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희망을 심다 - 박원순이 당신께 드리는 희망과 나눔
박원순 외 지음 / 알마 / 2009년 4월
평점 :
제일 좋은 선물은 나중에 풀어보듯이, 혹은 가장 좋아하는 반찬은 아껴뒀다가 나중에 먹는 마음이었다고나 할까? [희망을 심다] 는 대략 한 달에 걸쳐 읽었다. 사진이나 삽화가 많지 않고 4백 여 쪽 꼬박 활자로만 채워져있는 탓(?)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왠지 그 동안의 방황을 끝내고 박원순 변호사님이 가시는 길에 나 자신을 심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희망을 심다] 는 현재 ‘희망제작소’에 몸담고 계신 박원순 변호사님과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님의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뷰 형식으로 쓰여 있기 때문에 구어체라서 읽기 편하고, 독자가 궁금해 할 법한 질문들을 바로바로 지승호 님이 물으셔서 속 시원(!)했다.
책에는 변호사님의 어린 시절부터 대학교 때 학생 운동을 하다가 구치소에 수감된 일, 우여곡절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검사가 되었지만 일 년 만에 그만두고 인권 변호사가 된 일, 유학, 참여연대 시절, 아름다운가게와 지금의 희망제작소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삶의 기록이 담겨 있다. 순박한 시골 소년이 한국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칠 만한 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이 뭉클했다. 이제까지 쓰신 책만 해도 수십 권에 달하지만, 인터뷰 형식인데다가 변호사님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적힌 책은 [희망을 심다] 가 처음이지 않나 싶다. (변호사님의 책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희망을 심다] 에는 젊은이들에게 주는 충고, 사법계와 한국 시민운동에 대한 생각 등 구체적인 이야기부터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한 제언까지 폭 넓은 내용이 담겨있다. 그래서 읽는 이에 따라 인상 깊은 부분이 다를 것 같다. 나는 한국 시민운동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운동’이라고 하면 이념이나 과격한 시위를 먼저 떠올리는데, 박 변호사님은 생활 습관을 바꿀 것을 제안하거나 재미있는 이벤트를 마련하여 시민들이 쉽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운동’ 문화를 만드시지 않았나 싶다.
대학교 1학년 때, 아름다운가게 ‘나눔장터’(벼룩장터와 비슷한 개념)에서 활동천사로 참여한 적이 있다. 교육을 받으며 활동에 대한 안내를 들을 때만 해도 시민들이 얼마나 많이 참여할지 의문스러웠는데, 예상 외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행사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감동마저 느꼈던 것이 떠오른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작든 크든 아름다운가게와 희망제작소의 활동에 참여하거나 관심을 가진 적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이런 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희망의 씨앗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서울 법대, 사법고시 합격, 검사 출신이라는 명예와 영광을 버리고 고달픈 시민운동가의 길을 택한 박원순 변호사님의 삶은 그 자체가 이 사회에 몇 안 되는 희망의 증거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 물질적, 문화적으로 혜택을 받고, 대학 교육까지 받은 것은 하늘이 주신 복(福)이나 선물 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멍에이고 부담이다. [희망을 심다] 를 읽으면서, 이 멍에를 지고 ‘살아갈지’, 아니면 멍에의 무게조차 느끼지 못하고 ‘죽어갈지’ 고민하는 것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