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아극장>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유모아 극장
엔도 슈사쿠 지음, 김석중 옮김 / 서커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웰컴투, 유모아 극장! 유모아 극장에 오신 관객 여러분 모두 환영합니다. 『 유모아 극장』은 날이면 날마다 볼 수 있는 책이 아닙니다. 이름만 들어도 부르르 떨리는 그 이름, 소설 좀 읽어봤다 할라치면 반드시 읽고 넘어야 할 작가 중의 작가, 킹중의 킹,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일관되게 고민해왔던,  20세기 일본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그 이름도 찬란한 그는 바로, '엔도 슈우사쿠우'! 그가 우리에게 '유모아' 정신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엔도 슈우사쿠우'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일본 내에서 1955년에 등단과 거의 동시에 아쿠타가와상( 「하얀 사람」)을 거머쥔 것으로 시작해서, 1958년에 신초샤문학상과 마이니치출판문화상을 동시 수상(『바다와 독약 』)하고, 1966년에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침묵』)을, 1979년에는 요미우리문학상을(『 그리스도의 탄생』), 어따 숨 좀 돌리고, 1980년에는 노마문예상을(『 무상』), 1994년에는 마이니치예술상(『 깊은 강』) 등으로, 작가 활동 기간 내내 일본에서 주요 문학상을 휩쓸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훈장과 각종 상을 휩쓸어버리고 온, 노벨 문학상의 강력한 후보자였던, 일본 독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총아寵兒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고뇌하는 작가로, 늘 세상과 인생 문제를 똥눌 때조차 잊지 않고 고민하고 있을 거라는 이미지에 고정되는 게 싫어했던 그는 안선생보다 더 푸근한 옆집 아저씨가 되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우리에게 '웃음'을 주러 돌아왔던 것입니다. 『 유모아 극장』은 그의 이런 소박한 바람이 가득 들어있는 '동네 극장'인 셈입지요.  


   60년대 당시에는 무척 기발했을 소재들이 『 유모아 극장』에서 쏟아집니다. 영화 속 장면처럼 평소에 흠모하는 여인의 몸 속에 들어가보게 되는 상황('마이크로결사대'), 배실배실 웃음이 새어나오는 발명품들('우리들은 에디슨'), 침팬지에게 격렬한 애정공세를 당하는 주인공('아르바이트 학생'), 자신과 꼭 닮았으나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남자('나와 쏙 빼닮은 남자가...'), 견생犬生의 무게를 느껴보는 주인공('동물들') 등.  

하지만 아무리 어깨 힘을 쫙쫙 빼고 돌아와도, 여전히 그의 유머 속에는 뼈가 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꼭꼭 씹어 먹게 만드는 삶에 대한 그의 통찰력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인간과 삶에 대한 날키로운 '엔도 슈우사쿠우' 의 시선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어리석은 인간'에 대한 냉소보다는 따스한 눈길을 보내는 그의 시선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말한 단편들은 물론 특히 인간의 허영이나 허례의식을 들춰보는 단편들('여자들의 결'투, '가루이자와')과 함께 삶의 따뜻한 향기가 느껴지는 단편들('하지 말지어다', '우리 아버지') 등을 통해, 우리는 마지막 장까지도 이러한 엔도 슈사쿠만의 '유머'를 실망하지 않고 확인할 수 있습지요.

아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우리는 웃음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집 나간 남편 때문에 울고 있는 아줌마, 짝사랑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옆집 총각, 취업이 안 돼 괴로워하는 아랫집 처자, x알 친구한테 배신당한 아저씨 등등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에게 우리의 엔도 슈우사쿠우는 "나처럼 찌질한 인간이 어디있어" 라고 멋쩍게 다가옵니다. 우리의 내면을 웃음과 함께 비틀어주시는 할배의 마음이 느껴지는 『 유모아 극장』!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만날 수 있겠습니까? 단돈 9000원으로, '엔도 슈우사쿠우'만의 유머를 만나보시기를, 물론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그 누구라도 만화책 좀 빌려달라고 덤벼들 수 있는, 킹왕짱 B급스런 표지가 주는 즐거움은 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