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봄비가 내리던 2월의 어느 오후, 그 빗소리가 왜 이렇게 가슴을 파고 드는지, 왜 이렇게 먹먹한 심정이 되어 내리던 비를 그저 하염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는지. 그립고 반가운 님을 만나 행복한 한때를 보내고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 사람이 모퉁이 돌아 보이지 않은 그 순간까지도 손을 흔들고 있을 때, 문득 왈칵 쏟아지는 눈물이 이와 같을까.

"울면서 걸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던 작가의 말,  "생의 어느 한 부분을 안다는 것으로 서로 얼굴 한 번 안 본 사이끼리 위안과 격려를 주고"받는다는 말, 그런 소설이 되기를 바랐다는 말, 그 문구를 읽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아, 이 사람이라면 내가 왜 우는지 알겠구나, 이 사람의 글이라면 그리움이 뭔지, 삶이 뭔지, 겨울의 끝자락에 내리는 비의 의미가 뭔지 알고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정말 그러했다.

가슴이 참 따뜻해지는 소설을 만났다. 참 아픈 생을 살아오셨는데 손녀에게 그 시절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며 주름진 얼굴로 웃음을 만들어주셨던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목구멍이 뜨거워지는 소주 한 잔 들이키면서 웃어주던 누군가의 얼굴처럼, 다가왔던 소설이었다.

심사평 중에 공지영 작가의 말이 참 와 닿는다.

   
  처음에는 그렇고 그런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특별히 흥미를 끄는 독특한 문장도 구성도 등장인물도  없었으니까. (...) 그리고 책장을 다 덮은 후에 나는 알았다. 오직 소설만이 할 수 있는 그 역할, 오직 문학만이 할 수 있는 그 질문, 뿌연 안개 낀 저녁 거리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나에게 이 소설은 줄곧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 230면  
   


누군가 내게 물은 적이 있다. 왜 한국 소설을 읽느냐고. 소통을 거부한 글, 재미없는 글, 빈곤한 소재의 글, 그 쳇바퀴 같이 도는 한국 소설에 질린 이들에게 그래도 나는 소통을 거부하지 않는 글, 재미있는 글, 눈이 번쩍뜨이는 소재로 감칠맛나게 쓴 글이있다고 말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덧붙이면서 나는 한국 소설을 읽으면 삶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모국어는 힘이 세다. '대문'이라는 단어 그 하나만으로도 삶이 배겨나온다.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과 함께 숨바꼭질하며 칠이 반쯤 벗겨진 대문집을 여러 번 드나들기도 했고, 누군가의 집, 그 대문 앞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서성거리기도 했고, 한겨울 어느 날, 열쇠를 잃어버려 빈집의 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을 때 윗집에서 기르던 백구와 함께 눈을 맞기도 했던 나.

외국 소설은 아무리 번역이 잘 되어 있어도 애초에 그들이 그려낸 삶과 역사가 다르니 모국어가 주는 그리움이 남겨있지 않다. 물론 한국 소설이라고 해서 모두가 이 힘이 있는 건 아니다. 공지영 작가의 말처럼 오직 문학만이 할 수 있는 그 질문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작가의 글, 그러한 글만이 그리움이 될 수 있지 않을런지.

   
  빛은
조금이었어.

아주
조금이었지.

그래도 그게
빛이었거든.

- 230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