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 - 무엇이 남자의 심리와 행동을 지배하는가
루안 브리젠딘 지음, 황혜숙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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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의 저자 루안 브리젠딘은 하버드대에서 의학을 전공한 의학교수로, 미국 최초의 임상연구소 '여자의 심리와 호르몬을 위한 클리닉'의 설립자이자 소장이며, '여자 뇌의 기능'을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하고 있는 여성이다.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은 저자가 아들을 키우면서 겪은 해프닝은 놀랍기 그지없다. 그동안 나 역시 '성차는 없고 개인차만 있다'고 믿었는데, 어쩌면 남녀간의 신체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성격차이라는 것이 존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2차 페미니즘의 수혜를 받은 여성으로서 그는 자신의 아들을 '공격적으로 무기와 경쟁에만 몰두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섬세한 남자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바비 인형을 선물했다. 바비 인형을 쥐어주면 자연히 여자아이들의 놀이에도 익숙해지고, 여성적인 성향이 길러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 아들은 바비를 칼처럼 휘두르며 여느 남자아이들처럼 놀았다.(p.40)


 

저자에 따르면 남성은 전 생애에 걸쳐 총 7단계의 뇌의 변화를 겪는다. 남자와 여자의 뇌는 구조와 세포 자체가 다른데, 거기에 이 7단계의 변화가 더해지면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여자에게는 없는 Y염색체로 인해 남자는 아기 때부터 성적 추구, 모험적 행동, 근육 회로 등이 발달하게 된다.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인형 놀이를 하는 여자 아이들과 달리 남자 아이들은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도 이 같은 신체적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이 대량 분비되는 청소년년기의 남자는 시한폭탄이나 다름 없다. '테스토스테론을 맥주라고 치면 9세 남자아이는 매일 한 컵 정도를 마시는 셈이다. 하지만 15세에 이르면 하루에 7리터에 달하는 양을 마시는 꼴이 된다.(p.68)' 성적욕구가 급격히 높아지고, 어른에 대한 반항심이 극도에 치닫고, 충동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것도 모두 '인체의 신비'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누가 힘이 더 센지 약한지 겨루기 좋아하는 남자들. 특히 남자들이 '여자같다'는 말을 싫어하는 게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적 편견 때문인 것 같아서 싫었는데, 책에 따르면 그저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확인 받고 싶어하기 때문일뿐이라고 하니 한숨 놓인다. 



하지만 일생동안 남자의 뇌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이 죄다 공격성, 성욕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바소프레신'은 여성에 대한 헌신과 일부일처제의 호르몬으로, 남성으로 하여금 배우자와 자식을 보호할 수 있게끔 책임감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프로락틴'은 예비아빠의 공감 임신(쿠바드 증후군)을 유발하고 아기의 울음을 알아 듣는 아빠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호르몬이다. 프로락틴 분비가 활발해지면 성욕이 감소하기 때문에, 아내가 임신하고 있는 동안 남성으로서의 욕망을 절제할 수 있는가보다. 남성의 뇌와 호르몬이 일생 동안 어떤 변화를 겪는지 알아두는 것은 남녀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 특히 여성이라면 애인 혹은 남편, 아버지와 남자 형제, 그리고 아들ㅡ 일생동안 만나는 수많은 '화성에서 온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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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심리학 - 미래의 나를 완성해주는, 20대를 위한 인생강의
곽금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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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심리학>은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가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쓴 심리학 책이다. 곽금주 교수는 서울대에서 '흔들리는 20대(약칭 흔들이)'라는 이름의 인기 강의를 맡고 있다. 현재 20대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을 많이 만나고 계신 분이 쓰셔서인 사례들이 매우 생생했다. 대학에 들어와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깨닫고, 이전과는 다른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진로를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는 20대라면 공감이 될 것이다.

 


책에서 '자기효능감'에 대한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얼마전 교육 다큐멘터리를 한 편 봤는데, 선생님이 아이에게 문제를 풀게 한 다음 '높은 점수를 받았구나, 머리가 좋구나'하면서 결과를 칭찬하니 아이는 틀리기 쉬운 고난이도의 문제에는 도전하지 않고 쉬운 문제만 풀려고 한 반면, '열심히 풀었다'며 과정을 칭찬하니 틀리더라도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고 싶어했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은 20대에게 꼭 필요하다. 20대는 실패가 많은 때다. 원하는 학교와 학과에 처음부터 철썩 붙은 사람, 지원한 회사마다 합격통보를 받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그렇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나만 늘 실패한다고 단정짓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러느니 작게라도 성취한 일들을 되뇌이는 것이 낫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주일에 한 권씩 책 읽기, 일기 꾸준히 쓰기, 돈 아껴쓰기,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기 같은 것도 좋다.



저자는 오늘날의 20대는 완전한 성인이 아니며, 신체는 성숙하지만 자아는 덜 형성된 '이머징 어덜트후드'라고 했다. 학업, 취업, 연애, 인간관계 등 온갖 세상일에 시행착오를 겪고 혼란스러워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구나. 그런 점에서 20대인 나는 아직도 성장기다. 다만 10대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아닌 내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해야한다는 점일까. 좀 더 고민해보자.  


 

성인기로 이행하기 위해 인생의 매핑을 시작한 20대 역시 자기효능감이 충만해야 자신의 길을 설계하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공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기효능감이 잘 단련되어 있어야 한다. (p.42)


사실 20대 청년들이야말로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다. 하지만 도전에는 언제나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모든 도전에는 실패와 좌절이라는 리스크가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도전을 멈출 수 없는 것은 리스크 너머에 그보다 훨씬 더 크고 아름다운 것, 바로 가능성과 성취감이 있기 때문이다. 20대에 다양한 도전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성취감으로 가슴을 채우면 성인기로의 이행이 한결 매끄러워진다. 어떤 일이 주어지건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도전을 즐거워하게 된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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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심리학 - 심리학의 잣대로 분석한 도시인의 욕망과 갈등
하지현 지음 / 해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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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전문의이자 건국대 의대 교수인 하지현이 쓴 <도시심리학>은 현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현대 도시인들의 문제를 크게 소통의 부재, 자아의 두 얼굴, 욕망의 가속도, 관계의 소용돌이로 나누고, 이들이 어떤 심리를 가지고 있는지를 다양한 주제와 예화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급한 전화도 없는데 왜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지, 헤어진 연인의 미니홈피는 왜 자꾸 들락날락거리게 되는지, 왜 별다방 커피는 깐깐히 고르면서 커피믹스로 탄 커피는 군말 없이 마시는지, 왜 노래방에 가면 부르고 싶은 노래는 포기하고 불러야 하는 노래를 부르는지... 평소 궁금했던 문제들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읽으니 속이 시원하면서도 짠한 기분이 들었다. 매일 마주하는 도시인들의 얼굴은 한없이 강하고 차가워 보이는데, 그 얼굴들 뒤에는 이런 연약한 자아들이 숨어있다니 씁쓸하다.  

    

 

'정서적 허기'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 미국의 학자 로저 굴드가 명명한 '정서적 허기'는 정서적으로 고통이나 괴로움, 외로움 등을 느꼈을 때 배고픔이 밀려오는 현상이다. 나도 바쁠 때나 사람들을 만날 때는 배고픔을 잘 느끼지 못하다가 집에 오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급격히 허기를 느끼곤 한다. 불편한 회식 자리나 만남을 가지면 음식을 많이 먹은 것도 아닌데 탈이 나는 때도 있다. 반대로 가족이나 친한 친구를 만나면 마음 놓고 열심히 먹는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과식을 해서 문제다. 나만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걱정스러웠는데, 책에 따르면 다행히도(!) 저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이런 증상이 있다고 한다. 마음이 놓이면서도 역시 씁쓸한 기분이 든다.

  

 

<도시심리학>은 인간의 문제를 개인의 본능이나 근원적 욕망, 후천적 학습과 환경 등에서 찾는다는 점은 심리학적이지만, 문제를 개인이 아닌 도시라는 범위로 확장하여 살핀다는 점은 사회학적이다. 도시라는 거시적 환경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점도 사회학과 맥락을 같이 한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여느 심리학 서적보다 재미있게 읽고 공감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심리학적 인간이든 사회학적 인간이든 간에 도시라는 거대한 사회에 순응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자아를 지켜나가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이 책이 재미있게 읽힐 것이다.

 

 

소풍 때나 먹던 김밥은 어느새 '천 원 김밥'으로 변형되어 새벽이든 낮이든 누군가의 허기를 때우고, 과학과 정보기술(IT)로 무장한 신세대가 이전 세대들이 했던 것처럼 점집을 찾아 운명을 내맡긴다. 코만 조금 높이고 턱만 깎으면 인생 역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환상, 노량진과 신림동의 고시촌에서 한 방을 노리며 청춘을 보내는 고시족의 심리, 개인정보 누출에 지대하게 신경 쓰면서도 술 마신 뒤 차를 대리운전 기사에게 맡기고 코골며 자는 남자들의 이중잣대...... (p.5 작가의 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치열한 삶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람과의 관계에서 거리를 두고 이해타산을 따져 행동한다. 이런 부득불한 상황이 기묘한 배고픔을 유발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배고픔은 먹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위장이 비어서가 아니라 마음속의 한 공간이 비어 있고 음식은 그걸 채워줄 수 없기 때문이다. (p.216 관계의 소용돌이) 
   
 한국의 특이한 교회 문화 중 하나가 부흥성회와 새벽기도다. 원하는 것이 있거나 신앙의 심도를 확인하기 위해서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명제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한국인의 문화적 특성이다. 정화수를 떠놓고 치성을 들이고, 백팔배를 하고, 새벽기도를 위해 3시 반에 일어나 교회에 가는 행위는 모두 일맥상통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 (p.49 소통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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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 유럽의 근대화를 꽃피운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니콜라스 시라디 지음, 강경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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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한 일상, 따분한 나날들. 하루하루가 늘 똑같이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서 한국, 아시아, 나아가 세계 전체로 보면 하루 동안 무수히 많은 사건, 사고는 일어나고 있다. 하물며 하루가 아니라 한 주, 한 달, 일 년, 그리고 한 세기 동안 일어나는 재난은 얼마나 많을까. 당장 기억나는 사건만 해도 불과 며칠 전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지진이 일어났고, 일주일 전 대만에는 큰 홍수가 났다. 중국 쓰촨성 지진, 인도네시아 쓰나미 피해, 미국 카트리나 지방의 해일 피해 등 큼직한 재난 사건들은 모두 겨우  몇 년 안에 일어났다. 그나마 지금은 자연 재해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자료도 있고, 재난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한 국가적인 경보 및 복구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으며, 일반인들 또한 재해에 대한 몇 가지 상식쯤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18세기 유럽, 종교의 힘이 우세하고, 국가의 기초적인 역할조차 확립되어 있지 않았던 당시, 유럽의 대도시에서 지진과 해일, 화재가 동시에 일어났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니콜라스 시라디의 <운명의 날(the Last day)>은 1755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대지진에 대한 보고이자 분석이 담긴 책이다. 책에 의하면 리스본 대지진의 피해는 어마어마했으며, 유럽 전역이 혼돈에 빠졌다고 한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 거대한 재난 앞에  '신께서 노하셔서 이런 재앙을 내리셨다'며 속죄하느라 복구하는 데에는 정신을 쏟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왕 주제 1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던 총리 카르발류는 다른 생각을 품었다. 지금이야말로 종교에 종속되어있던 포르투갈을 강력한 왕권 국가로 탈바꿈시킬 기회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는 리스본을 재건하기 위해 대형 건축 공사를 감행했고, 다른 유럽 국가에 널리 퍼져있던 계몽주의 사상을 받아들였으며, 대학을 국가와 연계하여 교육을 부흥시키고, 그 동안 배척해온 유태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을 자국민으로 흡수했다.

 

 

한 나라의 수도가 삽시간에 폐허로 바뀌었는데도 침착하게 나라의 안위를 살피고 자신의 할 일을 계획한 카르발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총리답다. 비록 그의 급진적이고 과격한 정치가 후에 공포정치로 변질되기는 했지만, 카르발류는 위기에 빠진 포르투갈을 성공적으로 재건했고, 지진 피해를 결코 극복할 수 없으리라고 보았던 유럽 전역의 차가운 시선을 가볍게 날려버렸다. 오죽하면 주제 1세 사후 급속히 퇴행한 포르투갈의 정치 및 경제 상황에 비하면 카르발류의 철권 정치는 르네상스 시기였다는 평가까지 있을 정도일까. 이 책은 리스본 지진이 일어나기 전 카르발류의 행적과 지진 이후 총리로서의 과감한 개혁을 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리스본 지진이라는 사건을 다룬 책이라기 보다는 카르발류라는 인물에 대한 책으로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운명의 날>이라는 제목은 모호하고 막연하게 느껴진다. 차라리 카르발류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1755년 11월 1일 아침 9시 30분, 첫 진동이 리스본을 강타했다. 이어 세 번의 지진과 해일, 화재가 발생해 유럽에서 가장 화려했던 국제도시 리스본을 하룻밤 사이에 폐허로 만들었다. 기독교 최고의 축일 만성절에 일어난 대재앙이었다. 이 참사는 곧 전 유럽을 경악시켰다. 볼테르, 칸트, 루소 등 유럽 당대의 지식인들은 신의 섭리로 세상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는 낙관주의를 버리게 되었으며, 자애로운 신이 세상과 인간을 주관한다는 그동안의 생각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책 서문 中)

 

지진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었지만 한편으론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회로 여겨지기도 했다. 카르발류도 그렇게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 "정치를 통해서만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 한 제국의 운명을 바꾸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때로는 이런 자연재해가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재해를 통해 제국을 갉아먹는 노후한 제도들이 뿌리째 뽑히기도 한다. ... 포르투갈 전역이 황폐해지고 도시들이 파괴된 것을 우리들의 몽매함을 일깨우고 국가를 혁신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따라서 나는 어떤 의미에서는 이번 재앙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p.136 황금시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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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을 리뷰해주세요.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 - 뒷골목 아티스트들이 이끄는 뉴욕의 예술경제학
엘리자베스 커리드 지음, 최지아 옮김 / 쌤앤파커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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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Gossip girl>의 배경은 뉴욕이다. 먼저 주인공 셀리나의 어머니는 미술계에 종사하고, 셀리나의 친구 블레어의 어머니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다. 작가를 꿈꾸는 댄의 아버지는 전직 뮤지션이고, 네이트와 척의 아버지는 사업가다. 미술, 패션, 문학, 음악, 비즈니스 같은 직업군은 세계 최대의 도시인 뉴욕에서 보기 드문 것이 아니다. 미술과 문학은 뉴욕의 역사를 지탱하며, 패션과 음악은 뉴욕을 세계에서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도시로서 자리매김하게끔 했다. 비즈니스는 이러한 문화 산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왔다. 



엘리자베스 커리드의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은 세계의 중심으로 불리는 뉴욕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공장이 되었는지를 예술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1850년 최초의 보헤미안들의 등장을 비롯해 앤디 워홀, 마크 제이콥스까지 뉴욕의 문화적 아이콘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를 조명했다. 뿐만 아니라 뉴욕이 패션과 음악 등 문화 예술의 결과물을 어떻게 상품화시키고 산업으로 발전시켰는지를 분석했다. 저자에 따르면 뉴욕은 미국이 산업사회에서 탈산업사회로 이행하던 시기에 풍부한 인적자원과 기존의 문화적 자산, 금융과 미디어의 뒷받침을 바탕으로 하여 크리에이티브 산업으로 훌륭히 전환한 사례다. 크리에이티브 산업은 한국의 젊은 세대가 굉장히 관심있어 하는 분야일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다른 자원에 비해 풍부한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산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뉴욕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크리에이티브 산업은 단순히 훌륭한 인적 자원이 조성되었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연 서울도 뉴욕처럼 될 수 있을까?  

 


저자는 또한 뉴욕이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브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많은 사람들 간의 교류가 가능한 점을 지적했다. 뉴욕 시민은 뉴욕이라는 도시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적 세례를 받을 수 있고, 관심 분야의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다. 또한 업무 외적으로도 클럽이나 술집, 식당, 파티에서 만나 교류를 하고, 직접적으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다. 창의적인 인재는 모두 뉴욕으로 몰려 들고, 그들은 서로 사귀고 토론하며 더 멋진 예술, 더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왜 다들 뉴욕, 뉴욕하며 그곳에 가려고 안달이 났는지 (심지어는 내 친구들마저) 이해가 된다. 



문화 예술의 응집력과 탄력성은 크리에이티브 생산자들이 다양한 업계에서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재능은 패션 디자인이나 음반 표지 디자인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나이트클럽 디제이나 패션쇼 음향 기술자, 음악 디렉터 같은 이들은 영화계에서 활약할 수도 있다. 이렇듯 한 업계에서 입지를 구축한 크리에이티브 생산자들은 또 다른 영역으로 옮겨가서도 자신을 브랜드처럼 활용할 수 있다. 래퍼 디디나 그웬 스테파니처럼 뮤지션인 동시에 의류 라인으로 성공한 인물들은 드물지 않다. (p.199 낮엔 디자이너 밤엔 뮤지션, 분야를 넘나드는 크리에이티브의 위력 中)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는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여러 엔지니어들을 배출시켰다. 그들은 각자 다른 기업에서 일하면서도,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지칭한 '제약적 생산(restricted production)'에 집중했다. 다시 말해 돈을 버는 일보다는 이상적인 컴퓨터를 만드는 일을 목표로 한 것이다. ... 일류 경제학자로 꼽히는 알프레드 마셜은 여기에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동일한 직종의 종사자들이 인근 지역에 거주하면서 상호 간에 얻는 혜택은 엄청나다. 직업의 특수성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것이 아니지만, 그 미묘한 특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p.262 크리에이티브는 계획과 통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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