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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망 너무 사양해 - 행복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꼬마 파리지앵의 마법 같은 한마디
이화열이 쓰고 현비와 함께 그리다 / 궁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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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길, 하나의 삶, 하나의 성공,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 그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당연히 당시에는 이룰 수 없는 꿈이었고, 그 때문에 그 아름답던 시절을 참 우울하게 보냈더란다. 물론 나름대로 저항도 하고 거부도 하면서 또래 친구들에 비하면 자유롭게 살았지만,  그 자유의 대가는 언제나 그들보다 뒤처진 사회적인 지위라든가 경제력이라든가로 환산되었다. 당시에는 그게 또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을 스스로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회에서 들이대는 대차대조표에서 나는 늘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내 또래의 아이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혹여 그때의 나처럼 성공이나 행복이 그 한 가지밖에 없다고 믿으며 빛나는 청춘을 여전히 저당잡히고 사는 건 아닐까.

  <<마망 너무 사랑해>>(이하 마망)을 읽으면서 그 시절의 내가 혹은 나처럼 살아왔을 누군가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단순히 문화적인 차이를 겪으면서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어떤 가족의 이야기였다면, 나는 그냥 책장을 덮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큰 이유로, 내가 멀지 않은 미래에 결혼하게 되어 그 나라로 날아가지 않는 이상, 흥미가 당기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타국에서 사는 것도 아니고 자녀는 커녕 결혼조차 생각이 없는 사람한테 <<마망 >>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생각되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개개인의 삶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갖을 수 있는 공간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건, 단순히 문화적 차이를 그린 에세이를 보는 것과는 달랐다. 앞서 말했던 내 지난 삶이 <<마망>>을 읽는 내내 겹쳐졌으니까. 그리고  이 땅에서 자라나고 있는  또다른 우리들의 모습이 떠올랐으니까. 똘레랑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 내 세대까지도 그런 사회가 되지 못했다면, 다음 세대들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나부터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후세대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도 이 땅에 태어난 내게 주어진 의무가 아닐까 하는 것.

   
  [마시멜로 이야기]가 불편했던 이유는 '성공'이라는 잣대로 자제력이라는 인간의 한 특성을 추출해 잘 팔리는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 성공은 행복의 한 가지 요소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자유를 가진 개개인의 삶은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는다. 평범하고 잔잔한 행복을 추구할 선택의 권리도 있는 것이다. -68면  
   


프랑스 교육 이야기도 나오는데, 나 역시 "관계"에 얽매이고 사는 삶에서 결국은 완전히 못 벗어나고 있다. 그러니까 행위 주체가 나 자신이 아니라 관계의 의해 결정된다는 것.

   
  "프랑스 교육의 핵심은 '자기생각'을 고민하게 만들고 '자기생각'을 표현하는 훈려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행위의 주체가 '자기 자신' 이라는 프랑스 꼬마를 보면서 '자기 자신'보다는 '관계'에 얽히고  살았던 내가 때때로 뒤통수를 살짝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낄 때가 있다. " - 150면  
   


최근에 '둘째'가 결혼했는데, 둘째와 새언니가 결혼 준비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결혼이 완전히 '관계'들이 얽매이는 순간이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언니는 이제 무얼해도 시부모와 시동생 등 시가쪽 가족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챙기고 배려하고 있었으니까.

결혼과 같이 작게는 가족 관계에서부터 크게는 사회적 관계 속에 우리는 얼마나 얽매이고 살고 있나. 지금의 나는 비록 이렇게 관계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비명을 질러도, 적어도 다음 세대들에게는 <<마망>>의 아이들처럼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줘야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   

 끝으로, 만약 <<마망>>을 안 읽었더라면, 이런 생각을 또 언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당장 관심있는 분야의 책이나 필요한 책만 읽지 말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새삼 든 거다. (현재는 필요한 책만 겨우 읽고 살고 있고 나지만.) 철학이란 게 정말 '철학서'에만 들어있는 게 아니니까. 다시 한 번 내 삶을 돌아보게 하거나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게 하는 글들, 그 글들이야말로 철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내가 정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어떤 분야의 책을 한 번쯤 집어서 읽어보는 것도 참 신날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한 번도 안 읽은 분야의 책으로, 무엇이 있을까?  읽어야 할 책이 참 많다.

   
  "가난하거나 병든 사람도 행복할 수 있어. 행복이라는 건 아주 사소한 것일 수 있어. 하늘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거나, 구남 냄새를 맡고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엄마가 비주를 해주거나, 이런 순간에 느끼는 감정을 행복이라고 할 수도 있어. 그리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면서 자신도 행복감을 느끼기도 해. 행복은 사람에 따라 모양과 색깔이 다르지. 하지만 그 크기와 질을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이야." - 26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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