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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개청춘 - 대한민국 이십대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 잔혹사
유재인 지음 / 이순(웅진)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항상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나였더랜다. 00 왕자와 행복하게 결혼을 했다라고만 끝맺는 동화들, 7전 8기로 000 대학에 입학하거니 00 시험에 합격한 이들의 수기들, 로또 1등에 당첨된 이들의 삶과 00으로 주식이든 사업에서든 대박난 이들 삶,
그 이후 삶은 어땠을까? 그들은 그 이후로,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을까?
1.
<<위풍당당 개청춘>>(이하 청춘)은 낙타가 드디어 바늘 구멍에 들어가사, 어렵게 취업에는 성공했으나 결국 꿈나무가 되지 못하고 '청춘'을 저당잡힌 이십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는 그렇게 소망하던 '직장인'이 됐으니, '동화 공식'에 따르면 행복하게 살았어야 했다. 그녀는 '빛나는 청춘'을 보내고 있었을까?
청춘이란 게,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는 글이 생각난다. 돌도 씹어먹을 수 있는 육체적 나이를 말한 게 아니라, 누군가의 말마따나 청춘이란 게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뜻한다면, 껍데기 같은 대화를 주고 받는 생활 속에서(73면), '첫 문장 들여쓰기 3칸'에 상상력을 수장시켜야만 하고(125면), 강인한 의지는 월급날에 맞춰 꺽일 수밖에 없는 이 땅의 이십대들(그나마 취업에 성공한)은 언제 청춘을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의 형상을 한 적(敵)이 사라진 시대(168면)를 살아가는 이십대들에게, 저자는 통쾌하게 외친다.
"우리가 무슨 봉입니까"(170면)
<<청춘>>이 갖고 있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잠깐! 다음 내용을 이어가기 전에 단점부터 말하련다.
2.
일단 <<청춘>>은 재미있다. 이게 무슨 단점이 되는냐라고 반문한다면, 이게 꼭 이십대가 아니어도 직장 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재미있다는 거다. 더더욱 이게 무슨 단점이 되느냐라고 반문한다면, <<청춘>>이 '책'이라는 데 있다. 그러니까 <<청춘>>은 한줌의 냉소와 두줌의 재치가 저자의 통찰과 입담으로 잘 버무려져 좌충우돌 '행정직 직딩 초년사'를 유쾌하게 풀어냈으나, '개인사'를 담아냈다는 한계가 느껴진다는 거다. 요컨대, 블러그나 싸이질을 통해서 쏟아질 수 있는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다는 말이다. <<청춘>>은 그 부제까지도 철저하게 20대 독자층을 겨냥해서, 편집과 구성면에서도 언제어디서든 무엇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졌고, 그에 걸맞는 저자를 발굴했다는 느낌이다.
그렇다치더라도, 딱 그 정도의 유쾌함과 메시지를 느끼고자 한다면 아쉬울 게 없으나, 한 권의 책으로서 그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일관된 흐름을 갖고 메시지를 던져주는 힘을 느끼고 싶어했던 독자라면, 너무나 실망스럽지 않을까 한다. (하긴 책표지나 구성을 보면서 그 이상의 것을 발견하고자 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발간 의도를 넘어선 것 같지만) 아무튼 또 그렇다치더라도 오프더레코드편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왜 여기에 굳이 있을까" 라는 강한 의문을 들게 만든다. 엄마에게 메신저를 가르쳐 드리고, 예의있는 신랑을 만들기와 저자의 아이팟 나노 구입에 관한 주변의 반응 등이 "위풍당당 개청춘 -대한민국 이십대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잔혹사" 라는 원제와 부제목을 무척 낯설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혼녀가 '너무 가진 자' 같다며, 이 책의 컨셉에 맞춰 남편을 남친으로 바꿨다고 말하는 저자의 고백이 하등 배반스럽지 않으나, 한 권의 책으로서 갖는 완성도에서는 아쉬움을 크게 느끼는 구성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춘>>과 같은 목소리(굳이 책의 형태가 아니더라도)가 나온다는 건, 희망적이다.
3.
'이십대, 까도 우리가 까자는 것(164면),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을 살아가자는 것!'
포식자가 지배하는 생태계 구조와 닮은 이 사회에서, 인간에 대한 연민을 잊어버리지 말자는 결의와 다짐으로 채식주의자가 되겠다는 그녀, 삶의 비밀이란 게 다른 사람을 발견하는 데 있다는 요하임 바우저의 말을 인용하며 타인의 삶을 보려는 그녀, 자신이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바꿔가며 살아보려고 했다는 보네커트 옹의 말을 좋아한 그녀, 이렇게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녀를 통해 이 사회에 저당잡힌 '청춘'을 돌려받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느껴진다.
수많은 청춘들이 '기쁜 삶'을 누리지 못한다. "이력서를 백번쯤 쓰고 천신만고 끝에" 취업에 성공한 이들이나 "서른이 다 되도록 아르바이트"만 하는 이들이나, "88만원 세대"라는 숫자로 정의되고 이 시대 속에서 그들은 삶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절망과 좌절을 안겨주시는 사회, 이 사회에 그대로 수긍하는 한 우리에게 희망은 찾아오지 않을 테니까.
"인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을 잃지 않고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바꿔가며, 내가 주체가 되고, 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늘어간다면, 우리들은 잃어버린 '청춘'을 돌려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십대뿐만 아니라 이 땅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이 잃어버린 시간, 그 '청춘'을 이제 돌려받기를 원한다. 내 청춘을 돌려받자는 것! 내가 주체가 되고, 사회가 만들어낸 '루저'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진정한 나의 삶을 느끼고 살아가자는 것. 모두가 '빛나는 청춘'을 돌려받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