히 보여준 인물이었다는 저자의 주장에 절로 수긍이 갔다.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에 올랐지만 조정의 지원은 사실상 전무하였다. 병사를 모으고 먹이고 입히고, 함대와 무기를 만드는 전쟁 수행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 처리해야 하였다. 나라에서 물자를 주지 않으면 백성들로부터 빼앗아 군량미와 병장기를 조달하는 것이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동양군대의 전통이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달랐다. 조정의 도움 없이도 완벽한 자급자족 체제를 만들어 대처하였다. 이순신의 비범성과 위대함은 바로 이런 점에 있다. 전쟁하는 재주가 뛰어났다고만 칭송하는 것은 피상적인 평가일 뿐이다.

 

 

이순신은 원래 문관이 되고자 했지만, 낙방을 여러 번 거듭한 끝에 무과에 응시하여 32살에 급제하였다. '선비형 무장' 답게 그는 일본과의 전쟁에 있어 장기적인 물자 수급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한산도를 중심으로 둔전책, 수산물 조달, 무역 재개, 공업 생산력 확충 등 다양한 경제책을 실시했다. 이제까지 무관, 장수로서의 이순신만 알고 있었는데, 농업은 물론 당시에는 천대 받았던 수산업, 무역, 공업 등의 중요성을 이해하여 전쟁을 대비하는 동시에 인근 지역 주민들의 민생을 크게 개선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경제 전문가적인 면모 외에도 전쟁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로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는가 하는 내용도 나온다. 이 책은 임진왜란의 발발 배경과 당시 조선의 대응, 전쟁의 시작과 진행, 일본의 재침, 이순신의 최후, 결말에 이르는 전쟁의 전 과정을 다루고 있다. 7년이라는 긴 전쟁 기간 동안 일본은 완전히 물러갈 줄을 몰랐고, 원균이라는 라이벌이 있었으며, 조정마저 이순신의 공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견제하기까지 했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이순신은 전쟁에서 이기겠다는 일념 하나로 최선을 다했고, 지도자로서 자신의 감정을 쉬이 드러내거나 비겁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자신만을 믿고 따르는 병졸들과 백성들을 아끼며 묵묵히 전쟁을 치렀다. 그런 이순신의 인품에 새삼 감동했다.

 

그리고 이순신은 죽음마저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저자는 책에서 여러 근거를 들어 이순신의 죽음이 조정의 견제에서 비롯된 타살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는데, 무엇이 진실이든 간에 그가 편안히 눈 감지는 못했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단순히 한 무장이 세상을 떠났다는 의미를 넘어, 이후 조선의 역사를 바꿀(혹은 멈출)만큼 큰 영향을 가진 것이었다는 것도. 



책에는 난중일기와 실록, 장계 등의 사료를 저자가 일일이 분석한 내용이 설명의 근거로서 제시되어 있다. 왕에게 올리는 장계는 왕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견을 내야 하는 문서인 만큼 행간을 읽는 것이 중요한데 중요한 부분마다 저자의 해석이 있어서 읽기에 편했다. 또한 지도는 물론, 이순신이 주로 활동하였던 한산수국의 현재 모습과 관련 유적들의 사진들이 실려 있어서 책의 내용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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